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화 (199/1,284)

 # 199

회귀의 전설

199장. 진정한 파티의 주인

다들 눈빛이 왜 그래?

유럽에서 부자에다 잘 나간다며?

집에 부가티 한 대 없는 촌놈들처럼 부러움의 시선이 확 쏠렸다.

파티장에 도착했다.

호스트라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브리엘은 차에서 비비안이 내리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부가티 베이론은 돈값을 제대로 했다.

마당에서 한 잔씩 마시던 초대 손님들이 표정이 그것을 증명했다.

오늘을 위해 돈 좀 썼다.

슈트는 대충 사 입었지만 손에는 파텍 필립이 생산한 푸른 바탕에 골드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5억짜리 가죽시계를 찼다.

뭔 놈의 시계 가격이 5억이 되는지 모르겠다.

부자들의 허영과 사치는 상상을 불허했다.

그냥 한 번 질러줬다.

돈 많이 벌어 또 써줘야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법이다.

스위스 애들 이거 팔아 척박한 산골에서 퐁듀 사먹어야지 않겠나.

어차피 한 번 지를 때 됐다.

앞으로 이런 파티나 모임에 자주 참석할 것 같다.

비비안은 시계를 거절했다.

자기 손에 있는 특이한 시계면 됐단다.

대신 귀에 걸린 귀걸이와 목걸이, 팔찌를 장만했다.

저렴한 것만 골라서 구매 비용이 3,000만 원도 안 들었다.

시계는 조만간 부모님께도 하나씩 사드려야 할 것 같다.

특히 한국 사교계에 화려하게 데뷔하실 엄마를 위해서는 필수였다.

“가브리엘. 초대해 줘서 고마워.”

파티 복장으로 코디한 비비안이 가브리엘에게 립 서비스를 날렸다.

화장도 안 했는데 비비안의 피부는 자체 물광이 났다.

비비안과 가브리엘을 보면서 내 팔자 한 번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아 그룹을 박살내고 해외에서 조용한 여행을 즐기고 싶었는데 가는 곳마다 대형 사건이다.

“어, 어서 와……. 비비안.”

가브리엘, 목소리는 왜 떠는 거야?

쫀 거야? 흐흐.

“초대해 줘서 감사합니다. 가브리엘…….”

“드로포이입니다. 가브리엘 드로포이.”

옆에 있던 친구 녀석이 눈치 빠르게 대답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다니엘 장입니다.”

손을 내밀었다.

개새끼가 짖는다고 같이 개가 되고 싶지 않았다.

프랑스 친구 비비안도 옆에 있었다.

한국 남자 매너 좋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꾸욱.

입술을 떨며 웃는 놈이 손에 힘을 준다.

바보 같은 놈.

미소 지으며 힘을 가했다.

“으으윽.”

푸른 눈동자가 일그러지며 신음을 냈다.

“이런 제가 힘이 과했습니다.”

앞으로 내 앞에서 힘자랑 하지 말라고 격려 차원에서 한 번 더 눌러줬다.

울 것 같은 표정의 가브리엘.

이름값도 못했다.

자비와 복수, 죽음과 묵시의 천사라 알려진 대천사 가브리엘이 인간계에서는 인종차별 갑질 전문가가 됐다.

이 자식은 죽어서 신선계에서 볼일 없을 것 같았다.

“다니엘~. 들어가요.”

비비안이 팔짱을 껴왔다.

누가 보면 몇 달 이상 사귄 연인들 같은 포즈다.

가브리엘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열받지? 그럼 한 대 쳐봐.

오늘 아주 프랑스 개 값 물어준다.

“경치가 아름다워.”

“저기가 이프섬 요새야.”

“아! 몽테크리스토 백작!”

바다 한가운데 오렌지색 조망을 환히 받고 있는 섬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내 인생을 보니 비슷한 점이 많았다.

거의 환생급 인생을 살다간 인물이 그다.

진짜 여행을 온 것 같았다.

프랑스로 오기를 잘했다.

“이름이…….”

눈치 빠른 가브리엘 친구를 돌아봤다.

“위고 마크롱입니다.”

“반가워요. 위고.”

그와도 인사를 나눴다.

씹다 만 껌 같은 가브리엘은 무시했다.

“위고.”

위고가 날 봤다.

“여기 별장 시세가 얼마나 합니까?”

“네???”

뭘 그렇게까지 과하게 놀라나.

딱 보면 모르겠나.

아직 부동산 시세를 묻는다는 걸 눈치 못 챘다.

“1,000만 유로쯤 합니까?”

요즘 환율로 150억이다.

위고는 답을 못했다.

녀석의 눈동자가 내 손목시계를 훑었다.

봐봐야 마르세유에서 가장 비싼 시계다.

“1,000만 유로쯤 하면 야경용으로 하나 구입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비비는 어떻게 생각해?”

“그 돈이면…… 성을 구입해. 내가 아는 분이 계시는데 성을 몇 채 가지고 있어. 여기보다 훨씬 좋아.”

“그래?”

비비안이…… 통이 더 크다.

어디 가서 부부 사기도박단을 꾸려도 충분히 먹고 살 것 같다.

가브리엘과 위고의 얼굴이 볼만하다.

그러게 어디서 회귀의 전설 같은 이 몸 앞에서 갑질이야!

오늘 이 파티 구역은 내가 접수할 생각이다.

“다, 다니엘!!!”

때마침 조력자가 나타났다.

어제와 다르게 파티복을 입고 나타난 피아니스트 아일라가 이름을 부르고 다가왔다.

“아일라~. 이곳에서 보게 되는군요.”

“정말 반가워요! 세상에! 베토벤의 재림자를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베토벤의 재림자?

“그게 무슨…….”

“유튜브에 쫙 깔렸어요. 그리고 다니엘을 베토벤의 재림자라고 다들 불러요.”

베토벤의 재림자가 아니라 베토벤의 구원자다.

그래도 인간 세상에서 받기에 나쁜 별명은 아니다.

“과찬이군요.”

“무슨 소리에요. 어제 프로방스에 모인 거장들이 난리가 났어요. 당신을 잡지 못했다고 혼도 났다니까요.”

아일라가 화사하게 웃었다.

화장을 더한 피아니스트는 아름다웠다.

비비안이 움찔 거린다.

비비안 넌 소중하니까 쫄지 마.

“아일라. 베토벤의 재림자라니…….”

아일라와 나이가 비슷한 여성이 다가와 호기심을 보였다.

음악가의 냄새가 확 풍겼다.

눈에 띄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개성이 뚜렷했다.

“엘리. 내가 어제 말했던 분이야. 내 앞에서 베토벤을 보여준 위대한 피아니스트……. 다니엘 장이야.”

“오! 마이 갓!”

엘리는 정말 놀라워했다.

“베토벤의 재림자?”

“설마 그 유튜브의 영웅?”

“어? 정말 똑같잖아!”

“세상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사방에서 다가왔다.

몸매가 황송한, 모델이 분명한 누님들이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음 짓는다.

천하의 바람둥이에 모델 킬러라 불리는 축구 천재 호날두가 전혀 안 부럽다.

“정말이세요? 정말 어제 그 천재 피아니스트예요?”

감동에 빠진 엘리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천재는 아닙니다. 작은 재주일 뿐입니다.”

한국인의 겸손은 이럴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모두 경탄과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아쉬워요. 천상의 환희 소나타를 직접 보고 듣고 싶어요. 제 바이올린으로 합주해 보고 싶답니다.”

엘리는 바이올리니스트인 것 같다.

음악가의 열정은 무엇보다 무섭다.

파티고 나발이고 엘리는 바이올린과 어울리는 피아노 소나타를 원했다.

분위기가 완벽하게 좋다.

“내일 비비안과 같이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오십시오.”

“정말요!”

“다니엘. 저도 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아일라 양.”

“저기…… 저도 초대받고 싶습니다. 어제 그 소나타를 듣고 잠을 설쳤습니다.”

좀 있는 집 자식 같은 프랑스 남자가 다가서며 물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앙드레 베르그송입니다. 그리고 여기 제 여자 친구 이자벨 샤넬입니다.”

설마 그 세계적 패션 업체 샤넬?

맞는 것 같다.

샤넬이라는 성이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니엘 장입니다.”

오늘 대한민국 국격 제대로 올렸다.

모두 다 이방인을 알아봤다.

“이자벨 언니 오랜만이에요.”

“오! 이게 누구야. 비비안, 너를 여기서 보게 되다니! 난 꿈에도 몰랐어! 귀한 분께서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이십 대 후반의 품격 넘치는 미녀 이자벨이 비비안을 알아봤다.

얼굴에 반가운 빛이 가득했다.

“앙드레 인사해요. 여기 차가운 미녀는 비비안 발루아예요.”

“발루아! 오! 세상에……. 만나서 반갑습니다. 발루아 가문의 공주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비주가 아닌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인사를 건네는 앙드레.

비비안이 다시 보였다.

발루아라는 가문이라면 세계사에서 잠깐 봤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를 다스렸던 왕가 중 하나다.

비비안이 그 가문의 후손이었다.

신분증을 봤을 때 깊이 보지 않고 나이만 확인했었다.

그런데 신분이 엄청나네…….

가브리엘 녀석이 비비안을 왜 눈독 들이는지 짐작이 갔다.

자유주의와 개성이 강한 프랑스에서 공주라는 말은 쉽게 들을 수 없었다.

그런 비비안과 함께 동행하면 바로 신분 상승이다.

“반가워. 비비안. 그런데 이곳에 어쩐 일이야? 3년 만이지?”

“네. 아버지 생일 파티 때 뵙고 처음이에요.”

“정말…… 아름답구나. 넌 발루아 가문의 꽃이야.”

이자벨이 보는 눈이 있다.

모델급 여인들 사이에서도 비비안은 홀로 빛났다.

들꽃 틈에 피어난 한 송이 고고한 백합 같았다.

감히 다른 여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게 바로 왕가 후손만이 풍겨 내는 아우라인지도 몰랐다.

“비비안, 그런데 이분과 어떤 사이?”

이자벨이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자벨, 어제 나와 함께 동영상 봤지? 그 피아니스트야.”

“그게 아니라 비비안에게 어떤 남자인지 묻는 거야.”

이자벨의 눈이 비비안을 향했다.

내 옆에 서서 묘하게 웃는 비비안.

주변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다니엘은…….”

비바안이 날 본다.

눈동자는 언제 봐도 신비했다.

내 생에 이런 미녀와 프랑스 상류 파티에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의 사랑하는 남자 친구예요.”

비비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하는 비비안의 말에 심장이 뜨거워졌다.

이틀 밤을 같이 보낸 여행 동지였다.

그런 그녀가 사랑을 입에 올렸다.

“오! 역시……. 완벽하게 어울리는 한 쌍이야.”

이자벨이 손을 짝 부딪치며 외쳤다.

아! 기분 좋다.

이런 상황에 그냥 있을 수 없었다.

호스트에서 게스트가 돼 버린 가브리엘 녀석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파티의 주인공은 어느새 나와 비비안이 돼 버렸다.

이럴 때 흥이 빠지면 안 되는 법.

“엘리, 혹시 바이올린 있습니까?”

“차에 있어요.”

“그럼 잠시 빌려줄 수 있습니까? 어제 연주했던 피아노 소나타 천상의 환희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해 드리겠습니다.”

“오오오오! 마이 가아아앗!”

진정 기뻐 방방 뛰는 엘리.

이렇게 난 가브리엘의 파티를 씹어 먹었다.

기분 좋은 이 밤.

지중해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나와 비비안을 한 바퀴 휘감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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