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6화 (276/1,284)

 # 276

회귀의 전설

276장. 클럽에서 (3)

휘이이이익.

차시훈은 세상이 뒤집어지는 환상을 맛봤다.

쿠우우웅!

바닥으로 무언가 강력한 힘에 의해 넘어지는 충격음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느껴지는 짜릿한 고통이 동시에 찾아왔다.

차시훈의 멍하니 얼이 나간 눈에 들어오는 한 장면.

몸 어느 한 곳도 움직일 수 없었다.

방금 전 자신이 손을 잡고 있던 여성이 탁탁 손을 털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짐작이 안 갔다.

정신은 혼란에 빠졌고 육신은 말을 듣지 않았다.

“쯧쯧. 그러니까 그 손 놓은 게 좋을 거라니까~”

여자 옆에 선 남자가 혀를 찼다.

“재수 없게 어디서 성추행이야!”

앙칼지게 외치는 여자.

“어머! 차시훈 아냐???”

“세상에……. K에서 여자 꼬신다더니 진짜였어?”

“저 새끼 완전 쓰레기래.”

클럽에서 시간을 즐기고 있던 여성들이 수군거렸다.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뒤로 넘어가면서 모자가 벗겨졌다.

“남자 망신 다 시키네…….”

“꼴좋다. 연예인이라고 폼 잡더니. 크크크.”

차시훈을 알고 있던 클럽 단골 남성들이 비웃음을 날렸다.

‘이, 이게 무슨…….’

정신이 서서히 돌아오는 차시훈.

몸을 움직였다.

“크으으…….”

뼈 마디마디가 맹수의 발길에 얻어터진 것처럼 고통이 일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대로 쪽팔릴 수가 없었다.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차시훈 주변으로 그를 둘러싸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

신나게 울리던 음악은 멈췄다.

“다, 당신……. 지금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를 악물고 차시훈이 김한별을 쳐다봤다.

“치한퇴치.”

간단하고 명료한 대답이 들렸다.

“어머~ 치한이래?”

“차시훈이 껄떡 댄 거야?”

“얼마 전에 나한테 추근댔잖아. 꼴좋다!”

귓가에 들려오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차시훈은 피가 차갑게 식었다.

잘못하다가 연예인 가십거리에 오르면 큰일이 난다.

소속사 사장이 깡패였다.

자유롭게 풀어줬지만 사건 터지면 알아서 하라는 경고를 받았었다.

오늘 일은 적당히 마무리 되어야만 했다.

“오해가 있었군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차시훈은 냉정함을 되찾으려 애썼다.

오늘 사건 잘 못 처리하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게 뻔했다.

“오해요?”

김한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자신의 거절 경고에 몇 번이나 치근덕거리고 손으로 부족해 허리까지 잡았다.

블랙 요원은 자격은 거저 얻었던 게 아니었다.

장태산에게 건방진 태도를 보이는 모습에 폭발했다.

단숨에 옷자락을 잡아 유도 기술로 넘겼다.

그냥 내뺐으면 됐을 텐데 이제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주변 반응을 보아하니 잘 나가는 연예인인 것 같다.

홍콩에서 일에 치어 한국 쪽 연예계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예지력이 사라지면서 잡무가 많이 떨어졌다.

신분을 위장한 가이드 일도 바빴다.

자신을 차시훈이라 밝히고 치근대는 족제비를 모르는 게 당연했다.

“오해였습니다. 그쪽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끌고 가려고 그랬어요?”

김한별은 더 어이가 없었다.

“이쪽에서는 다 그렇게 합니다.”

“네? 이쪽요?”

김한별은 주변을 둘러 봤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몇 명 보였다.

“처음 오셨습니까? 강남의 클럽 문화를 잘 모르시나 봅니다?”

눈치가 빠른 차시훈은 김한별 반응을 살피며 금방 파악해 냈다.

‘그럼 그렇지. 국내인 치고 나 차시훈을 몰라 볼 리가 없지~! 흐흐흐.’

위기의 순간에서도 자뻑에 빠지는 차시훈.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한 줄기 희망을 붙들었다.

“홍콩에 살았어요.”

순진한 김한별은 넘겨짚는 차시훈의 묻는 말에 순수하게 답했다.

“아! 그렇군요. 어쩐지 한국 정서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차시훈이라고 합니다.”

매너 있는 모습을 보이며 차시훈이 손을 내밀었다.

“???”

돌아가는 상황이 낯선 김한별.

그녀의 시선이 장태산에게 향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랐다.

진짜 오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랄을 까세요~.”

하지만 한별과 눈이 마주친 장태산의 입에서 찰진 한마디가 터졌다.

“오해? 넌 아무 여자나 마음에 들면 손잡고 허리까지 감냐?”

“말이 심한 거 아닙니까! 난 저 여성분이 마음에 들어서…….”

“너 약 했지?”

“!!!”

장태산의 말에 깜짝 놀라 당황하는 차시훈.

눈앞의 남자가 뱉은 말이 훅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심장이 바짝 쪼그라들었다.

***

이 새끼 약 처먹었다.

강한 성분 약은 아니지만 흥분제 종류가 확실했다.

눈빛이 살짝 풀렸고 입에서는 미세하게 약 냄새가 났다.

달콤한 향으로 가장 했지만 내 예민한 코를 피할 수 없었다.

TV에서 몇 번 봤던 놈이다.

드라마에서는 깨끗하고 순수한 재벌 2세로 나왔다.

아마 자신이 진짜 그런 인물인 줄로 아는 것 같았다.

내 기억에 이놈은 2013년쯤 성폭행 스캔들이 제대로 터졌다.

행태를 보아하니 그때 터진 일이 이런 일련의 일들이 쌓여 터졌던 것 같다.

“무, 무슨 소리 합니까! 지금 공인에게 협박하는 겁니까!”

방귀 뀐 놈이 성질냈다.

잘 걸렸다.

“아니면 됐지 왜 성질입니까? 지금 연예인 갑질합니까?”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

놈의 눈동자가 어쩔 줄 몰라 치켜 올라갔다.

보는 눈이 많아 주먹질까지는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쉽다.

걸리면 그냥 밟아 줄 자신이 넘치는데 놈의 간이 작았다.

“당신 가만 두지 않겠어!”

“가만 안 두면?”

“이이이!”

아오! 법이 녀석을 살렸다.

이계 같다면 그냥 몽둥이로 성질 풀릴 때까지 조졌을 것이다.

“무, 무슨 일입니까?”

그때 낯이 익은 인물이 등장했다.

“오랜만이네요. 사장님.”

“아이고! 대표님 오셨습니까!!!”

클럽 주인장이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팍 숙였다.

“우진룡 사장님이시죠?”

“네! 이름도 기억해 주시고 영광입니다!”

한국항공 자녀 정현주가 박살 날 때 모든 걸 지켜봤던 인물이다.

당시 우르르 몰려왔던 A.T 씨큐리티 직원과 한진웅 대표는 보는 것 만으로 기가 질릴 만했다.

덤으로 블랙 카드도 견식했던 사장이다.

“오늘도 폐를 끼쳤습니다.”

“아닙니다. 뭔가 잠시 오해가…….”

“여기 녹화되죠?”

“네?”

“스테이지 쪽 녹화 되느냐 물었습니다.”

“그게…….”

“저기 약 드신 연예인께서 제 친구를 성희롱했습니다. 정식으로 고소하고 싶은데 협조해 주십시오.”

“…….”

우진룡 사장이 당황해 눈알을 굴렸다.

녹화는 되는데 깔 수 없는 입장인 것 같았다.

“……저, 정식으로 고소하겠어! 지금 나를 약쟁이로 모는 거지! 그렇지!”

아직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차시훈이었다.

“그럼 112에 먼저 신고부터 하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얼굴이 딱딱하게 굳고 파랗게 질리는 차시훈.

새끼야!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다, 당신!”

“사과해. 정식으로!”

핸드폰을 들고 여유 있게 웃었다.

차시훈은 갈등했다.

인정할 수도 부정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는 눈치다.

“기자들 전화번호가…….”

“죄송합니다. 잠시 오해할 만한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차시훈의 고개가 바닥을 향했다.

자식이 눈치는 있었다.

오늘은 일단 용서해 줄 생각이다.

목숨을 구해줬던 블랙요원 한별이의 춤판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저런 놈 보내는 방법은 101가지가 넘었다.

“저…….”

순진한 블랙요원이 내 눈치를 봤다.

“이번 한번만 용서해 줍시다. 여기 영업도 방해를 받고.”

“그, 그래요. 그럼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줄게요! 당신 정말 조심해요! 어디 여자 몸에 함부로 손을 대요!”

허리에 손을 얹고 쌍심지를 켜는 김한별.

화를 내도 귀여웠다.

“죄송했습니다. 그럼.”

용서를 하겠다고 하자 차시훈은 모자를 주워 눌러쓰고 후다닥 도망을 갔다.

음악이 꺼진 클럽.

본의 아니게 두 번째 폐를 끼치게 됐다.

“뭐야? 끝났어?”

“재미없게……. 야. 우리 가자.”

“그래. 흥도 다 식었는데 무슨 춤은…….”

끓어오르던 피가 식어버린 청춘들이 실망한 듯 등을 돌렸다.

그들의 반응에 우진룡 사장 얼굴은 썩어갔다.

오늘 매출이 문제가 아니라 소문이 잘못 나면 이 장사는 금방 문 닫아야 했다.

얼마 전 사건은 잘나가는 놈들 상대로 벌인 행동이라 양심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얘기가 좀 달랐다.

마음 같아서는 몇 푼 하지 않을 이 사업장 인수하고 싶었지만 미래 투자가치가 없었다.

“치이…….”

김한별도 흥이 식어 버린 듯 실망하는 눈빛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다들 오늘 죄송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술값은 무제한으로 쏩니다.”

“???”

음악이 죽은 조용한 홀에 울려 퍼지는 내 목소리.

다들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지금 그 개소리 진짜냐는 눈빛.

“사장님.”

“넵! 대표님!”

“오늘 골든 벨 화끈하게 울리십시오.”

“알겠습니다! 대표님!!!”

“어머머! 진짜야? 오늘 술값 공짜야?”

“미친……. 진짜 재벌이라도 되는 거야?”

“와아아아아아아! 그럼 양주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는 사람들.

“디제이 님~ 디제잉 부탁드립니다~.”

“코오오오올! 마이 러브 브라더!”

디제이가 놀 줄 알았다.

그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클럽 홀에 울렸다.

“올~ 레뒤???”

“아임 레뒤!!!”

“Let’s Go! Party!!!”

그러고 보니 디제이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보이스가 사기꾼해도 될 만큼 매력이 넘쳤다.

두두두둥 두~ 두두두둥 두~♬.

그때 울리는 힙합의 흥겨운 비트음.

“예~”

김한별의 어깨가 다시 들썩거렸다.

홍콩에서 살았던 가닥인지 노는 물이 달랐다.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Poppin~ Bottles~♪”

흥겨운 랩이 울려 퍼졌다.

“오예! 달려!!!”

“파뤼 파뤼~”

판을 깔아주자 금방 흥에 취한 청춘들이 다시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도 몸이 움직였다.

한때 답답할 때 들었던 힙합의 중독적인 비트음.

눈앞에 김한별이 매혹적인 춤과 눈동자, 그리고 향기로 유혹을 날렸다.

그에 따라 반응하는 몸.

블랙요원과 같이 비트에 몸을 맡겼다.

그녀의 손이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겼다.

그러면서 드러난 달달한 눈빛이 촉촉하게 젖었다.

그리고……. 춤을 추며 리듬에 맞춰 그녀가 다가왔다.

쿵~ 쿠구구~ 두두두~♬.

귓가에 들려오는 강렬한 비트.

내 몸에 어느새 밀착해 몸을 흔드는 블랙요원 K.

“하아…….”

안기다시피한 그녀는 요사한 몸짓으로 품에서 요동쳤다.

살아 꿈틀거리는 매혹의 덩어리.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오빠…….”

K는 어느새 내 목을 두 팔을 감았다.

“오늘 밤에…….”

뭐! 어쩌라고!

오고가는 뜨거운 신호를 이제는 나도 안다.

나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어느새 땀이 밴 K의 옷자락.

그녀가 팔딱거리며 날 끝없이 유혹했다.

훅하고 화끈한 열기가 전신으로 퍼졌다.

아무래도 오늘 또 사고 치게 될 것 같았다.

“조심해서 다녀와~.”

응? 갑자기 무슨 말? 어디를 다녀와?

품에 온몸을 비틀고 있는 그녀를 살짝 떼어냈다.

그때 마주친 그녀의 눈동자.

“!!!”

이상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는 익숙한 풍경과 인간들.

“몸 조심해서…… 놀다와~. 덩치들 조심하고~.”

몽롱하게 취한 듯 멈추지 않고 말하는 K.

젠장……. 블랙요원 K…….

미래를 꿈꾸는 자! Dreamer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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