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321화 (320/489)
  • ◈ 321화. 한 끗 차이 (3)

    절망 속 그레모리를 깨운 건 고함이었다.

    “목숨을 걸고 지켜라!”

    ……좋아, 권능은 내가 느끼는 공포와는 무관해.

    애써 정신을 차려본다.

    혼혈의 힘은 여전히 통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레모리가 전의를 상실한 것과 상관없이 이 순간에도 플레이어와 몬스터는 여왕을 지키기 위해 헌신을 마다치 않았으니까.

    우워워워─!

    이윽고, 수풀을 헤치고 제로 산맥의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악크샨이 그레모리를 노렸듯 그들 또한 여왕을 노린 악마 사냥꾼에게 달려들었다.

    그레모리의 눈이 번뜩였다.

    ‘……틈이다.’

    제아무리 미치광들이라 해도 결국엔 인간이다. 발톱이 제 숨통에 드리운 상황에서까지 나를 노릴 순 없을 터. 그 빈틈을 노린다면 이곳에서 도주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것쯤은 충분히…….

    “!”

    물론, 그것도 무지에서 오는 착각이었다.

    푹.

    악크샨.

    그들은 설령 심장에 칼이 박힐지라도.

    눈앞에 악마가 있다면 사냥을 멈추지 않는 존재들. 그리고 그레모리로서는 알지 못하는 사실이지만, 지금의 악크샨은 [전설]이지 인간이 아니다.

    문 글레이브 베어.

    설령 흉악한 발톱에 난도질을 당했을지라도.

    비명도, 작은 신음조차 내뱉지 않는다는 것.

    여전히 침묵을 고수한 채.

    오직 사냥감만을 바라보고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 광경은 그레모리의 정신력을 더욱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그레모리를 저버리지 않았다.

    “야, 정신 차려봐. 야!”

    “우리 어느 틈에 상태이상에 빠진 거야……?”

    “고혹이라고? 매혹의 상위호환 상태이상인가?”

    깨어난 플레이어들의 동요.

    “……뭐야, 검은 옷들. 저거 어디 길드야?”

    그 부정적인 감정이 마찬가지로 찰나지만.

    힘이 됐다.

    그레모리의 판단력을 극한으로 치닫게 해줬다.

    그레모리가 빠득 이를 갈았다.

    ‘이대로 지옥에 처박힐 순 없어.’

    자신의 육체를 바라봤다.

    여전히 아름답다.

    마계라는 진흙 속에 핀 꽃이 바로 자신. 아르카나 대륙의 인간, 이종족, 심지어는 엘프조차도 자신의 아름다움엔 범접할 수 없다. 그레모리의 드높은 자존감에 남의 껍데기를 뒤집어쓰는 짓? 빙의 따위에 관심을 둘 리가 없었다.

    “칫.”

    길게 늘어내린 살굿빛 머리칼을 마지막으로 만져본다.

    그러고는 결단을 내렸다.

    지금은 같잖은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야.

    ‘새로운 육체가 필요해.’

    혼란한 틈을 타 인간에게 빙의.

    악마 사냥꾼의 추적을 따돌려야 했다. 그레모리의 시선이 몰려드는 권능의 노예들을 향했다. 그러던 그레모리의 시선을 끄는 인간이 하나 있었다.

    ‘저 정도면……. 봐줄 만 해.’

    아르카나 대륙에선 흔치 않은 검은 머리와 생김새.

    허나, 부족하기보다는 다르다고 여겨질 정도로.

    흠잡을 곳이 없는 미모였다.

    높은 미적 감각에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그레모리는 망설이지 않았다.

    곧바로 표적에게 빙의를 시도했다.

    어렵지 않게 몸을 차지함과 동시에.

    “……!”

    머릿속을 파고드는 현실의 지식과 상식.

    그리고 플레이어의 능력까지.

    ‘이런, 이런.’

    새로운 육체에서 눈을 뜬 그레모리는 생각했다.

    ‘자존심을 버린 대가가 이렇게 달콤할 줄이야.’

    감탄도 잠깐, 군침을 삼켰다.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정말로 복수가 꿈이 아니야!’

    *

    제로 산맥 정상 부근 어딘가.

    나는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있다. 첩첩산중에 뜬금없이 어디서 난 르네상스풍 의자냐고 묻는다면……. 나의 건축 마법과 [심미]의 활용엔 한계가 없다고 답해주마.

    그리고 중요한 건 어디에 앉아있느냐가 아니다.

    ‘어째서.’

    어쩌다가.

    이런 장소에.

    이런 자세로 앉아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제시와 메어리의 대마법사 수업.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수업의 참관자가 되었다.

    ‘정확히 따지자면 통역가로 시작하긴 했는데…….’

    마법과 스킬의 차이를 깨닫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황혼의 마법?

    나의 도움 없이는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거든.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나는 아찔한 봉우리 위에서 뻔뻔하게도.

    제시와 메어리,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흐르는 정적.

    아까부터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주변에 보랏빛 마력이 넘실거리는 게 대마법사의 수업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쨌든, 덕분에.’

    나는 참관자의 자격으로 황혼의 마법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깨너머로 엿보겠다는 소심한 다짐과 다르게.

    지나칠 정도로 당당하게 보고 배우고 있었단 거지.

    말하나 마나 그랑펠의 재능은 오늘도 대단했다.

    “근본을 탐구할 기회는 흔치 않지.”

    거창한 혼잣말도 역시나 대단했고 말이야.

    마탑 수석의 눈높이.

    그 아득한 평가 기준에서도 황혼의 마법은 대단했다. 예를 들어볼까? 마르셀로의 이론마법학이 근래 마탑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으로 통하는 이유가 뭐였겠어.

    ‘하나로 집대성했기 때문이지.’

    당장 마탑의 학파만 따져도 수십으로 나누어진 마법을 하나로 묶어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황혼의 마법은…….

    모든 마법의 뿌리.

    그렇게 비유하는 게 적당하겠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메어리가 어째서 내가 발현한 포탈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도 탐색, 간섭, 발현 과정에 개입할 수 있던 이유를.

    나는 눈을 감은 제시를 바라봤다.

    ‘가능하려나.’

    단순한 『마법』을 이해하는 데만 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제시였다. 그래도 부지런히 노력한 덕분. 플레이어 중에선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제시였거늘.

    ‘쉽지 않겠는데.’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도 주제넘은 참견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제시의 몸에서도 보랏빛 황혼의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했으니까.

    나는 흠칫했다.

    ‘……아니, 나보다도 빠르겠는데?’

    클래스 퀘스트의 영향이 확실하다.

    사실 마르셀로나 선임들조차 목격하지 못한 황혼의 마력을 목격한 것부터. 황혼 한정으로 제시의 학습 능력은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었겠군.

    나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첫날임을 참작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누가 들으면 내가 선생인 줄 알겠다야.

    ‘정작, 내 미래가 걱정인데 이거.’

    넷튜브를 보고 마법을 배우던 시절을 생각하면……. 황혼의 마력을 다루기 위해선 적어도 논문급으로 몇 권을 써내야 할지도 모르는 판국인데.

    ‘그보다.’

    절차에 따라서.

    선약을 마쳐서 그런가.

    드디어 다른 쪽으로 신경이 향한다.

    ‘찾았으려나, 혼혈의 악마.’

    실체화된 악크샨 악마 사냥꾼.

    어째 [전설]을 사용할 때마다 말하는 것 같은데, 몇 번이나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전설]의 강함은 얼마나 널리 울려 퍼지느냐에 달렸다는 사실을.

    ‘당연한 말이지만, 원조보다야 못하겠지.’

    지옥의 악크샨 선배님들이야, 지옥에서 악마 사냥을 한시도 멈추지 않으셨으니 강한 게 당연하다. 그리고 그 악마들이 보통 악마들이냐? 거악에 상위 마왕만 해도 어마어마하니까.

    흉조를 봉인한 악크샨 선배님들도 마찬가지. 그 집념에서 나오는 능력은 흉조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실 선배님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실체화된 악크샨 전설은 강할 수가 없었다.

    -“악크샨이라고?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아하, 악마 사냥꾼! 그래, 그런 클래스도 있었지.”

    -“결국, 악크샨은 패배자들이 아니었는가?”

    현실에서도, 아르카나 대륙에서도 악크샨은 썩 좋은 취급을 받지 못했거든. 물론, 완전히 잊힌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형편이 나아졌지만…….

    “천적 관계는 거스를 수 없는 법.”

    뭐, 그랑펠에게 어차피 악마는 전부 똑같은 악마이기에.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반응이었다만.

    입방정과 다르게 나는 찝찝함을 떨칠 수 없었다.

    나는 알고 있으니까.

    혼혈의 악마, 녀석이 보여준 능력을.

    몬스터를 현혹하는 것도 모자라서 [천적관계]에 감지되지 않았던 기척까지. 내가 직접 마주한 게 아니라 그런가, 노파심이라고 해도 걱정이 됐다.

    물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이놈의 긍지.

    표정으로 내색할 수 없는 건 기본이요. 악마 따위에게 휘둘려 절차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도 용납 불가. 심지어는 절차 도중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허용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마치죠, 제시 하인네스 양.”

    결국, 나는 메어리가 대마법사 수업을 마칠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참관에 집중하고야 말았다.

    그러고는 뻔뻔하게도 르네상스풍 의자에서 기립.

    “그럼 내일 이 시각에 다시 만나지.”

    짧막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걸음을 옮겼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아까부터 진동하던 스마트폰부터 확인하자고.

    남철민에게서 도착한 문자가 나를 반겼다.

    -죄송합니다, 총대장님! 급한 소식이 있어 이렇게 연락을……!

    당황이 느껴지는 문자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제로 산맥에 악크샨의 악마 사냥꾼이 나타났고.

    그들이 플레이어에 맞서 전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남철민은 몰라도, 나는 놀라지 않았다.

    ‘보나 마나 구마의식 중이었겠지.’

    뭐, 착각할 법도 하지. 그래도 구마의식 중 악마 사냥꾼의 공격은 오직 악마에게만 피해를 주니까. 플레이어가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 거다.

    게다가.

    ‘악마 사냥꾼이 괜히 망캐 취급을 받았겠냐?’

    천적관계가 없으면 그 어떤 클래스보다도 전투력이 보잘것없는 악마 사냥꾼. 막말로 플레이어랑 싸워봤자 백전백패일걸? 진짜도 아니고 전설이 실체화된 악마 사냥꾼이라면 더하겠지.

    ‘보자.’

    다음 문자를 확인하는데.

    과연, 괜히 분석관이 아니네.

    문자 중계가 따로 없잖아?

    읽는 것만으로 전황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다.

    위잉─!

    심지어 그 중계는 현재 진행 중이었다.

    -막, 마지막 악마 사냥꾼이 쓰러졌습니다……!

    역시나 남철민은 놀랐겠지만.

    그 또한 걱정할 거 없다.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실체화가 해제됩니다.]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

    -……그, 그런데 흔적도 없이 없어졌습니다?!

    ‘어쨌든, 이걸 말로 설명하기는 무리겠지.’

    일단, 가보자고.

    나는 그쯤에서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선,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제로 산맥은 본의 아니게 난장판이 된 상황이었다.

    ‘수습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겠지.’

    사건의 흐름을 정리해 보자.

    혼혈의 악마에게 이끌린 플레이어들이 악마 사냥꾼을 가로막았다.

    혼혈의 악마로 추정되는.

    여왕이라 불린 여인이 별안간 모습을 감췄다.

    악마 사냥꾼, 몬스터와 플레이어가 뒤엉킨 가운데 계속되는 전투.

    쓰러진 악마 사냥꾼들이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불행 중 다행히 플레이어들은 모두 상태이상에서 벗어났다…….

    ‘대충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고지대에서 내려온 고레벨 몬스터들은 그대로 남아있을 테니까.

    저레벨 플레이어들에게 위협이 되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

    ‘당장은 놓친 건가.’

    사실 혼혈의 악마쯤 되는 거물을.

    쉽게 사냥할 수 있겠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절부절할 필요는 또 없었다.

    그야 방금과 다르게 정보를 얻었잖아?

    “줄행랑이라, 헛수고로구나.”

    악크샨의 듬직한 수호령, 템페스트.

    태초의 악을 추적했던 템페스트라면 남겨진 기척에서 어렵지 않게 혼혈의 악마도 추적할 수 있을 거다. 보자, 사태를 수습하려면……. 이거, 저녁 일정도 시간이 아슬아슬할 것 같군.

    ‘서두르자.’

    포탈에 진입.

    시야가 바뀌자 요란한 소음이 나를 반겼다.

    플레이어와 몬스터가 뒤섞여서 소리친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정신 차렸으면 장비부터 드세요! 아무래도 악크샨이 우리를 살린 모양이니까요. 그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라고요!”

    “……악크샨이 우리를 살려? 그러면 상태이상 메시지가 악마 짓이었단 말이에요? 미친, 그럼 왜 기억이 하나도…….”

    “젠장, 산맥 늑대 무리예요!!”

    과연, 악마가 한바탕 휩쓸고 갔다는 게 실감이 난다.

    난장판이 따로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제는 되지 않는다.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하여튼.’

    그랑펠 사전에 적당히란 없었으니.

    내가 준비하는 건 다름 아닌 방금 보고 배운 황혼의 마법이었다. 그나저나, 마법을 발현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한 건 플레이어로 각성하고 처음 아닌가?

    그만큼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역시, 내게 맞는 옷이 아니야.’

    황혼의 후예.

    그리고 황혼의 후예와 관련된 퀘스트 라인을 가지고 있는.

    대마법사 클래스만이 발현할 수 있는 게 황혼의 마법일 터.

    그러나 그랑펠 억지가 어디 보통 억지냐?

    고오오오─

    눈앞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보랏빛 마력.

    억지 가득한 설정을 앞세워 기어코 이번에도 해내고야 말았구나.

    메시지가 떠오른다.

    [첫 세계수의 축복이 ‘황혼의 저주’를 거부합니다.]

    황혼의 저주라.

    디버프의 효과는 거부되어서 알 수 없지만, 어째서 눈앞에 떠오른 건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에 대한 경고겠지. 하지만 [첫 세계수의 축복]이 발동 중인 마당에 신경이나 쓸 것 같냐?

    나는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감히 나를 휘두르려고 들지 마라.”

    디버프를 향한 혼잣말이었거늘.

    듣는 이들이 짐작조차 할 수 있으랴.

    결국, 나를 알아챈 플레이어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 이, 이호열!”

    “휘두르려 하지 마라……? 설마 사태의 원인을 짐작하고 계시는 거야? 아니, 그보다 악크샨을 움직인 게 호열 님이신가?”

    “그, 그저 호멘.”

    ……나 또한 소스라치게 놀랄 반응도 잠깐.

    저릿─

    보랏빛 마법이 일대를 뒤덮었다.

    황혼의 마력에 탐색, 순수마력학의 간섭을 발현.

    익숙하지 않은 황혼의 마법 활용이었거늘.

    “!”

    효과는 확실했다.

    [천적관계]가 발동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불구.

    오직 마법만으로 백여 마리의 몬스터를 단번에 제압한 것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좀처럼 요동치지 않았던 레벨이 상승했어도 기뻐할 수 없다. 당연하잖아? 무려 악마를 놓쳤다. 그랑펠의 심기가 용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홧김에 입방정을 떨기 전에.’

    서둘러 템페스트를 소환해서 추적을 시작하자. 그나저나 이렇게 보는 이가 많은데……. 템페스트 오버 더 호라이즌이라는 기괴한 풀네임을 입 밖으로 내야 하나……?

    내가 찰나지만, 고뇌하던 순간이었다.

    -경, 급히 드릴 말이 있어 실례하였습니다.

    문득, 머릿속을 파고드는 텔레파시.

    마르셀로의 목소리였다.

    남철민도 그렇고, 좀처럼 있지 않은 일이었다.

    허나,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급한 상황이라는 거겠지.

    마르셀로는 두말하지 않고 곧장 사유를 덧붙였다.

    봐봐, 사전약속을 생략할 만한 사유가 있잖아?

    -악마가 제 발로 마탑을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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