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9화 (259/1,284)

 # 259

회귀의 전설

259장 갑질의 정석(1)

“전멸? 모두 다?”

“그렇습니다……. 단주님.”

“그럼 놈이 모두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리장창은 방금 들어온 보고에 진심으로 놀랐다.

한국에 파견됐던 인단의 살수들 모두가 반신불수가 되어 발견됐다.

입도 못 벌리고 손도 사용할 수 없게 돼 폐기처분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하급 정보조직원 10여 명도 같이 처리됐다.

순식간에 뿌려놨던 정보통이 사라진 셈이다.

장태산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리장창의 인상은 펴질 줄 몰랐다.

“그리고…….”

“더 할 말 있나?”

“놈이 단주님께 말을 남겼습니다.”

“뭐라고? 무슨 말?”

“단주님께 홍콩에서 받았던 대접을 100배로 갚겠다고 했답니다.”

제갈유량은 조심스럽게 전해들은 말을 그대로 전했다.

“음…….”

리장창은 깊은 신음을 흘렸다.

지금으로써는 놈의 신출귀몰한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공뿐만 아니라 재력에 이어 정치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통제 중인 홍콩에서 귀신같이 빠져나가더니, 쥐도 새도 모르게 한국으로 돌아가서 리장창의 수족을 제거해 버렸다.

장태산이 보낸 뜨거운 경고였다.

“놈이 어떻게 한국으로 돌아갔나?”

“알아본 바에 의하면 헝가리를 통해 출국했다고 합니다.”

“헝가리면……. 러시아?”

독립했지만 러시아의 입김이 강한 동구권 국가였다.

그렇지만 유럽 연합의 일원이니 쉽게 단정할 수 없었다.

“그들이 바보가 아닙니다. 유럽 쪽에 연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면 미국의 도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일이 커졌어…….”

“단주님……. 1급 살수들을 인단에 요청하겠습니다.”

제갈유량도 강하게 나가는 걸 추천했다.

이대로 꼬리를 말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오해라고 했나? 장태산 그 녀석이 나타난 이유가?”

“……기사단장의 여식과 프랑스에서 안면이 있었다는 정보입니다.”

“비비안이 초청했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하아아…….”

리장창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해만 아니었다면 그렇게 큰 사단이 날 이유가 없었다.

평소 유지하던 평정을 잃는 바람에 국제적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였다.

“단주님 명을…….”

“당분간 녀석에 대한 모든 활동을 접는다.”

“대인!”

“단, 한국 측 인물들을 포섭해 장태산 그 녀석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하라. 아무리 봐도 한 번은 더 만나야 할 것 같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지단의 모든 요원들은 미국과 유럽의 자금 흐름에 대해 파악하라. 지금 놈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문제다.”

천지회의 천단은 정치를 담당했다.

지단은 자본과 정보를, 감춰진 인단은 살수를 비롯해 어둠 속의 일을 처리했다.

철저히 분업화 된 천지회에서 리장창의 역할은 매우 컸다.

점점 더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

중국몽을 위해서는 반드시 내수가 성장할 때까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세상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을 때, 그때가 진짜 황제의 꿈이 실현되는 날이었다.

***

“회장님! 죄송합니다!!!”

곰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신의 부하가 배신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 같다.

A.T 씨큐리티 한진웅 대표는 자신의 잘못을 알았다.

자신들을 살려줬던 나를 위기에 빠트렸다.

국정원이 아니었다면 모든 정보가 새나갔을 것이다.

이래서 국가기관 국정원이 무서웠다.

“직원은 어떻게 됐습니까?”

중국 조선족 미인계에 걸려 퍼덕거렸던 직원의 근황을 물었다.

“근신 중입니다. 죽을죄를 졌다고 합니다. 그냥 마누라에게 하듯 회사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여자 친구를 만나본 적 없는 우직한 놈이라…….”

“경호의 기본은 비밀엄수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퇴직 처리 하겠습니다.”

자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일벌백계의 의미로 퇴직 처리함이 옳았다.

하지만 순진한 남자가 미녀의 유혹을 참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군대에서만 살던 사내가 첩보원급 미녀의 간사함을 이겨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기 있는 한진웅 대표 정도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은 평범한 이들이었다.

“1년간 미국 훈련소로 보내십시오. 그곳에서 최고의 전사가 되어 돌아오라 하십시오.”

기회를 줬다.

칼자루를 쥐었을 때는 더 겸손하고 조심하라 선인들이 충고했다.

상대가 칼자루를 쥐었을 때 더 당당해야 한다고 말이다.

한 번의 잘못으로 위기에 처할 뻔했지만 내가 자초한 것도 있었다.

사건이 글로벌로 진화되지 않았다면 미인계가 등장할 까닭이 없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죽음의 위기가 수시로 찾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최상의 대우를 해줬다.

한진웅 대표를 비롯해 직원들은 감동했지만 나도 계산을 했다.

러시아에 10억 달러를 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돈이 궁한 러시아가 아니라면 쉽게 중국이 개입한 일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10억 달러를 아까워한다면 밥통 쫌생이다.

폭락장에서 하루에 쓸어 담는 돈의 발톱 정도 밖에 안 됐다.

그걸 지키겠다고 목숨을 내놓는 자는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큰판에서 놀 때는 판돈도 다른 법이다.

러시아 첩보 조직을 10억 달러에 움직였다면 투자 대비 효과가 큰 것이다.

그리고 떡밥도 던져 놨다.

푸틴의 공약과 딱 맞아떨어지는 디즈니급 놀이 시설이 완공될 때까지 나를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굴러온 복덩어리다.

나 또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당장 러시아 첩보원들과 연락이 됐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는 요긴한 사용처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가스 채굴권이나 드넓은 땅에 식량 안보를 위한 대규모 경작지를 획득할 수도 있었다.

러시아는 자원의 보고였다.

친구라 생각되면 무한정 퍼주는 러시아인들이다.

그들에게 던진 10억 달러와 알파는 미래 사업의 착실한 밑밥이었다.

“회, 회장님!”

한진웅 대표가 감동을 먹고 말을 더듬었다.

군대 같았다면 바로 영창 처분이었다.

“단,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반면교사로 삼아 직원들 정신 교육 단단히 시키십시오. 애인뿐만 아니라 아내와 자식, 부모에게까지도 비밀이 지켜져야 합니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제 손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한진웅 대표에게도 뜨거운 경고를 날렸다.

내 손속이 결코 자비롭지 않다는 걸 그도 알았다.

집에 찾아왔던 살수를 반 죽여 보냈다.

한 번의 실수는 넘어갈 수 있지만 두 번부터는 고의가 되는 법이다.

규칙은 강하고 엄할수록 군기를 바로 세운다.

전쟁을 앞두고 씨큐리티 직원들에게 채찍이 됐다.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제 손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한진웅 대표의 말을 믿었다.

군대 같은 상명하복이 앞으로는 더 절실하게 요구됐다.

“정보 조직 구성은 잘 되고 있습니까?”

“이제 거의 다 구축이 되어 갑니다.”

국정원이나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탐났다.

“불법적인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입이 무거운 이들만 선별하십시오.”

“제가 지시한 일입니다.”

한진웅 대표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눈동자에 결의가 넘쳤다.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자신의 부하를 버리지 않는 나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이는 한진웅 대표다.

앞으로 그의 도움이 절실했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한진웅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로버트 그새 보고 싶었습니까?”

“보스……. 이번 홍콩행은 진짜 위험했습니다. CIA쪽 라인 정보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살다보면 위기가 한두 번쯤 오지 않겠습니까. 하하.”

“……보스가 가끔 제 형님 같습니다.”

아재 농담이 오지다.

“로버트 덕분입니다.”

헝가리에 도착하자마자 로버트가 자가용 비행기를 섭외해줬다.

그리고 긴급하게 국정원을 통해 발급받은 여권을 이용해 비밀스럽게 귀국했다.

국정원 1차장과 연결된 건 하늘의 도움이 확실했다.

그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

“보스. 리장창이라는 자는 중국의 부흥을 꿈꾸는 조직의 리더로 파악됐습니다. 위험한 자입니다.”

로버트도 서서히 정보력을 갖게 됐다.

나에게 보냈던 정보가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이제 하늘 아래서 같이 살 수 없는 사이가 됐습니다.”

“진짜 죽여 버리겠습니다!”

로버트가 진심으로 분노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그런 놈들에게는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수준급 킬러들이 많습니다.”

“경고는 해뒀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다른 일로 바쁠 겁니다.”

폭락하는 홍콩 상장 중국 주식에 폭격을 가했다.

돈에 관련한 인물이었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다.

“신용평가사를 통해 중국과 기업에 대한 악성 정보를 뿌리십시오.”

중국이 가장 아파할 부분을 건드렸다.

2008년 위기 때문에 그들은 빚으로 돈을 푼다.

성장하던 몸집에 불시에 투약한 항생제와 촉진제 같은 역할을 했다.

좋아 보이겠지만 반드시 탈이 난다.

지금껏 착실하게 벌었던 돼지저금통 배를 가를 때가 곧 온다.

이로 인해 중국의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지금은 문제없겠지만 2020년에는 탈이 났다.

거기에 숟가락을 얹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짧은 법이다.

리장창이 중국 부흥을 꿈꾼다면 난 반대 입장이다.

놈은 예의와 상도덕을 모르는 짱개의 비밀 수장이다.

음흉한 놈들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더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다.

“알겠습니다. 때가 좋습니다.”

미국 큰형님도 흔들리는 판에 신흥국 취급 받는 중국은 타격이 더 컸다.

“지적재산권 부분도 계속 체크하십시오.”

“보스께서 추천한 기술들은 계속 확보 중입니다.”

“앞으로 큰 힘이 될 겁니다.”

“보스만 건강하시다면 더 그렇겠지요.”

뼈가 있는 걱정을 던지는 로버트였다.

“곧 선거겠군요.”

“분위기가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달에 오바마가 힐러리를 누르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공화당에서는 오바마 돌풍을 잠재우지 못한다.

“확실히 될 겁니다.”

“제 친구가 좋아할 예언이군요.”

“매케인도 좋은 분이지만 부시의 실정이 큽니다.”

“그래서 보스를 잘 모셔야 합니다. 저처럼 말입니다.”

싫지 않은 아부다.

“제 동양의 신비가 효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큼큼……. 그것도 포함입니다.”

이제는 로버트와 농담할 사이가 됐다.

좀 더 친밀해졌음을 서로 알았다.

바늘과 실처럼 로버트는 내 계획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었다.

돈이 많아도 미국이라는 국가는 동양인에게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로버트 같은 백인에 우수한 교육을 받은 인재라면 모를까.

삐이이이잇.

인터폰이 울렸다.

“로버트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쉬십시오. 보스.”

통화가 끝났다.

“무슨 일인가요?”

[대표님. 어머님이…… 오셨습니다.]

유세라 팀장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 엄마가 왔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자기 시어머니도 아닌데 말이다.

“바로 나가겠습니다.”

내일 오전에 있을 재단 창립 기념식을 위해 올라온 엄마였다.

오랜만에 모자간에 쇼핑이 예약 됐다.

지금껏 몇 번의 위기를 건넜다.

그때마다 부모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 정말 미인이세요? 피부 고운 것 좀 봐~ 어디 가면 제 언니라고 할 것 같아요.”

상큼한 도도희 목소리가 들렸다.

유세라 팀장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듯 그녀는 엄마 앞에서 꼬리를 살랑거렸다.

벌써 작업 중이다.

“아가씨도 예뻐요.”

“어머님~ 도희라고 불러주세요. 도도희가 제 이름입니다.”

“그래요. 도희 양.”

엄마 손을 잡고 친딸처럼 구는 도도희.

그 옆에서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유세라 팀장이 보였다.

“엄마 가요.”

엄마 앞에서는 대표가 아닌 그냥 아들이었다.

“대표님 저희 따라가도 되죠?”

갑자기 도도희가 훅 치고 들어온다.

“네? 어머님께 근사한 식사 대접하고 싶어서요. 세라 언니도 갈 거지?”

“어? 응! 나도 가고 싶어!”

두 여자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그에 반해 살짝 당황하는 엄마.

이 여자들은 뭐냐는 눈빛이다.

엄마는 내 여친으로 클라라와 임윤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봐도 한 미모하는 여인들만 사무실에 있었다.

오해하기 딱 좋았다.

엄마의 눈빛을 받고도 굳이 변명하지 않았다.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들인 건 맞다.

위기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건 단 하나.

내 집, 내 사무실, 내 가까운 인연들과의 삶이 정말 소중하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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