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7화 (207/1,284)

 # 207

회귀의 전설

207장. 저녁은 아직이지?

마법은 개뿔!

불의 정령을 횃불 대용으로 소환했다.

소환하자 샐러맨더는 좋다고 허공에 둥둥 떠 있다.

이왕 주는 신들의 보너스라면 마법도 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드래곤의 마나 감응력도 좋지만 마법이었다면 더 만족했을 거다.

빨리 포인트 쌓아 지구로 돌아가야 했다.

이계 로빈슨 크루소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쿠라라라라라라랏!

그리고 외성 가까이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들.

밑에서 오크가 쫓아온다고 외쳤다.

놀랍게도 그들의 말은 모두 알아들었다.

룬어를 전수받을 때 보너스로 반스데일이 넣어놨던 부가품목 언어다.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계획적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모의한 것처럼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그대들은 누군가!”

반말로 쫙 깔았다.

본래 내 거처는 아니었지만 이 구역은 요즘 내가 점령중이다.

상황을 보아하니 내 입장에서 전혀 아쉬울 판이 아니었다.

괜히 문 열어줬다고 독박 쓸 수도 있었다.

용병들을 어떻게 믿겠나.

여기저기서 주워 알기로 안 좋은 놈들도 많았다.

쿠라라 쿠라라 쿠라라라라라라!

그 사이 오크들이 가까워 오면서 지랄을 떨었다.

형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만으로 지렸다.

힘이 남아도는지 놈들은 떼로 달려서 돌진중이다.

빠르면 15분 안에 외성까지 주파해 올 것 같았다.

“자비로운 영주님! 저희들이 지금 오크들에게 쫒기고 있습니다. 부디 자비의 신 에레카 님의 이름으로 구원을 청하는 바입니다!”

덩치 큰 남자가 다 절실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 보고 영주란다.

신의 이름을 팔았지만 에레카는 나와 거래를 튼 분이 아니다.

머리가 복잡했다.

마차가 대충 50대는 족히 됐다.

내용물이 뭔지 몰라도 용병들이 따라 붙을 정도라면 이곳에서는 돈 좀 굴린다는 소리다.

이것저것 물어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보 획득을 위해 현지인 포섭은 나에게 꼭 필요했다.

거기에 더해 빵과 고기도 먹고 싶었다.

먹을 걸 탐하지는 않았지만 탄수화물 금단 증상이 심했다.

저 마차에 빵이나 밀가루가 있을 것이다.

“그대들은 무단으로 본 영주가 점유한 성을 침범했다. 그 죄를 아는가!”

준엄하게 외쳤다.

오크들이 다가오는 거리를 재며 심리전을 펼쳤다.

“여, 영주님이 계심을 알지 못했습니다. 위기를 벗어나면 맹약의 신 다이소 님의 이름으로 영주님과 영지를 위해 적절한 보상을 하겠나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한 남자가 목숨을 구걸했다.

다이소? 천 냥 하우스 그 다이소?

빵 터지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근엄함을 유지했다.

솔직히 천 냥짜리 신에 대한 믿음은 안 갔다.

- 신의 이름을 비웃는 당신에게 어둠의 마나가 지급되었습니다.

- 마신들이 당신을 좋아합니다.

“…….”

마신이 좋아한단다.

기분이 별로다.

지극히 주관적인 포인트 시스템이다.

이름이 하필 다이소였다.

- 초보자 보호 기간이 지났습니다.

- 신의 가디언이 이탈합니다.

초보자 보호?

언제는 보호해줬던 거야?

그런데 신의 가디언은 뭘 말하는 거야???

파아앗!

알림과 함께 외성에 있던 닭장에서 빛이 터졌다.

밑에 있는 무리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했다.

젠장? 닭이 가디언이었어?

그럼 내 달걀은!!!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달걀을 못 먹는다는 소리 같았다.

우울했다.

“살려 주십시오!!!”

“영주니이이이님!”

- 어둠의 마나를 획득하셨습니다.

- 어둠의 마나를 추가 보너스로 받았습니다.

닭들이 떠난 게 확실했다.

슈퍼 치느님은 끝까지 맛을 못 봤다.

성벽 아래서는 인간들이 울부짖었다.

저들을 모조리 오크 밥으로 제공하면 마신이 직접 찾아올 분위기다.

“신의 이름으로 청하니 그 약조를 받겠다!”

눈앞에서 인간들이 찢겨져 오크들의 저녁식사가 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

닭은 닭이고 인간은 인간이었다.

다다다다닷.

몸이 바빴다.

영주에 문지기 노릇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했다.

그그그그그그극.

문이 열렸다.

기계를 작동하며 걸쇠를 풀었다.

긴장을 풀지 않았다.

죽은 사람 살려놓으면 보따리에 이자까지 받아가는 세상에 살다왔다.

용병들이 얼마나 강한지 확인이 안 됐다.

레벨 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지구에서 몇 년을 노력했지만 이곳 기준으로 10레벨을 넘지 못했다.

스킬과 마나가 증가했지만 레벨 상승은 감감무소식이다.

“들어오라!”

마른침을 삼키며 어깨를 딱 폈다.

폐성에서 처음 맞는 손님들이었다.

난 내 운을 믿기로 했다.

그르르르르르르릇.

문이 빠르게 열렸다.

용병들이 달라붙어 굵은 쇠문을 밀었다.

“…….”

그리고 마주치는 눈빛들.

인상이 진심 쩔었다.

용병들 첫 인상은 강렬 그 자체다.

이 세계는 외과 의사들이 없는 게 확실했다.

얼굴과 드러난 피부 이곳저곳에 지렁이 흉터들이 꿈틀거린다.

“???”

용병들 표정도 가관이다.

‘뭐지? 이 젖비린내 나는 꼬맹이는’ 하는 눈빛이다.

내 덩치보다 대부분 다 컸다.

근육이 약 먹고 벌크업한 헬스 중독자들 같다.

큼지막한 검에 이빨이 날카로운 창, 메이스로 무장했다.

“성에 온 걸 환영한다.”

내공을 담아 일단 질렀다.

“이 성을 점령한 기사 다니엘 장……이다.”

비비안이 그랬다.

자신에게 난 하늘에서 선물한 기사 같다고 말이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유베스 상단의 제롬입니다.”

상인으로 보이는 배 나온 남자가 고개를 조아렸다.

“탈만 용병단의 단장 탈만입니다.”

족히 키가 2미터는 돼 보이는 용병 대장이 고개를 숙였다.

일단 기선 제압하는 데 성공이다.

“위기에 처한 그대들을 버리기에는 본 기사의 양심이 허락지 않았다.”

근엄함을 잃지 않았다.

어차피 내 인생은 설명 불가능했다.

판타지 소설 주인공처럼 자연스럽게 대처했다.

대사빨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은 나만의 몫이었다.

쿠라라라 쿠라라 쿠라라라라라!

오크들의 괴성이 더 가까워졌다.

“어서 성안으로 마차를 옮겨라!”

목소리에 힘이 팍 들어갔다.

지체하다가 나까지 위험할 수도 있었다.

“빨리 마차를 밀어!”

제롬과 탈만이 용병들과 마부들을 닦달했다.

한손 거들고 싶었지만 기사 체통(?) 때문에 바라만 봤다.

사실 이렇게 집 빌려준 것만 해도 큰일이다.

인상 더러운 덩치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킨다면 내가 쫓겨나야 할 판이다.

“이럇! 이럇!”

마부들이 사정없이 말들에 채찍을 가했다.

히이이이이이잉!

말들은 무거운 마차를 끌고 내성으로 들어갔다.

지구 같았으면 동물학대로 바로 신고 감이다.

“오, 오크들이 외성을 돌파했습니다!!!”

망을 보던 용병이 놀라 외쳤다.

나에게도 훤히 보였다.

“성문을 닫아라!!!”

내 심장이 더 날뛰었다.

영화로만 보던 오크다.

아사신보다 더 위험한 놈들이다.

오크들이 외성문을 통과하는 사이 상단의 마차는 모두 내성으로 입성했다.

“빨리 움직여! 닫아!!!”

용병들이 달라붙어 능숙하게 성문을 닫았다.

그그그그그그극 쿵!

단단한 성문이 잠겼다.

“휴우…….”

“아으.”

모두의 입에서 한숨이 터졌다.

용병들과 마부들 표정에 안도감이 어렸다.

내성벽은 엄청 높고 단단했다.

성문까지 강철이라 버틸만 했다.

“제롬이라고 했나?”

모두들 지쳐 멍할 때 상인을 불렀다.

이제 계산을 정확히 할 때다.

“네 영주님. 상인 제롬이라고 합니다.”

나이 오십에 가까운 제롬이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답했다.

찔렸지만 과거 연기력을 되살렸다.

신분을 밝히기도 뻘쭘했다.

“영주는 아니다. 자유기사 신분이다.”

양심은 끝까지 팔지 않았다.

반만 팔았다.

기사 신분 도용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비어 있는 성은 기사님이 점령하면 영주님이 됩니다.”

그런 좋은 법이 있었어?

아는 게 개뿔도 없는 딴 세상이다.

언제 이곳 법학 서적 구해서 파봐야 할 것 같다.

제롬이 고개를 들어 날 살폈다.

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다.

조심스럽게 간보는 눈빛이다.

그런데 다들 눈빛이 왜 그래?

공포는 아니잖아?

내가 무서워?

설마 내가???

이것 봐! 당신들이 더 무서워!!

***

‘도대체……. 정체가…….’

제롬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크에 쫓겨 찾아 들어온 마물이 점령했다는 백작성이다.

아무도 없는 폐 성이라 생각했는데 주인이 있었다.

마물 대신 기사라는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사방을 훑었지만 기사 말고 다른 그림자가 없었다.

조심스러웠다.

홀로 빈 성을 차지한 검은 머리 청년.

‘마, 마족은 아니겠지?’

제롬은 덜덜 떨었다.

상급 마족들의 머리칼은 검다는 게 대륙의 정설이었다.

마족들은 새카만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로 인간의 심장을 파먹고 영혼을 강탈한다고 구전으로 듣고 잘랐다.

그런데 이 청년, 완벽하게 그에 맞아떨어졌다.

저렇게 검은 머리칼에 새카만 눈동자를 제롬은 처음 봤다.

용병들도 모두 떨었다.

오크 피하려다 마족 소굴로 들어왔을 수도 있었다.

“혹시……. 말이야.”

심각한 표정을 짓는 기사의 표정에 제롬은 긴장했다.

뭔지 모르지만 고뇌에 찬 눈빛이다.

다른 이들도 영주의 말과 표정을 주시했다.

오늘 저녁으로 일행 중 한 명을 내놓으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신비한 성의 주인.

말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그에게서 풍겼다.

“저녁은 아직이지?”

“네? 저, 저녁요!”

상상하던 말을 내뱉자 제롬은 잔뜩 긴장했다.

순간 반짝하며 성의 주인 눈동자가 유난히 빛났다.

집요하게 피를 갈구하는 저 눈빛…….

꿀꺽.

제롬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 그 저녁! 탄수화물과 글루텐이 탱탱하게 살아있는 빵과 단백질로 무장한 쫄깃한 고기가 있는. 그 저녁 말일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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