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0화. 뒤흔들리는 판 위에서
[퀘스트 : 차기 탑주 선거]
탑주의 유언에 따라 차기 탑주는 선거를 통해 가려지게 되었다.
온순한 거인, 마탑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자, 그리고 흑암룡.
이들 중 새 시대의 탑주는 누가 될 것인가?
마탑의 미래가 그대들의 손에 달려있다.
─차기 탑주 선거권을 확보하라. (진행 중)
●마탑에 자격을 증명하라. (진행 중)
마탑에 머무르던 플레이어.
모두에게 떠오른 메시지.
모두들 얼핏 염두에 두고 있었으리라.
“고양이 탑주가 쓰러진 다음부터 생각하긴 했는데…….”
탑주란, 공석으로 놔두기엔 너무나도 큰 직책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새로운 탑주가 뽑히게 줄이야.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진짜로 호열 님이 탑주 후보가 되셨다니까요?!”
퀘스트 내용에도 떡하니 나와 있듯.
흑암룡 플레이어인 호열이.
차기 탑주 후보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될 줄이야.
박휘강의 발언에 채팅창이 폭주한다.
-ㄹㅇ루???
-님들아 ㄱㄷ 내가 직접 마탑가서 확인해봄
-휘강이 너 구라기만 해봐 ㅡㅡ
-대륙에서 수금 못할 것 같다고 이렇게 돈 땡기네~
박휘강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아니, 주변 반응을 보시라니까요?”
꾹─
박휘강이 화면을 터치하자 전환되는 카메라 앵글.
플레이어들의 면면이 떠오른다.
그들도 박휘강과 같은 이유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 콧대 높은 마탑이 플레이어를 탑주 후보로 올렸다고?”
“아니, 마탑을 떠나서 처음 아닌가? 플레이어가 아르카나 대륙에서 이런 요직을 차지하게 되는 건? 영지 같은 건 공성전으로 빼앗은 거니까 제외하면.”
“……맞아, 내가 알기론 없어.”
끄덕끄덕.
박휘강이 격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더니 다시 셀카 모드로 전환.
“제가 알기로도 이번이 최초입니다!”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보통 일이 아니라 정말로 경계가 무너진 거라니까요? 알게 모르게 남아있던 아르카나와 우리 현실의 벽이 완전히 허물어지기 시작한 거라고요!”
물과 기름.
이건 완전히 다르기에.
완전히 섞일 수 없으리라 여겨졌던 현실과 아르카나 대륙이 섞여들고 있다는 증거였다.
“제가 또 생생한 현장 경험자잖아요?”
탐험가 연맹 소속.
탐험가 클래스 플레이어인 박휘강이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많은 아르카나인과 접하며 느낀 바가 있었다.
“그 서로 배척하려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라는 게 있었거든요. 막말로 국가만 달라도 낯설게 느껴지는데, 아르카나랑 우리는 사는 세계가 달랐으니까요.”
그런데.
“개방이 되긴 했어도 여전히 폐쇄적이기로 악명이 높은 마탑의 차기 탑주 후보로 이름을 올리시다니……! 진짜 엄청난 대사건이라고요.”
-그건 천하통일도 ㅇㅈ할걸?
-근데 휘강이는 왜 벌써부터 감격함?
-ㄹㅇㅋㅋ 선거는 아직도 시작도 안 했는데
-선거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거지 ㅡㅡ
-근데 뽑힐 수 있을까?
박휘강은 말했다.
“당연히 호열 님이 뽑히셔야죠!”
흑암룡이 탑주로 뽑혀야 마땅하다.
비단 박휘강뿐이 아니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둘과 다르게 호열이 보여준 업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으니까. 그동안의 업적은 제쳐놓고 당장 최근 업적 하나만 되돌아봐도…….
“고양이 탑주님의 뜻을 이어 유낙서스를 처치하셨으니까요.”
차고 넘치는 수준.
그러나 탑주가 업적만으로 세워지는 자리인가?
정확한 기준을 알지 못하는 플레이어들이었다.
-사실 업적보다 짬밥이 더 대우받는 거 아님?
-그럼 서열상으론 원로 마법사가 다음 탑주가 돼야 하는 건가?
-근데, 마르셀로 수석 업적도 장난 아니라던디???
채팅창에 오가는 추측들.
박휘강은 그 채팅에서 잠깐 시선을 옮겨 퀘스트창을 바라봤다.
다시금 읽어나갔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렸다.
잠깐만……?
“……이거, 업적 따윈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퀘스트는 어디까지나 [차기 탑주 선거]였다.
선거의 기본.
“다수결의 원칙이요!”
탑주의 선출 자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 수 없다만.
선거를 통해 더 많은 득표를 획득한 자가 탑주가 된다는 의미였다.
박휘강이 주먹을 굳게 쥐고 말했다.
“호열 님에게 여러분의 한 표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
수석의 집무실.
달랑거리는 초록색 녹차 티백.
마르셀로는 찻잔을 기울였다. 지금쯤이면 세상이 떠들썩하지 않을까. 그러고는 피식 웃음을 뱉었다. 정말로 당신다우신 생각이었다.
“상당히 불편하셨겠습니다, 탑주님.”
탑주의 유언.
마르셀로는 유언을 전해준 제시의 말을 떠올렸다.
흘러내리는 고깔모자를 고쳐 쓰며 제시는 말했었다.
-“처음에는 이호열 수석님께 차기 탑주 자리를 맡아달라고 말씀하셨다네요……. 아니지, 말씀하셨었습니다!”
기어코 탑주의 자리를 떠넘기신 모양이었지만.
경께서 어떤 분이신가?
한번 아니라고 말씀하신 일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결코 뜻을 굽히지 않는 분이셨다.
-“덕분에 혼쭐이 나셨다고 하셨고요!”
설령 그것이 유언이라고 해도 들어줄 수 없다고 생각하신 것이겠지.
마르셀로는 짐작할 수 있었다.
어째서 호열이 탑주의 자리를 한사코 거절하고 있는지를.
그건 마탑의 규율 때문이리라.
──────
탑주는 마탑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운 마법사가 맡게 된다. 그 업적은 세상의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오직 마탑의 기준만으로 평가되는 업적으로서…….
──────
마탑의 기준.
그런 규율을 남긴 건 과거의 마탑이었다.
그것도 아득히 먼 과거의 마탑.
오만하기로는 하늘을 찌를 듯했던 마탑 말이다.
당연하게도 마탑의 업적 평가는 오직.
마탑 내부에서의 활약으로만 평가되었다.
그 규율을 고려했을 때.
‘당신의 자리가 아니라 판단하신 것이겠지요.’
『반전 마법』.
위대한 마법을 창시하신 호열이었지만, 마탑에 몸을 담근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짧았다. 더욱이 짊어지고 계신 짐이 마탑 내외로 막중하시기에. 마탑의 기준에 합당한 업적을 쌓는 시간 또한 부족하셨다.
물론, 그 사실을.
탑주님께서도 짐작하셨기에.
새로운 유언을 남기셨던 거겠지.
-“그토록 규율을 좋아하니, 나의 유언으로 규율을 바꾸겠다. 이제부터 탑주는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하겠다. 모험가도 상관없다. 자격만 갖추었다면 누구에게 투표권을 줘도 좋다. 표가 많아질수록 이 수석조차 거절할 수 없는 명분이 생길 테니까. 입후보 또한 눈치껏…….”
그런 탑주님의 뜻을 이어받아.
마르셀로는 마탑에 선포했다.
차기 탑주 선출을 위한 선거가 시작되었다고.
저지르고 나니 새삼스럽게 걱정이 됐다.
“하필이면, 경께서 아르카나 대륙으로 떠나신 상황에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제게 실망하여 화를 내셔도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마르셀로의 뜻도 탑주와 다를 바가 없었기에 감행한 일이었다. 아무리 고심해 봐도, 새로운 마탑을 이끌어갈 수 있는 건 호열밖에 없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이런, 유그위드 님의 뜻이 어떠하신지를 묻지 못했군.’
과거 마탑의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차기 탑주는 원로 마법사, 유그위드 뤼펭이어야 했다.
원로 마법사 중에서도.
가장 오랜 세월을 마탑에 몸을 담았던 그녀였으니까.
“그런 유그위드 님에 비하면.”
호열은 물론이요, 마르셀로의 마탑 경력 또한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그러니 유그위드가 탑주의 유언으로 바뀐 탑주 선출 과정에 불만을 제기한다면…….
마르셀로가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런, 머리가 아파져 오는데.”
입장은 심히 난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그위드 님께서 그러실 분이 아니시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온순한 거인이라는 칭호가 괜히 붙여진 게 아니라는 걸. 마르셀로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마르셀로는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변명 아닌 변명을.
“모든 건 탑주님께서 자초하신 일로 해야겠군요.”
*
유스라 왕국.
황금 궁전 앞.
황금 송아지 주점.
터줏대감. 아니, 터줏손놈이 돌아왔다.
“으하하, 간만에 들이켜니까 좋구만. 이거?”
벌컥벌컥─
정말로 멀쩡해져서 돌아오다니.
마탑은 괜히 저런 놈을 살려놔서……!
다칠 때 위장에 구멍은 안 꿰맸나?
대체 무슨 놈의 술을……!
“끄억.”
락키드는 쏟아지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먹고, 마셨다. 그리고 취해갔다. 죽었다가 살아나니 취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기쁜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쾅!
술통을 내려놓은 락키드가 입을 연다.
“히끅. 드래곤 하트 덕분에 아르카나 대륙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그 말이 뜻하는 바가 뭐겠어? 애증의 존재, 우리들의 단장, 키치. 그걸 잡으러 갈 길이 열렸단 거지!”
그림자 용병단의 규율에 따라서.
탈주자인 키치와 합법적인 생사결을 벌일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흡족하게 기뻤거늘.
“거기에다가 차기 탑주 선거어어어?! 이런 사건에 또 내가 빠질 수 없지! 그래서 다들 어디에 걸었어? 내 명성이야 들어서 알고 있겠지? 히끅! 락키드 님께선 콜로세움 도박 백전무패의 사나이라고!”
지나칠 수가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도박판이 열려 있었다.
콜로세움 도박판 무패의 사나이라니.
“……저거 진짜야? 구라지?”
“아니, 진짜야.”
락키드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그런 적중률이라면 락키드가 아무리 행패를 부려도 혹할 수밖에 없었거늘. 락키드에게 의견을 묻는 이는 없었다. 당연하다.
“근데 저거 따라서 걸 생각은 하지 마라.”
“왜?”
소근거리던 사내가 혀를 내두른다.
“자기가 자기한테 걸고, 이긴 것만 백 번이거든.”
락키드는 신들린 도박사가 아니었다.
그저 신들린 검투사였으니까.
그런 락키드가 고심하며 뉴스에 흘러가는 이름을 되새겨본다.
“유그위드, 마르셀로, 이호열……. 흠, 보자…….”
웬일로 머리를 썼다.
“여기선 누구라도 이호열 총대장을 고를 거야? 히끅! 하지만 거기에 낚인다면 초짜지. 마탑처럼 철저한 놈들이 그토록 뻔한 결과에 선거라는, 거창한 명칭을 붙였겠나? 천하의 마탑이? 이 승부사 락키드의 감은 아니라고 하는군!”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다.
“좋았어, 나는 마르셀로로 하지! 단, 이유는 비밀이라고.”
내 소중한 배당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락키드의 판단이었다. 마탑에 머물면서 마르셀로를 향한 고평가를 적나라하게 들었던 락키드였으니까. 입술 사이로 다시금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거 백승에 일승을 추가하겠구만, 하하핫.”
.
.
.
……이래선 축이긴 글렀군.
“저 괴물 같은 새끼.”
황금 송아지 주점 입구.
탁─
킨베르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가 락키드를 보자마자 몸을 돌렸다.
하필이면 집결 장소가 유스라라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참이었다. 괜히 입맛이 씁쓸해지는 것 같아 포도주로 입이라도 헹구려고 했건만.
“거, 재수가 없으려니까.”
락키드가 괜찮은 술이란 술은 전부 축내고 있었다.
됐어.
킨베르는 미련을 털어내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나저나 흔치 않은 일이야.’
별의 회담, 초신성들이 모이는 집회.
누군가는 묻겠지.
랭커도 뭣도 아닌, 할 줄 아는 건 PK밖에 없는 초신성들끼리 모여서는 뭘 하겠다는 거냐고. 그러나 PK밖에 할 수 없기에 그쪽 방면으로는 이골이 난 그들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누구를 물어뜯으려는 거냐?’
별의 회담에선 그러한 초신성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표적을 정하곤 했다.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강제력은 없다. 다만, 정당한 방법으론 경험치도 전리품도 얻을 수 없는 초신성들이기에.
서로의 빛을 보고 스스로 몰려들 뿐.
자정.
유스라 왕국의 금광.
갱도 깊숙한 지하는 이미 초신성으로 붐비고 있었다.
“뭐가 이렇게 많아?”
못해도 삼백 명은 되겠군.
사실 킨베르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이번 회담에는 웬일로 ‘다섯 별’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니까.
초신성의 다섯 별.
그들은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PK를 일삼았던 네임드 플레이어였다. 대격변 이후에도 공격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 그 잔혹성이 그들을 자연스럽게 초신성의 길잡이로 이끌게 했다.
‘다섯이 한데 모이는 건 처음 아닌가.’
킨베르는 직감할 수 있었다.
‘딱 봐도 거물을 노리려는 속셈이야.’
그 거물이 누구인지는 확신할 순 없다만…….
누가 됐든 별의 회담에 회부된 이상,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몬스터 사냥과 달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PK는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이야기였으니까.
이윽고 갱도가 웅성거리기 시작.
다섯 개의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킨베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녀석들인가?’
풍겨오는 피 냄새가 과할 정도로 짙었다.
얼굴을 가린 채 모습을 드러낸 이들.
그들에게선 기세등등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킨베르조차도 살갗에 소름이 돋아날 정도로.
“그래, 저 정도 피비린내는 풍겨야지!”
그들에게 열렬한 환호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 모인 건 하나같이 글러 먹은 놈들뿐.
쓰레기일수록 대접받는 뒷세계였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열렬한 환호 끝, 다섯 별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짐작하고 있듯 우리의 표적은 거물이다.”
곧이어 그 이름을 뱉어냈다.
그 순간.
“?!”
킨베르는 누구보다 격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라고?’
고작 소름이 돋아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애써 잊고 있었던 유스라에서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래, 축축이 젖어왔었던 아랫도리의 감각이……!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대화.
-“호열 경. 그대는 나무 위의 쥐새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르콘 경.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수고스럽지만 처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네만.”
-“그대의 결정을 존중하겠네.”
그와 동시에 눈앞에 떠올랐던 메시지.
[하르콘 킹스가드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살기에 몸과 정신이 마비됩니다.]
[상태이상 : 공포가 발생합니다.]
킨베르는 어이가 없었다.
‘다리를 잃었다고 그 기사 녀석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그들은 건드려선 안 되는 존재다. 아니, 감히 쳐다보는 것조차도……!’
더는 놈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킨베르가 못들을 소릴 들었다는 듯.
서둘러 회담장을 빠져나가려던 찰나였다.
다섯 별 중 하나가 킨베르를 향해 말했다.
“회담에 불순분자가 섞여들었던 모양이군.”
“……!”
찰나의 순간, 킨베르에게 집중되는 시선.
킨베르는 돌변하는 기척들을 느꼈다.
“씹.”
그래, 빌어먹을 다섯 별 새끼들이 모여든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애초에 참석자들의 의견은 중요치 않았던 거야. 반대하는 자는 여기서 살아나갈 수 없을 테니까.
슥─
킨베르가 눈알을 굴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살아남을 견적 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두렵지 않았다.
“근데.”
몸을 돌린 킨베르는 씨익 웃고 있었다.
“너희가 아무리 똥폼을 잡아봤자 지릴 정도로 무섭진 않거든.”
스릉!
킨베르가 양손에 클로를 장착하며 소리쳤다.
“좋아, 죽기 아니면 뒈지기다! 어디 한번 필사적으로 막아봐. 미리 선언하는데. 내가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난 오늘 여기에서 오갔던 모든 개수작을 ‘그분’에게 까발릴 거니까.”
“그분이라니. 어떤 자를 말하는 거지?”
“어떤 자라니 말 조심해, 씹새야.”
촤악!
킨베르가 클로를 휘두르자 달려들던 사내가 꼬꾸라졌다.
“이호열 님이 만만해 보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