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0화 (220/1,284)

 # 220

회귀의 전설

220장. 권리남용 (1)

“흔적은?”

“모두 죽었습니다.”

“놈은?”

“서울 사무실에 있습니다.”

“확실히 놈 짓인가?”

“그놈 사무실에 있는 경호원을 미인계로 포섭했습니다. 확실합니다.”

“…생각보다 보안이 강한데…….”

“우리 쪽 말고 다른 히트맨들이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어린놈이 적이 많아.”

“무공을 사용할 줄 아는 놈인 듯합니다.”

“그렇겠지. 하급 살수라도 일반인이 처리할 수준은 아니니까.”

“조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기다린다. 놈에 대해서 조금 더 관찰한다.”

“알겠습니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서도 허름한 골목에 위치한 양꼬치 구이점.

흙과 시멘트가 묻은 옷차림의 일용직 중국인 노동자들이 독한 고량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오가는 대화는 범상치 않았다.

“장 씨! 여기! 양꼬치하고 술 좀 더 줘!”

“뭐야? 무슨 일 있어?”

“흐흐흐. 오늘 완전 재신이 강림했다. 미친놈이 편의점 탁자에 가방을 놓고 들어가잖아. 그래서 냅다 들고 튀었어~. 거기에 돈이 300만 원이나 들어 있었어.”

“뭐가 그렇게 많아?”

“등록금이라고 종이 뭉치에 적혀 있던데 무슨 상관이야~. 가방을 놓고 다니는 놈이 멍청한 거지.”

“오! 그럼 2차도 네가 쏴.”

“당연하지! 공돈은 바로 써버려야 재수가 있어.”

“CCTV 많이 깔렸는데 괜찮겠어?”

“흐흐 우리 같은 밀입국자들 잡을 수 없어. 그리고 잡히더라도 추방밖에 더 되겠어? 중화인민공화국의 힘을 믿어! 가오리 빵즈 놈들 아무것도 아냐!”

“맞아! 가오리 빵즈들 재수 없어!”

옆 테이블에서 시끄러운 중국말이 커지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묻혔다.

대화 내용은 모두 다 불법적인 것들이었다.

한국에 들어와 노가다를 해 돈을 벌지만 결코 한국 사회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대림동에 모여 사는 상당수 중국인들은 불법 체류자들이었다.

“형님. 한 잔하시죠.”

“한 잔이 아니라 석 잔은 내리 비워야지!”

대화가 끝난 두 남자는 형 동생이라 칭하며 독주를 비웠다.

누가 봐도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온 중국 일용직 노동자였다.

하지만 주고받는 대화와 달리 눈빛은 겨울 바다처럼 차가웠다.

잔을 부딪치고 독주를 주고받았지만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눈동자다.

어렵게 찾아낸 목표를 향한 강한 집념으로 두 사람의 결속은 더욱 단단했다.

***

“도대체 뭐가 이렇게 까칠해! 너 먹는 거 차별하면 못써!!!”

허공에 활짝 열린 아공간을 향해 인생 교육을 실시했다.

- 오염된 물건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과자가 왜 안 돼! 노트북은 또 왜!”

사무실에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계에 돌아가 설립하고 싶었던 24시간 편의점이 물거품됐다.

평소 애용하던 물건들 모두 아공간 입고가 불허됐다.

미국에서 총도 구입해 넣어 오크들 대가리를 박살낼 수 있기를 소망했었다.

생각만 통쾌하고 짜릿했다.

이계 정복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모두 금지다.

“황금하고 보석은 되는 거냐? 너 물질 차별하면 못쓴다.”

백작성에서 쓸어 담은 황금과 보석, 마력석과 무기는 아공간에 착실하게 들어 있다.

아공간과 알림음은 반응이 없었다.

아쉬운 쪽은 나였다.

“유 팀장 커피가 그립네.”

허탈해지자 마음 안정용 커피가 절실했다.

20층 대표실에는 아무도 없다.

전화기 코드도 뽑았다.

경호실에 연락해 방문을 차단했다.

하관우 회장과의 만남만 예약됐다.

이계에서 돌아와 온전히 처음 갖는 개인 시간이었다.

로버트는 어제 집에 돌아와 동양의 신비를 견식 시켜줬다.

고기 좋아하는 미국 중년 남자의 몸은 많이 망가져 있었다.

운동을 즐긴다 해도 연식은 속일 수 없었다.

로버트 몸에 쌓인 적폐가 많았다.

화타의 추궁대법과 침술 그리고 내공으로 싹 청소해줬다.

2시간 정도 걸렸다.

노폐물이 섞인 검은 땀이 꾸역꾸역 많이도 나왔다.

치료가 끝난 후 로버트가 충성을 다시 맹세했다.

20대 시절 이후 그렇게 몸이 가벼운 적이 없었단다.

로버트에게 살짝 귀띔해 줬다.

다른 기능도(?) 20대와 버금가게 좋아졌다고 말이다.

로버트……. 내 손을 잡고 말을 잇지 못 했다.

여자 친구가 생각보다 젊다.

중년 남자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 고민을 해결해 줬으니 충성심이 절로 오르는 건 당연했다.

몇 달에 한 번씩 동양의 신비를 경험하게 되면 무병장수한다고 덧붙였다.

로버트는 무한 존경을 보였다.

아침에 직접 요리한 황태 해장국도 대접했다.

여직원들과 비행기 타고 떠났다.

“그런데 이 녀석……. 뭔가 특이한데 말이야.”

오크 대전사에게서 뽑아낸 마력석.

괴물들에게서 획득한 유백색의 마력석 결정체를 잡았다.

신기하게 잡는 순간 기가 빠르게 소통됐다.

대박 냄새가 진하게 났다.

자연 상태의 순수 마나석에서 추출되는 마나와 마수에게서 채취하는 마력석은 다르다 했다.

짐작하건데 영물 내단과 비슷한 것 같다.

“이게 만약 자체적으로 전기나 기타 에너지를 생성한다면…….”

궁금한 게 많았지만 직접 연구할 수는 없었다.

“마법이 필요해. 마법이!”

마법에 대한 갈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지구의 발전한 과학과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리라.

이계 시간과 지구 시간의 갭 차이는 전혀 없었다.

이계에서 목숨만 지켜낼 수 있다면 완벽한 이중생활 터전이 되고도 남았다.

“그런데……. 이 마력석 흡수도 가능한 거야?”

탈만에게 많이 묻지 못했다.

기사라는 자 입장에서 완전 무식을 드러낼 수 없었다.

마력석을 오른손으로 잡고 심법을 운기했다.

파스스스스슷!

“!!!”

순간적으로 엄청난 기가 오른팔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기가 정순하지 않았다.

드래곤 호흡법으로 급진화가 되지 않았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쭉쭉 빨아 들였다.

드래곤 호흡법으로 진화했지만 태극오행양의심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다만 마나 감응력이 다른 능력을 더 얹어줬다.

기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

파슷.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력석의 빛이 거의 사라졌다.

- 내공이 증진 됐습니다.

- 드래곤 호흡법 경험치가 증가했습니다.

- 종합무력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오!”

생각지 못한 마력석의 능력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좀 더 다른 것도 있을 것 같은데…….”

빛을 잃고 그냥 유백색의 돌로 변한 마력석을 잡고 내공을 살짝 불어 넣었다.

파스스스슷.

놀랍게도 빛이 사라졌던 마력석이 다시 빛났다.

“이, 이거 전기도 저장되는 건 아니겠지?”

미래에는 전기 배터리를 이용한 전장사업이 대세다.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갔다.

내공이라는 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마력석이 전기를 수용할 수 있다면 새로운 배터리 재료가 될 수 있었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오셨습니까?”

- 회장님. 사무실 밖입니다.

“들어오세요.”

대표실에 설치한 버튼을 조작해 사무실 문을 열었다.

스르르릇.

하관우 회장이 대표실로 들어왔다.

“회장님을 뵙습니다.”

절도 있는 동작으로 깔끔하게 고개 숙이는 하관우 회장이다.

“앉으세요. 하 대표님.”

밖에서는 회장이지만 나에게는 하 대표로 불렸다.

하관우 회장이 내 앞에서는 결코 회장으로 불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적에서 결코 자신을 나보다 높이지 않았다.

“휴가에서 돌아오셨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하 대표님은 휴가 안 가십니까?”

“회사 일이 저에게는 휴가입니다.”

일에 살고 일에 죽는 대웅맨 다웠다.

“사모님과 아이들이 서운해 하지 않겠습니까?”

“집에 있는 걸 더 불편해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안아 그룹 인수 이후 회사 일에 전념하라는 집사람의 엄명을(?) 받았습니다.”

백수였던 남편이 대 그룹 회장이 됐다.

TS 그룹으로 사명이 바뀌었지만 회장이라는 위치는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TS 그룹은 연 20일 강제 휴가입니다. 하 대표님도 준수하십시오. 그래야 아랫사람이 편안하게 쉴 수 있습니다.”

지난 생 비정규직 증권회사 시절 휴가에도 쉬어 본 기억이 없다.

휴가는 분명 있었지만 간 크게 비정규직이 휴가를 보내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주말까지 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나라도 쉬는 날 만큼은 꼭 챙겨주고 싶었다.

사람이 쉬지 않는다면 정신과 육체가 병든다.

“명심하겠습니다.”

하 대표에게 그룹을 맡기고 있지만 그는 알고 있다.

진짜 이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이다.

“그룹 경영은 어떻습니까?”

“지원하신 자금 덕분에 악성 부채는 모두 털어냈습니다. 안아 사업 구조가 생각보다 탄탄합니다. 과거 대웅과 달리 해외 사업 분야가 많지 않습니다.”

오승혁 회장 성격이 더러워서 그렇지 사업은 잘했다.

내가 건들지 않았다면 이 당시 위기를 극복하고 2010년에는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들어간다.

“오승혁 회장 근황은 어떻습니까?”

“대규모 분식회계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얼마 전 구속됐습니다. 주가 방어를 위해 계열사 자금도 이사회 결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사면이 없다면 수십 년 형은 받게 될 겁니다.”

“자식들은요?”

“모두 다 회사에서 퇴출됐습니다. 비자금 말고 드러난 부동산과 자금은 모두 압류했습니다. 오동성이라고 막내아들은 정신병원에 있습니다.”

그래도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국외에 꿍쳐 놓은 돈이 수천억 단위는 되고도 남았다.

삼우 로펌 조윤태 이사도 그건 손대지 말자고 했다.

정치권에 뿌린 돈이 많아 여차하면 다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승혁 회장도 그걸 알고 순순히 감옥에 들어갔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대기업으로 재기는 할 수 없지만 먹고는 살 수 있었다.

물론 나를 향해 손을 한 번 더 뻗어온다면 재산뿐만 아니라 자식들도 콩밥 먹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렇습니까? 회사에 문제 있습니까?”

로버트를 통해 자금을 퍼부었다.

부채가 수십 프로로 줄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초우량 기업이었다.

“회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가 말입니까?”

“안아 케미칼 노조가 대표실을 점거했습니다.”

“네? 노조가 대표실을요? 왜요?”

안아 케미칼은 초봉이 연 3,500만 원 이상이었다.

안아 그룹 중에서도 평균 연봉이 7,000만 원 이상으로 가장 쌨다.

2008년도에 이 정도였고 2020년에는 1억이 넘었다.

그런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할 이유가 없었다.

“비정규직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나요?”

“그게……. 문제가 됐습니다.”

“네? 그게 문제가 되다니요?”

“정규직들이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만든 걸 못 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정규직 숫자가 늘어나면 자신들이 받을 혜택이 줄어들 거라 판단한 겁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가 아닙니까. 비록 지금은 위기지만 함께 힘을 합치고 위기를 극복한다면 상생의 이익이 발생할 겁니다.”

언성이 높아졌다.

사업 경영은 처음이었다.

노조라는 문제는 과거의 나와 상관이 없었다.

“뿐만 아닙니다. 실적이 마이너스임에도 성과금 3천만 원과 노조원들에게 주식 3천 주를 배당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연봉 10프로 인상 포함해서 말입니다.”

“…….”

할 말이 없었다.

현재 주가가 1만5천 원 정도다.

4천5백만 원을 떡값으로 달라는 소리다.

주주는 주식회사의 주인이다.

주인이 되고 싶다면 직접 월급 쪼개서 구입하는 게 맞다.

노조가 정상이 아니다.

안아 인수 후 즉시 추진한 일은 짧게 밀렸던 임금과 그에 따른 이자를 모두 계산해 처리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으며 임금도 물가상승률에 맞게 올리라고 지시했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와 요구가 따른 것이다.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은데요?”

“……대한노총 산하로 들어가며 하계 임금협상에서 계속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넉넉한 외국 기업이 인수했으니 이번 기회에 노조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 노조 지도부 사이에서 흘러나옵니다.”

“미친 거 아닙니까?”

“65세 정년 보장과 자녀들 중 한 명 이상으로 정규직 취업 보장도 조건입니다.”

파르르 손이 떨렸다.

말로만 듣던 대한노총 산하 대기업 노조의 작태를 접하자 피가 돌았다.

이건 노동자 생존권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남용하는 악독한 짓이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 대표님.”

“네 회장님.”

“지금 대표실을 점거했다고 했습니까?”

“쇠파이프를 들고 쳐들어오는 바람에 부상당한 임직원도 있습니다.”

하관우 대표 얼굴에도 분노가 스쳤다.

“경찰에 고소하십시오. 그리고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십시오!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물러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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