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3화 (253/1,284)

 # 253

회귀의 전설

253장. 홍콩에서 (5)

‘미친놈!’

요원 K는 장태산에 대한 첫인상을 한 마디로 귀결했다.

또라이도 저런 상 또라이가 없었다.

살인 병기를 들고 있는 S급 히트맨들 앞에서 웃옷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는지 자신이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착각한 것 같았다.

‘아이고 두야! 하필 마지막 임무가……. 젠장. 어쩐지 쉽다 싶었다!’

K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또라이가 홍콩에 도착한 이후 여러 사건으로(?) 친분을 다진 각국 정보원과 국정원 요원들이 뒤를 추적했다.

세기의 결혼식이 벌어지고 있는 홍콩은 암중 첩보전이 치열했다.

눈여겨보고 있던 비밀 단체와 관련된 리장창.

그자의 외동딸과 프랑스 귀족 가문의 결혼이 있는 날이다.

프랑스 첩보 요원들의 방해가 집요했다.

중국 요원들이 까칠하게 나왔다.

이스라엘과 러시아,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해 각국의 정보조직들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때 K에게 전해진 충격적인 정보 하나.

보호할 대상이 전장 한복판에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성마가렛 성당은 용담호혈의 아가리였다.

부업으로 하던 가이드 일을 다 때려치우고 K는 급히 보호 대상자를 찾았다.

성당에서 나와 비를 맞으며 길을 걷는 놈을 발견했다.

홍콩에서 날궂이를 제대로 벌이고 있다.

한껏 멋을 낸 듯한 슈트가 다 젖은 채 정처 없이 걷기만 하는 놈의 뒤를 밟았다.

그런데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 놈이 습격을 당했다.

한눈에 봐도 규모가 큰 사건이다.

가까운 큰길에 경찰이 깔렸다.

그런 상황에서 대놓고 중국계 요원들이 나섰다.

그것은 상부의 허락을 받았다는 의미다.

품고 있던 소음기 장착 총에 손이 자꾸 갔다.

지시 받은 내용은 어떤 경우라도 요인의 무사 귀환.

‘X발! 오늘 너 때문에 내가 황천길 대신 가는구나!’

총을 써보긴 했지만 벌써 과거의 일이다.

블랙 요원이라고는 하지만 주 종목은 요인 경호나 암살이 아니다.

각국 정보원들에 접근하거나 인간 낚시질이 전문이었다.

“죽여!”

그때 히트맨들 사이에서 살인 명령이 떨어졌다.

“!!!”

품에서 총을 꺼낸 K.

히트맨들을 겨냥하려는 순간…….

엄호 대상자의 손에 들린 슈트가 공간을 갈랐다.

퍼버버버버벙!

커다란 가죽 북이 팽창하다 터지는 듯한 폭음이 울렸다.

“크악!”

“아아아악!”

돌진하던 히트맨들이 무기를 써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았다.

빛살 같은 슈트 공격에 가격당한 팔다리가 덜렁거렸다.

정확하게 손목, 팔꿈치, 무릎이 꺾였다.

“미, 미친!”

듣도 보도 못한 괴사에 K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 커졌다.

두 번째 공격은 없었다.

원 샷 원 킬의 게임 치트 키 같았다.

“타앗!”

미친놈이 날뛰기 시작했다.

슈트를 들고 돌진하며 히트맨들을 공격했다.

퍼버버버벙!

“크아아아악!”

빗소리에 묻혀버린 히트맨들의 비명.

순식간에 무리들이 모두 바닥을 박박 기었다.

“으으으…….”

놀라 딸국질이 나오는 걸 K는 꾹 눌러 참았다.

이건 뭐 한판의 완벽한 활극이었다.

쇄애애애애앳!

그때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그 무엇.

파가가가강.

슈트를 쥐고 풍차처럼 휘두르는 미친놈!

퍼버벅!

“흡!”

튕겨져 나간 암기 하나가 K가 숨어 있는 2층 공간 나무틀에 박혔다.

살벌하기 그지없는 전투.

암기 뒤에 세 명의 인간들이 장검을 들고 미친놈의 몸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이게 꿈이야? 현실이야?’

믿기 힘든 상황 앞에 멍하니 광경을 지켜보던 블랙 요원 K.

요인 보호가 아니라 요인 감상(?) 시간을 성실하게 보냈다.

***

앞을 막아선 놈들이 결국 얻어터져 바닥을 기었다.

경고를 했건만 귀담아 듣지 않은 대가.

관절 부분을 공격해 어떤 의학 기술로도 고칠 수 없다.

- 카르마 포인트를 듬뿍 획득했습니다.

- 카르마 포인트 보너스가 지급되었습니다.

쌓은 악업이 많은 놈들이었다.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쏟아진 포인트가 장난 아니다.

동정은 한 방울의 빗물 만큼도 없었다.

분명 나의 목숨을 노리고 공격했다.

그 대가는 평생 불구 신세.

내가 품고 다니는 업의 균형추에 맞아떨어졌다.

타다닥.

암기를 날려버린 슈트를 던지고 바닥을 달렸다.

촤락.

손에 감기는 암살자들의 비수.

그대로 바닥을 박찼다.

가볍게 허공으로 몸이 떠올랐다.

새롭게 나타난 세 명의 습격자가 눈에 들어왔다. 바짝 마른 몸에 달라붙은 옷을 입었고, 손에는 예기가 잔뜩 들어찬 장검이 들려 있었다.

21세기 비 오는 날 홍콩 거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에 습격 방법이다.

카아아앙!

검에서 불꽃이 튀겼다.

진짜 내공을 사용하는 놈들이었다.

슈트에 맞고 뻗어버린 놈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카가가가강! 캉!

비수와 검이 짧은 순간 수십 번 부딪쳤다.

놈들이 당황한 것 같다.

기감을 확장했다.

놈들뿐만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감지되는 여럿의 기 덩어리.

리장창과 장주시 습격자들과 연관 있었음이 확실했다.

꿈속 할배가 그래서 막은 것 같다.

클라라와 인연이 되면 안 됐던 운명이었다.

하늘 아래 함께 할 수 없는 미래의 숙적 정도가 분명했다.

앞뒤 정황에 판단이 서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우연히 찾아간 결혼식장.

확인 절차 없이 오해하고 나에게 죽음을 선물하려 한 리장창.

파슷!

내공이 가미되자 검에서 풍기는 기가 달라졌다.

“검기(劍氣)!”

습격자들 중 한 명이 놀라 외쳤다.

혼탁한 기가 가득 찬 현실 공간에서 검기를 사용하는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네놈들은…… 좀 더 맞자!”

세 명의 공격자들 주변에 음울한 기운들이 떠다녔다.

죽어서도 한을 풀지 못하고 원수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영기들이다.

터어억!

바닥을 한 번 더 박찼다.

손에 들린 검에서 검기가 쭉쭉 뻗었다.

놈들의 검에서도 기가 뿜어졌다.

하지만 한참 모자란 검기.

카가가가가가강.

검과 검이 부딪치자 놈들의 장검이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손에 들린 검은 쉬지 않고 공간을 갈랐다.

내가 봐도 빠르고 경쾌한 수법.

파스스슥.

그리고 손에서 느껴지는 예민한 감각.

“컥!”

“크으윽…….”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움직임을 멈춘 습격자들.

놈들의 손에 들린 무기는 하나도 없었다.

뚝뚝 붉은 피가 팔과 다리 등 관절 중심으로 흘렀다.

콰다다당.

근육이 파열되자 육신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목숨을 거두지는 않았다.

피를 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숨은 붙여두었다.

누가 뭐라 해도 오늘은…… 클라라의 결혼식이다.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 카르마 포인트를 엄청나게 획득했습니다.

화스스스스슷.

원한을 해결한 영기들이 밝은 빛을 내며 사라졌다.

살다보면 괴로움만 있는 건 아니다.

빗줄기가 조금 가늘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열 명은 자신들의 운명을 아는지 더는 움직임이 없었다.

“착하게 살아라. 짱개들아.”

인간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들을 조종하는 집단은 천벌을 받아야 마땅했다.

검을 들고 사방을 훑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어두운 공간에서 지켜보는 적.

피슝!

예리하게 들리는 소음 하나.

몸이 재빠르게 반응했다.

“큭!”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화끈함.

철커덩.

들고 있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젠장이다!

방심한 것은 아니지만 막을 능력이 안 됐다.

이 새끼들이 순진하게 칼만 들고 설쳤을 리가 없었다.

소음기 달린 총으로 공격해 오는 놈들.

두 놈이 더 나타났다.

손에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을 들고 나타난 새로운 적.

부글부글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총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간절해지는 마법 능력.

솔로몬에게 습득한 마법지식은 겨우 3서클.

점점 다가오는 놈들을 노려봤다.

“대단하군! 진짜 무당파 비전인가? 유연함이 놀랍다~.”

구멍 난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아 눌러 피를 막았다.

성질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 대갈통을 박살내고 싶었다.

하지만 심장을 향한 두 자루의 총은 주저함이 없었다.

살인도 해 본 놈들이 더 잘하는 법.

새로 나타난 살수들의 움직임은 흔들림이 없었다.

등에 달고 있는 어둠의 기운도 더 강했다.

“리장창 능력이 좋군.”

“넌 건들지 말아야 할 분의 분노를 샀다.”

죽기 전에 베푸는 만찬처럼 적의 답변은 친절했다.

“그 반대는 생각 못하지?”

“???”

“너희들도 건들지 말아야 할 나를 건드렸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심장에 총구가 겨누어져 있음에도 한껏 여유를 부렸다.

“제정신이 아니군.”

“내 말이~ 앞으로 홍콩 쪽으로 오줌이라도 싸면 개자식이다.”

한때는 해피 바이러스가 넘치던 홍콩 땅이 이제는 저주의 장소가 됐다.

홍콩뿐만 아니라 짱개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벌인 2020년까지의 편협한 강대국 만행은 유전인 것 같다.

인의예지를 저버린 민족.

돈과 물질만 숭배하는 깡패 같은 놈들만 성공했다.

“시신은 깔끔하게 처리해 주지. 크크.”

나의 말에 눈동자가 번뜩이는 총을 든 살수.

살인을 하며 얻는 쾌감에 영혼이 잠식당한 종자다.

“그런데 그 전에 하나 말해 두고 싶은 게 있다.”

놈들의 낯짝을 눈에 담았다.

“곧 죽을 놈이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는군.”

살수들과의 거리는 10미터.

놈들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몸을 날려도 놈들의 총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것도 내 말이~.”

놈들은 내가 누군지 몰랐다.

총 한 방 맞는다고 안 죽는다.

씨이익.

입가에 아주 잔인하고 차가운 미소가 자연스럽게 걸렸다.

“…….”

놈들의 시선에 의혹이 스쳤다.

죽을 놈이 객기 부리는 모습으로 안 보였을 것이다.

“죽어서 지옥 가면 지옥 신들에게 말해라. 대한민국 청년 장태산이 보냈다고 말이다.”

“미친…….”

놈들의 눈에 살기 광망이 빛났다.

나도 마찬가지.

그리고…….

“라이트닝 쇼크!!!”

피슝! 피슝!

낭랑한 마법 영창과 함께 터진 경쾌한 총소리!

X발! 

등 뒤에 또 다른 적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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