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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268화 (268/489)
  • ◈ 268화. 심히 과하구나

    모험가들의 세계는 급변한다.

    아르카나 대륙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소식이 퍼져 나가는 덕분이다. 마탑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플레이어를 견습 마법사로 받아들인 뒤부터였다.

    부유 정원.

    “진짜 너무하지 않냐, 이 새끼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그중에서도 플레이어란 족속은 특출나다.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는 균열.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낯선 환경에도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그 적응력 덕분에 마탑에서 쭈뼛대는 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햇병아리 취급인 견습 마법사들보다도 은밀하게.

    플레이어들은 속닥거렸다.

    “아니, 류오쥔춘 인터뷰 좀 봐봐. 우린 천하통일이다. 구차하게 하나뿐인 접속기에 매달릴 생각은 없다. 나머지 아홉 개를 우리가 독식하면 된다. 진짜 또라이 아니야, 얘?”

    뜨거운 감자는 역시나 천하통일이었다.

    제로 산맥이 현실에 실현된 시점.

    본격적인 독자 행동을 해왔던 그들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보는 이번에도 눈엣가시 같았다.

    “영상 봤지? 아주 그냥 상상만 하던 걸 실현했더라?”

    “뭔 영상? 나만 못 봤어?”

    “정기 학회 때 딴짓 안 하고 뭐 했냐? 너는.”

    “엥? 뭐 하기는. 이해하려고 노력했지, 마법.”

    “에휴. 듣는다고 아냐? 어쨌든 이거 봐봐.”

    학회 때 딴짓이라니.

    규율에 죽고 못 사는 ‘누군가’가 들었다면.

    냉랭한 시선을 쏟아냈을 발언도 잠깐.

    동영상을 확인한 플레이어의 동공이 휘둥그레졌다.

    “……총?”

    그냥 총이 아니다.

    “……이 아니라. 이거 그거잖아, 대괴수용 무기!”

    붕괴한 균열에서 역류하는 몬스터들.

    녀석들을 효율적으로 처치하기 위해서 인류의 과학은 발전해 왔다.

    그래, 이상한 건 대괴수용 무기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플레이어잖아, 쟤네? 근데 저걸 왜……?”

    대괴수용 무기를 포함한 인류의 문물은 아르카나 시스템에서 [장비]로 취급받지 못했다.

    “저딴 걸로 사냥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잖아?”

    “그치. 제로 산맥의 위치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래. 태평양 한가운데에 신대륙처럼 솟아난 덕분에. 몬스터들이 인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걱정도 없는데 말이야.”

    “그럼 목적이 뭐야, 쟤네?”

    장비가 아니니 [숙련도]가 상승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의 능력으로 쓰러트린 것도 아니기에 [경험치] 또한 획득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목숨이라도 건져야 하는 극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플레이어들은 대괴수용 장비들엔 손을 대지 않았다.

    쉿─

    손가락을 입에 대고 더욱 은밀하게 속삭인다.

    “근데, 한 명한테는 의미가 있잖아?”

    “……한 명?”

    “군주, 류오쥔춘 말이야.”

    “!”

    그 이름이 오가는 순간.

    플레이어들은 눈치를 살폈다. 외부와는 일체 교류가 없는 천하통일이지만, 그런 것치고 천하통일은 정보에 능통했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새끼가 듣는다.

    어디에 천하통일의 스파이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멀찌감치 떨어진 테이블.

    고양이는 그제야 기지개를 켰다.

    마탑, 다른 장소와 마찬가지로.

    부유 정원에선 마법의 발현이 금지되어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양이는 천하통일인가 뭔가 하는 세력의 스파이도 아니요.

    마법으로 대화를 엿들을 생각 따윈 더더욱 없었다.

    그저.

    “들리는 걸 어쩌라는 말이냐.”

    고양이의 청각이 지나치게 예민한 탓이지.

    어쨌거나 대화를 엿듣게 된 덕분에 고양이.

    탑주에겐 할 말이 생겼다.

    마르셀로를 합당하게 괴롭힐 수 있게 되었단 것이다.

    “이보게, 꼬마 수석.”

    묵묵부답.

    요 꼬맹이가 못 보던 사이에 고집만 세졌구나.

    탑주가 갸르릉거리고는 다시 말했다.

    “이보게, 마르셀로 수석.”

    “무슨 일이십니까, 탑주님.”

    “그대는 갈수록 얄미워지는군.”

    “그렇습니까?”

    “성격이 이호열 수석을 닮아간다는 뜻이다.”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

    속을 긁으려고 한 말이거늘.

    어째 기뻐하는 게 본전도 찾지 못했구나.

    일찌감치 포기한 탑주는 배를 까고 발라당 누워서는 말했다.

    “모험가 중 유달리 시끄러운 작자가 있는 모양이군.”

    “들어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 이토록 태평해도 되는 건가?”

    스슥.

    마르셀로는 그제야 깃털펜을 멈췄다. 탑주가 신경을 거슬리게 해서가 아니다. 단순하게 기이에 관한 탐구가 조금이나마 일단락되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기에 탑주님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보다 얌전히 계십시오. 털이 날리지 않습니까.”

    “말하는 본새도 이 수석과 닮아가는군, 그래.”

    “그 역시 과분한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

    그 대화를 끝으로 둘은 한동안 침묵했다.

    감정이 상해서인가, 묻는다면 그럴 리가 있으랴.

    마르셀로가 진짜 꼬마였을 시절부터 두 사람에게 이런 대화는 일상이었다. 지금의 침묵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탑주의 고양이 콧수염이 들썩였다.

    “웃기지 않느냐.”

    “무엇이 말입니까?”

    “탑주와 수석 마법사가 모험가 하나에 고심하는 게.”

    “아니요. 조금도 웃기지 않습니다.”

    “그래? 여전히 꼬마여도 헛똑똑이는 아니군.”

    이 수석이야.

    이미 오래전에 모험가의 그릇을 넘어섰으니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일개 모험가 하나에게 신경을 쏟는 데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군주, 그 이름이 나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지.”

    플레이어에게 [군주]는 클래스에 불과했다.

    그저 성장방식이 조금 특별한 클래스. 때문에 군주란 클래스가 아르카나 대륙에 어떻게 실현되어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허나, 두 사람, 두 아르카나인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간과할 수 없었다.

    마르셀로가 입을 열었다.

    “난세 때마다 『군주』들은 모습을 드러냈지요.”

    스스로를 군주라 칭하는 이들에겐 능력이 있었다.

    마탑의 마법사들 같은 특출난 마력이 아니요, 검과 하나가 될 정도의 무력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렇다, 그들에겐 인간을 무기처럼 다루는 능력이 있었다.

    탑주의 꼬리가 살랑거렸다.

    “오직 군림을 목표로 살아가는 족속들.”

    군주를 자처했던 이들의 행보가 어떠했는가?

    되돌아볼 것도 없었다.

    당장 아르카나 대륙의 주인이 황제, 하나인 것만 봐도 다른 군주들의 결말을 알 수 있었으니.

    허나, 예전 같았으면 신경 쓰지도 않았을 존재들이다. 대륙의 권력 따위 알 바가 아니었으니.

    그러나.

    ‘이 또한 이 수석, 그대 덕분이려나?’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군주는 모기와도 같은 존재라는 것을.

    군주는 타인에게 기생하며 타인의 고혈을 빨아 세력을 키운다.

    이러한 난세에 백해무익한 존재들이 군주란 이들이었다.

    탑주가 무심하게 말했다.

    “역시,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게 후환이 없겠군.”

    가장 간단하며 마탑다운 해결책이었다.

    거슬리는 건 모조리 분쇄하며 나아가던 게 과거의 마탑이었으니.

    섬뜩한 말에 마르셀로는 웃음을 뱉었다.

    “탑주님.”

    “듣고 있다.”

    “전보다 거짓말을 못하게 되셨군요.”

    “흥, 뭐라는 거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시는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그러나 그건 과거의 마탑이 벌인 일이다.

    더욱이 호열이 수석의 자리에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지금.

    변화한 마탑이 과오를 반복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탑주는 무심히 말했다.

    “네게도 보이지 않느냐.”

    “?”

    “새로운 시대에 부스럼이 될 게 뻔하다. 군주란 것들은.”

    “으음.”

    마르셀로는 말을 아꼈다.

    호열이 건네준 과학의 산물.

    모험가들이 스마트폰이라 칭하는 이 세계의 마도구를 통해서.

    마르셀로는 현실의 소식을 접하곤 했다.

    ‘누구’의 말대로.

    거창한 기이 탐구로도 모자라서.

    유스라 회의에서 만나는 성전 연합군을 통해 접한 정보가 있었다.

    남태민을 비롯한 랭커 플레이어들과 AAU의 소식을 말이다.

    그러니까 마르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탑주의 꼬리가 바짝 섰다.

    “나는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네, 마르셀로 수석.”

    쏙 빠진 꼬마라는 호칭.

    뾰족하게 세운 귀.

    곤두선 털이 탑주가 더없이 진심이라는 걸 보여준다.

    “나와 그대 선에서 처리하는 건 어떻겠나?”

    고작 모험가 하나였다.

    변수를 지닌 군주의 그릇이라고 한들.

    지금은 마법에 먼지처럼 흩어질 정도로 연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탑주가 말을 이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충분히 거슬리지 않는가? 우리의 이 수석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제시한 규율을 무시하고는. 누가 봐도 함정이 분명한 갈등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꼴이니.”

    마르셀로도 진심으로 답했다.

    “심정은 이해하였으나 거절하겠습니다, 탑주님.”

    내 그럴 줄 알았지.

    기대도 안 했기에 탑주는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다만, 그 이유는 묻고 싶었다.

    “이번에도 그놈의 긍지 때문인가?”

    마르셀로는 다시금 웃었다.

    “하하. 그뿐만은 아닙니다.”

    “완전히 아니라고는 못 하는구나.”

    “저는 그저 경의 뜻을 듣고 싶을 뿐입니다.”

    사실 마르셀로의 생각 또한.

    탑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르카나 대륙에서 군주라는 족속들의 행보는 역사서에 드러나있다.

    제국이 아르카나 대륙을 통일하기 전.

    군주들이 난립하던 시기의 대륙엔 정말로 피비린내가 끊이지 않았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어떤 이들에겐 군주와 마왕은 다를 바가 없는 존재였겠지.

    그러니까 더더욱 호열의 생각이 중요했다.

    ‘제국은 쇠약했다.’

    제국이 힘을 잃은 지금.

    숨죽이고 있던 군주의 그릇들이 움직일 것이다.

    모험가 중에서 군주는 류오쥔춘, 한 사내밖에 없는 모양이지만.

    아르카나 대륙의 사정은 다를 테지.

    마르셀로는 미래를 그렸다.

    성전에서 승리하고, 아르카나 대륙이 평화를 되찾았을 때 대륙은 여전히 제국의 것일까? 마탑에 모든 것을 바친 지금. 대륙의 패권이야 마르셀로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지만…….

    한 가지를 확실하게 알 필요가 있었다.

    ‘경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십니까?’

    그렇다.

    류오쥔춘에 관한 마탑의 대응은 호열이 그리는 그림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마르셀로는 그와 관련해 호열과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하루를 넘기지 않으실 것이라 하셨으니.’

    곧 돌아오시겠군.

    호열이 현실로 복귀할 때까지도 머지않았으니까.

    성급히 판단하고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쭈우우욱─

    “여전히 무료한 사내로다, 그대는.”

    탑주는 흥미가 달아났는지.

    벅벅─

    뒷발로 머리를 긁곤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결국 한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감사하십시오, 탑주님.”

    “갑자기 감사하라니? 무엇을 말인가?”

    “이 찻잔이 제 찻잔이라는 것에 말입니다.”

    달칵.

    마르셀로는 초록색 티백이 잠긴 찻잔을 탑주의 코앞에 들이댔다.

    두둥실.

    옥빛 찻물 위에 흩날리던 탑주의 털이 떠있다.

    ……이게 만약 이 수석 찻잔이었다면?

    오싹!

    차가운 시선을 생각하니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했다.

    그러기도 잠깐, 탑주는 흠칫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이 수석, 그대가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가……?’

    탑주가 본능에 따라 혓바닥으로 복실한 앞발을 핥았다.

    ‘……털 때문인가?’

    그러다가는 고개를 저었다.

    이 수석이 아무리 까칠하고, 날카롭고, 차가워도.

    고작 털 하나 때문에.

    나를 싫어할 리 있겠는가?

    *

    나는 곧장 황궁을, 안토니움을 뛰쳐나왔다.

    진짜로 뛰쳐나온 건 아니고 포탈을 통해서.

    그나저나 불편한 상황이어서 그런가.

    ‘귓속까지 가려워지는 기분이었다, 정말로…….’

    저벅저벅.

    그런 나를 향해 다가오는 이들이 보였다.

    탈환한 도시를 지키던 제국의 병사들이었다.

    아마도 포탈의 빛 무리를 보고 찾아온 거겠지.

    “황제 폐하의 명을 수행 중입니다.”

    잔뜩 긴장한 표정들이다.

    누군지는 몰라도 되도록 방해하지 말라는 소리군.

    하지만 나도 그쪽하고 비슷한 용건이거든?

    ‘물론, 난 명을 받은 게 아니라 부탁을 받은 거지만.’

    나는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메인 퀘스트 : 전국시대(戰國時代)]

    격변의 시기.

    향하는 것은 단순한 권력인가.

    황제의 무능함인가.

    그것도 아니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인가.

    대륙의 강자들은 황좌를 탐한다.

    그대의 선택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리라.

    ─안토니움을 수성하라. (성공)

    ─찬란했던 제국의 영광을 되찾아라. (진행 중)

    ●붕괴된 도시, 마키마를 복구하라. (진행 중)

    ●붕괴된 마을, 홀덤우드를 복구하라. (진행 중)

    ●붕괴된 도시, 폴스타를 복구하라. (진행 중)…….

    메인 퀘스트, 전국시대.

    셰그윈과 반란군에게 안토니움이 포위됐을 때 떠올랐던 메인 퀘스트였다. 대륙의 패권이 걸린 만큼 메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아깝지 않겠지.

    ‘내 선택에 따라 전개가 달라졌어.’

    지금도 떠맡은 짐이 벅차서는.

    제국과 엮이는 것조차 자제하는 내게.

    제국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국가를 세울 생각 따윈 눈곱만큼도 없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제국을 무너트리길 원했다면……. 메인 퀘스트는 정말 그런 흐름으로 흘러갔겠지.

    ‘실제로 그런 선택지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귀찮은 걸 떠나서.

    나, 이호열에게도 의리가 있다.

    내가 라이언 하트 기사단에 빨대를…….

    아니, 하르콘이 나한테 해준 게 얼만데 말이야.

    어떻게 제국의 뒤통수를 칠 수 있겠냐고.

    ‘그리고 제국만 한 아군이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나를 시작으로 현실의 아르카나인과 플레이어들이 아르카나 대륙을 찾게 될 거다. 그때까지 제국이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다면 서로 상승효과를 낼 수 있겠지.

    물론.

    ‘나는 당장 주어진 퀘스트에 충실해야 하겠고.’

    고귀하신 그랑펠 님께서 퀘스트 보상에 관심이 있을 리가 있겠느냐만. 나, 이호열은 언제나 아쉬운 처지가 아니던가? 더욱이 이번 퀘스트는 그 보상에 기대하는 맛이 있었다.

    왜, [은하수 숫돌]을 떠올려봐라.

    그건 제국의 창고에 보관되어있던 마도구로.

    무려 귀철을 전설로 거듭나게 했던 마지막 방점이었다.

    ‘은하수 숫돌과 비슷한 급으로…….’

    그런 숫돌이 보관되었던 게 바로 제국의 지하 보고였으니.

    보상으로 숫돌에 준하는 아이템들을 챙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세속적인 생각이 들었거든.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다, 호열아.’

    실없는 생각도 잠깐.

    나는 곧장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대지에 간섭, 곧장 성벽을 쌓아올렸다.

    쿠드드득!

    역시, 백 마디 말보다 행동인 법이지.

    “……혹시 제국 소속 마법사 님이십니까?”

    병사들이 어느샌가 경계심을 풀고 정중하게 물어온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말보다 행동이다.

    간섭 과정에서 [上]에 이른 [심미]를 가미.

    그러자 병사들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이, 이건 제가 아는 제국 마법사 수준이 아닙니다!!”

    “……어떻게 성벽이 단숨에?!”

    “송구합니다만, 대체 어디에서 오신 귀인이십니까?”

    평상시의 나였다면.

    가뜩이나 당당한 가슴팍을 더욱 활짝 폈을 터.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내, 떠오르는 메시지엔 나도 경악하기 바빴으니까.

    진짜 이게 맞아……?

    ‘일십백천만십만……?’

    아니, 시작부터 퍼주니까 좋기는 한데.

    이러다가…….

    퀘스트 보상으로 제국 밑천이 거덜 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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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기여도 : 24,90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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