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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355화 (355/489)

◈ 355화.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다만

격돌하는 골렘과 흑암룡.

구우우웅……─!

“방금 몸이 들썩거리지 않았어……?”

“기, 기분 탓이 아니라 진짜 흔들리는 것 같은데!”

“저 둘이 지나치게 강한 거야!!”

사파이어 홀의 특수한 구조를 뛰어넘어서.

충돌의 후폭풍이 객석으로 그대로 전해져온다.

플레이어들이 호들갑을 떨기도 잠깐.

마탑의 선임들이 심상치 않은 낌새를 포착했다.

“배, 뱅그릿 선임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는 겁니까? 말 좀 해봐요! 두 분께서 저렇게 진심으로 치고받고 계신 이유를, 아르카나 대륙에 다녀온 뱅그릿은 선임은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벤쉬가 뱅그릿의 옷자락을 붙잡고는 묻는다.

“저한테 물으셔봤자 저도 뭐가 뭔지……!”

그러나 뱅그릿은 물론이요.

그와 함께 아르카나 대륙을 밟았던 선임 마법사.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법부여학 선임, 키코가 설마 하며 중얼거린다.

“……벨리에 선임님이라면 혹시?”

치유마법학 선임, 벨리에는 드래곤이 삼킨 악과를 정화할 방법을 연구하기에 바빠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마르셀로는 고개를 저었다.

‘만약, 벨리에가 알고 있었다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무려 이 수석님과 유그위드 원로님의 갈등이었으니까. 마르셀로가 입을 열었다.

“벨리에 선임도 마찬가지로 아는 게 없을 겁니다.”

“마르셀로 수석님, 그럼 저건 대체……?”

쿵!

그와 동시에 또 한 번의 격돌.

전해지는 충격에 자세를 고쳐앉은 벤쉬가 재차 입을 연다.

이제부터는 호들갑이 아닌 냉정한 사태파악이었다.

“규율에 따르면 증명의 대련에서는 중위급 이상의 마법 발현이 금지되지 않았습니까? 여긴 마탑입니다. 서로의 마법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는데……!”

아르카나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집결하는 마탑이었다.

서로 적당한 마법을 주고받는다고 하더라도 서로에게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는 말. 남아있는 증명의 대련 기록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환각마법학 선임, 나스로우가 들고 있던 서적을 펼친다.

“당장 가장 최근에 있었던 세니오스 님과 카림제바의 대련 기록만 살펴봐도……. 세니오스 님께선 상당한 부상을 입으셨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우려될 수밖에 없었다.

이 순간, 유그위드가 발현한 골렘은 무려.

최상위 대지마법 중 하나였으니까.

‘만약, 상대가 일반적인 마법사였다면…….’

뱅그릿이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첫 발길질에 그대로 끝났을 거예요.”

대련이 끝나는 게 아니라 삶이 끝나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다행히도 상대는 호열이었다. 최상위 마법을 받아치는 것도 모자라 되려 압박하고 있는 거대한 흑암룡.

몇몇 선임이 정령마법학 선임, 페이얀에게 묻는다.

“그나저나 저 드래곤의 정체가 대체 뭡니까, 페이얀 선임? 확실히 저런 걸 소환할 수 있는 건 역시 정령마법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저 드래곤 같은 정령의 이름은 뭐랍니까? 정령왕급이겠죠?”

“우물우물. (도리도리)”

“……아니, 이런 상황에서도 빵이 넘어갑니까?”

“우물우물. (끄덕끄덕)”

꿀꺽.

“잘은 모르겠지만, 정령마법은 확실히 아니에요.”

페이얀은 긴장된 표정으로 빵을 삼키며 대답을 끝마쳤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뱅그릿을 향하는 선임들의 관심.

뱅그릿 선임의 마력 친화력이라면……?

“애초에 저게 마법이 맞긴 한 겁니까, 뱅그릿 선임?”

“아닙니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뭐, 뭐요? 그게 정말이에요?!”

뱅그릿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정말입니다.”

사실이었다. 감각을 집중하고, 아무리 느끼려고 해봐도 저 흑암룡에서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마르셀로에게 질문이 향한다.

“수석님 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겁니까?”

마르셀로는 답하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그에 관한 답을 내기 위해 사고 중이었으니까.

사실 주어진 상황은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두 분 사이에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모종의 이유로 대련을 뛰어넘어서 서로를 격하게 몰아붙이고 계시는 것. 그 과정에서 유그위드 원로님께선 엄격하기 짝이 없는 증명의 대련, 규율을 어기셨다.

‘제겐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유그위드 님의 의견을 묻지 않고, 성급히 차기 탑주 선거를 진행한 것이 착오였나? 아니다. 유그위드 원로님의 성격으로는 의견을 물었든, 묻지 않았든.

이런 사태를 피해 갈 수 없었겠지.

‘다짜고짜 최상위 마법이라니.’

그런 최상위 마법과 직면한 경 또한.

어쩔 수 없이.

증명의 대련 규율을 위반할 수밖에 없을 터…….

“……!”

생각을 이어나가던 마르셀로의 시선이 문득.

뱅그릿을 향한다.

“뱅그릿 선임, 방금 무어라 말씀하셨죠?”

“네? 무슨 말씀이신지……?”

“분명,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셨죠?”

“네, 넵! 그렇습니다. 제 마력 친화력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니라면……. 저 흑암룡은 마력으로 발현된 마법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흑암룡이 날개를 펼치며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 이 수석님께서는 오히려 마력을 거두셨으니까요!”

“역시.”

뱅그릿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마르셀로.

그의 안색이 급격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유그위드 님께서 규율을 어기셨다고 한들.

경께서는 지금도 엄격하게 규율을 지키고 계셨다.

“증명의 대련에서 규율로 명시되어 있는 건 발현하는 『마법』에 관한 제약뿐입니다. 당연합니다. 마법사란 족속이 마법을 두고, 주먹다짐을 벌이는 일은 없을 테니까.”

아까도 말하지 않았던가?

마탑은 마법사 중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가진 마법사만이 집결하는 집단이었다. 오직 마법사만이 모인 공간이니, 대련에서 오가는 것도 오직 마법뿐이라는 건 상식이었다.

규율로 남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한!

“그렇기 때문에 증명의 대련에서 오직 『마법』만을 사용해 대련에 임해야 한다는 규율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

“그렇습니다. 수석님께선 지금도 엄격히 규율을 지키고 계십니다.”

그 말에 선임 마법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무엇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몰라도.

호열이 규율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는 이상.

불필요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으니까.

다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그 의문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그 사실을 자각한 벤쉬가 말을 더듬었다.

“그, 그렇다면 이 수석님은 유그위드 님의 최상위 마법을. 마법을 발현하지 않은 채로 막아냈던 것도 모자라서 압도하고 계시단 겁니까? 세, 세상에나……!!”

*

원로 마법사.

그들의 저력이야 일찌감치 두 눈으로 목격한 적이 있는 나였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심지어 목숨을 건 사투를 통해서 말이지.

세니오스와 카림제바.

두 원로 마법사의 전투를 나는 반신전(半神戰)에 비유했었다.

과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그위드의 마법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위이이잉─!

발광하는 골렘의 마력 심장. 방대한 마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완력이 흑암룡의 날갯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렘을 전진하게 한다. 이윽고, 내지르는 주먹질.

쾅!!

무너지는 것도 부서지는 것도 아닌 폭발음에 가깝다. 골렘의 주먹이 향하는 곳에 마치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떨어진 것처럼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펄럭!

뮬론, 흑암룡은 거대한 날개를 펼쳐 하늘로 비상.

공격을 가뿐히 회피한 상태였지만.

하늘을 날고 있자니 사파이어 홀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일단, 격돌의 충격이 밖으로 새어나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마탑의 신비한 구조는 사파이어 홀에도 적용되어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전장이 광활해졌어.’

그 사실을 증명하듯.

슈우우우욱!

골렘이 하늘을 향해 튀어 오른다.

빠르다.

덕분에 곧장 유그위드와 시선이 마주친다.

“아직도 여유만만인가요, 이 수석?”

꾹─!

확실히 경험이 중요하다.

제로 산맥에서의 경험 덕분에 나는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거든. 이게 유낙서스를 추락시켰던 그 발목 붙잡기구나?

유낙서스를 추락시켰으니, 흑암룡도 추락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그렇다면 유감이다. 골렘이 끌어내린 유낙서스에겐 날개가 없었거든.

게다가 이 흑암룡은 ‘누굴’ 쏙 빼닮은 덕분에.

‘극도로 싫어하거든.’

폼을 구기는 걸 말이야.

펄럭!

발을 털어내는 건 우아하지 못하다는 것인가.

흑암룡이 유그위드와 골렘을 발목에 매단 채.

더욱 높은 하늘로 비상한다.

유그위드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떻게 날 수 있는 거지?”

어떻게 날기는……!

이 지나치게 거대해서 치렁거리는 날개를 봐라.

날갯짓이라도 잘해야 수지타산이 맞지.

‘거기에 굳이 덧붙이자면.’

[전설, 흑암룡 이호열]은 이 순간.

현실에서도 아르카나 대륙에서도 쉴 새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발현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의미다.

쾌속 비행.

그 와중에도 꼿꼿하기 그지없는 목.

덕분에 나는 유그위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유그위드.”

그렇다.

보는 눈과 귀에도 멀어졌겠다.

이제는 진심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지.

말했다시피.

나는 유그위드가 증명의 대련 규율을 어긴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물었다.

“마탑을 떠나 어디로 향할 생각인가.”

나의 물음에 유그위드가 웃음을 뱉어낸다.

“하하, 늙은이 속을 훤히 내려다보고 있었군요.”

훤히 내려다보기는.

어쨌거나, 우리가 봐온 세월이.

또 쌓아온 관계도가 얼만데?

물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고, 세니오스를 통해 마법사들의 성질머리에 관해서도 알고 있던 터라 끝까지 의심의 끝을 놓을 수 없기는 했다만…….

유그위드가 나를 향해 진심으로 적의를 드러내는 일은 없을 거라 믿었다. 이제 와서 고작 차기 탑주 자리가 탐나서 증명의 대련을 신청했다고 하기에는.

‘우리는 더없이 많은 풍파를 겪어왔잖아?’

마탑의 재건부터.

세니오스, 탑주의 장례식까지.

유그위드가 말을 잇는다.

“이런 모습을 탑주님께서 보시면 무어라 말씀하실까요. 잘한다? 네가 질 줄 알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무슨 개수작이냐, 유그위드?”

……그 고양이한테 양심이 있다면 그런 소리는 못 하지 않을까.

무심히 생각하는데.

유그위드가 작게 속삭인다.

“시간이 된다면 탑주님께 물어봐 주세요, 이 수석.”

……뭐야, 유그위드도 탑주의 행방을 짐작하고 있던 건가?

하긴 마르셀로 이상으로.

탑주와 오랜 시간을 봐온 유그위드였으니까.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유그위드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마르셀로 수석은 오히려 그런 면에서 순진한 면이 있지 않습니까? 그 탓에 탑주님께 여전히 꼬마 수석이라고 불리는 걸지도 모르겠지요. 참고로 이건 마르셀로가 괘씸하기에 일부러 알려주는 별명입니다.”

괘씸하다라.

아무리 탑주의 유언을 따랐다고 해도, 이번엔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했지. 꼬마 수석이라, 덕분에 뜻하지 않은 마르셀로의 이명을 하나 알게 됐군.

곧 유그위드가 본론을 꺼냈다.

“이 수석이라면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라는 걸요. 그대들의 세계와 아르카나 대륙이 연결되는 새로운 시대입니다. 나 같은 구태 마법사가 탑주를? 허울뿐인 원로 마법사를? 어림도 없는 소리지요.”

역시 추측대로였다.

“이 수석의 말대로 나는 마탑을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르카나 대륙을 밟게 되었고, 그곳에서 내가 나아갈 길을 목격했지요. 그리고 마탑으로 돌아오니……. 나름 화려하고 적합한 방법으로 퇴장할 방법이 보이더군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차기 탑주 후보인 원로 마법사와 수석 마법사가 대련을 펼치는 것도 모자라서, 그 대련 중 규율을 어기는 것보다 더한 관심을 받는 방법이라…….

적어도 내 머리론 생각할 수 없었거든.

유그위드가 이윽고 마력의 발산을 해제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승부는 치열한 공중전 끝에 이 수석, 그대의 승리로 끝난 걸로 합의를 볼까요? 노친네의 변덕에 어울리게 해서 미안하군요, 이 수석.”

유그위드가 입꼬리를 올리며 덧붙였다.

“아니, 우리의 차기 탑주님.”

동시에.

파스스스─

마력 심장이 꺼지고 골렘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슈유우우콰쾅!

골렘의 잔해가 사방팔방으로 떨어져 내리며 굉음을 낸다. 그 사이로 유그위드가 속절없이 추락한다. 그 광경만 보면 내가 정말로 유그위드를 흠씬 두들겨 팬 줄 알겠구만.

이윽고, 메시지가 떠오른다.

[증명의 대련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마탑과의 관계도가 상승합니다.]

[마탑에서의 영향력이 상승합니다.]

또각─

나는 두 발로 사파이어 홀에 꼿꼿하게 섰다. 대련이 끝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사파이어 홀 중앙에서 쓰러졌던 유그위드가 능청스럽게 몸을 일으킨다.

“이런 완패로군요, 이 수석. 규율을 어겼음에도 그대에게는 닿을 수 없었어요. 대체 그 거대한 드래곤은 뭡니까? 어쨌든, 대단했습니다. 여러모로 놀랐습니다. 진심으로 말이죠.”

어쩐지 신이 난 듯한 말투가 영락없이 음험한 목표를 이룬 마법사 같군, 유그위드. 그래, 내가 이래서 사람 속은 알아도 마법사 속까지는 짐작할 수 없다고 했던 거다.

‘일석이조란 거지?’

자신의 은퇴와 더불어.

증명의 대련을 통해 나를 치켜세움으로써.

나를 마탑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차기 탑주로 뽑히게 할 속셈이었어.

허나, 느끼는 배신감과 무관하게 나는 입을 열었다.

“유그위드, 그대는 엄격한 증명의 대련 규율을 위반했다. 더불어 마탑 내부에서 결전 마법의 발현은 금지된바. 이 시간부로.”

나의 말에 좌중의 시선이 집중된다.

“유그위드 뤼펭, 그대의 원로 마법사 지위는 박탈이다.”

마르셀로를 포함한 선임 마법사들은 짐작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긴 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다르다.

“!!!”

나는 휘둥그레진 플레이어들의 동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거 또 본의 아니게 전설에 박차를 가하겠구만, 하고는.

“유그위드 뤼펭, 그 처분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유그위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걸로 모든 게 끝인 줄 알았겠지, 유그위드?

그러나 오판이다.

여전히 나를, 그랑펠을 간과하고 있군.

‘내가 어째서 전부 알면서 장단을 맞춰줬겠어?”

그야 나한테도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파이어 홀을 강타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

나는 이어서 선언했다.

“또한 나, 흑암룡은.”

“……?”

“차기 탑주 선거에서 사의를 표하겠다.”

“……!!!”

……아니.

카리스마 있게, 반전 넘치게 내뱉고, 다 좋은데.

하필이면 호칭이 ‘나, 흑암룡’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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