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
회귀의 전설
202장. 성립된 계약 (1)
촤자자자자자작.
소리도 없이 20여 명의 경호원들이 포도밭을 질주했다.
일 열로 도열해 달리는 모습이 한 편의 영화를 찍는 것 같았다.
거리는 약 300미터가 남았다.
대부분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으로 이 정도 거리는 짧은 시간 전력 주파가 가능했다.
“후훅 후훅.”
거친 숨이 사방에서 규칙적으로 들렸다.
슈트는 이내 홍건하게 땀에 젖었다.
특수하게 제작된 슈트는 방탄실로 만들었다.
웬만한 칼이나 총알은 막아낼 정도가 됐다.
기사들에게 지원되는 가문의 혜택이었다.
‘아사신의 안개다!’
무리의 선두에 선 에두아르는 바짝 신경이 곤두섰다.
다른 곳과 달리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회색빛 안개.
과거 아사신을 상대할 때 경험했던 아사신의 안개지역이었다.
아사신들의 술법을 통해 완성시키는 저 안개지역은 극도의 위험이 존재한다.
놈들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최근에 합류한 기사들은 이 안개의 무서움을 몰랐다,
아사신과의 실전을 경험한 기사들은 많지 않았다.
수많은 수련을 거듭해 기술을 가르쳤지만 직접 경험한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비전 착용!”
뛰어가면서 에두아르가 지시했다.
차자작.
특수 부대원들처럼 경호원들은 목에 걸려 있던 적외선 탐지기를 능숙하게 착용했다.
아사신과의 예고 없는 대결을 위해 수없이 연습했다.
손에는 특수 개조해 총알을 많이 장전한 자동소총이 들렸다.
적외선 조준기가 빨갛게 점을 이루며 전방을 노렸다.
‘은탄이 통해야 한다!’
과거 수많은 아사신과의 대결에서는 언제나 은을 이용했다.
총이 없던 시절에는 인으로 도금된 창검이 사용됐다.
총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모두 은탄이 장전됐다.
아사신이 악마의 종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아사신의 몸은 일반 쇠나 총알은 얕은 상처만 남긴다.
죽일 수가 없었다.
은을 사용했을 때만 중상을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은탄에 대한 내성력이 나타났다.
한 발 맞으면 죽었던 놈들이 이제는 10여 발 이상 관통하거나 몸이 터져야 끝났다.
뱀파이어 같은 놈들이다.
그렇기에 아사신과의 전쟁에 기사들은 1,000년 이상 동안 목숨을 걸고 싸웠다.
캥! 캐갱! 캥캥!
개들이 비명이 들렸다.
평범한 울음이 아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전방에 적!!!”
안개 속에서 엄청난 덩치의 물체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적외선으로 보이는 색감은 온통 붉었다.
아사신과 그들이 조종하는 동물들은 극도로 흥분한다.
그러다 보니 적외선에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사격!”
내려진 사격 명령.
타다당! 타다다다당!
내달리며 두려워하지 않고 기사들이 총을 갈렸다.
퍼버버버버버벅.
일점사의 사격 솜씨를 자랑하며 총알이 물체에 박혔다.
훈련해 온 시간만큼 돌격 중임에도 빗나가는 총알이 거의 없었다.
콰다다다당.
물체가 쓰러졌다.
입에 거품을 물고 검붉은 피를 온몸에서 뿜어내는 소였다.
눈이 돌아간 젖소는 총탄에 맞고도 바로 죽지 않았다.
죽이지 못해 원통하다는 살기가 소에게서 풍겼다.
케레레레 케레레레레렉.
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지옥의 울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려 바둥거렸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탕! 타다다당!
연달아 발사되는 탄환.
수십 발을 넘게 맞은 소가 그제야 쓰러졌다.
두두두두둑 두두두 두두두두둑.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미친 소떼가 사방에서 나타났다.
“막아! 막으라고!!!”
에듀아르는 미친 듯 고함을 질렀다.
아사신은 대적하지도 못하고 위기에 빠졌다.
‘아사신! 이 악마 같은 놈들!!!’
에두아르는 마음이 급했다.
아사신의 마술에 홀려버린 미친 소떼에 시간을 잡혀 먹었다.
아가씨가 가까이 있었다.
코린 경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안전하게 모실 것을 명했다.
기사들은 서약을 맺은 이후 모두 목숨을 내놨다.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있는 적들과의 성전.
그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다시 불이 붙고 있었다.
‘아가씨! 조금만 버텨주십시오!’
이를 악무는 에두아르.
하지만 급한 마음과 달리 상황은 좋지 않았다.
타다다다당 타다당!
퍼억!
“으아아악!”
총알이 난사했다. 영혼이 오염된 미친 소에 부딪히고 밟힌 기사들이 비명을 터트렸다.
탕! 타다당!
에두아르도 급히 방아쇠를 당겼다.
저 멀리 보이는 악의 근원지.
그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고도 멀었다.
***
“힘을 주소서!!!”
저 자식 정체가 도대체 뭐냐고!
반스데일 신선에게서 비싼 포인트 주고 구입한 룬어였다.
그 룬어로 중얼거리는 놈이 만화급 대사를 읊었다.
스스스스스스스슷.
갑자기 아사신의 살수들에게 빠른 속도로 검은 기운들이 몰렸다.
지면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기운들…….
“…….”
기분이 말로 표현할 수 없게 더러워졌다.
영혼들이라면 눈에 똑똑히 보였겠지만 그게 아니다.
차갑고 어둡고 축축한 자연 속 어두운 기운들이 응축되어 놈들에게 흡수됐다.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수를 낸 것 같다.
빛과 어둠으로 나눠져 세상에 녹아 있는 기들 중 어둠에 속한 것들만 골라 놈들이 빨아 마셨다.
“키키키키키키.”
웃는다.
도깨비불처럼 놈들의 눈동자에서 귀령이 번뜩였다.
그 수는 정확히 다섯.
얻어 터져 내장이 쏟아져 정상이 아닌 놈도 어느새 다시 바닥을 기었다.
주춤 뒤로 한 발 몸이 물러섰다.
처음 보는 괴사였다.
“아으…….”
비비안이 놀라 벌벌 떨었다.
비비안도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날일 것 같다.
손에 검이라도 쥐어줬다면 좋겠지만 무기는 협탁 다리 하나.
무기가 너무 변변치 않았다.
“네놈과 저 계집을 죽여…… 피의 제단에 올릴 것이다. 알라께서 흠향할 것이다.”
미친 소리다.
알라 신, 그렇게 나쁜 분 아니다.
알라도 인간을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선한 신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인간들이 믿고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믿는 놈들 중에 똘기 충만한 자들이 넘쳐서 문제다.
선지자가 뭐가 그렇게 중하다고 수없는 파벌을 나누어 서로 죽였다.
그 개새들이 세상 악의 원흉이다.
탕! 타다다다당!
그때 소리도 삼키는 안개 속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가문의 기사들이에요.”
비비안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프랑스에서 총질할 정도면 대단한 가문이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임에도 느낌이 안 좋았다.
놈들이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나와 비비안을 노린 채 꿈쩍도 하지 않는 놈들.
달라붙은 검은색 로브에서 오직 안광만이 번뜩였다.
온몸에서 새카만 기운이 넘실댔다.
상상 속의 흑마법사 같았다.
아니 진짜…… 마법사다.
“죽여라! 피의 전사들이여!”
나무에 달라붙은 놈이 명을 내렸다.
파스스슷.
손에 꽂혀 있는 특이한 쌍날에 기가 깃들었다.
“비비안 뒤로 물러나.”
도망가라는 말도 못했다.
사방으로 포위됐다.
상식 밖의 스피드를 내는 놈이다.
나에게서 멀어진 순간 그대로 비비안 몸이 두 쪽이 날 것 같았다.
조력자들이 오는 동안 시간을 버는 게 최선이다.
스윽 자세를 잡았다.
기를 나무에 담았다.
맨손으로는 어림도 없다.
어설픈 발경 기술 사용하다가는 그대로 인생 로그아웃당할 거 같다.
다시 회귀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타다닷.
한 놈이 엄청난 속도로 바닥에서 기어왔다.
총구를 떠난 탄환처럼 뛰어왔다.
점핑해 하늘에서 찍어왔다.
“!!!”
도저히 방어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마른침 삼킬 시간도 없었다.
그 누가 있어도 방어는 역부족이었다.
“누구 나 좀 구해 주실 분 없습니까!!!”
간절하게 하늘을 향해 외쳤다.
갈수록 강해지는 신들의 후손.
그 전쟁의 한복판에 갇혀 버린 이 순간 의지할 곳도 신밖에 없었다.
쇄애애애앳.
짓쳐들어오는 새카만 날선 무기들.
이를 악물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비비안을 살리고 싶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당!
산발적으로 들리던 총탄 소리가 가까워졌다.
단 1분만 버티면 될 것 같았다.
신계에 마법사가 있다면 반드시 배워두고 싶었다.
실드를 치는 방법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면 고수들이 사용한다는 전설의 반탄 강기도 좋았다.
그렇지만 레벨이 부족했다.
쪼렙은 그래서 서럽다.
- 워…… 원 하…… 하… 는…… 가…….
그 때 정말 거짓말처럼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타 신선이 부를 때와 뭔가 비슷한 삘이었지만 달랐다.
먼 곳에서 부르는 것처럼 에코 현상으로 윙윙 울렸다.
잡음이 끼는 노이즈 현상도 발생했다.
전혀 짐작이 되지 않는 신의 응답.
썩은 동아줄이라도 좋았다.
이 순간에는 그 어떤 것도 간절히 필요했다.
“도와주십시오! 간절히 원합니다!”
미친놈 소리 들어도 괜찮았다.
이 미친 흑마법사 같은 괴물들 틈에서 목숨만 부지할 수 있다면 말이다.
포인트를 가불해서 먼저 땡겨 지급할 수도 있었다.
아쉬운 놈이 먼저 우물 파는 법이다.
그동안 신들 등쳐서 꿀 빨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답 없는 이번 위기만 넘길 수 있다면 앞으로 자력으로 개과천선할 것이다.
불쌍한(?) 신들 그만 빨대 꽂을 거라고 진심으로 참회했다.
- 계…… 약은…… 성립…… 됐다. 환영한다…… 계약…… 자여.
계약? 무슨 계약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막 진행되면 안 되는데…….
파아앗!
하지만 이미 계약은 맺어져 버렸다.
상위 악신이라도 물릴 수 없다.
상관없었다.
지금 이 순간 비비안을 지킬 수만 있다면 감내할 수 있었다.
비비안…… 눈 한 번만 깜빡하면 돼. 기다려!
후딱 신계에 다녀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