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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화 (206/1,284)

 # 206

회귀의 전설

206장. 방문자

“슬슬 저녁 식사나 하러 가실까.”

입맛을 다셨다.

천만다행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상한 닭.

얼마 전 그 녀석을 처음 만났다.

오골계처럼 온몸이 새카맸다.

덩치는 준 타조급이다.

환호성을 질렀다.

분명 닭은 아니었지만 닭이라 믿었다.

문제는 진짜 일반 닭이 아니라는 점이다.

발바닥에 슈퍼 터보라도 달았는지 엄청 빨랐다.

심지어 새처럼 날았다.

며칠에 한 번씩 저 멀리 산 쪽으로 날아갔다 왔다.

실프를 이용해 잡아보려 했지만 정령은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화살을 쏘아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동안 과일만 먹었더니 너무 물려서 필사적으로 닭을 노렸다.

하지만 잡을 수 없었다.

위험한 놈들이 확실했다.

겨우 놈들의 숙소를 알아냈다.

지금 힘차게 울고 있는 저 수탉이 사는 곳에 달걀이 있었다.

외성에서 제일 높은 신전 꼭대기에 닭장이 존재했다.

치느님의 유혹에 굴복한 나는 목숨 걸고 닭장을 습격했다.

수탉 한 마리와 암탉 세 마리가 있었다.

보자마자 침이 나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닭을 잡아먹을 수 없었다.

녀석들 몸을 검은색 오라가 보호막처럼 막고 있었다.

검이 튕겼다.

아무리 내공을 불어넣어도 씨알도 안 먹혔다.

눈에 뻔히 보이건만 어떤 짓을 해도 깰 수 없었다.

지랄발광을 하면 놈들이 타조알 같은 달걀 하나를 던져줬다.

하루에 달랑 한 개.

슈퍼 오골계들은 그때마다 측은하게 날 봤다.

눈물로 달걀을 영접했다.

치느님에는 못 미치지만 대형 달걀은 찬송과 경배를 받을 만했다.

“닭장 속에는 달걀이~♬.”

낯선 세계에 어느새 적응했다.

‘형은 자연인이다’ 이계 버전을 찍는 것 같았다.

닭장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이 순간만큼은 지구를 잊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애써 지웠다.

꼬오 꼬꼬고고고고.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닭장 안에서 오골계 대형 닭이 내가 오는 걸 지켜봤다.

눈이 마주쳤다.

시선이 묘했다.

전혀 거부하지도, 그렇다고 반가워하지도 않았다.

황금 벼슬이 달린 새카만 수탉 옆에는 오늘도 보호막에 싸인 암탉들이 잠들어 있었다.

“부러운 자식. 삼처, 아니 삼닭을 거느리고 사네~.”

수탉에게 경의를 표했다.

바닥에는 어느새 커다란 황금 달걀이 떨어져 있었다.

“잘 먹으마.”

수탉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녀석에게서는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무관심과 호기심만 느껴졌다.

사실 녀석이 공격하면 이길 자신은 없었다.

“너희들 정체가 뭐냐?”

닭들이 깔고 앉아 있는 아래에는 놀랍게도 황금이 쌓여 있었다.

무릎 높이까지 쌓여 있는 것은 금화, 금목걸이에 반지, 금덩어리였다.

인간들이 환장하는 황금이 쌓여 있지만 물욕은 크게 생기지 않았다.

대신 굵은 목걸이와 팔찌, 반지를 하나씩 골라 꼈다

지구에서라면 조폭 아저씨 취급 받았을 것이다.

보기에 촌스러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오늘도 잘 먹으마.”

황금 달걀을 집었다.

대형 오골계가 낳는 황금 달걀은 맛이 좋았다.

놀랍게도 하루 한 알만 먹어도 종일 배가 고프지 않았다.

양이 엄청 났다.

톡!

허리에 차고 있던 단도에 내공을 불어넣어 껍질을 깼다.

단단해서 보통 힘으로는 깨서 먹을 수 없었다.

쪼오오옥 쪽!

양쪽에 구멍을 내고 힘껏 빨아 마셨다.

계란 프라이보다 이게 더 맛있다.

꿀꺽 꿀꺽 힘차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비리지 않았다.

향긋한 향까지 가미가 됐다.

- 마나가 미약하게 증가했습니다.

- 피로도가 제로가 됐습니다.

- 육체가 강화됐습니다.

신기한 건 달걀을 먹을 때마다 마나가 조금씩 는다는 것이다.

또 여러 가지 복합 효과가 함께 발생했다.

피부도 눈에 띄게 매끄러워졌다.

지구에서도 방사 달걀이 그래서 몸에 좋다고 한 것 같다.

“끄윽.”

달걀 하나 먹고 나면 이렇게 종일 속이 든든했다.

창밖을 봤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히이이이이이잉!

“!!!”

그때 익숙한 동물 울음소리가 들렸다.

급히 창가로 달려가 밖을 봤다.

“어, 저, 저것은!!!”

***

“으스스합니다…….”

“어째 쥐새끼 한 마리 없는 것 같습니다.”

베르샤 백작성의 낡은 성문 앞에서 용병들이 몸을 떨었다.

황혼에 물들어가는 성은 을씨년스러웠다.

10년 동안 관리가 안 된 성벽은 이끼와 우람한 나무에 뒤덮여 있었다.

누가 봐도 위험해 보였다.

그것도 마물 때문에 버려진 성.

“빨리 들어가라! 두려워 말라!!!”

흉터 범벅 용병들이 들어가기를 주저하자 대장 탈만이 나섰다.

‘냄새가 난다. 곧 오크들이 공격해 올 것이다!’

오크들의 썩은 내가 사방에서 진동했다.

오크는 포획한 인간이나 동물을 산 채로 씹어 먹고 피로 목욕을 즐겼다.

강인함과 흉포함을 증명하는 오크들만의 의식이었다.

그 덕분에 오크들이 가까이 다가오면 소리보다 냄새가 먼저 났다.

아직 진한 악취는 나지 않지만 탈만은 확신했다.

진한 살기가 저 어둠 너머에서 넘실거렸다.

“타, 탈만…….”

상단 책임자 제롬도 용병과 다르지 않았다.

사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베르샤 성은 인간의 발걸음을 막았다.

반쯤 열린 성문은 지옥으로 가는 입구 같았다.

“겁먹지 마라!!!”

용병 생활 30년 차에 마나를 다룰 줄 아는 탈만이 앞장을 섰다.

당당하게 턱턱 걸어 들어갔다.

끼이이이익.

활짝 열린 두툼한 강철 성문을 열고 앞서는 탈만.

먼저 선두에 섰지만 그의 눈동자도 심하게 떨렸다.

***

“적이냐 아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열린 외성문을 열고 수십 대의 마차가 들어왔다.

수십 명의 무장한 인간들이 보였다.

고민에 빠졌다.

이곳에 강제 정착한 뒤 처음 보는 인간들이다.

반갑기도 했지만 쌍수 들고 반길 만한 여건도 아니었다.

일단 인상들이 험했다.

동네 조폭 정도는 인상 하나로 무릎 꿇릴 분위기다.

쇠사슬, 가죽갑옷, 방패, 창, 도끼, 검, 활이 살벌했다.

마차를 모는 마부들도 마찬가지다.

경무장한 상태였다.

“잔뜩 쫄아 있잖아?”

성에 들어서는 이들 표정이 가관이었다.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긴장한 표정은 귀신의 집 처음 들어가는 아이들 같았다.

인상과 덩치에 어울리지 않았다.

“일단 후퇴.”

빠른 결단을 내렸다.

마차의 행렬이 향하는 곳이 내성이 확실했다.

재빠르게 건물을 내려와 내성으로 달렸다.

그동안 완벽하게 지형지물 파악을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휙휙 소리를 내며 몸이 탄환처럼 나아갔다.

짧은 시간 몸이 정말 강해졌음을 새삼 느꼈다.

그그그극.

내성으로 들어가 재빨리 문을 잠갔다.

내성철벽문은 오직 하나뿐이다.

성문은 쇠사슬과 지렛대를 이용해 기계식으로 여닫히는 구조다.

완벽하게 수리해 이용방법까지 숙지했다.

외성보다 더 단단한 내성문은 강철로 코팅됐다.

철컹.

내성문 지지대를 작동해 빗장을 걸었다.

방어용으로 활과 화살, 투창, 손도끼 같은 무기가 즐비한 망루로 올랐다.

성벽은 높고 튼튼했다.

위에서 공격하기는 용이해도 아래서 공격하기는 어려운 명당이었다.

혼자서도 능히 100명 정도는 끄떡 없이 막을 수 있었다.

“아사신은 쨉도 안 되겠네.”

긴장 상태지만 다가오는 이들의 포스는 무시할 수 없었다.

깊게 호흡하며 내공을 갈무리했다.

레벨이 처음보다 높아졌다.

매일 반복 수련을 한 결과였다.

드래곤 호흡법도 대단했다.

스스스스스스스스.

몸 주변으로 대기의 기운들이 모여들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의 소용돌이다.

강자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쾌감을 맛봤다.

그리고 지켜봤다.

마차를 끌고 다가오는 정체모를 무리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오늘 피를 볼 수도 있었다.

***

“서, 성문이 닫혔습니다!”

“뭐라고?”

“안쪽에서 잠겼습니다!”

어둠이 완벽하게 내려앉고 있는 성에 진입한 상인과 용병들은 당황했다.

외성문과 달리 내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탈만은 고개를 들어 내성 위를 살폈다.

내성벽은 외성 두 배 높이다.

과거부터 몬스터나 마수들의 침입이 잦아 방비가 유명한 베르샤 성이다.

공성장비를 만들지 않는 이상 공략이 힘들었다.

“탈만, 이제 어떻게 하면…….”

상단을 이끄는 제롬이 물었다.

탈만이라고 뾰족한 수가 없었다.

단단한 강철문은 마나를 이용하더라도 구멍을 내기 힘들었다.

쿠라라라라라라라랏!!!

그때 외성 밖에서 흉측한 외침이 들렸다.

“으헛! 와, 왔다!”

“오크전사들이다!!!”

다른 곳보다 높은 내성 쪽에서 훤히 보였다.

달이 뜨고 있는 성 밖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무리들.

오크들이었다.

“으으으으으.”

용병들의 얼굴이 새카맣게 질렸다.

지금 상단을 호위하는 용병들 수십 명은 산적들이나 때려잡는 호위용이었다.

소드 익스퍼트 초급인 탈만이 이끄는 용병단은 길드에서도 최하급 용병단이다.

떠돌이 오크나 맹수들 상대용이다.

오크 부족들과 전투를 벌이기에는 전력이 한참 부족했다.

‘외성에서는 답이 없다!’

탈만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병력이 수백이라도 거대한 성벽을 모조리 방비할 수 없었다.

최소 수천 단위 병사가 수비해야 할 백작성의 크기다.

“안에 누가 계십니까!!!”

탈만이 마나를 동원해 성문 위를 바라보며 외쳤다.

안쪽에서 문이 잠겼다면 누군가 있음이 확실했다.

“…….”

대답이 없다.

이제 마물이 문제가 아니다.

쿠라라! 쿠라라라라라라라!

오크들의 울부짖음은 점점 가까워졌다.

“우리는 상단과 호위 용병들입니다! 지금 오크들에게 쫒기고 있습니다! 문을 얼어주십시오! 반드시 후사하겠습니다!!!”

탈만이 급하게 외쳤다.

일행의 안전이 급박했다.

오크들이 외성에 들어오는 순간 모두 찢겨져 먹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내성에서는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

“계십니까! 대답 좀…….”

스윽.

그때 내성 가장 높은 망루에 그림자가 나타났다.

“어! 저기!”

“사, 사람이 있습니다!”

고개를 꺾고 올려다보던 용병들이 외쳤다.

다행이 마물은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파아아앗!

그 순간 눈부신 불덩어리가 허공에서 빛과 함께 나타났다.

“으헛! 마,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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