소설리스트

278화 (278/1,284)

 # 278

회귀의 전설

278장. 황금마차

“제롬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롬이 속해 있는 유베스 상단의 총지부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마법으로 보호되는 비밀 지하실.

어제 급하게 상단에 비상 전서가 날아왔다.

상단이 위급한 상황에 빠져 전멸할 때나 상단의 미래를 좌우할 사건이 발생할 때 날리는 전서였다.

“제롬은 비록 3급 상인이지만 앞으로 1급 상단주가 될 재목입니다. 거짓은 아닐 겁니다.”

“전서 내용으로만 보면 엄청난 일입니다. 드워프가 만든 제품을 공급 받을 수만 있다면 상단의 위상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믿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제롬이 현재 있는 곳이 베르샤 백작성입니다. 마수도 아니고 마물에 의해 저주 받은 그곳에서 서신을 보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흐음…….”

유베스 상단의 1급 상단주 네 명이 서류를 검토했다.

상석에 앉은 대상단주 칼몬이 눈을 감고 모두의 얘기를 경청했다.

올해 나이 80세의 칼몬.

5급 상인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성성한 백발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그런 그가 고심했다.

크로얀 제국이 멸망하고 31년이나 흘렀다.

대영주들과 과거 왕국들이 독립했다.

수백 년간 탈 없이 운영되던 상단의 타격이 심했다.

통행세가 곳곳에서 징수됐다.

몬스터나 마수들이 대륙 곳곳을 휘저었다.

상단 경비비용이 날이 갈수록 많이 들었다.

어지간한 상행에서도 이윤을 남기기 힘들었다.

“정령까지 다룰 수 있는 자라 합니다. 수상한 자입니다.”

“베커 백작이라는 자의 과거도 알 수 없습니다. 정보 길드에서도 그런 귀족은 없다고 했습니다.”

“후에 타 귀족들이 사칭죄를 물을 수 있습니다. 신중을 기하셔야 합니다.”

머리가 희끗거리는 1급 상단주들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아르샤 상단과 루아란 상단이 통합한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우리 상단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드워프 제품이라면 이제는 구할 수도 없습니다. 귀족들의 과시욕은 과거보다 더합니다, 도전해 볼 만합니다.”

단 한 명의 1급 상인만이 거래를 찬성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법사와 폐 마력석을 요구했습니다. 뭔가 수상합니다. 흑마법사일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마물이 살던 성입니다. 자칫 연결되었다가 신전과의 관계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정적 의견이 대세였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상단주의 결정만이 남았다.

“가야지.”

“칼몬 님!”

“장사꾼이란 모름지기 도박을 할 줄 알아야 해. 이런 난국에 편하게 장사하다가는 망해.”

칼몬이 상단주들을 뜨겁게 바라봤다.

늙었지만 기백과 눈빛만은 젊은이 못지않았다.

“베르샤 백작성 가까이에 상인이 누가 있지?”

“2급 상단주 사비나가 드보르 후작령에 있습니다.”

“사비나? 4서클 마법사라면 얼추 조건이 맡겠군. 기별을 넣어. 최대한 요구 조건을 맞춰 상단을 꾸리라고 말이다.”

“명을 따르옵니다.”

상단주 칼몬의 명은 지엄했다.

상인 집단이지만 내부적으로 권한은 왕권에 못지않았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라. 그가 누군지 어디에서 왔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

“이게 무슨…….”

마물로 인해 폐허가 된 베르샤 성에 상단을 이끌고 가던 사비나는 할 말을 잃었다.

눈앞의 광경은 전쟁터였다.

인간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오크들이 머물렀던 흔적이 사방에 보였다.

불타버린 집들과 농경지는 을씨년스러웠다.

이해가 가지 않는 명령이 떨어졌다.

폐허가 된 베르샤 성에 영주가 나타났고 그가 드워프 물건을 팔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믿기지 않았지만 윗선의 명령이었다.

2급 상인 사비나는 서둘러 상단을 꾸렸다.

그녀가 활동하는 드보르 후작령은 상행로의 중심에 있어 물산은 풍부했다.

부랴부랴 200여 대가 넘는 마차와 수백 명의 용병을 고용했다.

2급 상단이 꾸릴 수 있는 최대한의 금화가 투자됐다.

사비나도 몇 번 꾸려보지 못한 대규모였다.

드워프 물건이 나타났기에 가능한 상행이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베르샤 성에 도착했다.

용병들이 두려움에 떨었지만 금액이 두 배로 지급되었기에 군말 없이 따라왔다.

오는 와중에 방황하던 유랑민들도 몇 백 명이 합류했다.

사방에 준동하는 몬스터들 때문에 집을 버리고 도망치는 자들이었다.

“……오크 부족이 휩쓴 것 같습니다.”

상단이 고용한 나르크 용병단의 단장이 정보를 알려왔다.

무너지지 않는 돌다리를 건너자마나 오크들이 남긴 흔적들이 진했다.

의식을 집행한 듯 인간과 동물의 뼈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배불리 먹는 오크들의 전투 의식이었다.

“다 죽은 것 아닐까요?”

사비나가 단장에게 물었다.

멀리서 보니 외성 성문은 너덜거려진 채 부서져 있었다.

성벽 곳곳은 그을음이 가득했다.

딱 봐도 망해 버린 성 꼬라지였다.

“오크들이 안 보입니다. 놈들이 있다면 뭔가 기척이 났을 겁니다.”

마력 전투사 하급인 용병단장 나르크가 면밀히 상황을 파악했다.

“그럼…….”

외성 문 앞에서 멈춘 상단은 여차하면 전투를 치를 수 있도록 준비했다.

무기를 꼬나들고 잔뜩 긴장한 용병들이 의문 섞인 시선으로 성을 바라봤다.

마중 나온 사람이 없었다.

적막감만 감도는 베르샤 성.

“어! 저, 저기 누가 있습니다!”

그때 외성 중앙 성문 위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돈 없는 용병들이나 사용하는 회색 가죽 갑옷을 착용했다.

손에는 활을 들고 허리에는 검을 찼다.

뿐만 아니라 등에는 두툼한 도끼까지 메고 있었다.

누가 봐도 무기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허접 용병이었다.

“그대들은 누군가!”

성벽 위에서 그가 외쳤다.

“마, 마력입니다!”

나르크가 놀랐다.

마력을 담아 외칠 수 있는 자는 마력 전투사를 의미했다.

“전 유베스 상단의 상단주 사비나라 합니다. 이 성의 영주님을 만나 뵙고 싶어 왔습니다!”

사비나도 마력을 담아 외쳤다.

회색 상인용 로브를 착용했지만 사비나도 마력을 다룰 줄 알았다.

상단에서도 특별한 존재였다.

“난……. 이 성의 영주 베커 장 백작이다.”

묵직하게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

“백작?”

모두의 시선이 성벽 남자에게 꽂혔다.

누가 봐도 영주가 아닌 용병 같은 사내.

그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판에 쩌렁쩌렁 울렸다.

***

‘흐흐. 어서 와라! 황금마차!’

마음이 흐뭇했다.

돌다리를 건너 성벽 앞에 대기 중인 수백 대 마차가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과거 군대 최전방 근무 시절이 떠올랐다.

PX도 없는 곳에서 보낸 몇 달간의 전방 철책 근무.

황금마차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 날은 달달한 초코파이와 각종 과자를 한 아름 안고 파티가 열렸다.

선임과 후임들 모두 그때만큼은 한마음이 됐다.

당분이 주는 즐거움에 그 날 하루는 웬만한 일은 다 무사 패스였다.

지금이 그랬다.

영지민들이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명이 찾아왔다.

지구처럼 자동차나 비행기를 이용해 물량을 공급할 수 없었다.

처음 상단이 가져왔던 식량과 물품들이 다 떨어졌다.

상단에 미끼를 던지자 결과가 나타났다.

황금마차를 끈 행운의 슈퍼마켓이 영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사비나 님!!!”

박살난 성문 밖으로 상인 제롬이 뛰어나갔다.

“제롬 님!”

서로를 알아보는 두 상인.

“그대들의 방문을 환영한다!”

환영의 인사를 남기고 등을 돌렸다.

완전 쿨 했다.

전 영주가 백작이었다니 나도 그냥 백작 먹었다.

영주는 몸이 가벼우면 안 되는 법이다.

가격 책정 계산에 머리는 비상하게 돌아갔다.

꿀 빠는 이계 알바였다.

이곳에 오니 전 같지 않게 마음이 편안했다.

며칠 동안 도끼나 무기를 빼들고 신나게 수련했다.

당연히 누구 하나 시비를 걸지 않았다.

영주가 참 열심히 구나 하고 감탄하는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마나 포인트와 친밀도가 올라갔다.

위기만 없다면 제대로 힐링할 수 있는 이번 여행.

상인들과의 대화가 기다려졌다.

***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유베스 상단의 2급 상단주 사비나입니다.”

“반갑습니다. 영주 베커 장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리에 편하게 앉으십시오.”

“말씀 편하게 놓으십시오.”

말이 편하게 안 나왔다.

여행하기 편한 회색 로브를 착용한 사비나.

미녀다.

그것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렇게 키가 크지 않았지만 로브 사이로 착한 몸매가 드러났다.

분위기가 가볍지 않았다.

상인들이 보이는 교활함이나 가벼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푸른 호수를 닮은 맑은 눈동자는 차분했다.

피부는 거친 여행길에도 전혀 영향 받지 않은 듯 순백색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날 향했다.

저절로 반말이 목구멍 너머로 나오지 않았다.

“…….”

그녀와 눈이 마주친 채 잠시 시간이 흘렀다.

사비나도 날 보고 당황했음이 확실했다.

평범하지 않은 만남.

알 수 없는 운명의 끈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싶었다.

“평범한 분은 아니시군요.”

평정을 찾고 몇 마디 던졌다.

길가다 마주치는 현대판 도인들이(?) 자주 던지는 밑밥이다.

“과찬이십니다. 전 평범한 상인입니다.”

사비나가 묘하게 웃는다.

너도 평범한 놈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분위기다.

그녀의 웃음에 허접한 집무실이 환하게 밝아졌다.

엄마에게서 느껴지는 기품이 사비나에게서도 감지됐다.

상인이지만 뭔가 특별한 비밀을 갖고 있는 게 확실했다.

“사비나 양 같은 아름다운 상인은 처음 봅니다.”

많이 뻔뻔해졌다.

이제 이곳에서도 자신감이 충만했다.

“부끄럽습니다.”

행동 하나하나에서 예의가 자연스럽게 배어났다.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손끝에서도 평소 예법이 묻어났다.

분위기가 좋았다.

상인 제롬은 침묵을 유지했다.

이런 분위기의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걸 그도 알았다.

“그럼 바로 물건을 거래하도록 합시다.”

미팅 자리도 아니고 더 분위기 잡을 것도 없었다.

지금 급한 건 마력석과 여러 생필품이었다.

영지민들이 늘어날수록 포인트가 짭짤하게 모였다.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권을 가지고 있습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제 선에서 처리 가능합니다.”

제롬보다 훨씬 어린 사비나의 권력이 제법 많은 것 같았다.

긴말이 필요 없었다.

눈빛만으로 상황이 읽혀졌다.

오래된 지인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사비나가 편안하게 다가왔다.

“상품 전시실로 갑시다.”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

둘을 이끌고 응접실로 나왔다.

“이곳입니다.”

“아!”

당연히 탄성을 터트리는 사비나.

“다시 봐도 대단합니다!”

제롬이 다시 한 번 추임새를 넣었다.

광빨 죽지 말라고 정령들을 이용해 청소했다.

내가 봐도 고광택의 유려한 스테인리스 제품들은 환상이었다.

평민들은 투박한 나무나 질그릇 식기를 사용했다.

흐뭇한 시선으로 응접실에 세팅된 스테인리스 제품을 감상했다.

사비나는 감탄하며 물건들을 감동의 시선으로 훑어봤다.

“이 제품은 뭔가요?”

제롬이 흥미를 보였던 여행용 코펠 세트를 지목했다.

상인다웠다.

“사비나 님. 이 물건이 정말 대단합니다. 이 조그만 솥 안에 10인 분이 넘는 그릇과 솥들이 들어 있습니다. 여행용 마차 부피를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제롬이 알아서 영업을 시작했다.

그가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사비나에게 전달하고픈 열정이 엿보였다.

나중에 보너스 좀 챙겨줘야 할 것 같았다.

“정말요?”

“물론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제롬이 능숙하게 시범을 보였다.

코펠을 열고 그 안의 제품들을 끄집어내 진열했다.

“대단해요!”

사비나 역시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태어나 이렇게 정교한 물건은 처음 볼 것이다.

이곳 기술로는 어떤 제품도 이렇게 완벽한 곡선과 매끄러운 표면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것도 동일한 균일성을 유지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이것저것 정보를 취득한 바에 의하면 아직 공작 제품은 없었다.

“아름다워요…….”

사비나의 손길이 그릇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연인의 뺨을 터치하듯 뭔가 모르게 애로틱했다.

상인이 아니라 고위 귀족가문의 여인 같았다.

“이물질이 하나도 없어요……. 정말 신이 내린 장인인 드워프 제품이 맞군요.”

사비나도 드워프 표식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기는 아니지만 사기가 됐다.

“귀족들이나 기사, 상인들이 여행할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집안의 명예를 드높일 장식품으로 최고일 것 같지 않습니까?”

사비나가 설명을 들으며 다른 제품들을 꼼꼼히 살폈다.

그녀가 생각해도 먹힐 만한 아이템이다.

“참고로 이 제품들은 드워프들 중에서도 능숙한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물건들입니다. 그들의 명예를 생각해 가격을 책정해야 할 겁니다.”

이제 밑밥은 끝났다.

거짓말은 아니다.

능숙에 최적화된 드워프 급 기계가 찍어낸 작품들이다.

“……다 명품들입니다. 영주님.”

사비나가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진심으로 감탄했음이 느껴졌다.

“당연합니다. 드워프들의 최신 공법이 적용됐습니다. 미스릴은 아니지만 녹슬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해로운 균도 죽이는 살균 작용은 덤입니다. 씻기도 아주 간편합니다. 한 번 구입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비나는 설명을 집중해서 들었다.

앞으로 홍보할 문구들을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바쁜 눈치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도록 가격을 책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싸게 팔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영주님……. 저희 상단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주심을 선한 신들의 이름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중하게 입을 여는 사비나.

“드워프들의 생산품들은 과거부터 가격 책정이 힘들었습니다. 대부분 귀족들이 사용하는 사치성 물품들이라 수요는 많았으나 공급은 적었습니다. 30년 전 제국 황실이 멸망함과 동시에 거래가 모두 끊기게 되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사비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적정한 이문도 남기고 꾸준히 거래를 위해 가격 책정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눈을 직시했다.

“접시 하나당……. 제국 보통 금화 한 개를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

씰룩거리는 입술을 겨우 진정시켰다.

금화는 18K 10돈 정도 나갔다.

2008년 시가로 150만 원 정도.

접시 하나당 1만 원에 구입했다.

무려 150배가 넘는 이윤이 남는 셈이다.

“큼.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써 헛기침을 뱉었다.

“그리하옵고…… 양이 많다면 특별히……. 더 지급할 용의가 있습니다.”

묘하게 일그러진 얼굴에 불안함을 느낀 사비나가 배팅을 더했다.

나이스!

떨리는 심장을 인내의 망치로 담금질했다.

“뭐……. 그 정도는……. 내가 편의를 봐주겠소.”

겨우 말을 꺼냈다.

내가 생각해도 이계로 온 후 성격이 더 좋아진 것 같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사비나가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 사비나를 향해 조용히 한 마디 더 던졌다.

“사비나 양.”

“네 영주님.”

“다 쓴 마력석은 얼마 정도 시세가 나가는가?”

“그 폐석들은 보통 금화 한 개 정도입니다. 마력석 소비가 많은 마탑과 마법사들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마력 가득한 마력석과 폐기된 마력석의 가격 차이가 심했다.

“그럼 모조리 구입해 주십시오! 모조리!”

“네? 모조리요?”

내 말에 눈을 깜빡이는 사비나.

의문 가득한 눈빛이었다.

궁금할 것이다.

그래도 말해 줄 수는 없다.

지구로 돌아가면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할지 모를 폐 마력석.

수십 억을 불러도 구매할 놈들이 천지일 것이다.

그런 물건이 여기서는 만 원짜리 스테인리스 접시 하나 값.

이런 가격 차이를 알면 사비나는 당장 나를 이계 날강도라 할 것이다.

- 칭호가 ‘이계에서 벼락 조심할 날강도’로 변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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