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419화 (419/489)
  • ◈ 419화. 자비로우신 어둠이여 (1)

    “……이거, 꿈 아니지?”

    퀘스트!

    “이것도, 이것도?!”

    눈이 돌았다는 표현이야말로 이럴 때 써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것도 월드급 퀘스트가 밑도 끝도 없이 반짝인다.

    아르카나 대륙, 플레이어들은 머리를 굴렸다.

    “발동 중인 버프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여기에다가 월드퀘 보상까지 먹을 수 있으면……!”

    “그냥 한 방에 인생 역전하는 거 아냐?”

    아니, 인생역전이 문제가 아니었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오가는 눈치.

    만약, 이런 퀘스트를 그대로 놓쳐버리게 된다면.

    “……바꿔 말하면 한순간에 벼락 거지가 되는 거고.”

    찰나의 순간.

    치열하게 머리를 굴린 끝.

    몇몇은 견적을 냈다.

    “그래. 황제가 눈을 감은 건 상당히 유감이지만, 어쨌든 제국이랑 안토니움은 지켜냈다는 거잖아? 확실하게 급한 불은 껐다는 뜻이지.”

    “뭣보다 위대한 모험가……. 그러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이호열이 즉위를 앞두고 있다고 했으니까. 솔직히 제국이 무너질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나?”

    “맞지. 우리까지 괜히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그 속내는 누가 봐도 합리화였다.

    “애초에 아르카나 대륙이잖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란 말도 있는데. 우리부터가 아르카나 대륙 전기 시절 상식을 따라야 하는 거 아냐? 언제부터 플레이어끼리 사이좋게 하하 호호 했는데?”

    “듣고 보니까, 일리가 있다 그거?”

    “왜, 월드 퀘스트 내용도 봐봐.”

    [월드 퀘스트 : 폭력의 시대]

    [월드 퀘스트 : 죽음의 시대]

    [월드 퀘스트 : 황금의 시대]…….

    “대충 봐도 서로 경쟁하는 퀘스트가 태반이잖아?”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

    아르카나 대륙이 예상보다 평화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오직 긍지에 따라 움직이는 성전 연합군?

    소속은 오히려 족쇄처럼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뒤편 포탈에서 들려오는 말들.

    서정연은 오들오들 떨었다.

    “진짜 놀만도 못한 새끼들!”

    고작 30~50레벨에 불과했던 하급 몬스터, 놀에게도 동료애가 있었는데……! 어떻게 사람이 돼서 손바닥 뒤집듯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걸까?

    최정훈이 썩은 미소를 흘렸다.

    “뻔하지.”

    “뻔해요? 뭐가요?”

    “호의가 계속되니까 권리인 줄 안다.”

    한성욱이 묵묵히 동조한다.

    “성전 연합군에선 더 이상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거야.”

    “얻을 게 없다뇨? 플레이어들이 프로스트나 유스라 왕국에서 얼마나 특혜를 보고 있는데. 원래라면 얼씬도 못 할 마탑에도 잘만 드나들면서! 그래요, 현실에선 그렇다고 치더라도……. 저기, 클라우디 저택에서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거는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야. 벌써 적응해 버린 거라니까?”

    최정훈이 덧붙였다.

    “주제 파악 못 하고, 더 큰 보상을 바라는 거고.”

    “진짜 너무하네…….”

    서정연은 울상이 되어 퀘스트 내용을 살폈다.

    수많은 월드급 퀘스트가 떠올랐건만.

    그 내용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거스를 수 없는 폭력에 가세하라. (진행 중)

    -영원한 죽음에 가세하라. (진행 중)

    -무구한 황금에 가세하라. (진행 중)

    바로 제국을 적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

    “어쨌거나 안토니움이 휘청거리고, 황제가 사망했다는 건 사실이야. 어떤 자식들이 제국을 노리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기회란 거지.”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요? 총대장님은?”

    “그거야 나 같은 쪼렙한테 물어봐도…….”

    경험자가 아니기에.

    최정훈이 대답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 비슷한 퀘스트를 경험한 랭커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세컨드 썬.

    길드 마스터, 슈레이그가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상황이 복잡해졌다.

    총대장님께서 제국의 황제로 즉위할 자격을 거머쥐셨다고 한들.

    제국 내부에선 한동안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

    아르카나의 시스템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으니까.

    간부, 재커리가 기억을 더듬었다.

    “하다못해 작은 영지를 차지했을 때도 우리 등에 칼을 꽂으려던 세력이 있었어. 충분한 관계도랑 영향력을 보유했어도 예외는 없었지.”

    “관계도나 영향력만으로 영지를 운영할 순 없으니까.”

    “근데, 제국? 황제 자리에 오르면 당연히 엄청난 반발이……!”

    지금만 봐도 그렇다.

    플레이어들조차도 술렁이고 있다.

    제아무리 총대장님이시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내분을 단기간에 잠재우시기는 무리란 뜻이었다. 한데, 그런 상황에서 제국을 노리는 세력들이 플레이어를 끌어모으고 있다니.

    슈레이그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거대 연합 쪽으로 합류하자.”

    남태민, 히사기, 레오니.

    독자노선을 탄 류오쥔춘을 제외, 이런 상황에 더없이 익숙할 랭커들이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뭐라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까.

    재커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포탈의 효율을 고려하면 조금 더 남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아. 대략 한 시간 정도? 그 정도면 마지막에 합류한 세 사람까지. 단번에 포탈로 안토니움을 밟을 수 있어.”

    “좋아. 그렇게 하지.”

    그러나 옮겼던 걸음이 무색하게도.

    얼마가지 않아 모두가 멈춰서고 말았다.

    여유가 넘치는 음성에.

    “거기, 잠깐 정지.”

    자신들을 얕잡아보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슈레이그는 발끈할 수 없었다. 마주하자마자 느껴지는 압력. 눈앞이 사정없이 점멸하기 시작했으니까.

    [상태이상, ‘위축’이 발생합니다.]

    직감할 수 있었다.

    “!”

    만약, 상대가 몬스터였다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최상급 상태이상.

    ‘공포’가 발생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저들과 자신들에겐 그만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험가들이여, 그대들의 행선지는 어디인가?”

    행선지를 묻는 이유?

    ‘설마.’

    조금 전, 떠올랐던 월드 퀘스트와 관련지어 생각해 본다.

    이 순간, 제국을 노리는 세력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었으니까.

    확률 상 그들 중 하나가 아닐까?

    ……꿀꺽─

    저절로 마른침이 넘어간다.

    ‘여기서 오답을 골랐다가는.’

    어쩌면 저들과 전투를 벌이게 될지도 모르겠지.

    머리를 새하얗게 만드는 압박감.

    상태이상을 이겨내고 저들과 제대로 맞설 수 있을까?

    ‘가능할 리가 있나.’

    그러나.

    “우린 안토니움으로 향하는 중이다.”

    슈레이그는 굽히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제국의 적이라면.

    곧, 총대장님의 적이라는 뜻이었으니까.

    승산이 있든 없든 성전 연합군으로서 물러날 수 없었다.

    “안토니움이라.”

    역시 오답이었나.

    거세지는 압박감.

    더욱 차가워진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렇다면 목적은?”

    슬그머니.

    허리춤의 플뢰레를 향해 뻗는 슈레이그의 손.

    언제라도 습격에 대응할 수 있기 위함이다.

    이내, 슈레이그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이호열, 우리의 총대장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그 외침에 세컨드 썬, 그리고 거대 연합 길드원들이 호응했다.

    스릉─!

    휘말리게 된 서정연 일행에게는 미안한 일이었다만.

    그들 또한 각오했다는 듯.

    각자가 무기를 치켜들었다.

    눈앞의 전사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자 어째서인가.

    하얘졌던 시야가 돌아왔다.

    비장한 각오가 상태이상, ‘위축’을 상쇄한 건가.

    슈레이그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의지만으로 해결되면 아르카나가 아니다.’

    압박감이 사라진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뜻.

    그 이유야 곧장 찾을 수 있었다.

    길을 가로막은 전사들.

    그들의 눈동자가 더없이 붉었으니까.

    우두머리,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배를 탄 아군이군.”

    “아군이라니?”

    “목적이 같으니 말이지.”

    붉은 눈의 일족, 듄.

    지도자, 샤힌 듄은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아직은 터무니 연약하지만.

    그 각오만큼은 클라우디를 섬기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한없이 깊은 어둠이시여.”

    “……한없이 깊은 어둠?”

    “저들은 숭고한 암투에서 살아남을 자격이 충분하군요.”

    “……숭고한 암투?”

    “좋다, 합격이다.”

    “……하, 합격?!”

    “안토니움까지 우리가 그대들을 호위하지.”

    한없이 깊은 어둠이라니.

    암투라니.

    합격이라니.

    아니, 애초에 이 괴물들은 누구란 말인가?

    슈레이그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총대장님께 여쭤볼 게 산더미처럼 늘어나고 있었다……!

    .

    .

    .

    긍지를 간과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애초에 긍지를 깨닫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길드 랭킹 84위, [아포칼립토].

    길드 마스터, 티라노가 근육질의 몸을 움찔거렸다.

    “성전 연합군, 우리에겐 지루한 울타리였다.”

    그놈의 규율!

    아르카나 대륙에 진입하고, 월드 퀘스트마저 떠오른 지금이야말로 성전 연합군의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할 적기였다. 간부, 매머드가 선택지를 제시했다.

    “우리한테 어울리는 세력은 역시 원시부족 아레스존과 광폭회가 아닐까, 대장? 뭣보다 힘으로 모든 걸 쟁취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드는데.”

    “그렇지 않아도, 광폭회로 향할 생각이었다.”

    “광폭회……!!”

    아르카나 뒷세계의 전설, 그림자 용병단.

    광폭회는 과거 그림자 용병단과 함께 아르카나의 뒷세계를 양분했다던 조직이었다. 물론,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설정을 위한 설정에 불과했지만.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 퀘스트로 떠올랐다는 건 확실히 광폭회가 돌아왔다는 거다. 무슨 수로 부활한 건지는 알 수 없다만.”

    티라노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성전 연합군, 그리고 이호열을 적으로 돌린 순간. 우리는 광폭회를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세력이 돼야 한다. 우리와 같은 속셈으로 광폭회로 모여들 플레이어들조차도 집어삼켜야 한단 뜻이지!”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한 기선제압이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대장!”

    아포칼립토.

    길드 랭킹은 80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길드원 전원이 몬스터보다는 대인전, 플레이어와의 전투에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월드 퀘스트뿐만 아니야. 광폭회에선 광폭회 전용 퀘스트를 수행하게 되겠지. 그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보상과 전리품이 복사되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손에 피를 좀 묻히겠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피야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손에 묻혀왔었으니까.

    ‘아닌 척했던 것뿐이지.’

    이호열, 지나치게 순진하다.

    인간이란 추악한 존재를 과하게 신뢰한다.

    나는 그런 이호열에게 쓰디쓴 교훈을 주는 것뿐이다.

    “자고로 발등은 믿는 도끼에 찍히는 법이거든.”

    티라노가 비웃음을 흘렸다.

    “그럼 출발하지, 광폭회의 아지트로.”

    허나, 아포칼립토는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대체 언제부터……?

    그들의 대화를 일찌감치 엿듣고 있던 이들이 있었으니까.

    “들었어, 영감?”

    “아직 귀는 멀쩡하니까, 작게 말하지.”

    “그래? 정정하셔서 다행이네.”

    그림자 용병단이었다.

    “……어떻게?”

    우락부락하게 느껴지던 티라노의 근육이 빈약하게 보일 정도.

    차원이 다른 덩치의 소유자.

    락키드가 피식 웃었다.

    “어떻게는 뭐가 어떻게야, 씹새끼야. 암살자가 기척을 죽이는 거 처음 보냐? 하여튼, 칼밥 먹는 새끼들은 싸가지가 없다니까. 반말부터 찍찍하는 거 봐.”

    “자네도 칼밥은 실컷 먹었잖은가, 락키드.”

    “그래. 그러니까 이 영감탱이한테 반말하지. 으하하.”

    그림자 용병단.

    단장, 키치가 행방불명된 시점에서 머릿수는 고작 아홉에 불과했다.

    그러나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이었다.

    티라노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다……!’

    평상시의 그림자 용병단이었다면.

    이쯤에서 아포칼립토 전원의 목을 날려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이었다.

    부단장.

    아니, 이제는 단장인 울프가 입을 열었다.

    “나 역시, 네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

    “순순히 광폭회의 행방을 말하든가.”

    그 눈매가 평소와 다르게 매서웠다.

    “처절한 고문 끝, 죽기 직전에 말하든가.”

    굴러가는 티라노의 눈동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가 훤히 보였다.

    모험가 신분을 내세워 같은 모험가인 호열을 운운하려는 거겠지.

    그러나 유감이다.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린 건 다름아닌 호열이었으니까.

    “허튼 생각은 하지 마라.”

    우드득!

    주먹에서 나는 굉음.

    락키드가 직설적으로 내뱉는다.

    “긍지에 어긋나지 않고, 너희 주둥이를 벌리는 건 일도 아니니까!”

    .

    .

    .

    4가문.

    그들 역시 주인의 뜻에 따라 행동에 돌입한 상태였다.

    전율의 아카몬드.

    가주, 레텔 아카몬드.

    그녀 앞에 바짝 엎드린 플레이어.

    레텔이 플레이어를 의자로 삼아 앉아서는 말했다.

    “모험가여. 그대들에겐 지능이 없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르카나 대륙과 다르게 그대들의 세계에선 그분의 이름이 일찍이 울려 퍼진 것 같은데……. 어째서 모험가, 그대들은 우리보다도 그분의 위대함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걸까?”

    레텔이 매만지던 손톱을 훅 하고 불어냈다.

    역시, 클라우디께서 너무나도 자비로우신 탓이었다. 하기야 자신을 포함한 4가문의 만행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신 분이었으니. 그러니 그분의 자비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선에서 대륙의 소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지.”

    클라우디처럼 은밀하고 위대하게.

    .

    .

    .

    오성.

    류오쥔춘의 다섯 별 중 하나.

    백성륜은 주군의 명령을 수행 중이었다. 월드 퀘스트로 떠오른 세력 중 천하통일이 집어삼키기에 적절한 세력을 탐색하기 위해 영지를 나섰다.

    “!”

    그런 백성륜 또한 호열의 안배와 마주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수 없으나 그 상대는 백성륜과 마찬가지로 혼자였다. 백성륜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사내에게 물었다.

    “목적이 무엇이지?”

    척─

    순식간에 사내의 목을 겨눈 언월도.

    허나, 사내는 조금도 위축된 기색이 없이 되물었다.

    “행선지를 말하라.”

    백성륜은 심상치 않은 낌새를 알아차렸다. 이럴 땐 적절히 둘러대는 게 상책이다. 주군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백성륜이 자존심을 꺾고 답했다.

    “홀로 떠도는 이방인이 행선지가 있을까 싶나? 나는 그저 가까운 마을을 찾고 싶을 뿐이다. 그런 와중에 낯선 이가 앞을 가로막았으니, 무기를 꺼내 들 수밖에.”

    천하통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그 정체를 숨긴 채 지금껏 생존한 백성륜이다.

    그의 처세술은 대단했다.

    다만, 그 기준이.

    “그래?”

    ‘인간’에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스슥.

    이윽고,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사내.

    사내는 아름다운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 귀가 인간의 것치고는 지나치게 크다는 것만 빼면.

    백성륜의 동공이 휘둥그레졌다.

    곧장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허나, 백성륜이 경악하기도 전.

    사내가 입을 연다.

    아니, 엘프의 지도자.

    하이엘프가 말을 잇는다.

    그렇다, 이 순간.

    엘시도어를 피해 조국에서 아르카나 대륙으로 도주한 천하통일.

    그들에게 엘시도어를 능가하는 대재앙.

    “네게서 엘시도어의 냄새가 풍기는 것이냐?”

    “……!!!”

    아젠트레스가 드리운 것이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