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5화 (215/1,284)

 # 215

회귀의 전설

215장. 계획을 세우다

“아사신이라……. 듣기만 했는데 진짜 존재했나 봅니다.”

“위험한 놈들입니다. 사라진 고대 술법 같은 걸 사용합니다.”

“총기 소지 가능한 보디가드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 경호업체 직원들을 용병으로 등록해 주십시오. 외국에 나갈 때 그들을 대동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등록뿐만 아니라 훈련도 병행해야 합니다. 한국 용병들이 솜씨가 좋지만 총기는 계속 다뤄봐야 합니다.”

“미국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한진웅 대표와 소속 경호원들 훈련 양을 늘려야 할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마음껏 총기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대형 사건들이 가까운 미래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게 뻔했다.

“그리고 정보조직을 확장하도록 하십시오. 자금은 얼마든지 사용해도 됩니다.”

“동의합니다. 요즘 뭔가 수상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월가에 말입니까?”

“보이지 않는 암투가 심합니다. 차일드가 본가와 방계의 알력 다툼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로버트는 대형 자가용 비행기를 끌고 왔다.

역시 지구가 좋다.

말 타고 평원을 달리는 것보다 슈퍼카 타고 도로 위를 달리는 게 더 짜릿했다.

언제 몬스터가 튀어 나올지 모르는 이계는 사양이다.

서걱서걱.

대화하며 스테이크를 썰었다.

육즙이 제대로다.

실력 있는 요리사까지 동행했다.

이계에서 지구에 벌어놓은 돈도 써보지 못하고 죽는 줄 알았다.

옛말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쓸 줄 모르고 아끼기만 하면 뭐든 똥 되는 거다.

숙성이 잘 된 와인에 두툼한 스테이크는 환상의 궁합이었다.

고기 한 점에 목숨을 걸었던 이계 생활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다행히 살인에 대한 트라우마는 없었다.

내게 오크와 아사신은 동급이었다.

타인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자의 목숨은 지켜줄 마음이 없었다.

카르마 포인트도 듬뿍 받았다.

세상에 악을 뿌리는 자는 그 악업만큼 대가를 치러야 함이 신들이 정한 법칙이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반드시 계산서가 청구된다.

그 정확한 사실을 신들을 통해 보고 경험하고 들었다.

벌컥.

와인도 시원하게 마셨다.

살 것 같았다.

“차일드 가에도 내부알력이 심한가 봅니다.”

“보스도 알다시피 월가 대형 은행이나 투자업체는 차일드 가의 직간접적인 소유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다보니 과거와 같은 결속력은 보기 힘듭니다. 직계와 여자들로 이어져 내려온 방계간의 재산 싸움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특히 방계의 대표격인 리처드 요한슨 상원의원 파벌이 강력합니다.”

도도희가 아니라면 짐작도 못했을 이야기다.

다시 듣게 되는 요한슨이라는 성.

뜨거운 여자, 사라가 다시 떠올랐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견제는 없습니까?”

“돈은 친구를 만드는 최선의 도구입니다.”

로버트가 씩 웃었다.

월가의 투자 사업자들 상당수가 차일드가나 유대인이다.

돈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그들에게 로버트는 매력적일 것이다.

신분도 확실했다.

어느 날 화려하게 부활한 월가의 아들이었다.

“선거는 잘 되고 있습니까?”

“오바마 후보에 대한 열풍이 장난 아닙니다. 힐러리를 누르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보스의 선견지명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미래를 살다 온 자가 누리는 특혜다.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전 세계인이 다 아는 정보다.

그래서 회귀 버프는 무적이다.

“공화당 쪽에서 놀랐겠습니다.”

“힐러리가 약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오바마 후보로 인해 혼란에 빠진 것 같습니다. 메케인 후보가 부시보다는 낫지만 그쪽도 강경파인지라 시민들이 뽑지 않을 것입니다. 전쟁에 다들 질려하고 있습니다.”

힐러리 부부가 권력 욕심이 많았다.

유권자들이 힐러리에 질려 하고 있음을 몰랐다.

“적절하게 양쪽에 뿌리십시오. 앞으로도 쭉~.”

민주당이 앞으로 8년을 집권하지만 그 뒤에는 위대하신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아주 기대가 된다.

SNS의 발달로 기성 정치권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반란적으로 그 사람을 뽑는다.

2020년까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업가 대통령.

이름을 밝힐 수 없다.

그를 생각하면 지금도 헛웃음이 나왔다.

온갖 조롱과 멸시 속에서도 그는 뚝심 좋게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유럽 쪽 경호 업체도 설립했으면 좋겠습니다.”

“추진하겠습니다.”

“월가 투자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유가를 비롯해 대부분의 원자재들이 끝을 모르고 폭락중입니다. 이건……. 일생에 한 번 보기 힘든 이벤트 같습니다.”

로버트도 놀라워했다.

이미 로버트를 통해 모든 선물 매도에 투자하게 만들었다.

롱 포지션 매도, 숏 포지션 매수의 이중 마공이 펼쳐졌다.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설마하고 숏 매도를 받아주던 대형 투자 회사들은 지금 존폐 위기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오일 같은 경우는 12월 초까지 지옥 끝까지 떨어진다.

147달러 고점에서 25달러까지 단 넉 달 만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폭락한다.

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미국 모기지론의 위기가 쓰나미처럼 덮친다.

이 와중에도 베이징 올림픽은 조용히 치러지고 있었다.

잘난 척하는 대륙이 돈을 퍼부었지만 그렇게까지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서서히 주변국을 향해 발톱을 드러내는 대륙의 본성.

놈들이 앞으로 벌일 짓거리는 주변국의 고통이 된다.

“반신반의 중이지만……. 벤이 골치 아프다는 말을 뿌리고 있습니다.”

“그렇겠지요.”

교과서에서 이론으로나 등장하는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들도 나오는 벤 버냉키다.

세계 깡패 발권국만이 실행할 수 있는 발권기계 풀 가동.

웃기게도 미국을 대체할 그 어떤 국가도 없어 달러 인기는 위기 중에 상승하게 된다.

딸깍.

스테이크를 다 먹어치웠다.

블랙 앵거스 폼종 답게 깊은 풍미와 풍부한 육즙이 합쳐져 장난 아니다.

앞으로 내가 먹어 치울 미국 기업들도 이렇게 꿀맛일 것이다.

“긴장을 늦추지 마십시오. 그리고 항상 보디가드와 방탄 차량을 이용하세요.”

“걱정 마십시오. 대통령만큼 경호를 받고 있습니다.”

로버트가 아사신 칼맛 안 봐서 저러지 싶다.

직접 눈앞에서 총알과 칼날이 날아들면 내 충고를 기억해 낼 것이다.

“리만이 곧 무너질 겁니다.”

“……덩치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한국 산업은행에서 인수를 추진 중이지만 결렬 될 겁니다. 산업은행 따위가 감당할 덩치가 아닙니다.”

쥐병박이 나라를 절단 내려고 용을 쓰던 시절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좌절되자 오대강 사업으로 포장했다.

타고난 장사꾼이었다.

그리고 약점이 많았던 만큼 미국 손아귀에 수없이 놀아나게 된다.

그래서 끝이 좋지 않았다.

결국 2018년 온갖 범죄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재임 시절 이것저것으로 국고를 탕진했던 인물이다.

일가족 모두가 다 연루되어 있는 사기집단이었다.

“리만뿐만 아니라 메릴린치도 훅 갈 겁니다.”

“…….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곳에 근무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쓸 만한 인재는 받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월가 출신 로버트에게 대형 투자은행들의 파산에 마음이 상한 것 같다.

자신의 동료들의 모습이 과거 자본 같을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거대한 흐름을 개인이 바꿀 수는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 전쟁도 피가 낭자한 전쟁 못지않았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이 때를 놓치면 안 됐다.

전쟁의 포화 속에 버려진 먹거리가 넘쳤다.

그리고 전쟁은 오직 승자만이 할 말을 할 수 있게 했다.

봐준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다.

“다우지수 하락에 베팅 중이죠?”

“보스의 명대로 지시 중입니다.”

나의 해외여행 중에도 일은 빠짐없이 진행 됐고 계획은 이행 중이었다.

“오바마 쪽에 우리가 내밀 카드를 준비하십시오.”

“그쪽에서 한 번 보고 싶어 합니다.”

“이대로 쭉 갈 겁니다. 앞으로도 알아도 모른 척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해주십시오.”

“보스 뜻대로 하십시오.”

괜히 아는 척 고개를 내밀고 싶지 않았다.

그도 미국 대통령이 되면 어느 정도 내 정체를 파악할 것이다.

그래서 경고를 날렸다.

오바마에 대한 비밀 지원을 오픈하는 순간 워터게이트 사건 이상의 파장이 발생한다.

날 한방에 죽이지 못하면 오바마도 끝장난다.

아사신의 대결과 이계에서의 생활로 확실히 배워왔다.

건들면 이번에는 그냥 대갈통 다 날려버린다.

또로록.

로버트 잔에 붉은 와인을 채웠다.

대형 여객기답게 기체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로버트와 본격적으로 와인을 마셨다.

“보스…….”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로버트 표정이다.

“말하세요.”

“변하신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변하는 것 아닙니까?”

“그 나이 때…… 전 안 그랬습니다.”

로버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점점 조 변호사님과 비슷해져 가는 로버트다.

좋은 변화다.

농담도 던질 줄 아는 모습이 많이 유해졌다.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배운 게 많습니다.”

“외국 여행이 처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외국이 아니라 이계!

프랑스에서 배운 게 아니다.

“안 가 본 곳은 다 처음입니다. 그리고……. 제가 경험한 여행은 좀 더 특별했습니다. 아주 많이…….”

로버트가 나 대신 갔다면 노예가 되었거나 오크 똥이 되었을 것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비행기 안에서 문뜩 그곳이 떠올랐다.

감성적 충동에 이계 소년 잭과 손가락을 걸었다.

“하아.”

짧게 터져 나오는 한숨.

오크들에게 쫓겨 성으로 피난 온 난민들과 나를 따르던 용병들이 눈에 밟혔다.

하지만 당장 지구에서 할 일이 많았다.

마음 한 구석에 그들에 대한 연민을 봉해 두었다.

다시 그곳에 가고자 하면 많은 포인트가 필요할 것이다.

포인트를 무지막지하게 벌어야 한다.

포인트를 가장 벌기 쉬운 일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

“로버트…….”

“말씀하십시오. 보스.”

“국제구호기구를 창설하십시오.”

“현명하신 판단이십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몸에 밴 로버트다.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보스.”

“믿겠습니다.”

“자금 규모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기부 문화에 익숙한 로버트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격동의 혼란에 진입한 2008년 지구.

“일단 100억 달러로 시작하죠.”

“준비하겠습니다.”

돈 벌어서 뭐하겠나.

포인트로 교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르펜이라 불리던 이계.

그곳의 마법을 꼭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선물로 주어졌던 아공간과 마력석.

이것들을 활용하면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이 될 것이다.

***

“흐흐. 세라 언니. 휴가 너무 기대 된다~ 이렇게 길게 휴가를 주는 회사는 대한민국에 여기 밖에 없을 거야~.”

“인정. 그래서 나 이 회사에 뼈 묻으려고 유골함까지 사놨다.”

“유골함? 푸하하하하. 그래? 그럼 나도 하나 구입해야지~.”

유세라의 농담에 도도희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넌 재벌 2세잖아. 여기 말고 다른 곳에 묻어. 내가 찜했어.”

“왜 이러셔. 우리 아버지 개털이란 거 알잖아. 가진 재산도 얼마 없어. 우리 대표님 옆에서 쭉 비비고 살 거야~.”

“으이그! 좋은 건 알아가지고!”

“헤에~. 언니도 마찬가지잖아. 우리 연애는 해도 시집은 가지 말자.”

“왜?”

“대표님이 유부녀 차별하면 어떡해. 나쁜 남자잖아.”

“그럴까? 요즘 세상에 시집 안 가는 것도 다들 추천이더라.”

“인생 뭐 있어! 아름답게 늙다 죽자!”

대표가 휴가 중인 LOR 투자법인 사무실.

커피를 마시며 유세라와 도도희가 수다를 떨었다.

보름짜리 휴가였다.

고위 임원이라고 1등석 좌석에 스위트룸까지 지원받았다.

미국에서 생활했던 도도희가 스케줄을 짰다.

“그런데 대표님 뭐하시고 계실까?”

“동영상에 나왔던 여자랑……. 지금쯤 니스 해변에서~.”

“정말 그럴까?”

“언니가 몰라서 그러는데. 남자들은 다 똑같아.”

“뭐가?”

“일단 여자가 예쁘고 젊으면…… 모든 게 다 OK야~.”

“그건 인정.”

어릴 적부터 한 미모했던 두 미녀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직간접적 혜택을 떠올렸다.

“그래도 우리 대표님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닌데…….”

“그건 나도 인정~.”

두 미녀들은 대표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르르릇.

그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방문 허락도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경호원이 사무실 앞 엘리베이터에도 배치 됐다.

동시에 고개를 돌는 두 여인.

“어!

“대, 대표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한참 여행 기간이 남아있던 그녀들의 대표가 나타났다.

등 뒤에 중년 외국 남성이 함께다.

“그 표정 뭐죠?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 두 분 제 욕이라도…….”

“아, 아니에요!”

“무슨 소리에요. 전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두 여인은 거칠게 손사래를 쳤다.

갑작스러운 대표의 등장이 당황스러웠다.

프랑스에서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갑자기 국내에 나타난 대표.

그는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다들 인사하세요. 특히 도도희 상무를 위해 특별히 모시고 왔습니다.”

“네? 그게 무슨…….”

“리처드 요한슨 같은 거물에 한참 못 미치는 로버트 라이언 투자자입니다.”

“아!”

대표의 소개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도도희.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월가의 투자 전설이라 불리는 로버트 라이언의 방문.

도도희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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