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0화 (270/1,284)

 # 270

회귀의 전설

270장. 마력석의 가치 (1)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마법의 돌이라도 돼? 비밀 연구 좋아하네~.”

그룹 산하 TS 큐셀의 수석 연구원인 김재열은 갑작스러운 테스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회사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지정하고 연구비를 투하했다.

김재열은 에너지 저장시스템인 ESS(Energy Storage System)에서 탁월한 연구 실적을 보였다.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꽤 큰 계약금을 받고 입사했다.

회사에서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연구 실적이 좋지 않았다.

오정이나 엘자 그룹에 비해 안아 그룹은 신생 업체였다.

쌓여 있는 연구 데이터가 빈약했다.

알고 있는 지식과 인맥을 동원해 겨우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었다.

그룹까지 흔들렸다.

다행히 TS 그룹으로 변경됐지만 사업은 계속됐다.

큐셀에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의 핵심이 바로 에너지 저장시스템이었다.

“리튬전지 연구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아우! 내가 회사를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화를 푹푹 삭이며 김재열은 유백색의 매끈한 돌덩어리를 테스트 장치에 넣었다.

“이런 돌덩어리가 뭐라고…….”

S급 연구로 결정이 났다.

사장급 이상의 결제를 통해 비밀서약까지 작성하고 실시되는 연구.

일요일도 반납하고 긴급 테스트에 들어갔다.

“넌 정체가 뭐냐…….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한판 돌리자.”

내려온 테스트 내용은 간단했다.

유백색 광물의 전기 저장 능력 확인이었다.

“일단 폭발 위험은 없는 것 같고~.”

지이이이이이잉.

전자기 테스트에서 자력이 거의 없는 상태임이 확인됐다.

비밀 테스트답게 다른 연구원들 없이 홀로 장치를 돌렸다.

“다음은 전력 흡수율 한 번 볼까~.”

테스트는 간단한 것들 위주였다.

전력 저장 능력, 발열, 강도 테스트가 전부였다.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연구실이었기에 안전장치까지 완비됐다.

강력한 전기 차폐막이 가동되는 장치에 돌을 넣고 전력 스위치를 연결했다.

플러스, 마이너스 극이 없어 간단하게 부하 테스트만 진행할 생각이었다.

스위치를 물렸다.

요즘 핫하게 개발하고 있는 리튬전지 테스트 장치에 유백색 돌이 들어갔다.

툴툴거리는 말과 달리 김재열은 차분하고 정확하게 진행했다.

“너의 밥통량을 보여줘~. 설마 돌은 아니겠지? 일단 100mAh 쏴주시고~.”

미약한 전류를 유백색에 투입했다.

스파크 정도가 튀길 분량이었기에 보호 안경도 사용하지 않았다.

스스스스슷.

1, 2, 3…….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어? 어라? 어…….”

100mAh 전류량이 통과되자 김재열은 놀랐다.

가공된 전지도 아니건만 달걀만한 유백석 돌은 전류를 가볍게 유통시켰다.

동시에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너 뭐야? 저장도 되는 거야!”

유백석 돌이 점점 빛을 발했다.

상당히 특이한 상황.

김재열은 장난기를 거두고 본격적으로 시험에 들어갔다.

“Wh로 해보면…….”

시험 단위를 변경했다.

전류량 곱하기 전압으로 결정되는 Wh.

급히 보호 안경을 착용하고 전압을 올렸다.

여러 테스트 기계도 동시에 가동했다.

스스스스스스슷.

전력이 투입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헛! 이, 이게 뭐야!”

파앗! 팟! 파아앗!

동시에 유백색 광물이 빛을 뿜기 시작했다.

전력량 투입이 늘어날수록 빛 또한 커졌다.

숫자가 미쳤다.

있을 수 없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김재열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헙!”

손으로 입을 가렸다.

전력 불안전성도 존재하지 않았다.

안정적 파장이 그래프로 보였다.

공급되는 전력을 다 빨아 마실 듯 흡수하는 유백색 돌덩이.

“키, 킬로와트?”

단위가 점점 치솟는 것을 보고 김재열은 심장이 쿵쿵 뛰었다.

아무런 가공 처리도 안 된 일개 돌덩어리가 엄청난 전력을 품었다.

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은 연구 물질이었다.

‘도대체! 이 돌은 뭐야!’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주입되는 전력.

“우아아아…….”

김재열은 참았던 신음을 길게 흘렸다.

찌지직 찌직 찌지지직.

쏟아지는 연구 데이터가 출력 됐다.

터지는 강렬한 에너지의 빛이 출렁이는 공간.

그리고 수치는 계속해서 치고 올라갔다.

김재열의 상식 따위는 가볍게 짓밟아 버리고 말이다.

***

“후훅……. 훅.”

폐부에 들어 찬 공기를 밖으로 빼났다.

자연스럽게 기가 순환됐다.

아침 해가 뜨려면 아직 먼 새벽 3시에 출발했다.

엄마를 모시고 어제 집에 왔다.

그리고 새벽 일찍 산에 올랐다.

서울과 달리 맑은 산기운이 잠을 깨웠다.

숨은 생각보다 차지 않았다.

개조된 육체는 한계를 몰랐다.

평지처럼 뛰어다녀도 탄탄한 허벅지 근육이 받쳐줬다.

한반도에서 아직은 덜 오염된 지역의 자연 기가 숨을 타고 흘렀다.

“하아~.”

길게 숨을 쉬었다.

뒷산을 넘어 산맥을 탔기에 상당히 먼 거리였다.

“아공간 소환!”

아무도 없는 산속이었다.

등산로도 없고 멧돼지 때문에 약초꾼도 찾아오지 않는 장소를 선택해 아공간을 열었다.

스윽 도끼를 뽑아들었다.

“이거 은근 중독이라니까.”

손에 들린 도끼의 묵직함에 만족했다.

서울에서는 무식한 외양 때문에 마음껏 휘두르지 못했다.

휘이잉!

가볍게 휘두른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실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걸로는 한계가 있어.”

총알이 난무하고 이제는 마법까지 등장했다.

30프로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

내공을 주입하자 무기를 통해 마력이 발산되었다.

마력도끼는 우윳빛 광채를 뽐냈다.

“탓!”

도끼를 들고 풍차처럼 돌았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중이라 마음껏 기를 풀었다.

쇄애애애애앵.

도끼가 허공을 가르며 거친 파공음을 만들었다.

태극오행양의권을 변형한 도끼술이 시전됐다.

도끼가 바람을 가르며 춤을 추었다.

머리에 기억되어 있는 환영을 따라 손이 움직였다.

쇄애앵!

근력과 마력이 담긴 도끼는 자신의 광포함을 숨기지 않았다.

가르고 베고 쪼겠다.

호흡과 도끼에 집중했다.

한 동작 동작이 정확하고 명료했다.

마음껏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마력의 흐름이 끊어지면 도끼의 흐름도 멈추는 법.

실전에서는 죽을 수도 있는 상황.

도끼와 호흡법의 완벽한 조화를 위해 쉬지 않았다.

팟! 파아앗!

유백색 마력이 맛깔스러웠다.

아직 떠 있는 반달 속에서 몰아일체가 됐다.

깊은 밤을 지나 새벽 사이 언저리에서의 도끼 춤사위가 아름다웠다.

마치 도깨비불 같았다.

극한으로 정신과 몸을 집중하자 강렬한 쾌감이 느껴졌다.

마약과 같은 중독이었다.

“휴우.”

길게 숨을 쉬며 호흡을 갈무리했다.

아쉬움이 밀려왔다.

좀 더 강하고 화끈한 공격 방법과 방어능력이 요구됐다.

“응?”

그때 코끝에 싸하면서 익숙한 향기가 맡아졌다.

“이렇게 향기가 진하다면…….”

타다다닥.

향기를 쫓아 내달렸다.

“!!!”

곧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는 녀석을 마주했다.

“대박!”

아버지가 가끔 산에서 캐왔던 녀석들과 사이즈가 달랐다.

“족히 수십 년은 넘겠는데?”

도끼를 들고 바닥을 빠르게 팠다.

손에 애들 팔뚝만 한 대물 더덕이 잡혔다.

사삼이라고도 불리는 더덕은 자양강장과 해독, 가래, 기침에 특효약이다.

성질이 부드럽고 독성이 없어 훌륭한 보약이라고 화타의 기억이 말해줬다.

이 정도 더덕이라면 산삼에 버금가는 사포닌을 품었을 게 분명했다.

“산신령님! 잘 먹겠습니다~.”

흙을 탈탈 털었다.

입추가 지났으니 약효는 충분히 뿌리에 농축 됐다.

“크으!”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진한 향취.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하게 넘어가는 더덕 특유의 맛이 기가 막혔다.

입안에서 퍽 터지는 우윳빛 액체는 상쾌하기까지 했다.

대물에 최상품이었다.

“하아!”

아이 팔뚝만한 더덕을 모조리 씹어 삼키자 탄성이 절로 터졌다.

- 마력이 상승했습니다.

“굿!”

예상대로 대박이 터졌다.

“당분간 산 좀 타야겠는데?”

약초꾼들이 나이가 들고 멧돼지가 무서워 들어가지 못하는 산에 자연 재료들이 많았다.

아공간에 축적할 식품들이 필요했다.

산 버섯 같은 자연 식품은 가능했다.

동네 슈퍼에 내려가 구입한 농약에 절은 놈들은 아공간이 뱉어냈다.

꾸르르르르르.

갑자기 등 뒤에서 요상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동터오는 새벽빛을 받아 번뜩이는 샛노란 눈동자.

“뭐야? 내가 만만하게 보여?”

호랑이 없는 산에서 대장 놀이하는 멧돼지가 날 노려봤다.

족히 200킬로는 나갈 것 같은 대형 멧돼지였다.

“니가 우리 고구마 밭 아작 낸 놈이냐? 딱 보니까 맞네~.”

도끼를 세워 들었다.

요즘 들어 과수원과 밭에 멧돼지가 출몰한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꾸에 꾸에에!

겁대가리를 상실한 멧돼지가 흉포한 이빨을 드러냈다.

“귀여운 새끼~ 너 오크 알아? 내가 임마 네놈들 우주 사촌인 오크하고 맞짱 뜬 남자야!”

놈과의 거리는 약 10미터.

도끼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멧돼지는 도망가지 않았다.

총 든 인간만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지역 패자로 군림한 놈이 마력 맛을 알 리 없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지금 내가 먹어버린 더덕을 노린 것 같았다.

꾸에에에에에에에!

멧돼지가 울부짖으며 돌격했다.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이다.

오늘 임자 잘 못 만났다.

“푸하하하핫!”

더덕의 힘인지 대차게 비웃음 터졌다.

과격하게 돌격해 오는 멧돼지 놈의 눈동자가 살기로 번들거렸다.

사람도 잡아먹을 것 같은 흉포한 놈이었다.

마력 가득한 담긴 도끼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대로 다가오는 멧돼지 대가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오크 잡던 그 실력 안 죽었다.

콰지직!

“…….”

달려오던 모양 그대로 대가리가 깔끔하게 두 쪽이 난 멧돼지.

비명도 없이 단박에 쓰러졌다.

“이것도 자연식품 맞지? 그럼 아공간이 받아줄까?”

재능을 아끼면 똥 되는 법이다.

뭉클 뜨거운 선지피를 흘리는 멧돼지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누구야?”

핸드폰에 찍힌 시각은 새벽 5시 30분.

이 시간에 나에게 전화할 사람이 없었다.

“하 회장님?”

ST 그룹의 하관우 회장이 새벽부터 전화를 했다.

- 회, 회장님!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하관우 회장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 있습니까??”

- 터, 터졌습니다! 큰 사건이!

“무슨 사건요!”

- 회장님이 주셨던 그 돌덩이요. 그 돌덩이가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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