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
회귀의 전설
225장. 자동 탐색 기능
“한 검사. 부탁이 있어요.”
“말씀만 하십시오. 사모님.”
“다른 건 아니고 우리 막내가 좀 맞았어요.”
“네? 아가씨가 맞아요? 누구한테 말입니까?”
“……아주 개 같은 새끼예요.”
“누군지 이름만 말해주십시오! 당장 박살을 내 놓겠습니다!”
서울 남부지검 차장검사 윤대호는 걸려온 전화에 뜨겁게 반응했다.
말투와 달리 오른손에 든 펜으로 책상을 톡톡 찍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중요한 스폰서였다.
지금껏 라인을 잘 타고 이 자리까지 왔다.
이류 대학 삼인 재단법인 장학생 출신이었다.
한국 그룹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10대 그룹이 뿌리는 로비로 핵심 요직을 거쳐 검찰 요직을 꿰찼다.
곧 승진 기회가 돌아온다.
정권이 바뀌고 한바탕 인사 태풍이 불었다.
윗선 여럿이 옷을 벗었고 차례차례 잡고 있는 줄에 따라 보직이 결정됐다.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노리는 윤대호는 이번이 기회임을 알아챘다.
‘집안 아주 개판이야.’
성격이 막 돼먹은 회장 사모는 트러블 메이커였다.
물론 자식들도 말하면 입 아팠다.
본인 마음에 안 들면 상대를 어떻게든 끝장내야 분이 풀렸다.
“정보는 보내주겠어요. 빠른 시간 안에……. 콩밥 먹었다는 소리 듣고 싶어요.”
“문제없습니다.”
“믿어보겠어요.”
“흐흐. 이번에도 실망 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회장 사모가 직접 전화할 정도라면 두둑이 챙길 수 있었다.
해외 나갈 때도 1등석은 공짜였다.
윤대호는 머리로 빠른 계산을 마쳤다.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어요.”
교양 있는 척하지만 서울 상류층 바닥에 소문이 쫙 났다.
삼인재단 이사장은 웬만하면 상종하지 말라고 말이다.
“빠른 시간 안에 확실하게 처리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뚝.
한 회장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덕담도 없이 통화가 종료됐다.
“성질 더러운 여편네가 또 사고 치네~.”
강력 검사 출신도 인정하는 성질머리니 말해 뭐하겠는가.
“어떤 놈인지 몰라도 불쌍한 새끼네. 이 정도 구체적으로 말할 정도라면……. 머리 돌게 만들었다는 소린데.”
띠링.
그때 메일이 왔다는 울림이 들렸다.
윤대호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메일을 열었다.
대가는 최소 큰 거로 몇 장 이상.
거기에 더해 힘 한번 써주면 충분히 가능한 승진.
“장태산……. 뭐지? 이 새끼 이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
“시은 바이오텍? 이번에는 약 공장이야?”
서류를 검토하던 조 변호사님이 놀리듯 말했다.
“약 공장이 아니라 전도유망한 신약 개발 업체입니다.”
“나 형사 검사라고 놀려? 어딜 봐서 전도가 유망해. 그저 그런 복제약 공장이잖아.”
조 변호사님 투자 안목은 제로다.
그러니 평생 검사했던 거다.
미래를 안다면 지금 집 팔고 사돈 돈까지 빌려 투자한다고 난리쳐야 얘기가 됐다.
수시로 마주치는 이런 상황을 혼자 아는 것도 고역이다.
“거기 보고서 잘 좀 보세요. 작년에 아이사 최초로 동물세포 배양 의약품 생산설비를 FDA에서 설비 승인 받았다고 나와 있잖습니까.”
“흐흐. 이번에는 장 대표가 틀렸다. 내가 검사 시절에 이런 사건 몇 번 다뤄봤다. 신약 개발 그거 다 구라야. 이 회사 곧 상장 예정이지?”
“네.”
“거봐! 다음 시나리오가 뭘 것 같아? 세계 최초 항암 치료제 임상실험 돌입! 유명 기관 실험 허용! 그렇게 소문 쭉쭉 난 다음에 주가는 고공행진~ 멋모르는 개미들 우르르 몰려갔다 허위 공시로 빵~ 날리는 거다.”
자신만만한 조 변호사님 스토리에 웃음이 났다.
대부분 그런 시나리오로 흘러가겠지만 여기는 아니다.
“꿍쳐 놓은 용돈 있으면 상장 주식 반드시 구입하세요. 재벌 소리는 못 들어도 졸부는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됐어. 그런 건 장 대표나 해. 난 장 대표가 주는 솔잎 먹고 살란다.”
조 변호사님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큰 그림 그리라는 말에 몸을 사릴 줄 알았다.
“그러십시오. 돈도 일정 이상 넘어가면 무감각해집니다.”
“……장 대표 그렇게 말하지 마라. 위화감 든다.”
“제 돈이 조 변호사님 돈도 됩니다.”
“흐흐흐. 그렇다면야 인정! 돈 많이 벌어 용돈 팍팍 줘라! 나도 무감각해지게~.”
로버트와 비슷한 내가 믿는 조력자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내년에는 섬 하나 사죠.”
“그래…… 국내 좋은 많이 나왔더라 하나 사자.”
“공항 딸린 녀석이면 좋겠죠?”
“…….”
농담에 조 변호사님은 입을 다물었다.
- 꽃피는 동백섬에~♪.
그때 조변호사님 핸드폰에서 그와 딱 어울리는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요즘 핸드폰 배경음 변경하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
세월 흘러 나이 드는 것은 여러 모로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무슨 일이야. 남 부장~”
부장이라 편하게 부를 정도라면 검찰이다.
“남부 쪽 애들이 움직였다고?”
통화하던 조 변호사님이 내 얼굴을 본다.
이거 뭔가 일이 시끄럽게 된 것 같다.
검찰 조직은 보면 볼수록 웃겼다.
검찰총장 밑에 검사들 출세욕이 장난이 아니다.
내 사무실을 털던 부부장 검사를 동원할 수 있는 권력자들이 여럿 있었다.
각자 라인을 타고 승진 기회를 노렸다.
정치인과 재계 거물들은 자기들만의 라인을 키웠다.
지금 들어오는 느낌은 딱 하나.
“윤대호 차장검사라면 한국 그룹 쪽이잖아?”
조 변호사님 그런 눈으로 절 보면 안 됩니다.
제가 먼저 사고 안 쳤습니다.
통화하면서 보내는 눈빛은 또 사고 쳤지?
이런 느낌이다.
“알았어. 지켜보고 얘기해 줘. 조만간 밥 한번 먹자. 그래…….”
조 변호사님이 통화를 끝냈다.
“장 대표 또야?”
“아니에요~ 제가 먼저 안 그랬습니다.”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한국 그룹과는 또 언제 부딪친 거야? 거기 사모가 미친개로 불리는 거 몰라?”
“당연히 모르죠. 다만…….”
조 변호사님을 보고 웃었다.
“그 딸도 만만치 않다는 건 압니다.”
“으이구! 내가 미친다. 동부지검 차장검사가 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단다. 윤대호라고 한국 그룹 장학생 출신인데 성격이 집요하고 거칠어.”
“집 지키는 개로 알맞네요.”
“서울 쪽 차장검사라면 다루기 힘들다. 걔들도 라인이 다 있어.”
“조 변호사님은 뒤에 계세요. 이런 날 사용하려고 요즘 새로운 칼 구입했지 않습니까.”
“흐흐흐. 그래. 이런 일에는 대균이가 제격이지.”
눈치하면 끝내주는 조 변호사님이 음흉하게 웃었다.
다달이 몇 백억씩 보호비로 지출한다는 사실을 알면 까무러칠 것이다.
그래서 돈 값 했다.
핸드폰을 들어 번호를 눌렀다.
“선배님~ 저 태산입니다!”
슬슬 시작한 반격.
조만간 비행기 공짜로 타게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문득 들었다.
미친개 조련은 말로 안 되고 방법은 딱 하나.
밥그릇 빼앗고 몽둥이로 고개 쳐들지 못할 때까지 패는 게 최상의 방책이다.
***
“아들~ 이러다 얼굴 잊어버리겠다~.”
“에이~ 엄마. 그건 오버야. 세상에 엄마가 아들 얼굴을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어~.”
“여기 있잖아.”
“흐음…….”
엄마의 농담에 가벼운 신음이 나왔다.
과거와 달리 엄청 활달하고 건강해지셨다.
오랜만에 본가에 왔다.
차장검사가 움직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리앤장 이사 손대균 선배에게 자초지정을 얘기했다.
어이가 없는 듯 손 선배가 가볍게 웃었다.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고 위로를(?) 전해왔다.
선배님만 믿는다고 과한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곧바로 차를 몰아 장주시를 찾았다.
8월이면 사과 밭은 바빴다.
곧 조생종 품종이 출하될 시기였다.
엄마도 시골 아낙네 복장으로 돌아다녔다.
주변에 건장한 남녀 경호원들도 함께 농부처럼 일손을 도왔다.
이곳 근무자는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다.
순번을 정해 놓아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 부분에 있어 부모님도 아주 대만족이었다.
“고맙다. 네 덕분에 이 동네 치안이 완벽해~.”
엄마가 활짝 웃었다.
홍인대 여왕의 미소는 시골 분위기까지 클래스를 다르게 만들었다.
아빠가 인생에서 선택한 최고는 엄마를 만난 일이다.
“아빠는요?”
밖에서는 대표나 회장으로 불렸지만 집에서는 장남에 아들이었다.
“농협에 가셨다. 곧 돌아올 거야.”
“도와드려요?”
“다 끝났다. 직원분들이 얼마나 열심인지 올 가을 팔 사과 물량도 예약 끝났다.”
유기농 사과는 먹어 본 사람만 그 맛을 안다.
슥슥 바지에 닦아 맛보는 사과는 꿀맛이다.
올해는 일조량도 풍부해 당도가 장난 아닐 것 같았다.
“방에 가서 옷 갈아 입고와. 저녁에 엄마가 호박 된장국 끓여줄게.”
“엄마! 사랑합니다!”
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엄마의 손맛은 따라갈 수 없었다.
입맛이 확 돌았다.
자식을 사랑하는 에너지가 조미료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으러 방에 들어갔다.
방을 볼 때마다 격세지감이 들었다.
과거 회귀할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좁고 외풍이 휘몰아치던 미성숙 수컷의 서식처가 양반집 도련님 거주지가 됐다.
내가 없음에도 엄마의 손때가 묻어 방 안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이중창 너머로 산과 들판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맞은 편 벽에는 엄마의 풍경화가 걸려 운치를 더했다.
“꿈속 할배님 감사합니다~ 은혜는 언제나 잊지 않고 있습니다.”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진심을 다한 나의 마음에 신은 포인트로 화답했다.
옷을 갈아 있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 저 산에서 운동 좀 하고 올 게요~.”
“그래~ 늦지 마~.”
서울과 기가 확실히 달랐다.
이계보다는 못했지만 느껴지는 기감은 제대로 살아 꿈틀거렸다.
산에 올라가는 곳곳에 CCTV가 보였다.
최고 사양 경호 장비들이 투입됐다.
마을 빈집들 상당수가 공사가 끝나 경비업체 직원들이 머물렀다.
다른 한 쪽에는 훈련장을 건설 중이다.
연구 센터를 주변에 세울 생각이다.
안아 건설에 발주 계획서를 집어넣었다.
슈퍼컴퓨터 연구소와 데이터 센터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공단 규모는 아니더라도 깔끔하고 자연친화적인 대규모 시설물이었다.
타닥 타다다다닥.
명당의 산세는 오늘도 빵빵한 기를 선물해줬다.
“훗, 훅.”
CCTV 범위를 벗어나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서울에서는 맛볼 수 없는 내공의 방출 극대화.
휙휙 주변 풍경들을 지나쳤다.
마력석을 통해 흡수한 내공이 생각보다 더 장난 아니었다.
전보다 몇 배 이상 강해진 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반탄강기를 사용할 정도는 안됐다.
마법이 아닌 이상 총알을 막기 위해서는 엄청난 내공이 뒷받침이 되어야 했다.
“하아아~.”
어느새 산 정상에 올랐다.
“역시 명당!”
산은 높지 않았지만 탁 트인 광경은 천하 일경이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산세 자락과 넓게 펼쳐진 평야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다.
“정령들 보고 싶네…….”
프랑스에서 한 번 정령들을 소환해 봤다.
하지만 레벨 부족으로 소환이 불가능하다는 알림을 받았다.
녀석들과 뛰놀던 성에서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바쁘고 치열하게 각종 음모가 난무하는 지구의 생활과는 다른 이계였다.
오크들이 짜증났지만 신나게 치고받으면 또 끝이 나는 일이었다.
“오늘은 접속이 가능하려나?”
포인트만 착실히 받아가는 나쁜 사기꾼 같은 노바 형님이 떠올랐다.
최신 버전 업데이트가 안 된 지 좀 됐다.
요즘 더 절실하게 노바 형님의 최신 버전 기술 전수가 필요했다.
이제 나도 순진한 총각은 아니다.
“그럼 오랜만에……. 흐흐.”
생각난 김에 노바 형님을 만나고 싶었다.
포인트도 꽤 축적했으니 이것저것 구입할 목록도(?) 제법 있을 것 같았다.
“노바 형님~ 계세요~ 우리 한 번 만날 때가 되지 않았나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간절하게 형님을 불렀다.
- 타 차원의 신을 소환하기에는 레벨이 부족합니다.
“도대체 어디를 가신 거야!!!”
후속편 기대를 깨뜨리는 알림에 괜히 짜증 지수만 올라갔다.
웹소설 연중하는 무책임했던 2020년도 작가들 같았다.
- 차원 이동한 아르펜 행성의 신으로 계십니다. 포인트를 모아 차원 이동하십시오.
“뭐, 뭐라고! 아르펜 행성에 신으로 있다고???”
산 정상에서 야호 대신 깜짝 놀라 소리를 쳤다.
- 가장 비슷한 신을 자동 탐색합니다.
- 신을 찾았습니다. 아름다운(?) 만남이 되시기를~
“???”
귀에 들려오는 회귀 후 처음 듣는 헛소리.
파아아아앗!
곧바로 빛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