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326화 (324/489)

◈ 326화. 짐승도 주인을 알아보는 법이거늘 (2)

꼭 이렇다.

상황이 닥쳐야지만 가물가물하던 기억이 선명해지지.

4가문의 설정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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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마의 부는 미다스의 보석에서 나왔다. 막시마를 섬기는 이들은 막대한 부를 보장받았으며 막시마를 위해 싸우는 이들은 황금으로 치장된 갑옷으로 무장했다. 넘치는 부는 대륙의 강자들을 막시마의 영지로 불러들였으며 막시마는 그런 이들을 마다치 않았으니, 그것이 바로 막시마의 황금 정예병의 기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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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막시마.

요약하자면 무지하게 많은 재산이 막시마의 능력이었다. 과연, 세상 모든 게 돈이면 해결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오죽했으면 실패했다면 액수가 부족해서 실패한 거란 말도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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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그릭의 너그러운 자비는 상처 입은 이들은 위로하기 충분했다. 설령 그것이 하늘에게 버림받아 상심한 태양과 달의 쌍둥이라고 할지라도. 유그릭에게 구원받은 쌍둥이는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유그릭을 거스르는 이들에게 심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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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유그릭.

이쪽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복이 상당히 많았다. 무엇보다 태양과 달의 쌍둥이는 억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든든한 용병과도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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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설은 용기를 품고 자신의 고향인 광대한 북부 자연으로 향했다. 강한 우두머리를 따르는 것은 자연의 섭리였으니. 북부 야만족의 대다수는 캔설을 우두머리로 섬기며 그들을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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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맹의 캔설.

이쪽은 반인반수였다. 그냥 동물도 아니고, 절반이 전설의 동물이라는 설정. 덕분에 야만족에게 신처럼 숭배받는다는 디테일에도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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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몬드가 남긴 발자국엔 번성이 뒤따랐다. 보잘것없는 마을에 금광이 발견되어 머지않아 도시로 번성하게 되었으며, 아카몬드가 고용한 용병들 또한 고작 몇 달 사이 웬만한 기사 못지 않은 무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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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의 아카몬드.

아카몬드 가문의 능력도 나머지 못지않게 사기적이다. 플레이어로 비유하자면 주변에 온갖 광역 버프를 걸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보다시피 4가문은 하나같이 대단했다.

그래서 설령 제국이라고 해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뭐라고? 황제의 자리가 쟁취했던 게 아니라 그저 4가문이 앉혀줬던 덕분이었다고?

‘뭐가 어떻게 실현된 거야?’

날뛰는 흑역사를 종잡을 수가 없구나.

어찌 보면 당연하다.

클라우디 실현의 후폭풍만 해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벅찬 마당에.

4가문이 남긴 행적까지 거슬러 올라가 추측해 본다?

‘그걸 알면 내가 무당이지.’

그러나 확실한 건.

“그대들에게 악마가 들린 모양이구나.”

그딴 건 절대 클라우디의 뜻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묻겠지.

4가문의 능력이 사실이라면 클라우디를 향한 충성심은 거두어도 되는 거 아니냐고. 애초에 그런 존재들이 클라우디를 섬기고 있었던 것부터가 개연성이 없는 거 아니냐고.

그렇다면 나는 대답해 주겠다.

흑역사가 괜히 흑‘역사’인 줄 알아?!

그렇다.

역사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설정에 살을 덧붙여 고증과 개연성을 확보해야지만.

비로소 한없이 깊고 어두운 역사라 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어째서 4가문이 저런 막대한 능력을 거머쥐게 되었는지.

거기에도 나다운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황제가 불현듯 내게 물어온다.

“짐승도 주인을 알아보는 법이다……. 물론,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신 것입니까? 그리고 악마가 들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신지를. 제가 감히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나는 표정 변화 없이 내뱉었다.

“그들이 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용하다니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내가 내어준 축복을.”

그랬다.

나의 흑역사 속에서 4가문은 원래 가문도 아니었다.

그저 클라우디 가문을 섬기는 하인 1, 2, 3, 4로 시작해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자유를 얻었고 클라우디 영지를 떠나며 지금의 이름과 축복을 선물로 받은 것에 불과했다.

‘눈치가 빠르면 알아볼 법도 했지.’

4가문이 가진 능력.

막시마의 부.

유그릭의 자비.

캔설의 용맹함.

아카몬드의 영향력.

그 모든 게 클라우디 가문에게는 차고 넘치는 것이었으니까.

다르게 말하자면 클라우디는 그저 차고 넘쳐 흘러내린 걸.

4가문에게 건네준 것에 불과했단 뜻이었다……!

‘진짜 대단한 자의식이다, 호열아.’

클라우디의 광활한 그릇에 차고 넘친 걸 나눠준 것뿐인데.

4가문은 아르카나 대륙을 통일한 제국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고, 악마가 뛰쳐나온 지금도 세력을 유지하고, 이젠 제국을 향해 진격해 오는 괴물들이 됐다는 거잖아?

“축복을 내어주셨다니요……? 혹시 4가문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4가문에 관해 알고 계셨단 말이십니까? 이럴 수가. 의심한 게 아니라 미처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격하디격한 황제의 반응을 살폈다.

보아하니, 클라우디와 4가문의 관계까지는 알지 못하는 모양이군. 아니, 애초에 황제는 클라우디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해는 된다.

‘현재 대륙에서 클라우디에 관해 알고 있는 건 극소수야.’

드래곤, 엘프, 거악, 메어리 등등.

영겁의 세월을 살거나 클라우디의 최후를 지켜본 이들이나 클라우디의 실체와 명성을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중요한 건 클라우디의 위대함이 아니다.

‘……클라우디에 관해선 모르는 게 낫지.’

제발 내 흑역사까진 궁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러기 위해선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지.

생각할 틈조차 주면 안 된다.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 내게 맡겨라.”

“!”

고뇌하던 황제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린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흑암룡께서 4가문과 어떤 인연이 있으신지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리할 순 없습니다. 저는 황제로서…….”

“진정으로 자신이 있는가, 황제여.”

“……!”

제국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선 황제로서 전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건 스스로 알고 있겠지. 하지만 황제에게서 내비치는 건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저는…….”

황가 세릭로즈.

선대에서 후대로.

은밀하게 전해졌을 제국의 잔인한 진실.

“……송구합니다.”

그 무게는 황제조차도.

가문의 진실 앞에 휘청거리는 사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나한테는 황제를 책망할 생각 따윈 없었다.

“그대가 사과할 것 없다.”

“아닙니다, 저는…….”

“세릭로즈, 그대의 가문도 마찬가지다.”

“……?”

“그대의 심정을 내가 이해한다.”

가문의 비밀에 충격을 받는 것?

세상 사람 모두가 몰라준다고 해도 나는.

어쩌다가 클라우디 가문 가주를 인정해 버린 나는.

너그럽게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 내가 마주하게 될 클라우디 가문의 실체야말로.

절대 만만치 않을 테니까……!

게다가.

“그리고 이것은 오롯이 나의 책임이다.”

“당신의 책임이시라니, 그게 무슨……?”

“주인으로서 짊어져야 할 짐이라는 뜻이다.”

뭐든 짊어지기 좋아하는 오지랖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 리가 있냐?

결국, 4가문에게 이름과 축복을 내어준 게 클라우디였으니.

절차에 따라 책임을 지겠단 거지.

황제가 지그시 이마를 짚는다.

“다시금 송구합니다.”

그것도 이해한다.

그랑펠식 화법에 복잡하게 꼬여버린 상황.

파악하기가 쉽지 않겠지.

그러나 우려할 건 없다.

‘슬슬.’

보자, 양피지가 날아가는 속도를 계산하면.

그리고 4가문이 안토니움으로 진격해 오는 속도를 감안하면.

조만간 입질이 올 것 같았거든.

*

이그나이트 막시마.

거구의 사내는 휘황찬란한 무장을 갖추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압권은 투구 정중앙에 박힌 거대한 보석이었다.

몇 캐럿이지?

아니지, 근수로 따지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 커다란 보석이니 말이다.

‘……저 정도면 부르는 게 값 아닌가?’

장안림은 머리를 조아린 상태에서 눈알을 굴렸다.

어딜 봐도 찬란해서 눈이 부시다.

반짝반짝이다.

‘제국에 선전포고를 했다길래 예상은 했지만……. 대체 뭐야, 이 엄청난 수준의 병력들은? 어디서 이런 NPC가 튀어나온 거야? 버근가?’

그러나 의문도 잠깐.

장안림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갈라선 판단이 옳았다.

-“나는 아카몬드를 선택하겠다.”

퀘스트에 떠올랐던 4개의 세력.

용성락은 아카몬드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용성락의 클래스는 [봉쇄자]로 대륙 동부에 있는 작은 마을, 에릭톤에서만 전직할 수 있었던 희귀 클래스였다.

-“아르카나 대륙에도 학연, 지연이 있길 바라야지.”

동쪽의 영지에서 제국을 향해 진격해 오는 아카몬드.

그런 아카몬드 측에 봉쇄자인 자신의 가치를 알아줄 이가 존재할지도 모를 가능성에 희망을 건 것이었다. 그에 반해 장안림 자신은.

‘난 특출나게 내세울 게 없어.’

클래스, [창기사]는 희귀 클래스도 히든 클래스도 아니었다. 용성락처럼 의지할 지연도, 학연도, 혈연도 없었다. 그래서 장안림은 용성락을 따라 아카몬드에 합류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니. 여기선 갈라서는 게 좋을 것 같군. 우리 둘 중 한 명이라도 정답을 골라야 오답을 고른 자를 이끌어 줄 수 있지 않겠어?”

용성락의 말은 논리적으로 틀린 게 없었다. 그래서 장안림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막시마를 택했다. 그런데, 이거 아무래도 탁월한 선택 같았다.

“모험가, 내 그대들에겐 전부터 흥미가 있었지!”

이그나이트 막시마.

막시마의 주인은 호탕하기 그지없었다.

장안림은 넙죽 고개를 숙였다.

“받아만 주신다면 그 흥미를 성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래, 의욕이 넘치는군. 보기 좋아.”

“감사합니다!”

류오쥔춘 같은 근본 없는 개새끼와는 차원이 다르다.

나 같은 인재를 알아보고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가.

장안림은 군침을 삼켰다.

머릿속에서 견적이 나온다.

‘이 전쟁에서 막시마는 무조건 승리한다.’

과거 건재한 시절의 제국이라고 해도 이 황금의 군단을 상대로 완승하기엔 역부족이었을 터. 그런데 지금의 제국은 몰락까지 내몰렸던 상황이 아닌가?

‘승리한다면 나는 막대한 보상을 거머쥐겠지.’

거기에다가 이그나이트, 이 사내의 호방한 성격과 재력이라면.

적당한 공만 세워도 금을 궤짝으로 받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았다.

장안림은 속으로 용서를 구했다.

‘미안하네, 용성락이.’

유감이지만, 그쪽을 끌어줄 순 없겠어.

장안림은 용성락이 자신보다 뛰어난 자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그런 용성락을 막시마로 이끌었다가는 자신의 공을 전부 용성락에게 빼앗기게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하지만 용성락만 없다면.

“외람된 말씀이지만, 안토니움이야말로 저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도시였습니다. 저는 안토니움의 성문이 몇 개인지, 어디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현재 전력에 관해서도 익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장안림이 그럴싸하게 포장해 말을 뱉는다.

“특히 황제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라이언 하트 기사단. 그들은 현시점에 안토니움에, 아르카나 대륙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균열에 휘말린 뒤 저희 모험가들의 세계에 완전히 정착하였으니 말입니다.”

“오호라. 그게 사실인가? 그건 희소식이군. 목숨을 담보로 검을 휘두르는 사자심의 기사들은 황금 정예병에도 껄끄러운 상대일 테니 말이야.”

이그나이트가 짝짝 손뼉을 친다.

장안림은 속으로 음흉하게 웃었다.

보아라, 실현되어 봤자 근본은 NPC였다.

‘속내가 훤히 보인다.’

만약, 행운의 여신이 존재한다면. 장안림은 그 여신에게 보상으로 받게 될 금은보화에서 금화 하나 정도는 흔쾌히 제물로 바칠 의향이 있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금화는 좀. 은화로 하지.’

물론, 얄팍한 신앙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문득.

이그나이트가 박수를 멈추고 말을 이었다.

“아, 그런데 말이야.”

“네.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내가 전부터 모험가에게 궁금한 게 있었네.”

“궁금증이라니, 제가 해결할 수 있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오호, 그래 주겠는가? 이거, 고맙군.”

까딱─

이그나이트가 손가락을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황금으로 전신을 도배한 병사가 앞으로 나선다.

순간, 장안림은 흠칫했다.

‘갑자기?’

혹시 무력을 시험해 보려는 건가? 그렇다면 물러서지 않겠다 다짐했다. 사기적인 버프 십수 개가 동시에 적용 중인 현재. 다대일은 몰라도 일대일 전투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장안림의 착각이었다.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의 속을.

한낱 NPC의 속으로 간과한 착각.

“나는 서쪽에 찌그러져 있을 때부터 소문의 진위가 궁금했네. 그러니까 모험가, 자네들이 가진 축복이 진짜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단 거지. 그야 쉽게 믿을 수 없지 않은가?”

“축복이라니, 어떤 축복을 말씀하시는 건지?”

“몰라서 묻나?”

이그나이트, 그의 동공이 희번뜩하게 빛난다.

“나, 이그나이트가 미천한 이방인에게 가질 궁금증이 여러 개나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내가 그대에게 궁금한 건 오직 하나다. 부활의 축복. 그것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부, 부활이라니. 그게 무슨?!”

“좋아, 그대도 흔쾌히 동의했으니 서둘러 확인해 보자꾸나!”

“자, 잠ㄲ……!”

장안림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스릉─!

황금 정예병의 검이 빛을 발한다.

뎅겅─!

그와 동시에 장안림에 목에서 피 분수가 솟구쳤다. 사방으로 뻗친 피가 이그나이트의 얼굴에도 몇 방울이 튀었지만, 그는 조금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뭐냐.”

이젠 살덩이에 불과한 모험가, 장안림을.

“부활의 권능이니 뭐니, 순 거짓말이었군.”

제국 원정길 찰나의 여흥.

장안림의 목숨은 그렇게 보잘것없이 취급되었다.

이그나이트의 눈에는 다시금 무료함이 깃들었다.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주군. 어찌 한낱 이방인에 불과한 이들이 부활이라는. 말도 안 되는 축복을 거머쥘 수 있단 말입니까?”

충신의 위로에 이그나이트는 그럭저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영겁을 살아가는 존재는 있어도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는 아르카나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설령 클라우디라고 할지라도.

그런데 고작 모험가가 부활이라니.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문이었나.”

이그나이트가 감상을 뱉은 순간이었다.

팔랑─

별안간 허공에서 양피지가 나부꼈다. 병사들이 경계하며 검을 꺼냈지만, 이그나이트가 손짓으로 물렸다. 보아하니 마법이 깃든 편지로군.

그렇다면…….

“레텔 아카몬드, 그녀밖에 없겠지.”

클렌즈 유그릭, 그 한량이나 스마이트 캔설, 그 털북숭이는 마법과는 거리가 머니까. 도도한 생김새와 다르게 귀여운 방식으로 뒷공작을 꾸미는구나. 레텔.

양피지를 받아든 이그나이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물론, 나는 언제든 환영이다.”

4가문이 움직인 이상, 제국의 함락되는 건 기정사실이다.

그러니 가장 큰 문제는 황제의 공석을 4가문 중 누가 차지하느냐였다. 그런 의미에서 레텔 아카몬드는 나쁘지 않은 파트너가 되리라. 막시마와 아카몬드가 힘을 합친다면 나머지 둘은 상대가 되지 못할 테니까.

그러나.

슥─

“……?”

양피지를 펼친 이그나이트의 입가에 미소는 사라졌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결코 호화스럽지 않은 양피지.

거기엔 똑똑히 적혀있었다.

──────

이 시간부로 막시마 가문의 모든 지위와 축복을 박탈한다.

──────

그건 막시마에게만 내려진 ‘처분’이 아니었다.

──────

이 시간부로 유그릭 가문의 모든 지위와 축복을 박탈한다.

──────

이 시간부로 캔설 가문의 모든 지위와 축복을 박탈한다.

──────

이 시간부로 아카몬드 가문의 모든 지위와 축복을 박탈한다.

──────

“……?!!”

일제히 마지막 문장으로 향하는 시선.

──────

가주,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

이윽고 형벌이 찾아왔다.

“주, 주군?!”

다급한 외침에 이그나이트가 고개를 들자 경악한 황금 정예병의 얼굴이 보였다. 이그나이트가 그 이유를 알아차리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귓가에 들려왔으니까.

빠직─

막시마 가문 대대로 내려져 오는 가보.

『미다스의 보석』

투구에 박힌 거대한 보석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

“?!”

그리고 닥칠 앞날을 예고하듯.

쩌저저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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