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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화 (235/1,284)

 # 235

회귀의 전설

235장. 한밤의 전화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재신들 중 한 분이 당신을 축복하며 카르마 포인트를 지불했습니다.

재신? 그건 또 누구야?

요즘 통성명 하지 않은 정체 모를 신들이 포인트 자주 쏜다.

뭔지 몰라도 요즘 다시 카르마 포인트가 쏠쏠하게 벌렸다.

내 주변 사람이 무언가 큰일을 해낸 것 같다.

하지만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해도 마음이 안정이 안 됐다.

늦은 밤 서울 야경은 나를 더 위로하지 못했다.

“아가라니……. 아가…….”

현실이 상상을 가끔 앞서버릴 때가 있다.

며칠 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이 그러했다.

빼박 원나잇(?)을 들켜버렸다.

쌍둥이들은 오빠에 대한 불신과 그럼 그렇지 라는 시선을 보냈다.

부모님 역시 말은 안 했지만 눈치가 이상했다.

임윤아만 꽃길을 걸었다.

집에서 부모님에 의해 아가라 불렸다.

본인들 자식도 아니면서 그렇게 서슴없이 부르는 건 어법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나를 빼고 가족 모두 그걸 인정했다.

쌍둥이들도 언니라 부르며 아주 친하게 지냈다.

귓속말로 임윤아에게 나를 디스했다.

쌍둥이들이 속삭일 때마다 임윤아 눈빛이 반짝였다.

그 하룻밤 제대로 보내기라도 했다면 억울하지도 않았다.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씨도 안 먹혔다.

미국 학기 중인 임윤아도 며칠 있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2박 3일간의 강제 시골살이.

임윤아와 엄마는 미술작품들을 놓고 서로 품평하기 바빴다.

아빠는 남자가 가장이 되어서 하지 말아야 할 101가지 실수에 대해서 설교하셨다.

쌍둥이들은 취향이 변했다고 볼 때마다 놀렸다.

쭉쭉 빵빵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둥…….

임윤아는 자기 집처럼 편하게 지냈다.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밥 먹으며 2박 3일 동안 2킬로나 쪘다고 했다.

난 반대로 3킬로가 빠졌다.

임윤아를 부르는 ‘아가’라는 호칭에 머리털이 곤두섰다.

언젠가 결혼은 하겠지만 임윤아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오정의 사위가 된다면 골치 아픈 일이 한둘이 아니다.

사업에 대한 정부의 태클이 강하게 들어올 것이다.

마음대로 밥 먹고 다닐 수도 없다.

준 연예인이 오정 가문 사람들이다.

자유가 사라지는 삶을 원하지 않았다.

임윤아가 매력적이지만 아직은 알아가는 과정이다.

청춘이기에 키스가 빨랐을 뿐이다.

“하아아…….”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좋았다.

임윤아가 옆에 앉아 이것저것 잘도 챙겨줬다.

재벌가 따님이 뜯어주는 오징어 구이는 일품이었다.

많은 대화가 오갔다.

가족, 미래, 행복이 주제였다.

임윤아 집 사정을 정확히 몰랐기에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수준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외로웠던 시절을 풀어놓았다.

사업 일에 바빴던 부모님과 경영수업에 정신없는 식구들 이야기를 들려줬다.

듣고 힘내라고 말했다.

앞으로 힘들면 또 들어주겠다고 했다.

친구가 됐다.

나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서슴없이 협박(?) 했다.

에어컨보다 그녀의 말이 공기를 더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삼성동 집에 임윤아를 내려줬다.

내리기 전에 볼에 뽀뽀를 하며 후다닥 도망치는 임윤아.

그녀가 밝아져서 다행이었다.

앞으로 이상한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임윤아는 오늘 가족과 식사가 있다고 했다.

그녀의 달라진 모습이 기대가 됐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계속 되는 인연이었다.

우연히 만난 인연이 공을 들이고 관심을 가지면 필연이 된다.

만나고 대화하고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진실을 알 수 있다.

아직은 느끼고 배워야 할 시기다.

진짜 내 인연이라면 거친 바람에 흔들리면서 만남이 계속 될 것이다.

그 와중에 맛봐야 할 예기치 못한 이별 또한 과정일 것이다.

“이제 밥값 해야지.”

길었던 여름 방학이 지났다.

아직 유세라 팀장은 복귀하지 않았다.

그녀는 도도희와 미국에서 마지막 휴가를 즐기고 있다.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봤다.

예상했던 대로 모든 그래프들이 널을 뛰었다.

빨갛고 파란 선들이 수없이 교차했다.

원유, 광물 각종 원자재는 길고 긴 상승장을 마감하며 헬 게이트로 추락했다.

아우성치는 인간의 욕망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정확히 말하면 광기다.

환율시장도 본격적으로 무너졌다.

달러가 형편없는 아들 취급을 받았다.

조금만 더 지나면 화려하게 귀환하는 달러.

내일 일을 모르는 투자자들은 설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없다면 죽음의 골짜기에 휩쓸려 허우적대는 날들이다.

“1년……. 앞으로 1년이 미래의 10년을 좌우한다.”

변동성이 극한일 때 돈은 한쪽으로 쏠린다.

풍부한 유동자금은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 낸다.

금융위기 여파는 유럽을 시원하게 때린다.

2020년의 대한민국 금융 위기는 2008년, 나아가 1997년의 연장선상이었다.

정교하게 짜놓은 사냥꾼들에 의해 하나둘 먹잇감이 된다.

돈의 흐름을 읽게 되면서 어둠속 그림자 형태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흐릿했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있지만 결국은 인간이 그 흐름을 조종한다.

그게 본질이다.

정교한 알고리즘이 존재했다.

세상의 뛰어난 인재들 상당수가 월가에서 근무한다.

수학자, 알고리즘 전문가, 공학자들이 그들이다.

돈 몇 푼에 세상에 울고 갈 지식들을 판다.

영혼까지 소유한 능력을 탈탈 털리고 나면 버린다.

그게 바로 월가를 굴러가게 만드는 탐욕의 수레바퀴다.

그런 인재들을 조종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자들이 천지사방에 숨어있다.

아직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미지의 적!

대한민국을 비롯해 세상 곳곳에 적이 많았다.

이계 마법사가 등장하는 식의 비상식적인 존재가 수두룩했다.

“돈 많이 벌어야겠다. 살게 널렸네 널려~.”

S&P 500지수가 급락 중이다.

내 기억에 의하면 2009년 2월 2일 최저점을 찍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승랠리는 2020년 폭락 전까지 쭉쭉이다.

이때가 아니면 싼값에 주식을 구입할 수 없다.

시선이 홍콩 증시로 옮겨졌다.

그곳도 마찬가지로 대폭락 중이다.

사방이 돈이다.

하지만 이면을 파헤치면 대중들의 빚 천지가 아닐 수 없다.

중국 부채는 2008년 5조 달러에서 2020년 30조 달러를 찍는다.

그림자 금융이라는 중국 특유의 대출도 30조 달러를 넘었다.

부채는 미국 형님과 동급이었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으로 미국 부채는 2020년 가뿐하게 60조를 돌파했다.

일본도 뒤처지지 않고 20조 달러가 됐다.

유럽도 마찬가지 상태다.

글로벌 부채는 인류가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폭발한다.

그 사이에서 한민족이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2018년 시작된 한반도 평화 기류도 2020년 위기로 발목이 잡힌다.

힘을 키우고 돈을 모아야 했다.

발권국이자 설계자들은 위기에서 살아남지만 나머지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는 부채에 신음하게 된다.

알고도 막지 못하는 부채의 쓰나미.

제2의 IMF를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 계획이 필요했다.

삐이이이이이.

인터폰이 울렸다.

“네.”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과거 사용하던 인수팀 하관우 회장 직통 인터폰이다.

직위는 달라졌지만 그 사무실은 그대로였다.

“올라오세요.”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중간 점검을 위해 TS 그룹의 하관우 회장이 찾아왔다.

아직 케미칼 노조의 본사 점령은 해제되지 않았다.

스르르르.

잠시 후 현관문을 열고 하관우 회장이 들어왔다.

“회장님을 뵙습니다.”

언제나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앉으십시오.”

“감사합니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주시면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조직 생활에 익숙한 하관우 대표의 말과 행동은 늘 본이 됐다.

과잉 충성 같지만 말리지 않았다.

각자 편한 방식으로 사는 게 인간들이 추구하는 행복 중 하나다.

직접 내린 커피를 내줬다.

“케미칼 사태는 어떻습니까?”

자리에 앉으며 바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제 능력이 부족해 미해결 상태입니다.”

“조건은 그대로입니까?”

“절대 문구 하나 고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하관우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표정에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자책감이 묻어났다.

그가 문제가 아니라 노조의 전형적 적폐가 사건의 발단이다.

“화염병을 만들었다고 했나요?”

“문을 걸어 잠그고 극단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뒤에 대한노총 강성 위원장들이 있습니다.”

“대한노총 강주희 정책위원장이 핵심이죠?”

“회장님 알고 계셨습니까?”

“제 학교 선배라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워낙 강성이고 뒤에 민중애국당이 정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노조와 친분이 넘치는 정당이다.

한때는 노조 권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점점 계륵 신세가 되는 정당이다.

국가 재정에 상관없이 과한 진보적인 정책들이 많았다.

자신들도 실현하기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표를 위해 과한 정책을 뿌렸다.

이제는 확실히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이 이상 노조에 끌려다니면 앞으로도 안아 그룹은 희망이 없었다.

“신입과 경력 직원 공고 내세요.”

“네?”

“대우는 지금 연봉에서 10퍼센트 더 올려서 공고하시면 됩니다.”

“그 말씀은…….”

“농성 중인 노조원들 모두 민형사상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막대한 사측 피해는 그들에게 모두 배상 받으십시오. 절대 취하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해고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동시에 대한노총이 실질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확보하십시오. 확증이 된다면 그들도 고소하십시오.”

“회, 회장님. 자칫 그러다 판이 커집니다. 납기 지연으로 손해배상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괜찮아요. 회사 날려도 그만입니다.”

나도 고집하면 한 고집한다.

돈을 목적으로 하고 안아 그룹 인수하지 않았다.

그깟 회사 적자 나봐야 몇천억이다.

안아 그룹에서 거의 유일한 대형 제조 회사다.

하지만 앞으로 끌려다닐 생각이 없었다.

강단 있게 내 의지를 표현할 때였다.

하관우 회장이 날 본다.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모두……. 날려 버리겠습니다!”

노조에 끌려 다녔던 경험이 많은 대웅맨이다.

그때와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노조가 몰랐다.

“동시에 제2 노조 설립을 지원하십시오. 그들에게는 무주택 자금 대출, 순익의 20프로 연말 배당, 대학교까지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을 파격적으로 제시해 주십시오.”

“조치하겠습니다.”

하관우 대표가 의중을 꿰뚫고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상생하자고 내민 손을 걷어차면 그 다음은 채찍이다.

분에 넘치는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회사가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같이 먹고 살 수 있다.

“누누이 말하지만 비자금 조성하면 안 됩니다. 철저하게 회계 감사하십시오. TS는 완벽한 지주회사 체제가 되어야 합니다. 노조와 상생하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려면 스스로 청렴해야 합니다.”

“회장님이 지시하신 사내 성폭행 및 성추행, 부조리한 사건들에 비밀 투고함을 운영 중입니다. 개중에 상황이 엄중한 일들은 심화 감사를 통해 퇴직 처리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진행시키십시오. 특히 회식을 빙자한 성추행 행위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문화는 반드시 뿌리 뽑으십시오. 하청 업체들과는 정당한 계약을 통해 공존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시 철저하게 이행하겠습니다.”

해가 되는 일이 아니다.

조직의 수장이 바뀌면 기업 문화도 당연히 변화하는 법이다.

앞으로 9년 동안 국가는 엉망이 될지라도 TS 그룹을 비롯해 나와 연결된 기업들은 충분히 내실을 기할 것이다.

“회장님…….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뭡니까?”

하관우 대표가 문제라고 말할 정도라면 심각한 사건이다.

“정치권에서 여러 루트를 통해 자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요?”

“여당에서 특히 노골적입니다. 정권 실세들을 등에 업고 취업 청탁 및 정치 자금에 대해 문의하고 있습니다.”

“흐음…….”

대한민국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었다.

한번 잘 못 보이면 세무조사를 통해 날려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

미국계 투자 자금으로 인수된 TS 그룹이지만 피할 수 없었다.

“정당한 후원금은 여당 실세들에게 뿌리십시오.”

“취업 청탁이 더 문제입니다.”

“그건 기다리십시오. 조만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곧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다.

최병박 대통령은 미국에 책잡힌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CIA가 파악한 불법선거 및 자금 등으로 미국은 꽃놀이패를 즐긴다.

이제 정치권에 인맥을 심을 때가 됐다.

손대균 이사만 믿고 있을 때 가 아니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다.

“여보세요?”

- 안녕하십니까. 장태산 대표님이십니까?

“맞습니다만 누구십니까?”

- 양우석 국회의원님의 보좌관 이영국입니다.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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