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1화 (201/1,284)

 # 201

회귀의 전설

201장. 초청하지 않은 손님들 (2)

“아사신!!!”

비비안은 단박에 적들의 정체를 알았다.

집사 코린 경이 수시로 경고했던 조직.

코린 경은 놈들이 당장은 잠시 몸을 감췄지만 언제든 다시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했다.

그리고 기사들과 단장님을 노리고 공격해 올 거라고 말했다.

비비안은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주 어릴 적 이후 아사신이 나타났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귀에 따갑게 경고는 들었지만 직접 겪는 건 처음이었다.

쿵! 쿵! 쿵!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다니엘!’

모두 다 자신 때문이었다.

위험을 감지하고 와인병을 깨 대처했지만 다니엘 혼자서는 위험했다.

10년 이상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프랑스 외인부대 용병들 또한 아사신의 적수가 아니었다.

총알을 맞고도 버틴다는 괴물들이다.

그런 괴물과 평범한 다니엘이 상대가 될 리 없다.

하지만 다니엘은 의연하게 앞으로 나섰다.

진짜 남자였다.

죽음의 위기 속에서 여인 앞에 설 수 있는 용감한 기사 같았다.

위급한 순간임에도 비비안은 설렜다.

‘살려야 해! 반드시!’

비비안은 결심했다.

손에 차고 있던 비밀 시계의 비상 버튼을 힘껏 눌렀다.

집사 코린 경은 말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용감한 기사들이 반드시 나타난다고.

그들이 와 본인과 다니엘을 구출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

“신호가 잡혔습니다!!!”

“어디야!”

“여기서 가까운 시니레로즈 마을 와이너리입니다!”

“젠장! 밟아!!!”

부아아아아아아아앙!

검은색 미니밴 세 대가 도로를 폭주했다.

‘조식에 배신자가 있다! 분명해!’

아가씨를 찾아 헤매던 조직원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었다.

세상에, 동양인과 함께 프로방스에 머물고 있었다.

급히 조직원들을 파견했다.

경찰에 연락해 차적 조회를 했다.

의심 차량 중 하나인 빨간색 티구안을 이용했다.

하지만 흔적을 찾았을 때는 마르세유를 떠났다.

급히 20여 명이 넘는 조직원들이 뒤를 따랐다.

도로교통 CCTV로 추적해 랭스까지 따라왔다.

이제 거의 아가씨 곁에 가까워졌다 생각했던 순간 위급 신호가 감지됐다.

일반 위치 신호와 달랐다.

아사신의 공격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제발! 10분! 10분만 버텨줘!’

아가씨와 함께 하고 있는 동양인에게 희망을 걸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10분만 버텨주면 됐다.

찰칵.

용병들이 자동소총을 점검했다.

저 멀리서 갑자기 짙어지는 안개.

아사신이 흘리는 진득한 피 냄새가 경호원들의 피를 빠르게 달궜다.

***

아사신! 정말 그 아사신?

비비안의 짧은 한마디에 긴장되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전설로 내려왔던 아랍의 비밀 조직 아사신.

영화에서도 엄청나게 멋지게 표현되던 놈들이다.

TV나 영화에서 보던 차림새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몸에 달라붙는 특이한 검은 로브를 착용했다.

언뜻언뜻 안개 속에서 날름거리는 혀가 보였다.

눈동자는 맹수처럼 살기로 물들었다.

사물과 지면에 한 몸이 된 것처럼 붙어 있는 놈들의 수법은 비상했다.

내공이 없다면 안개 속에서 아무것도 분간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형체도 없는데 들리는 웃음.

그 공포에 질려 전의를 상실할 수도 있었다.

다행이 어렴풋이나마 놈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스윽.

깨진 와인병을 치켜들었다.

태극오행양의심법은 극한으로 끌어올린 상태.

기가 가득 차며 온몸의 세포가 잔뜩 긴장했다.

“비비안. 절대 떨어지지 마.”

“미안해……. 다니엘.”

나를 노리는 적이 아니었다.

비비안의 입에서 아사신이라는 말이 나올 때 이미 알아봤다.

그렇다고 혼자 살겠다고 줄행랑치는 건 스스로 용서가 안 됐다.

“파랑새. 집에 가자~ 알라께서 네 피를 원한다. 크크크.”

아랍어를 사용하는 놈.

“알라? 엿 까시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아랍어로 시원하게 한 방 날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하는 아사신들.

성질 좀 죽여야 할 텐데 걱정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끽 소리하는 이놈의 성격에 수명이 5년쯤 단축 될 거 같다.

파슷!

그때 뭔가가 날아왔다.

카아앙!

본능적으로 날아오는 물체를 쳐냈다.

날카로운 포크 같은 암기였다.

눈을 노렸다.

총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여기서 총알이 날아오면…….

타다다닥.

그때 바닥을 기던 놈이 바람처럼 달려왔다.

손에 달린 기다란 갈고리 칼날!

오락실 대전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같았다.

터억!

바닥을 박차서 전진했다.

비비안이 뒤에 있으니 제약이 심했다.

그렇다고 많이 튀어 나가지는 않았다.

파앙!

바닥에 깔려 있는 와인 유리파편을 발로 찼다.

쇄애애앳.

빗살처럼 날아가는 파편.

푸육.

놈의 어깨에 깊이 박히는지 파육음이 낯설게 들렸다.

“!!!”

하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일반적인 놈들이라면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쓰러지기라도 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전혀 신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행동에 그 어떤 제약도 없었다.

놈의 손에 달린 갈고리가 다리를 찍어왔다.

급히 몸을 띄웠다.

솨라라라라락.

풍절음을 내며 스치는 갈고리.

놈은 목표를 상실했음에도 비비안을 향해 잽싸게 기어갔다.

실로 엄청난 순발력이었다.

“합!”

기합을 터트리며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깨진 와인병을 던졌다.

내공이 잔뜩 들어간 와인병.

퍼어어억!

굉음을 내며 놈의 등판 허리뼈에 박혔다.

허리뼈가 박살이 난 것 같았다.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헉!”

그 와중에도 놈은 비비안을 향해 기어갔다.

소름으로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섰다.

좀비의 현실 재림 같았다.

그대로 달려가 놈의 몸뚱이를 걷어찼다.

놈의 몸뚱이가 뻥 소리와 함께 날아갔다.

“쿠에에에에에엣!”

그제야 들리는 비명에 소름이 또 돋았다.

인간의 비명이 아니었다.

괴물들이 지르는 저주파 같았다.

“아아아악!”

보고 있던 비비안이 비명을 질렀다.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파랗다.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놈들이다.

“크흐흐흐흐흐흐. 네놈은 누구더냐?”

나무에 붙어 있던 놈이 물었다.

“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 다른 신들의 후예가 당신을 적으로 간주했습니다.

- 끝나지 않는 신들의 천년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이 됐습니다.

뭔 소리야! 신들의 천년 전쟁이라니!

알림음에 깜짝 놀랐다.

비비안을 노린 적들이 신들의 후손이라는 말이었다.

여행 와서도 똥 제대로 밟았다.

무슨 놈의 조상신들이 맨날 전쟁질이다.

내가 아는 화평한 신들 세상과 얘기가 달랐다.

뭔가 모를 또 다른 신들의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

“큼큼. 다른 신의 냄새가 난다……. 뱀의 후예냐?”

오! 그거 좋다!

“맞다. 난…….”

“거짓말하지 마라. 넌 쇠탈의 후예다. 크크크.”

X새끼! 알고도 장난질이다.

쪽바리들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계획이 뽀록났다.

안타까웠다.

아직 순간 연기력이 모자람을 인정했다.

휘이이이잇!

그때 놈이 휘파람을 불었다.

카르르르르르르릉.

안개 속에서 또 다른 물체들이 달려왔다.

저, 저건!

이빨이 날카로운 개새끼들 10여 마리가 사방에서 돌진해 왔다.

이 정도 굉음이면 와이너리에서 사람들이 달려올 만한데 전혀 기척이 없다.

10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안개가 이상했다.

이놈에게서 기가 느껴졌다.

누군가 진법이라도 설치한 게 분명했다.

그것도 아니면…….

콰득.

소파 앞에 있던 협탁 다리를 부러뜨렸다.

“다니엘…….”

무서워 벌벌 떠는 비비안이 공포에 질렸다.

“나만 믿어. 비비.”

눈과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끄덕이는 겁먹은 고양이.

씨익 웃어줬다.

심법은 줄기차게 운용했다.

상위 레벨에 오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총알을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능력을 습득했으면 좋겠다.

갈수록 마주하게 되는 적들이 강해졌다.

천룡신군에게 상위 무당파 무공을 배웠어야 했다.

족집게 과외가 편하고 빨랐지만 기초가 너무 부족했다.

컹! 커거거겅!

목줄까지 달려 있는 개새끼들은 품종도 다양했다.

마을에서 키우고 있는 개들 같았다.

눈동자는 흰자위만 보였다.

약 처먹은 것도 아닌데 상태가 이상했다.

무언가에 의해 조종되는 개들이다.

파아아앗.

개새끼들이 지면을 박차고 나와 비비안을 향해 뛰었다.

이빨 사이로 질질 흐르는 침.

물리면 광견병에 걸릴 게 확실한 독기가 보였다.

“꺼져! 개새끼들아!”

걸쭉한 한국말을 뱉으며 나무로 풀 스윙을 날렸다.

퍼어어어억!

캐개개갱!

머리통이 반쯤 작살난 개새끼가 비명을 토하며 멀찍이 튕겨나갔다.

퍽! 퍼버버버벅!

멈추지 않고 가차 없이 협탁 다리를 휘둘렀다.

캥! 캐갱! 캥캥!

주둥이와 몸뚱이가 아작 난 채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는 개새끼들.

시간이 흐를수록 신경은 더 곤두섰다.

뭐가 큰 한 방을 노리는 듯한 아사신의 후예들.

파악되지 못한 놈들이 사방에 더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망자의 길을 준비하는…… 어둠의 마나를 사랑하는 종들이여…….”

뭐, 뭐야! 

저 새끼 왜 룬어를 읊고 지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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