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4화 (254/1,284)

 # 254

회귀의 전설

254장. 탈출 (1)

파츠츠츠츠츠츠츠츠츠츳.

요란한 전기 튀기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퍼지는 퍼런 전격의 파도들.

“크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빗물로 인해 물길이 연결된 바닥에 누워 있던 히트맨들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총을 들고 있던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고압 전기에 감전되어 말도 못하고 입에서 거품을 토하며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퍼버버버버버벅.

뿐만 아니라 길가 옆으로 뻗은 전선이 터져나가며 불길이 치솟았다.

벼락이 사정없이 때린 것 같았다.

“마, 말도 안 돼…….”

K는 총을 쐈지만 권총 사거리가 50미터가 넘어 빗나가버렸다.

폼으로 소유하고 있던 권총 실력의 말로였다.

긴장하며 두 번째로 총을 사용하려는 순간 갑자기 새파랗고 굵은 전기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끝났다.

온몸에서 뜨거운 연기를 뿜어내며 히트맨들은 더 이상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넌……. 뭐야! 귀신 아니지?”

K는 정신이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전기파도 속에서도 온전히 서 있는 그놈.

자신을 똑바로 쳐다봤다.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하기 위한 눈빛.

“도, 동지예요!”

K는 자신도 모르게 한국말로 소리쳤다.

잘못하다가 뭔가 얻어터질 것 같은 불길한 촉이 느껴졌다.

그 촉 때문에 지금껏 몇 번 목숨을 부지하기도 했다.

놈의 눈빛이 사나운 짐승처럼 이글거렸다.

뭔지 몰라도 엄청난 능력자가 확실했다.

젖은 슈트로 히트맨들을 박살내더니 이제는 총 든 놈들을 전기 고문으로 아작 냈다.

‘초능력자? 그래서 국정원에서?’

K는 마른침을 삼켰다.

생각보다 큰판에 개입하게 된 것 같았다.

‘망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모락모락 연기 나는 준 시체들.

살아 있기 힘들 것 같았다.

동시에 블랙 요원인 자신의 신분도 발각될 게 뻔했다.

중국과 홍콩은 이제 다 들어왔다.

한순간에 K의 미래가 암울해져 버렸다.

터더더덧.

“헙!”

엄청난 속도로 미친놈이 다가왔다.

블랙 요원이 놀라 신음을 냈다.

“K?”

놈이 먼저 아는 체했다.

국정원에서 정보를 넘겨 준 게 분명했다.

“네……. 오빠……. 제, 제가 K에요.”

K는 놀라서 오빠라는 닭살 돋는 멘트를 날리고 말았다.

나이도 어린놈이라는 걸 분명 알면서 오빠라고 호칭했다.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미친놈!

‘모, 몸이 온통 근육질이야?’

그 와중에도 K는 봤다.

흠뻑 비에 젖은 미친놈의 탄탄한 가슴과 굵은 허리에 자꾸 눈이 갔다.

몸매가 죽였다.

신이 내린 조각 같았다.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화끈해지는 K.

“은신처와 도주로는 확보 되었습니까?”

“네? 은신처요?”

“홍콩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렇지요!”

무늬만 블랙 요원 K는 맞장구를 쳤다.

쪽팔림에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

상황 판단이 자신보다 더 완벽한 미친놈, 아니 죽이는 놈이다.

삐뽀 삐뽀 삐뽀.

빗소리를 뚫고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K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빠……. 이쪽으로 가시죠.”

그리고 가이드 정신으로 무장한 K는 무서운 오빠를 안내했다.

‘옴마야!’

총에 관통되어 피가 흐르던 죽이는 놈의 팔은 어느새 피가 멈췄다.

누가 봐도 신기한 상황.

몸을 떨며 국정원 홍콩 블랙 요원 K는 홍콩 뒷골목을 고양이처럼 빠져 나갔다.

***

“신종 첩보 무기인가?”

홍콩 경무처 소속이지만 중국 비밀요원 몽소락은 처참한 광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직 폭력배의 싸움으로 사건은 위장 됐다.

칼싸움 중에 벼락이 쳐 모두 사망했다.

그러나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몽소락은 인상을 구겼다.

국가의 보호를 받는 암중 조직의 살행 중에 벌어진 일이다.

대상에 대해서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범한 놈은 아니었다.

지금 홍콩은 예민했다.

홍콩 유력가에 본토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화교의 외동딸이 결혼예식 중이다.

상대는 프랑스 명문 귀족 가문의 아들이다.

상부에서도 특별 경호 지시가 내려왔다.

뿐만 아니라 암중에서 활약하는 각국의 정보요원들이 코를 킁킁거렸다.

지금 이 사건도 이미 전파되고도 남았다.

폴리스 라인을 경호하는 경찰들 중에도 프락치가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몽소락은 다른 일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일격에 몸을 움직이지 못한 상태에서 강력한 전기에 당한 시체들.

얼마나 지독한 공격이었는지 아직도 몸에서 김이 나왔다.

내장이 완벽하게 익어버렸다.

‘벼락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추적추적 가는 빗줄기를 뿌리는 하늘을 바라보는 몽소락.

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종 무기로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아…….’

머리를 굴리는 몽소락.

‘설마 사라졌다는 술법?’

살수들이 일격에 당할 정도라면 무술 능력자였다.

거기에 더해 총을 가진 살수들도 죽었다.

무공 이상의 능력이 필요했다.

“팀장님 여기 탄피가 발견됐습니다.”

“뭔데?”

“……아무래도 첩보 요원들이 개입된 것 같습니다.”

“그래?”

“소음기가 부착된 권총 탄환입니다.”

“어디 거야?”

“마카로프 PB입니다.”

“러시아 애들이야?”

“대놓고 쏘는 멍청한 놈들은 아닙니다.”

“그럼 누구야?”

“아시아 애들도 많이 사용합니다.”

“……찾아봐. 그리고 수상한 자들은……. 특별 감시해.”

“알겠습니다.”

탄피를 받아 든 몽소락.

‘이거 한국놈들 냄새가 나는데?’

특유의 감이 말해주는 적의 정보.

몽소락은 인상을 찌푸렸다.

감히 겁도 없이 중국 땅에서 총질하는 정보요원.

누구라도 잡히면 조용히 홍콩 앞바다에 묻어버릴 생각이었다.

특히 한국 측 요원이라면 더욱 잔인하게 죽여 버릴 것이라 다짐했다.

과거 몽소락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 참전으로 평생 반신불수로 살았다.

그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냈던 몽소락.

탄피를 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

“저기요……. 진짜 위험한 건 아시죠?”

안다. 그것도 머리 쥐나도록 알고 있다.

“네.”

“네……. 다행이네요.”

국정원 1차장 정국종이 뜨겁게 보고 싶었다.

나름 기대했다.

같은 편이라고 나타난 국정원 요원 K.

기대가 너무 컸다.

영화에서처럼 은밀한 장소에서 보호하고 특별한 수단을 이용해 홍콩에서 탈출시켜 줄 것이라 생각했다.

커다란 착각이었다.

K라 불리는 블랙 요원은 여자다.

눈이 동그랗다. 누가 뭐라고 큰소리치면 앙 하고 울어버릴 것 같은 외모였다.

나이는 20대 초반으로 보일 만큼 동안이다.

피부는 새하얗고 얼굴은 젖살도 안 빠졌다.

귀여운 외모가 매력적이다.

누가 봐도 국정원 블랙 요원으로 보이지 않았다.

능력은 더 아니었다.

세상에 요원이 총질도 제대로 못했다.

살수들을 쐈던 총알이 내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새로 나타난 적으로 착각할 뻔했다.

지금도 그렇다.

사방 눈치를 보고 걷는 모습은 누가 봐도 초짜다.

“이런 일 처음입니까?”

“아니요. 이게 직업인데요.”

“뭐가 말입니까?”

“가이드요.”

“……. 지금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요?”

“습관이라서요……. 헤에.”

아주 순박하게도 웃는다.

어이가 없어 나도 웃음이 나왔다.

내공을 이용해 3서클 중 가장 강력한 전격 마법을 시전했다.

애로우 같은 기초 마법으로는 총을 상대할 수 없었다.

비까지 내려 철퍽철퍽 젖은 땅이 한 몫 해줬다.

예상치 못하게 여러 명을 모두 통구이로 만들었다.

내공 조절에 실패해 목숨 부지하기 힘들 것 같았다.

직접적인 첫 살인이나 마찬가지지만 동요가 일지는 않았다.

살수들에게 값싼 동정을 던질 만큼 여유가 없었다.

살수들을 처리하자 무지막지하게 카르마 포인트가 금맥처럼 터졌다.

“앞으로 대책은 뭡니까?”

“그러니까……. 안전하게 죽일 놈…… 아니 장태산 님을 최대한 빠르게 본국으로 이송하면 됩니다!”

믿음이 전혀 안 갔다.

비행기는 이용할 수 없었다.

홍콩을 통제하는 리장창이라면 공항으로 갔다가 바로 비밀 감옥에 끌려 갈 것이다.

돈이 많다고 해도 살아남기는 힘들다.

2020년 한국인들 뇌리 속에 박힌 중국인에 대한 감정은 하나다.

‘절대 믿어서도 믿을 수도 없는 종족들!’

사드부터 시작해 놈들은 알게 모르게 치졸한 수법으로 보복질을 했다.

한국 대기업들의 기술을 눈 뜨고 탈취해 갔다.

전혀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나 하나 죽이고 정황을 조작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아직 가진 능력이 미약했다.

많이 능력을 키웠다 생각했지만 국가 권력이 개입되는 사건에는 벅찼다.

리장창은 홍콩뿐만 아니라 중국 공권력도 사용 가능했다.

“옷빨이 좋아요? 아무거나 걸쳤는데 그냥 모델이에요~.”

K는 청바지에 꽃무늬 셔츠를 입고 있는 날 칭찬했다.

그녀는 사비를 털어 내 옷을 사왔다.

남자 옷 고르는 센스가 꽝이다.

세상에 여기가 발리도 아니고 꽃무늬 셔츠라니…….

지나가는 여자들이 날 보고 웃었다.

이 와중에도 부끄러움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겁니까?”

“친구요.”

“믿어도 됩니까?”

“아마도요~”

“네?”

“저에게 제대로 한 번 빚졌거든요. 그래서 불렀어요.”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K는 여유를 부렸다.

믿음이 안 갔지만 일단은 참았다.

“핸드폰 좀 빌려 주십시오.”

“어디에 걸려고요? 지금 막 아무데나 걸면 안 돼요.”

내가 애도 아니고…….

“친구에게 겁니다.”

“어디 친구요?”

“미국 친구입니다.”

“로밍 안 돼서 요금 많이 나오는데……. 힝.”

“나중에 계산해 드리겠습니다.”

“정말이죠? 쌩까는 거 없어요?”

“왜 이렇게 사람을 못 믿습니까?”

“가이드 하다보면 인성 다 버려요. 손님처럼, 아니 태산 씨처럼 말했다가 그냥 가버린 분들 많단 말이에요! 한 달 통화 요금이 세상에 한국 돈으로 30만 원이 넘게 나왔다니까요!”

고개를 저으며 덜덜 떠는 K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챘다.

로버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투 와중에 슈트에 있던 핸드폰은 박살이 났다.

- 누구십니까?

직통 전화에 로버트가 정중하게 받았다.

“접니다.”

- 보스. 무슨 일이십니까? 이 번호는…….

“홍콩에서 난처한 일에 휩싸였습니다.”

- 홍콩에서요? 무슨 일입니까? 경무처 고위직에 아는 이가 있습니다. 연락할까요?

“중국 정보조직과 한 판 붙었습니다.”

- 음…….

신음하는 로버트.

그도 마땅히 대안이 있을 리 없었다.

월가의 큰손이지만 아직 권력을 손에 넣지 못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힘들었다.

- CIA를 움직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로버트는 인맥이 넓었다.

“아직은 됐습니다.”

CIA는 아직 깔 패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했다.

K 말을 한 번 믿어보고 싶었다.

- 중국인들은 집요합니다.

“호텔에 연락해 여권을 치워버리십시오. 그리고 비행기를 홍콩에서 빼 괌에 대기하십시오. 제가 연락하면 바로 그 장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 알겠습니다.

“일단 그 정도만 조치하면 됩니다.”

- 죄송합니다……. 보스. 제가 아직 힘이 부족합니다.

미안해하는 로버트의 진심이 느껴졌다.

“제가 더 미안합니다.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게 만들어서 말입니다.”

- 아닙니다 보스…….

삐뽀 삐뽀.

홍콩 경치가 보이는 바닷가 선착장 주변으로 경찰차가 다가왔다.

스으윽.

“오빠~ 경치 좋다~.”

K가 자연스럽게 품에 안기며 연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눈치는 그래도 있었다.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 대기하겠습니다. 보스. 몸조심 하십시오.

“로버트도 조심하십시오.”

통화가 끝났다.

“오빠. 비행기도 있어? 부자야?”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K.

국정원 블랙 요원이 아니라 귀여운 학교 후배 분위기다.

“휴우…….”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

그때,

“조이~ 분위기 좋은데?”

“어! 타샤! 왔어!”

타샤? 이분은 또 누구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