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0화 (260/1,284)

 # 260

회귀의 전설

260장. 갑질의 정석 (2)

“뭐야? 물건들이 왜 다 이따구야? 질 떨어지게…….”

강남에 위치한 안아 그룹 산하 갤럭시 명품 백화점 서관.

신경질적으로 빼빼 마른 한 여인이 진열된 명품들을 보고 입을 삐쭉였다.

눈에 가득 찬 허영과 사치, 그리고 까칠함에 쉽게 사람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뒤를 따르는 여비서도 숨을 죽였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시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마음껏 활개를 쳤다.

바로 얼마 전 남편에게 얻어터진 후 그 분이 아직 남아 있는 한국항공 안주인 조인화였다.

‘이곳이 그 새끼가 연관되어 있다고 했지? 오늘 딱 걸렸어!’

남편인 정중용 회장에게 얻어터진 후 울분의 나날을 보냈다.

딸에게 손찌검을 했던 장태산이 안아 그룹 인수자 중 한 명임을 알았다.

제대로 분노를 풀기 위해 갤럭시 백화점을 찾았다.

눈에 간간이 들어오는 명품들이 보였지만 양에 차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한국 항공 직원들을 이용해 면세 가격으로 쇼핑할 수 있었다.

한국항공 안주인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해외 명품 매장들도 비행기에서 팔아주는 물건이 있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찔러줬다.

그런 조인화 눈에 질 낮은 명품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이건 뭐야?”

조인화가 걸음을 멈추고 사악한 눈빛을 빛냈다.

그녀도 처음 보는 신상 한정판 컬렉션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 구짜의 한정판 모델.

탐욕과 함께 조인화의 분노 게이지가 상승했다.

“오 비서. 이 물건 왜 나에게 보고 안 했어?”

“……파악해 보겠습니다.”

“야! 내가 신상 한정 컬렉션은 바로 보고하라고 했지! 너 월급 받으면서 그거 하나 처리 못해? 미친 거 아냐?”

사나운 조인화가 으르렁거렸다.

“죄, 죄송합니다. 사모님.”

오 비서의 허리가 90도로 꺾였다.

지랄맞은 성격에 한 마디 더했다가는 손이 날아올 수 있었다.

“똑바로 해라. 똑바로!”

짧게 퍼붓고 조인화는 구짜 매장에 걸어 들어갔다.

이미 직원들은 긴장 상태에 휩싸였다.

한눈에 봐도 명품으로 쫙 빼입은 조인화가 범상치 않다는 걸 알았다.

여비서까지 동원할 정도라면 그룹 사모님 수준이다.

뒤에 물건을 들어줄 보디가드도 두 명이나 대동했다.

“어서 오십시오~”

친절로 무장한 여직원들이 스마일로 응대했다.

“이거 신상이야?”

거침없이 손을 뻗어 악어가죽 가방을 손으로 만지는 조인화.

분명 손으로 만지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 있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직원들 안색이 미미하게 변했다.

이럴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무지막지한 갑질 손님 매뉴얼은 백화점에 없었다.

“박음질 마무리가 잘됐네. 디자인도 괜찮고……. 카이만 가죽치고는 좋네.”

“사모님. 카이만 가죽이 아니라 배열이 아름답고 무늬가 작으며 조각수가 많은 최상급 엘리게이터 가죽으로 제작된 2008년 전 세계 100점만 출고된…….”

“야!”

웃으면 설명하던 여직원에게 갑자기 불똥이 튀겼다.

“네?”

“너 내가 우습게 보야? 악어가죽 하나 구별 못하는 눈구멍 삔 병신으로 보이냐고!!!”

“…….”

조인화가 버럭 소리를 쳤다.

1층 명품 매장에서 쇼핑하던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한국항공 사모님 아냐?”

“어머……. 성격 안 좋다더니 진짠가 봐.”

“자기들끼리만 살아서 안하무인이래.”

“우리 아빠 친구가 저 회사 임원인데 매일 매일이 전쟁이래. 정 씨 집안 패밀리 수발드는 게 하루 일과래.”

“싼티 난다. 정말…….”

여러 곳에서 수군거렸다.

작은 강남 바닥에서 10대 그룹 재벌 사모님에 대한 정보는 빠르게 돌았다.

개중에 언제나 인성 바닥 탑을 달리는 조인화.

눈이 회까닥 돌아갔다.

“그게 아니라 손님……. 이 제품은…….”

짜아악!

“아악!”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설명하려던 여직원의 뺨에 불통이 튀었다.

“일개 점원 따위가 어디서 교육질이야! 니 월급 받아서 이런 거 살 수 있어? 돈도 없는 게 가죽과 명품에 대해서 뭘 알아? 소유도 못한 것들이 주둥이로만 나불거리면 다야!!!”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조인화 몸에서 어둠의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손님 화를 푸십시오. 저희 직원 응대가 미진한 부문에 대해서는…….”

“넌 뭐야?”

“여기 점장입니다.”

“점장? 너 짤리고 싶지? 그래서 나에게 이렇게 막 대하는 거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무식하니 알 리가 있나~.”

다다다다 퍼붓는 조인화의 말에 중년 점장 여인은 할 말을 잃었다.

명품 매장에 근무하면서 이 정도로 무식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간혹 돈 많은 졸부들이 무식한 행동을 일삼긴 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다.

손찌검을 퍼부을 정도로 막돼먹지 않았다.

“나! 한국항공 안주인 조인화야! 조인화!!!”

조인화가 악을 썼다.

제정신이 아닌 듯 눈이 돌아가고 흰자가 보였다.

시아버지로 인해 억눌려 살았던 시절의 스트레스가 병이 됐다.

평소 성질 더러웠던 그녀가 참고 살았던 약 20년의 세월은 약이 없었다.

남편에게 얻어터진 분노까지 더해져 폭발했다.

그런 조인화가 점장의 가슴을 손으로 찔렀다.

“손님 참으십시오. 죄송합니다. 화를 푸시고…….”

점장이 본능적으로 가슴을 찌르는 손을 잡았다.

“놔! 이 잡것이 어디다 손을 대! 야! 막아!”

조인화를 따라온 경호원들이 말리던 점장을 막았다.

“악! 아아악!”

악을 쓰는 조인화.

부드득 부드드득.

왼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뜯어 바닥에 던졌다.

양에 차지 않은 듯 구두 굽으로 가방을 짓이겼다.

누가 봐도 미친년 같았다.

다만 자신만 몰랐다.

“이 거지같은 X발 것들이 누구를 감히 무시해! 노예들 주제에 누굴 가르치려 들어!!!”

눈이 돌아간 조인화는 진열되어 있던 가방들과 상품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졌다.

화두두두두둑. 퍽!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여기 대표 나오라고 해! 이 따위 것들을 내보내서 사람을 열 받게 해! 니들 다 망하고 싶어!!!”

조인화의 갑질은 유명했다.

다른 재벌 사모들과 달리 한국항공에서 생수부터 시작해 과일, 명품들까지 모두 수입하는 그녀였지만 가끔씩 백화점에 들러 이렇게 갑질을 즐겼다.

한국항공 사모라는 위치 덕분에 대부분 무마가 됐다.

화를 내도 당한 직원들이 사과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오늘도 그렇게 될 거라 조인화는 예상했다.

한국항공의 재력이 그 정도는 됐다.

“멈춰!”

그 때 갑자기 들려오는 차가운 일갈.

조인화의 손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분노에 찬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젊은 미청년.

‘이 새끼는 뭐야? 지가 뭔데 반말이야!’

놈의 말에 자신이 멈췄다는 사실 자체에 조인화는 또 분노했다.

깔끔한 옷차림에 잘생긴 모습이 여기 백화점 명품 코너 직원 같아 보였다.

“너 뭐야! 니가 뭔데 멈춰라 마라 지랄이야! 내가 누군 줄 알아!”

악을 쓰며 조인화가 달려들었다.

쉬이이잇.

꼭지가 돌아 날린 손.

턱! 하고 손이 남의 손에 잡혔다.

“너, 너 이 손 안 놔!”

조인화가 당황했다.

“당신 뭐야? 그 손 안 놔!”

경호원들이 남자에게 거칠게 달려들었다.

뻐억! 뻑!

하지만 달려오던 그대로 조인화의 경호원들이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코피가 터지며 쓰러진 두 경호원.

어떻게 맞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멍하니 바닥에 널브러졌다.

“꺄아아아악!”

주변의 여성들이 비명을 질렀다.

대낮 백화점은 여성 고객과 점원이 대다수였다.

조인화의 갑질을 구경하던 그들은 폭력 행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X새끼야!”

조인화는 손에서 느껴지는 압력에 욕을 퍼부었다.

이런 경우는 태어나 처음 겪었다.

누군가 자신의 몸에 강제로 손을 댄다는 사실에 돌아버릴 것 같았다.

타다다다다닥.

그 때 갤럭시 명품 백화점 지점장과 안전요원들이 달려왔다.

“뭐하십니까! 그 손 놓으십시오!”

누가 봐도 연약한 여자를 붙잡고 있는 남자다.

남자가 손을 놨다.

“당신들 뭐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고함을 지르는 조인화는 진짜 미친년 같았다.

“진짜 성격 지랄이다.”

“한국항공……. 사모가 저 정도일 줄이야.”

“나 한국항공 앞으로 안 타련다.”

보고 있던 여성 고객들이 고개를 저었다.

누가 봐도 완전 상또라이였다.

“지점장 최민석입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1층 명품 매장에서 난동이 났다는 소식에 지점장이 직접 달려왔다.

안아 그룹 주인이 바뀐 이후 임원급들 모두 요즘 바짝 긴장했다.

임원들은 직원들과 달리 모두 계약직이다.

윗선의 눈치를 빠르게 파악해야 할 정치적 감각이 필요했다.

그런데 아직 사주측의 정확한 뜻을 알아내지 못했다.

한국적 대기업 정서와 안 맞는 지시가 수시로 내려왔다.

과거와 다른 사주의 명령을 받았다.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 하고 조직에 갑질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하지만 손님 문제는 달랐다.

명품 백화점 손님들 대부분이 까칠하고 싸가지가 없었다.돈질 맛을 아는 그들은 아랫것들이 필요했다.

상대하는 직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이었다.

지점장 최민석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사주가 바뀌어도 실적에 영향이 가면 안 됐다.

요즘 갑작스런 위기론으로 매출이 뚝 떨어졌다.

“나 한국항공 안주인 조인화야.”

조인화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최민석의 고개가 팍 숙여졌다.

그도 조인화 성격은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분명 생트집을 잡고 직원에게 갑질을 했음이 확실했다.

하지만 따질 수 없었다.

강남 명품 백화점에서 여성 고객은 왕이 아니라 황후였다.

“영광은 됐고. 도대체 지점장은 애들 교육 어떻게 시키는 거야? 가죽에 대한 기본도 모르고! 손님 기분 맞출지도 모르는 것들이 VIP 상대하겠어? 이래서 안아가 망한 거야! 내 말이 틀려?”

지점장과 안전요원이 나타나자 조인화는 콧대를 세웠다.

망한 안아 그룹을 들먹였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응대에 대해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 지점장의 고개가 바닥을 향했다.

보는 눈이 많았다.

겉으로 욕을 하지만 이렇게 응대하지 않으면 싸가지 없는 매장이 됐다.

강남과 부자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최민석 지점장이었다.

지금 조인화에게 수군거리지만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손님들이다.

“그리고 이 자식 뭐야? 당신 직원이야?”

조인화의 손가락이 한 청년에게 향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얼굴은 잘생겼고 입고 있는 옷은 모두 명품이었다.

“백화점 직원이 아닙니다.”

“흥! 그렇지? 미친 놈 맞지?”

조인화가 코웃음을 쳤다.

“당신들 봤지? 이 자식이 내 팔목을 잡고 경호원들 팬 거 다들 봤지? 똑바로 처리하지 않으면 나 고소할 거야! 백화점까지 싸그리 말이야!”

조인화가 기세등등 입을 열었다.

“…….”

최민석은 당황했다.

처음 보는 청년을 고소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조인화의 요구를 대놓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고소해.”

청년이 빙긋 웃으며 고소하라고 했다.

“대표님! 제가 폰으로 다 찍어 놨어요.”

“소문 안 좋더니 진짜 사실이네. 한국항공 집안에 여자 잘못 들어왔다더니……. 어머니 괜찮으세요?”

“난 괜찮아.”

청년 뒤에 있던 미모의 여인들이 거들고 나왔다.

두 명의 아가씨와 한 명의 중년 미부인.

한눈에 봐도 포스가 범상치 않았다.

특히 까칠해 보이는 도도한 미녀는 한국항공 집안을 언급할 정도로 뭔가 있어 보였다.

“불여시 같이 생긴 게! 뭐라고? 여자가 어째!!!”

쌈닭의 화신 같은 조인화는 다시 불이 붙었다.

뒤에서 욕하는 인간들은 많았지만 앞에서 대놓고 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도도희와 그 옆에 있던 중년 부인의 포스에 달려들지는 못했다.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오 비서! 경찰에 신고해. 그리고 그룹 변호사들 불러!”

“넵! 사모님!”

오 비서가 핸드폰을 들었다.

최민석 지점장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한 번 소문이 나면 추락한 매출은 몇 달 동안 회복하기 힘들었다.

“지점장님.”

그때 청년이 지점장을 불렀다.

“네……. 손님.”

“신문사에 전화하세요. 한국항공 사모님이 백화점에서 갑질 난동 부린다고 하면 달려올 겁니다.”

“네? 시, 신문사요?”

“야! 이 X새끼야! 뭐라고? 갑질 난동이라고! 너 뭐야! 뭔데 이렇게 겁대가리가 없어!”

듣고 있던 조인화가 다시 한 번을 향해 쏘아붙였다.

그에 청년이 말했다.

“장태산. 그게 내 이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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