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6화 (266/1,284)

 # 266

회귀의 전설

266장. 아우라의 그녀들 (2)

서, 서련아 너 맞는 거지?

세상에 아직도 키가 크고 있는 중이라니!

그 사이 얼마나 됐다고 2센티는 큰 것 같았다.

여자 1센티는 남자 5센티와 맞먹는 키다.

뿐만 아니라 이 달달한 향기라니…….

이제 더는 과거의 고삐리 냄새나던 소녀가 아니었다.

아직 열아홉 미성년자가 성숙미를 한껏 풍겼다.

품에서 느껴지는 감촉도(?) 과거와 확연히 달랐다.

“이사니이이이임!”

뿐만 아니라 대기 중이던 멤버들까지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왔다.

오! 샤방 샤방 아우라가 진짜 보였다.

탑 걸 그룹만이 풍길 수 있는 지존의 아우라.

황연태 대표의 말이 진짜임을 실감했다.

“오빠~ 뭐야?”

“뭐가?”

“낯선 여인의 향기가 한둘이 아닌데?”

서련이 촉은 여전히 진짜 살벌했다.

황연태 대표 쪽이 아니라 서련이 집안 쪽이 대신의 내력이 있는 것 같았다.

“서련아. 이사님 한참 뜨거울 나이잖아~. 그렇죠?”

리더 주민이 공적인 자리라고 말을 높였다.

한쪽 눈을 찡긋하는 주민.

황금 단발이 오늘따라 더 밝게 보였다.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충만하면서 활기와 매력도 넘쳤다.

여자들의 변신은 무죄라더니 실감이 났다.

“이사님~ 보고 싶었어요~.”

17세 막내 선미가 보조개 미소를 날렸다.

진짜 소녀다운 귀여움으로 무장했다.

“오늘은 맛있는 거 없어요? 흐이이잉~ 요즘 다이어트 하느라 배고픈데~.”

긴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미나가 얼굴을 찡그렸다.

멤버 중에 가장 키가 큰 것 같다.

“이사님이 보모니?”

새침때기 윤나가 한 마디 거들었다.

도도한 여인의 표본 같은 윤나도 남성 팬이 많았다.

“서련아……. 떨어져라. 나도 좀 안겨보자!”

“맞아! 언니만 보고 싶었던 거 아니잖아!”

“싫어! 오빠 품에 오랜만에 안겨 본단 말이야. 나 힐링 좀 하자!”

“와아아아……. 뻔뻔해!”

멤버들의 모든 관심을 받는 자리가 결코 싫지 않았다.

“이사님 바쁜 분이다. 오늘 너희들 때문에 특별히 신곡 녹음도 하고 시간도 냈다. 그러니까 장난치지 마라. 지금 바짝 떠야 나중에 후배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아.”

황 대표가 분위기를 정리했다.

걸 그룹도 한 철이라는 걸 잘 알았다.

애들 눈빛이 변했다.

후배들이 무섭다는 걸 이미 아는 눈치다.

“악보는 숙지했지?”

“넵! 이사님!”

목소리에 파이팅이 넘쳤다.

“노래는 따로 녹음해서 가이드라인 잡아 놨으니까 대표님이나 선생님들하고 맞춰봐. 지금부터는 기본 안무 가르쳐 줄 테니까.”

“이사님. 저기 탈의실에 옷 준비 되었습니다. 갈아입고 오시면 됩니다.”

황연태 대표가 극진하게 대접했다.

“대표님~ 그런데 왜 이사님을 그렇게 어려워하세요?”

“맞아. 대표님인데 이사님이 회장님 같아요!”

애들이 눈치가 바보는 아니다.

“설마……. 돈 빌렸어요?”

“오빠 사채 빌려준 거 아니지?”

애들 생각하는 수준이…… 바보다.

“연이율 100프로다. 너희들까지 연대보증으로 엮였으니까 바짝 벌어서 갚아~.”

“헐! 저, 정말인가요?”

“우아아앙! 속았어! 속아!”

“오빠……. 난 빼주면 안 될까? 이제 엄마 차 사줬는데~.”

“서련이 언니 거짓말이에요! 아빠 차까지 사줬어요!”

유쾌한(?) 농담이 오고 갔다.

탈의실로 들어갔다.

탈의실에는 일처리 빠른 황대표의 배려로 깔끔한 안무복이 준비돼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걸 입으라고? 여기서?”

딱 봐도 쫄쫄이.

한숨을 푹 쉬며 옷을 갈아입었다.

쫀쫀하기 그지없지만 나름 편안한 스타일의 안무복이었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멤버들도 쫄쫄이 요가복 같은 복장으로 준비가 됐다.

그들이 쫄쫄이 맨처럼 나타난 날 봤다.

“꺄아아아아아악!”

“이, 이사님!!!”

“으아아아아아아……. 죽인다!”

“오빠! 안 돼! 나만 볼 거야!”

갑자기 난리가 났다.

완벽하게 핫한 근육들이 모두 드러나 보이는 옷차림.

손으로 눈을 가리는 척하며 FOB 멤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황 대표를 봤다.

계획적인 게 확실했다.

“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몸이 죽입니다. 이사님~ 아이돌이 싫으면 모델은 어떻겠습니까? 그림 나옵니다!”

손가락으로 카메라 자세를 취하며 활짝 웃는 황연태 대표.

어떻게든 날 팔아먹으려는 못된 업자다.

안무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서련이와 FOB에게 갖고 있던 마음의 빚을 이제는 정리할 순간이다.

“모두 주목하십시오. 이번 안무 콘셉트 절도 있으면서도 동시에 여성스러움과 귀여움을 강조할 겁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잘 보고 배우십시오. 황 대표님! 녹화 준비 됐죠?”

“물론입니다. 음악 바로 틀까요?”

“바로 시작하죠.”

지금부터는 가르치는 시간.

표정을 바꾸고 자세를 잡았다.

둥~♩.

그리고 울리는 강렬한 비트음.

“지나간 밤과~♬ 이 맘을 루타타~♬”

경쾌하고 빠른 음악에 맞춰 몸이 완벽하게 움직였다.

이곳에 오기 전 뜨겁게 진이 누님과 한판 춤을 추고 왔다.

각 파트별로 맞춰 완벽하게 자세를 숙지했다.

그렇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안무.

강렬한 손짓과 유연하면서도 절제미가 가미된 몸짓이 터졌다.

“오오!”

“와아……. 대박.”

보고 있던 FOB 멤버들이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붉게 달아오른 볼과 반짝이는 그들의 눈동자.

걸 그룹 소녀들 가슴에 불을 확실하게 질러줬다.

***

“왜 땀만 닦아주지 몸을 만져? 아우! 저 여우들 같으니라고!”

3시간에 걸쳐 안무를 시현하고 자세를 잡아줬다.

각 멤버들의 포지션에 맞게 안무를 완성했다.

정상급 걸 그룹들답게 금방 안무를 외웠다.

기초가 탄탄하니 가르치는 맛이 났다.

하지만 그녀들은 사심을 절대 감추지 않았다.

쉬는 타임마다 다가와 어깨를 안마하고 땀을 닦아줬다.

후끈 맡아지는 걸 그룹들의 땀 냄새는 그 어떤 페르몬 계열 향수보다 강렬했다.

거기에 달콤한 숨 냄새는 덤이었다.

지독한 고문보다 참는 게 힘들었다.

그녀들의 터치는 계획적 에로티즘으로 넘쳤다.

서련이 철벽 방어에 나섰지만 여섯 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끔찍하면서도 황홀한 시간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 먹자는 걸 뿌리쳤다.

이제 애들이, 애들이 아니었다.

과거와 달리 성숙한 여성에 가까웠다.

좀 더 멀리 떨어트릴 필요가 있었다.

처음 시작했던 순수한 마음이 오염되는 건 원치 않았다.

서련이가 매력적이고 적극적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오빠 여동생 관계가 편했다.

“아우라가 섹시 아우라였다니……. 무섭다.”

주변 환경과 생활 습관 등으로 그녀들의 관상도 변했다.

과거보다 더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매력이 더해졌다.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라 바로 바뀌는 법이다.

어제의 망나니가 내일의 성자가 될 수도 있는 게 바로 인간이란 존재들이었다.

오직 인간만이 모든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마음만 바꾸면 지옥도 천국이 될 수 있다는 성자들의 가르침은 거짓이 아니다.

“박자가 틀렸잖아! 거기서는 엇박자로 한 옥타브 내려야지!”

“죄, 죄송합니다!”

“실수하는 건 상관없지만 노력을 게을리하지 마! 너희들은 탑이 아니라 연습생들이야!”

“넵!”

곳곳에서 호된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터졌다.

지하 연습실 규모가 상당했다.

대형 건물답게 지하 2층 통으로 연습장이 완비됐다.

돈을 아끼지 않고 처발라서 바깥보다 더 쾌적한 환경이었다.

그곳들을 돌아보며 연습생들을 지켜봤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 회사의 주인은 나였다.

연습생들이 흘린 땀방울들이 모여 수익을 창출하고 동시에 후배들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결코 푼돈 벌자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다.

- 카르마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요즘 뿌리는 사업이 많아 수시로 알림이 들렸다.

돈처럼 포인트가 넘쳐서 손해 날 일이 없었다.

하다못해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도 유용했다.

“난 아직 바보 같아~♫ 날 수 있는 날개가 없어! 이카로스~♬ 넌 비상하지 못한 천재~! 만 개의 깃털을 모아! 날아갈 거야! 난 이카로스! 아직 날 수 없는 눈물의 바보~♪~”

그때 흥겨운 비트음과 함께 랩이 들렸다.

남자 래퍼였다.

뭔가 심장을 아릿하게 만드는 뛰어난 랩 실력이었다.

지하 연습실 2층의 구석진 공간.

다른 연습실과 달리 구색만 갖춰진 듯 아주 작았다.

그곳에서 회사에서 육성하지 않는 정통 랩이 들려왔다.

비트와 가사로 구성되며 복잡한 멜로디보다 익숙한 리듬에 기반을 둔 보컬 기술의 일종이 랩이다.

보고받기로 회사에 랩 전문 가수는 없었다.

이 시기는 아직 래퍼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때다.

기성세대들에게는 흑인들이나 즐기는 수준 낮은 음악으로 취급 받았다.

하지만 서서히 가요계를 잠식한다.

세상을 향한 화 끓는 청춘들이 애용하게 되는 음악 장르가 된다.

래퍼들을 위한 전용 대회가 몇 년 후에 등장할 정도다.

“난……. 아직 날개가 없어……. 이카로스……. 흑……. 흐흐흑.”

갑자기 랩을 부르던 래퍼가 울음을 터트렸다.

앳된 목소리였다.

울음소리를 듣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이곳 연습실을 사용한다면 회사 소속이라는 말이다.

똑똑.

조용히 연습실을 노크했다.

“……누구세요?”

울음을 억지로 참느라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무슨 일 있어요?”

“네……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의기소침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귀에 익숙한 음성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회사 이사 신분이기에 가능했다.

백색 불빛 아래로 보이는 녀석은 내가 아는 놈이다.

이제 피기 시작한 여드름 꽃에 얼굴을 잠식당한 소년.

“래혁아~.”

“어……. 형!”

한쪽 구석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있던 녀석이 벌떡 일어났다.

회사 연습생 면접 때 로비에서 만났던 흥을 주체하지 못했던 녀석.

래혁이라는 가명을 사용한다고 했던 그 녀석이었다.

래혁은 반가움과 놀라움에 날 형이라 강하게 불렀다.

아직 내가 이사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뭐냐? 여자 친구에게 차였냐? 울었어? 쪽팔리게~.”

“……헤에.”

이럴 때는 어설픈 위로보다 직진 말투가 상대를 더 편하게 하는 법이다.

녀석이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연습생 생활이 힘들어?”

“아니…… 그게…… 좋아요…….”

“아닌 거 같은데?”

자연스럽게 연습실 의자에 앉았다.

“하아아…….”

한숨을 길게 쉬는 래혁.

“마동준. 시작도 안한 놈이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한숨이 깊어? 누가 너 팼어? 왕따 시켜? 형에게 말해. 싹 강냉이 털어줄게!”

로비에서 잠깐 스쳤던 인연이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흥이 넘치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기기에 딱인 녀석이다.

노래나 춤 실력이 살짝 부족했었지만 내가 합격시켜줬다.

아이돌이라고 해도 다 춤과 노래가 완벽한 건 아니다.

한창 클 나이 때의 청소년들이라 중심에서 분위기를 잡아 줄 멤버도 필요한 법이다.

황 대표도 인정하고 뽑았다.

그런데 그렇게 흥이 넘치던 녀석이 힘들어 보였다.

“형……도 연기 연습생이죠?”

“나? 그, 그렇지. 나도 연습생이다.”

여기 말고 인생 두 번 사는 복 받은 연습생.

“저 실력이 없대요……. 발전이 없다고…….”

“누가 그래? 너 실력 괜찮았다.”

“제가요.”

“응? 뭐라고?”

말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사실은 전 래퍼가 되고 싶었어요. 스눕 둑 같은 래퍼가 꿈이에요.”

“그래? 그런데 왜 이 회사에 왔어? 여기는 래퍼 안 뽑잖아.”

전혀 알지 못했던 녀석의 꿈이었다.

“배고파서요…….”

“배고파?”

“흐으윽……. 래퍼로는 밥 못 먹고 살잖아요……. 지하 셋방 사는 우리 할머니 집 사주고 싶은데……. 래퍼는 돈 못 벌어요. 흐으으으윽.”

갑자기 펑펑 우는 래혁.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어린 영혼이었다.

프로필에도 가정상황이 좋지 않다고 나와 있었다.

“흐음…….”

방금 들었던 랩을 다시 되새겨봤다.

상당히 괜찮았다.

아직 꽃피기 전인 랩 시장.

앞으로 몇 년 후면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진화한다.

“래혁아.”

결심이 섰다.

“네?”

“너 미국 유학 한 번 가볼래?”

“유, 유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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