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5화. 클라우디여
무너진 저택을 배경으로 퀘스트창이 떠오른다.
─나약해진 육체를 단련하라. (반복)
─엘프들의 땅, 시슬리에 진입하라. (성공)
─시슬리에 뿌리내린 태초의 악과 조우하라. (실패)
─태초의 악을 추적하라. (진행 중)
●태초 악의 부산물을 처치하라. (성공)
마지막 퀘스트 목표에 ‘성공’이 떠오른 걸로 봐서는.
일단, [선악과] 클래스 퀘스트는 일단락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려나?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새로운 퀘스트 목표가 떠오를 때까진 한시름 놓았다.
‘예상하고 있었어.’
여기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스케일이 워낙 컸어야지.
무엇보다 지금 내 수준에서는 지금 절반의 성공만 하더라도 감지덕지다. 물론, 이것도 전부 클라우디의 ‘후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긴 하다마는…….
방해꾼이 사라진 지금.
나는 비로소 클라우디의 저택을 제대로 응시했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나, 이호열의 수치심이 아니다.
그랑펠이었다.
클라우디.
그 음울한 과거와 배경은.
내가 한없이 깊은 어둠이라 불릴 정도로.
헤아릴 수 없이 방대한 ‘적합한 마력’을 제공한다.
그 원천을 직면한 지금.
내 몸에서는 적합한 마력이 흘러넘치고 있겠지.
“주군……!”
어둠의 정령이라면 알아보는 게 당연하니까.
디엔드가 말꼬리를 흐려도 이상하지 않다.
흑마도학 선임, 마티스도 이런 내 모습을 봤다면.
‘굉장히 걱정하지 않았을까.’
티가 나지 않아서 그렇지.
써먹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에 소홀히 하지 않는 나였다.
흑마법도 마찬가지다.
그 절차에 따라서.
흑마도학 관련 서적 또한 꼼꼼하게 정독해 왔단 것이다. 덕분에 이따금 마티스가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유도 알고 있다.
분명히 걱정했던 거겠지.
적합한 마력에 몸이 잠식되는 『흑화』를.
‘뭔 놈의 부작용 이름이 흑화냐, 진짜.’
그러나 이 순간 중요한 건 이름 따위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야만 한다.
그것이 나, 이호열이 짊어져야 할 무게였으니까.
“동요할 것 없다.”
그래, 모든 게 내가 자초한 일이었으니까……!
‘일관된 취향이 원망스럽다.’
정말이지, 빌어먹게 후회되는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짐한 이상, 눈을 돌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써먹기 위해서라도 직면해야만 한다.
나는 디엔드에게 말을 이었다.
“잠시 옛 생각에 빠졌을 뿐이니.”
옛 생각이긴 하지.
흑역사라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항상심이 이번에도 도움이 되는군.
덕분에 나는 솟구치는 적합한 마력을 추스를 수 있었다.
디엔드의 떨려오는 음성이 들린다.
“용서해 주십시오, 주군. 저 디엔드 크리시아드 이터널 다크니스가 주군의 곁에 머무르면서도. 주군께 이러한 과거가 있으리라곤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제발 헤아릴 생각은 하질 말아주라.
그리고 용서를 구할 거라면.
내가 지어준 이름을.
지나치게 자랑스럽게 풀네임으로 내뱉는 것부터.
어떻게 사과해 주면 안 될까……?
물론, 이 구질구질한 심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일은 없었으니.
나는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말거라.”
“……?”
“지나간 이들을 위해서라도.”
“……!”
“우리는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본가로 복귀해서인가?
정말로 후계자다우신 뜻깊은 말이 술술 쏟아져 나오는구나.
하지만 그 말에는 나도 동감이다.
정말 되도록 돌아보고 싶지 않거든…….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아우우우!”
템페스트의 하울링이 들려왔다.
과연, 지어준 이름처럼 빠르구나.
그런 템페스트를 뒤따라 허공에서 하이엘이.
포탈의 빛 무리에서 아젠트레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이엘이 고개를 숙여왔다.
“송구하게도, 주군의 명을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그거라면 짐작하고 있었어.
태초의 악이 꽁무니를 내빼는 순간.
대륙에 뿌려뒀던 부산물도 함께 사라졌을 테니까.
물론, 퀘스트 목표는 성공이니까 나쁠 건 없다.
“우우우!”
킁킁─
템페스트가 코를 찡긋거리더니, 곧 꼬리를 축 늘어트렸다. 갑자기 풀이 확 죽은 걸로 보아하니, 태초의 악께선 채취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모양이군.
‘악마답게 악질이다.’
애초에 그 냄새라는 거 숨길 수 있는 거였잖아?
거기서 확신했다.
태초의 악.
녀석은 소리 소문도 없이 클라우디의 영지를 집어삼킬 계획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달려온 나의 눈앞에서 클라우디의 영지를 소멸시킬 계획이었다.
이유?
내가, 그랑펠이 무너지는 꼴이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게 아니더라도 기만은 악마에게 일상이니까, 뭐.
‘물론.’
너도, 내가 이렇게 간단히 해결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겠지.
근데, 말했잖아?
클라우디의 후광은 상상 그 이상일 거라고.
나부터가 두려울 정도로.
“늦게라도 주제 파악을 했나.”
괘씸하기 짝이 없지만.
지금은 녀석의 계획을 처음으로 저지한 것에 만족하자.
그렇게 애써 그랑펠을 안정시키려 하고 있는데…….
문득, 아젠트레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니, 또 뭐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아젠트레스가 의문을 가질 때마다 가슴이 철렁인다.
하지만 역시나 내색은 할 수 없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곧장 질문이 이어진다.
“이곳이 제가 아는 아르카나 대륙이 맞습니까?”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해 본다.
일단, 그 출제자의 성격부터 헤아려 볼까.
시슬리에서 머무르는 엘프, 아젠트레스였다. 그가 자신의 입으로 말했듯 아르카나 대륙은 시슬리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하찮은 장소였을 터.
그러니까 놀란 거겠지.
“아르카나 대륙에 이런 땅이 있을 줄이야…….”
클라우디의 영지에.
누누이 말하고 있다.
그 시절의 내가.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단 말이다.
그랑펠에게도 좋은 건 다 가져다가 붙인 것처럼.
위대한 가문, 클리우디의 영지에도.
좋은 건 떠오르는 대로 모두 가져다 붙였단 뜻이지.
그 처음은 얕은 지식으로부터 시작한다.
『클라우디의 영지는 해가 지지 않았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모티브로 한 설정을 시작으로.
정말 좋게 들리는 건 다 가져다 붙였다는 의미다.
그런 땅이 실현되었다면.
[히든피스, ‘클라우디령’에 진입하셨습니다.]
히든피스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겠지.
아젠트레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중에는 혼잣말까지 중얼거렸다.
“이래서야 시슬리와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엘프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민망해해야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편이 뿌듯해졌거든.
[클라우디령에서 ‘권한’ 기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실현되어 히든피스로 인정을 받은 클라우디령.
그렇다면 그런 클라우디령의 소유권은 당연하게도.
클라우디의 생존자이자 후계자인 내게, 그랑펠에게 있을 터.
‘관계도나 영향력을 따질 필요도 없지.’
그러나 동시에 막대한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인가, 뭔가 하는.
입에 달고 살았던 그거 말이지.
나는 무너진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폐허다.
남아있는 것은 터밖에 없었거늘.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게 온전했던 시절의 위용을 상상하게 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가 처참하게 몰락한 게 ‘누구’ 때문인지를.
그래.
나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이호열이 원흉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가문의 후계자였으나 악마에게 그 가문이 몰락.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이하 그랑펠은 그 악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마 사냥꾼의 길을 걷게 됐다.』
내가 그따위 설정을 적어넣지 않았더라면 말이야.
클라우디 가문이 이런 꼴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가 필사적으로 클라우디를 외면하려고 했던 이유다.
‘확신할 순 없지만.’
정말로.
나 때문에.
아르카나 대륙에 클라우디가 실존하게 됐다면…….
나는 그랑펠 앞에서 낯짝을 들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인정하겠다고 다짐한 데에는.
그에 관한 각오도 포함되어 있다.
어른답게 과거를 책임지겠다는 말이다.
발버둥 치느라 다리에 쥐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가라앉는 한이 있더라도.
클라우디를 다시, 위대하게 거듭나게 하겠단 뜻이다.
‘……후우.’
물론, 그 설정을 떠올리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찬란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의 클라우디엔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그랑펠.
누구 덕분에 발버둥은 기가 막히게 치거든, 내가.
투둑─
나는 폐허에 널브러진 돌무더기에 손을 얹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 한들.
어떤 잔혹한 악마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한들.
상관없다.
내겐 그조차도 반전시킬 수 있는.
반전 마법이 있으니까.
콰드드득─
마력이 일렁거린다.
돌무더기를 감싼다.
잔해에서 본래의 형태로 반전되어 간다.
조각상.
그랑펠의 고상한 취향에 맞는 건축물이 아닐 수 없구나. 그나저나 저택에 석상이라.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아스큐라 백작의 영지]
왜, 러시아에 생성됐던 그 균열 말이야.
‘그땐 진짜 입만 살았었지.’
정작 쥐뿔도 없던 시절이 그때거늘.
반전 마법이 아니었으면 쓰러트리지도 못했을 움직이는 석상에 혹평을 쏟아냈던 것도 모자라서는. 아스큐라 면전에다가 수준 미달이라고 한 번 더 독설을 뱉었었으니까.
그때는 참, 이놈의 주둥이가 왜 이러나 싶었는데.
이제 보니까 이해가 된다.
……그래, 그랑펠의 심미안이 괜히 드높아진 게 아니었다. 매일같이 이런 조각상을 보면 당연히 보는 눈이, 콧대가 드높아질 수밖에 없겠지!
쿠드득─
하나, 둘, 셋…….
반전 마법으로 세워진 석상은 총 넷이었다.
그 외관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았다.
보는 이들에게 나 범상치 않은 돌덩이요, 광고하는 것처럼.
검을 빼 든 자세나 무릎을 꿇은 자세부터 경건하기 그지없었다.
묘사보다 와닿는 건 아젠트레스의 반응이겠지.
드높은 엘프의 관점에서 바라보기에.
웬만한 것엔 큰 감흥이 없을 아젠트레스가 말꼬리를 흐린다.
“진정으로 놀랍습니다…….”
나도 놀랍다.
석상의 수준에 놀란 거냐고?
아니, 그랑펠의 심미안이 어디 보통 심미안이냐.
흡족하다고 여길지언정 쉽게 감탄을 뱉지 않는 게 나다.
게다가 여긴 클라우디의 영지, 쉽게 말해 앞마당이잖아?
“간만이로구나.”
앞마당의 조각상을 보고 새삼스럽게 놀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감탄한 이유는.
아젠트레스와는 약간 달랐다.
‘진짜 대단하다, 호열아…….’
어떻게 한낱 조각상에다가도 이런 무지막지한 설정을 가져다가 붙일 생각을 한 거냐……? 그냥 화려한 조각상이라고 했어도 충분했을 텐데.
『아르카나 4가문, 충심의 상징』이라니.
제 얼굴에 금칠도 정도껏 하지.
내가 수치심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말로!
*
『4가문』
아르카나 대륙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네 개의 가문.
그들의 실체를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아르카나 대륙의 주인은 제국이요, 제국의 주인인 황제였으니까.
그러나 틀린 말이다.
지금의 제국이, 초대 황제가 아르카나 대륙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4가문이 그것을 허락했기 때문이었으니까. 그 증거가 지금 이 자리에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시공간의 사교장』
그 상층에선 연회가 벌어졌다.
원탁에는 수많은 진미가 놓여있다.
오직 시공간의 사교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진귀한 맛과 효과를 지닌 음식들. 연회에 투자된 금화의 숫자가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꿀렁─
신의 물방울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최상급의 포도주가 목구멍에 차고 넘쳐서는 입가로 흘러내린다.
그러나 아까워하는 기색은 없다. 마치 얼마든지 더 흘러내려도 좋다는 것처럼 포도주를 입에 머금은 채로 말한다.
“의아한 일이지 않습니까, 클라우디라니.”
연회의 메인코스.
그것은 어떤 진귀한 음식도 아니었다.
과거의 망령, 클라우디였다.
“허구한 날, 하층에 처박혀서는 지독한 궐련만 피워대니 머리가 맛이 가버린 거겠죠. 하긴 그렇지 않고서 배기겠어요? 끔찍한 흉조를 숱하게 겪어오셨는데.”
남쪽 바다의 마녀.
클라우디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한 초월자.
가주들은 클라우디와 마녀를 안줏거리로 삼아 연회를 이어나갔다.
아르카나 대륙의 소식 또한 빠질 수 없었다.
“그래도 정말 헛소리는 아니었나 보군요.”
“그런가요?”
“아시다시피 전설이 떠돌지 않고 있습니까? 흑암룡인가, 하는.”
흑암룡이라.
다시 들어도 클라우디에 적합한 이명(異名)이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마녀의 말대로.
전설대로 클라우디가 돌아왔다고 한들.
“시간이 흘러도 너무 흐르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클라우디가 생존했을지언정.
클라우디 가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선대들이야 클라우디 일족을 두려워하고 경외하셨다지만, 우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의 우리에게 과거의 망령 따위가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퉁─
가주들은 대화를 나누며 잔을 부딪쳤다.
결국, 제 가문 무덤에 침 뱉기라 억세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선대들께서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우셨다.
“참으로 슬픈 일이지 않습니까? 대륙을 쥐고 흔들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펴볼 수 없다는 게. 누가 이따위 겸손을 알아본단 말입니까?”
“그렇지! 우리가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악마 같은 잡것들이 4가문의 영지를 넘보았겠나?”
“애통한 일이에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4가문의 영지는 함락되지 않았다.
진명의 악마에게도, 심지어는 마왕의 공세에도.
4가문의 성벽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묻겠지.
그토록 대단하면서도.
지금껏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냐고.
달아오른 취기.
비로소 진심이 흘러나온다.
모든 건 선대, 겁쟁이들 때문이었다.
“고작 클라우디 하나가 두려워서 이런 꼴로.”
그러나 겁쟁이들은 죽었고, 클라우디가 위대한 가문으로 칭송되던 것도 과거의 일이었다. 설령 클라우디의 생존자가 대륙으로 돌아왔다고 할지라도.
4가문의 가주들에게 귀환 소식은 오히려 반길 일이었다.
“어쩌면 증명할 기회가 온 건지도 모릅니다.”
클라우디보다 우리가.
4가문이 위대하다는 것을.
상대는 몰락한 클라우디가 아닌가?
증명하기는 포도주 마시기보다 쉬운 일이겠지.
‘문제는…….’
눈앞에 이들이었다.
오가는 시선.
부딪히는 잔 속에서 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막시마의 황금 정예병은 거슬리는 존재들이다.’
‘그 쌍둥이가 아직도 유그릭을 섬기고 있을 줄이야.’
‘야만족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캔설은 내 수중에……!’
‘적당히 써먹고 버릴 패가, 아군이 필요한 시기려나요.’
그 신경전에 클라우디는 없었다.
.
.
.
나는 완전히 반전된 석상을 바라봤다.
살아 움직였던 아스큐라의 석상을 보고 형편없다고 했던 이유가 곧 나타났다. 그래, 우리 집 석상은 움직이는 걸 넘어서 말까지 했거든……!
쿠구궁!
나를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네 개의 석상.
하필이면 왜 4가문이냐고 묻는다면.
간단하다.
충심 가득한 음성이 그에 관한 답을 대신한다.
“사천왕이 주인, 클라우디를 뵙습니다.”
호열아, 사천왕(四天王)이 진심으로 멋있었던 거니……?
그것도 모자라 사천왕 위에 군림하는 주인이라니.
정말, 끔찍한 취향이기 그지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