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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화 (210/1,284)

 # 210

회귀의 전설

210장. 오크 대전사 (1)

“영주님!!!”

“감사합니다!”

덩치 큰 용병들이 눈에 하트 뿅뿅을 달았다.

며칠 동안 잘 먹였다.

예상했던 대로 포인트가 대박 벌렸다.

굶주릴 때 내준 밥과 술이 귀한 포인트를 불러왔다.

소용도 없는 금화는 제롬의 마차 물품과 바꿨다.

마차 안에는 이것저것들이 참 다양하게도 실려 있었다.

술과 밀가루, 가죽, 향신료, 소금, 옷감, 술, 말린 고기와 과일, 씨앗 등등 없는 게 없었다.

마차가 욕심났다.

조만간 제롬과 협상을 해야 할 것 같다.

“다들 망가진 무기 가져와. 오늘 수리해 줄 테니까~.”

“네? 영, 영주님이 직접 수리하실 수 있습니까?”

“이거 다 내가 만들었어.”

“우와와와와와!”

“영주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공짜니까 부담 없이 가져와봐.”

“알겠습니다!!!”

- 마나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친밀도가 높아지면 작은 선심만 써도 포인트가 떨어졌다.

오크에게 부상을 입은 용병들을 치료했을 때도 포인트를 왕창 벌었다.

치료의 성자 아르시오가 선물한 하급 치료 능력은 진짜 미친 능력이었다.

내공을 모아 “힐!”이라고 외치면 어지간한 외상은 바로 치료가 됐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지구로 돌아가면 화타의 침술과 합쳐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 같았다.

그런 만큼 마음이 바빴다.

빨리빨리 포인트 모아 돌아가고 싶었다.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걱정이 됐다.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비비안의 안위 걱정까지는 내려놓지 못했다.

그것까지 잊었다면 거짓말이다.

애써 무심한 척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귀환 포인트를 모으는 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용병들은 고객이다! 고객! 고객은 왕이다!

친절하게 맛난 것 고루 먹여 꼭 필요한 포인트를 더 획득해야 했다.

“여, 영주님!!!”

그때 성벽 위에서 망을 보던 용병이 다급하게 불렀다.

“무슨 일인가?”

“그게…….”

“왜 오크라도 쳐들어왔어???”

오크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제롬이 말했다.

오크들이 반드시 복수하기 위해 다시 찾아올 거라고 했다.

“난민들입니다……. 난민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난민들?”

뛰어서 성벽 위로 올라갔다.

저 멀리 보이는 장면.

성을 향해 들판을 가로질러오는 일단의 사람들이었다.

낡은 마차와 그 주변으로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지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돼지와 양 떼도 끌고 왔다.

한눈에 봐도 난민들이 분명했다.

“어! 어어어어!”

와중에 가장 높은 망루에 있던 용병이 비명을 질렀다.

“오, 오크들이 옵니다!”

땡땡땡땡!

임시로 만들어 준 종이 열나게 울렸다.

“아아아악!”

걸어오던 수백 명의 난민들 역시 비명을 질렀다.

난민들 뒤로 멀리 다리 건너 평원에 모습을 드러낸 일단의 오크 무리들.

수가 대단했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

우렁찬 늑대 울음소리가 울렸다.

“으으으으…….”

성벽으로 올라온 용병들의 얼굴의 핼쑥해졌다.

오크 떼 단위가 틀렸다.

이건 거의 대대급 규모다.

놈들은 말 같은 대형의 탈것을 타고 있었다.

놈들이 미친 듯 달려왔다.

이마에 주름이 잔뜩 잡혔다.

이대로 성문을 닫으면 성 내에 있는 사람들 안전에는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난민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결정의 순간.

용병들이 날 봤다.

그들 표정 또한 좋지 않았다.

숨 좀 돌릴 만하나 했는데 대형 사건이 터졌다.

오크들의 2차 습격 사건.

둥! 둥! 둥! 둥!

오크들이 울리는 가죽 북소리가 더 가까이 들렸다.

이놈들 전문가 냄새가 났다.

“영주님…….”

탈만이 가까이 다가왔다.

생략된 뒷말은 듣지 않아도 뻔했다.

“말을 빌리겠다.”

“영주님!”

무모한 일인 줄 알지만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빠르게 성벽을 내려갔다.

“난민들이 들어오면 바로 외성벽을 닫아라! 내 걱정은 하지 말고!”

“…….”

히이이잉.

용병들이 타고 왔던 말에 올라탔다.

활과 화살, 장창과 검을 챙겼다.

가죽 갑옷 한 벌 없는 비무장 상태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나와 똑같은 인간들이 살기 위해 도망쳐 왔다.

그들의 목숨을 문 밖에 놓고 죽어가는 것을 앉아서 볼 수 없었다.

그런 강심장이 아직은 없다.

“같이 가겠습니다!”

탈만이 어느새 뒤따라왔다.

시선이 부딪쳤다.

가타부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럇!”

히이이이이이잉!

말이 울며 힘차게 대지를 박찼다.

“뭣들 해! 전투! 전투 준비해!!!”

땡땡땡땡.

등 뒤에서 요란하게 쇠종이 울렸다.

먹을 것도 없는 빌어먹을 텅 빈 성을 노리는 오크 떼.

그 대가리를 쪼개 보고 싶었다.

보나마다 똥밖에 찬 게 없겠지만 말이다.

***

“진짜……. 기사란 말인가?”

성벽 위에 오른 제롬은 무한 감동에 휩싸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저렇게 무모한 기사는 드물었다.

일반 영지민들을 발톱의 때로 여기는 귀족과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힘없는 영지민들은 착취와 수탈의 대상일 뿐이다.

그런데 이곳 영주는 달랐다.

성에 영주 자신 외에 목숨을 지켜야 할 영지민 한 명 없다.

그런데 무관한 난민들을 위해 무모하게 말을 타고 돌격을 감행했다.

그 뒤를 따르는 탈만 대장.

제롬도 심장이 뜨거워졌다.

용병들도 엉덩이가 들썩 거렸다.

그러나 정규 오크 부대에 감히 대응할 엄두는 못 냈다.

일반 오크 전사들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다가오는 오크 집단에는 놈들이 섞여 있었다.

“오크 대전사……. 놈들이 온다!”

저 멀리 오크들이 키우는 커다란 늑대 아라쿤을 타고 달려오는 오크 대전사.

인간들과 비슷하게 마나를 다룰 줄 알았다.

그런 놈들에게 감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인간은 기사들밖에 없었다.

두둥! 둥! 둥! 두두둥!

거칠어지는 오크들의 북소리.

그새 영주와 탈만은 외성문을 빠져나와 오크들을 향해 돌격 중이었다.

***

쿠오오오오! 쿠오오오오오!

처음 보는 왕 개새끼들이 몰려왔다.

“살려주세요!!!”

“우아아아아앙!”

앞만 보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다급했다.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도 다수 섞여 있다.

시간이 필요했다.

“모두 성안으로 대피하세요!”

활을 꺼내들었다.

놈들이 강을 건너기 전에 시간을 벌어야 했다.

대충 10분 정도의 시간.

덩치가 장난 아닌 개들이 먼저 보였다.

놈들은 말보다 더 빨리 껑충 바닥을 박찼다.

뾰족한 갈기들이 바람에 멋지게 휘날렸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30여 마리의 거대 늑대들이 등에 오크를 태우고 돌진해 왔다.

“오크 대전사와 아라쿤입니다!”

탈만이 옆에 서서 외쳤다.

뭔지 모르지만 공포의 대명사인 것 같다.

“꺄아아아악!”

뒤쪽 사람들의 입에서 격한 비명이 터졌다.

끼릭.

활에 시위를 매겼다.

“실프!”

바람의 정령을 소환했다.

“헛!”

탈만이 적잖이 놀랐다.

“부탁한다!”

피이이이이잉!

화살이 공간을 갈랐고 실프가 화살을 조종했다.

성에서 나와 심심풀이 놀이로 연습을 많이 했다.

화살은 빛살 같은 속도로 날아갔다.

캐애애애애앵!

늑대 눈알에 그대로 꽂혔다.

펄쩍 허공을 뛰어오른 거대 아라쿤.

콰다다당.

타고 있던 갑옷 두른 오크가 바닥을 굴렀다.

쿠라라라라라라라!

놈이 벌떡 일어나 흉포한 울음을 토했다.

인간 같았다면 그대로 즉사했겠지만 오크들 몸뚱이는 가볍게 일어날 정도로 정말 단단했다.

쿵! 쾅! 쿵쾅!

놈이 거대한 도끼를 치켜들고 돌격해 왔다.

놈의 뒤를 따라 거대 늑대를 타고 달리던 오크들이 또 다시 돌진했다.

피이잉!

탈만도 화살을 날렸다.

티잉!

오크 갑옷에 맞고 튕기는 탈만의 화살.

나를 따라온 용기가 가상했다.

끼릭.

활을 다시 매겼다.

파아앗!

내공을 담았다.

피리리링.

다시 날아가는 화살.

퍼어억!

갑옷의 보호를 받지 않는 오크 팔을 맞췄다.

쿠라라라라라라라랏!

놈이 다시 울부짖는다.

또다시 매겨진 화살이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퍼어어억!

오크 대전사의 주둥이를 꿰뚫었다.

- 마나 포인트를 듬뿍 획득하셨습니다.

- 마신들이 당신을 향해 인상을 찌푸립니다.

아무래도 어둠의 마나 포인트 모으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신들의 버프 때도 마신의 축복은 없었다.

“여, 영주님!”

어느새 늑대를 탄 오크 대전사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노움, 땅을 깊숙이 파라!”

콰르르르르르르.

노움이 나타나 단단한 땅을 뒤집어 엎었다.

“운디네, 물을 부어!”

촤아아아아아아앗.

물벼락이 쏟아지며 다리 앞은 깊숙한 진창이 됐다.

퍼억! 퍼버버벅.

무식하게 달려오던 늑대들이 허우적거렸다.

“퇴각!”

어느 정도 시간은 벌었다.

난민들 거의 대부분이 외성에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버린 마차와 짐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사진으로 봤던 6.25 난리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다.

이곳에서 객기부리며 맞장 뜨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히이이이잉!

다시 말을 돌려 성으로 향했다.

- 마나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마나 포인트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성으로 안전하게 피한 난민들이 주는 포인트가 또 장난 아니었다.

경각에 달린 목숨을 구한 값은 또 가치가 달랐다.

두두두두두두.

말을 미친 듯 몰아 외성 안으로 들어왔다.

“성문을 닫아라! 닫아!!!”

대기하던 용병들이 성문을 재빨리 닫았다.

“내성으로 후퇴!!!”

외성벽도 쓸 만했지만 방어할 선수들이 턱없이 모자랐다.

빠르게 난민들과 함께 내성으로 도망쳤다.

“엄마! 엄마!!!”

“어서 뛰세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다시 내성으로 달렸다.

어린아이는 물론 노인들도 많이 보였다.

급한 대로 용병들이 부축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급박한 후퇴가 마무리됐을 때.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쾅!

내성벽에 올라간 사이 외성의 성문이 쪼개졌다.

“마나?”

오크 대전사들이라 불리는 놈들의 손에 들린 무기에서 새카만 빛이 났다.

“오크 대전사들은 마나를 다룹니다…….”

어느새 부관처럼 따라붙은 탈만이 긴장한 목소리로 전했다.

“아니 그럼 저놈들이 기사라도 된다는 말인가?”

“네? 오크 대전사이니……. 당연하죠.”

당연?

뭐가 당연해!

난 오늘 저 돼지들 처음 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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