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4화 (204/1,284)

 # 204

회귀의 전설

204장.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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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종족: 인간 LV8

주력기술

종합예술: 중급2

요리: 중급1

치료술: 초급7

최상급 마나호흡법: 초급9

정령사: 초급 정령 소환 가능

대장장이: 초급1

종합무력: 초급6

칭호 신들의 축복에 정신 못 차리는 이계인.

허공에 떠 있는 홀로그램이 개선됐다.

못 보던 정령사가 기술창에 등록됐다.

신의 축복 덕에 기술들이 진화했다.

지구였다면 좋다고 방방 뛰었겠지만 그렇게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옷 하나 없는 이계인보다 지구에서 어둠의 황제급으로 사는 게 차라리 나았다.

인터넷만 있어도 배달 착착 되고 밖에 나가면 옷이며 먹을 게 천지인 대한민국이 천국이었다.

그곳이 그리웠다.

빨라진 포기만큼 현실 인정도 그에 못지않았다.

회귀라는 특수한 상황을 겪어 봐서인지 이계 적응도 두렵지 않았다.

돌아갈 방법도 알아냈다.

일단 살고 봐야 할 일이다.

쫙!

“확실히 신계는 아니야.”

뺨이 얼얼했다.

코로 스며드는 공기 맛도 달랐다.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봤다.

달빛 교교한 넓은 평원과 저 멀리 뒤쪽으로 우뚝 솟은 산맥들.

그리고 발밑으로 깔려 있는 성벽과 광경은 모든 게 낯설었지만 리얼했다.

“버려진 성이라……. 이곳에서 뭘 어쩌란 말이야?”

알림음은 꺼진 것 같다.

외성까지 갖춰진 제법 규모가 있는 성이었다.

내성의 중앙 망루 위가 현재 서 있는 위치다.

지구에서라면 이 자체가 특별한 휴식처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불빛 하나 반짝이지 않고 인기척도 없는 텅 빈 성은 고즈넉했다.

이색 풍경 사진으로 그만이다.

그나마 야밤 풍경이 위로가 됐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다른 특별한 능력은 없습니까? 그래도 옷 한 벌은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버지가 즐겨 듣는 타타타라는 노래에도 알몸으로 태어나 옷 한 벌은 얻는다 했다.

그런데 이건 아무 것도 없었다.

“…….”

대답이 없었다.

돈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짠돌이 같다.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포인트를 벌라는 말입니까! 그 마나 포인트 적립 방법이 지구에서와 같습니까?”

역시 쌩깠다.

일정한 법칙 하에 대꾸하는 것 같다.

꼬로로록.

한바탕 소동을 겪자 배가 격렬하게 고팠다.

아사신과 대결 직전 먹은 거라고는 와인과 치즈 나부랭이 밖에 없었다.

휘이이이 휘이이잉.

지구 계절 9월 초 날씨와 비슷했지만 바람이 쌀쌀했다.

“일단 탐험부터!”

거대한 성이 버려진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역병이 창궐했다든지 아니면 위험한 무언가가 있을 수 있었다.

낡았지만 성벽은 견고하고 단단해 아직 쓸 만했다.

이 정도 규모의 성은 지구에도 몇 곳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진짜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거야? 요정들이 언제 봤다고 축복이야…….”

기술창에는 분명 초급 정령사라고 떴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정령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과거 게임 캐릭터들이 그려졌다.

한때 RPG 게임을 즐겼었다.

회귀하기 전에는 이것저것 판타지 소설도 많이 읽었다.

정령계에 살아간다는 정령들을 상상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소환마법진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었고 그냥 부르면 나타난다는 소설책도 있었다.

스승이 없는 상태다.

도전정신이 필요했다.

생 자체가 거짓말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실프?”

가볍게 속는 셈치고 바람의 정령을 불러봤다.

친화력이 높다면 마음을 다해 부르면 된다고 읽었던 책 내용이 스쳐갔다.

휘이이이잉.

“???”

갑자기 머리꼭대기 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자연적인 바람이 아니라 인공적이었다.

“……헐.”

이제는 크게 놀랄 기운도 없다.

머리 위 1미터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어른 주먹만 한 연하늘색 꼬맹이 하나.

저게 바람의 최하급 정령 실프인 것 같다.

“너 정말 저, 정령이야?”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신들 능력치를 포인트로 교환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이 상황은 더 이상했다.

실프가 눈을 마주치며 작은 눈을 깜박였다.

별 이상한 놈 다 보겠다는 눈빛이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누가 보면 완벽하게 미친놈이다.

알몸으로 야밤에 미친놈처럼 웃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순간에 난 전자를 택했다.

한바탕 웃고 나니 속이 좀 후련했다.

게임이나 소설 속 일들이 나의 현실이 됐다.

묘한 쾌감도 들었다.

“역소환!”

파앗!

빛 한 줄기를 남기고 녀석이 사라졌다.

정령 소환법을 제대로 숙지했다.

“요정님들 고맙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포인트 주고 구입했던 능력과 달리 공짜다.

앞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일이 많을 것 같았다.

“이걸 지구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초대박이다.”

욕심이 생겼다.

포인트 모으는 게 쉽지 않다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선행이나 악행을 쌓으면 됐다.

“알파닥! 초보자를 위한 튜토리얼은 없는 거야? 미션 같은 것도?”

허공에 대고 물었다.

게임 소설에서는 이럴 때 뭔가 툭하고 내놓는 게 순서였다.

2020년까지 그런 장르가 유행했다.

지구에 게이트가 생성되고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과 함께 슈퍼 버프를 받았다.

살짝 기대를 해봤다.

놈의 이름을 인간우롱자 ‘알파닥’으로 명명했다.

앞으로 이용할 일이 많을 것이다.

“…….”

역시 대답은 없다.

쉬운 놈 아니라는 걸 무언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그럼 다른 능력도 마찬가지라는 뜻.

정령 소환만 해도 대단한 혜택인 것 같다.

“안전이 문제다.”

다른 정령 소환보다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했다.

군대 다녀온 경험이 살아났다.

번뜩이는 눈으로 사방을 살폈다.

신발도 없는 발바닥이 낯설다.

“정말 아무도 없는 거야?”

내성 망루 위에서 바라보는 성은 한눈에 안 들어올 정도다.

벽돌로 건축된 수천 가구가 외성 안쪽에 빽빽이 들어서 있다.

평지 위에 살짝 솟아오른 구릉 위의 성은 역사가 오래되어 보였다.

성벽도 10미터는 훌쩍 넘고 두툼했다.

“옷과 무기, 식량이 우선인데.”

조심스럽게 내성 안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어두컴컴한 계단 내부.

내공 덕분에 대충 사방을 분간할 수 있었다.

사박거리며 계단을 밟아 내려갔다.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정령을 불렀지만 아직 생초보였다.

태극오행양의심법으로 기를 돌렸다.

내성 최상부 망루에서 내성 실내로 들어갔다.

쿵! 쿵! 

심장이 뛰었다.

회귀에 차원이동까지 했지만 역시 낯선 곳은 긴장되었다.

끼이이이이익.

내성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커다란 열린 방문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득템!”

원하던 물건들이 보였다.

대형 강의실 정도의 크기다.

주인들이 급하게 떠난 듯 방은 어지러웠다.

뿌옇게 먼지가 가라앉아 있었다.

검은 빛이 도는 커다란 책상 하나가 창가 옆에 멋지게 놓였다.

구석에는 나무로 만든 대형침대도 있다.

그리고 반쯤 열려 있는 벽 쪽 옷장에는 낡은 옷이 걸렸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옷을 잡았다.

팡! 팡!

먼지를 가볍게 털어냈다.

손에 착 감기는 옷감 느낌이 좋았다.

오랜 시간에도 삭지 않고 멀쩡했다.

빠르게 옷을 입었다.

쫄쫄이 바지와 그 위에 걸친 길고 헐렁한 통짜 옷이 생각보다 잘 맞았다.

“검이다…….”

바닥 한쪽 구석에 떨어져 있는 장검 한 자루를 집었다.

몇 년 동안 손질되지 않아 녹이 슬었다.

휙휙.

검을 들고 힘차게 휘둘러보았다.

날이 서 있는 이런 진검은 처음이다.

머리에 태극오행양의권이 검술 초식이 되어 떠올랐다.

손을 휘둘러 검술을 펼쳤다.

검을 들자 호승심이 피어올랐다.

비비안을 수호할 때 이런 검 한 자루만 있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진검을 사용해 종합 무력 경험치가 미미하게 증가했습니다.

“오! 경험치 증가?”

생각지도 못한 알림음에 기분이 업 됐다.

경험치 증가라는 소리가 강한 동기부여를 불러왔다.

강해진다는 건 생존과 직결되는 말이다.

아사신을 상대하면서 무기력함에 화가 났었다.

비비안을 보호하는 데 한계를 느꼈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서도 강자가 되어야 했다.

시간의 흐름이 신계와 어느 정도 다를지 예상할 수 없지만 복수 뒷북이라도 제대로 치고 싶었다.

“일단 거주 공간과 무기 확보. 오늘 밤은 여기서 버틴다.”

명료하게 모든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식량 획득은 내일 해도 늦지 않았다.

달이 떴지만 낯선 야밤이다.

밤은 본래 위험한 시간.

방문 앞을 책상으로 막았다.

검을 가지런히 바닥에 놓고 가부좌 자세를 취했다.

“태극오행양의심법은 최상급 마나호흡법으로 표시가 됐다. 그렇다면…….”

코로 스며드는 기운이 그간 맡아왔던 것과 확실히 달랐다.

고룡 하르케니스라는 영혼이 마나 감응력을 선물했다고 했다.

지금 필요한 건 마나라 불리는 내공이다.

천천히 눈을 감고 호흡법을 떠올렸다.

스르르르르르르르릇.

“!!!”

호흡법을 떠올리자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단전에서 미세하게 치솟기 시작하는 기운이 온몸을 빠르게 돌았다.

주변의 기운들이 미친 듯 호흡을 타고 스며들었다.

스며드는 양이 예상 밖이었다.

빨아들인다는 표현이 맞았다.

몸뚱이가 덜덜 떨렸다.

머리칼이 쭈삣 솟아올랐다.

몸이 감당을 못하고 있는 걸 느꼈다.

강력한 기가 피를 타고 무지막지하게 흘렀다.

마나 감응력이 달라졌다는 말이 이제 이해가 됐다.

마나가 담긴 피와 진액이 몸을 타고 흘렀다.

움직일 수 없었다.

여기서 멈추면 엄청나게 큰일이 발생할 것을 예감했다.

지금껏 막혀 있던 벽이 허물어지려는 순간임을 알았다.

“흡!”

신음이 비집고 나왔다.

- 마나통로가 확장되었습니다. 마나가 빠르게 축적됩니다.

- 마나양이 늘어났습니다.

- 마나가 급상승합니다.

- 최상급 호흡법이 진화하였습니다.

- 드래곤 호흡법을 획득하셨습니다.

- 종합무력이 초급7이 되었습니다.

호흡법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뭔지 몰랐지만 확인이 필요했다.

“후우우우웁.”

호흡을 갈무리했다.

개운했다.

묵은 때와 스트레스를 명품 터키탕에서 쭉 뺀 느낌이다.

입고 있던 옷이 그 사이 축축하게 젖어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파아아앗!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창 너머로 붉은 햇살이 밀려왔다.

파아아앗.

아침 햇살이다.

짧은 시간이라 느껴졌었는데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난 정확하고 빠르게 외쳤다.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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