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고양이와는 다르다
악마 사냥꾼.
악마족 몬스터가 넘쳐나는 지금.
간혹 플레이어 커뮤니티에서 그 이름이 언급되고 있긴 했다만.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엔 그 취급 한번 하찮았다.
다시 떠올려봐도 심히 하찮다.
다른 클래스들이 이름부터 요란한 스킬로 호쾌하게 몬스터를 사냥하는 순간. 악마 사냥꾼은 평타로, 기껏해야 기본 사격 스킬 중 하나인 [동시 사격]으로 몬스터와 사투를 벌이곤 했지.
‘진짜 말도 마라. 나 때는 말이야…….’
이쯤되면 그 시절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은 묻겠지.
그렇다면 플레이어들이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던 클래스.
악마 사냥꾼으로 전직한 이유가 대체 뭐냐고.
나, 이호열.
난데없이 찾아온 중증 중2 병에 홀린 듯.
악마 사냥꾼으로 전직하기는 했다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나와 같은 이유로 클래스를 택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플레이어들을 악크샨으로 이끈 얼굴마담들이 있었으니. 그중 하나가 바로 악크샨의 수호령, 악크샨 늑대였다.
[클래스 고유 스킬, ‘악크샨의 수호령’을 습득하셨습니다.]
──────
악크샨의 수호령 : 악크샨의 영물, 악크샨 늑대를 소환한다.
──────
[악크샨 늑대가 당신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시슬리에 울리는 늑대의 하울링.
아우우우우─!
아젠트레스가 눈을 부릅뜨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
아젠트레스의 말은 옳았다.
시슬리는 겉보기에 완벽한 땅이었다.
온실보다 적절한 표현이 또 없겠지.
나도 시슬리를 거닐며 눈치챈 사실로.
시슬리엔 위협이라고 여길만한 요소가 없었으니까.
‘지나치게 평화로웠지.’
아르카나 대륙에선 사람 그림자만 봐도 도망가기 바빴던 초식 동물들이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먼저 다가왔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찌 맹수가 시슬리에……?”
그러니 늑대 울음소리에 흠칫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하지만 벌써부터 놀라기엔 이르다, 아젠트레스.
얼굴마담이라니까?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던 악크샨에.
플레이어들을 끌고 온 장본인…….
아니, 장본늑대란 말이다.
쌔애애액!
공기가 갈라진다.
몰아치는 바람이 그 속도를 짐작케 한다.
천하의 악크샨 수호령답게.
결코 평범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등장 연출 기가 막히네.’
지켜보고 있자니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왜, 아르카나 대륙 전기 악마 사냥꾼 클래스 소개 영상에서도.
악크샨 늑대의 존재감은 가히 대단했거든.
성인 남성보다도 커다란 몸집.
그 발이 내디디는 곳마다 피어오르는 불꽃까지.
그 외관은 그럴싸한 수준이 아니었다.
“……아, 아젠트레스 님?”
엘프조차 말을 더듬게 할 정도로 압도적.
그러니까 이제 이해가 좀 되려나?
그래도 한때나마 악마 사냥꾼 클래스가 플레이어들에게 각광을 받았던 이유를. 찰나에 불과했지만, 악크샨이 플레이어들로 북적거리던 이유를.
‘오죽했으면 악마 사냥꾼 대신 늑대 사육사라고 불렸겠어.’
악마 사냥꾼으로 전직한 플레이어 대다수의 목적은 악크샨 늑대였다.
악크샨 늑대를 부릴 수 있다면, 보잘것없는 스킬도, 이질적인 육성 방식도, 노가다 퀘스트도 견뎌보겠노라 생각했던 거겠지.
그러나.
‘진짜 악질이구나, 악크샨…….’
나는 속으로 경악하고 말았다.
……이제 보니 그거 보통 과대광고가 아니었잖아?
왜, 악마 사냥꾼 클래스 소개 영상 말이다!
되돌아본다.
내가 [악크샨의 수호령]을 습득한 과정을.
이번 고유 스킬은 사실상, [클래스 퀘스트 : 선악과]의 보상이나 다름없었다. 다음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간보상이라는 뜻.
문제는.
‘어느 세월에 여기까지 도달하냐고.’
까놓고 말해서.
‘……그 과정이야 어찌 됐든 생략하고.’
나는 플레이어 중 압도적인 선두다.
레벨으로나.
실질적인 능력으로나.
착용한 아이템의 수준.
마지막으로 아껴둔 꼼수까지.
모든 면에서 확실하게 몇 걸음이나 앞서있단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나조차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심지어는 클라우디의 후광까지 적극적으로 발산하며 도달한 게 시슬리요. 그런 시슬리에 도달한 덕분에 획득하게 된 고유 스킬이란 말이다.
‘남발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이번에야말로 자신 있게 장담하겠다.
이거,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면.
누구도 습득할 수 없는 스킬이 분명하다!
애초에 습득 난이도부터 말이 되질 않잖아?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악크샨 선배님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악크샨 늑대에 관해서 묻는 플레이어들에게.
‘그저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라고 얼버무렸었지?’
우리 선배님들께서는.
사실대로 말했으면 죄다 도망갔을 테니까.
물론, 이런 끔찍한 진실을 알아채기도 전에.
플레이어들은 알아서 줄행랑을 쳤다만.
이 순간.
십 년 하고도 수년의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내가 있었으니.
‘……하도 오랜만이라 그런 건가?’
악크샨 늑대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그랑펠이 누군가의 시선을 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시선을 마주친 덕분에 악크샨 늑대의 외관이 더욱더 눈에 잘 들어온다.
간단히 묘사하자면…….
지옥을 지키는 문지기가 있다면.
그게 바로 악크샨 늑대일 것 같았다.
악크샨의 수호령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늑대는 보기만 해도 비범했다.
과연, 얼굴부터가 부리부리하게 잘생긴 게 얼굴마담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군. 다시 봐도 플레이어들이 홀려서 속아 넘어갈 만한 비주얼이다.
꼴깍!
엘프들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겠지.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서로 눈만 쳐다보는 게.
눈싸움 도중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만.
나도, 그랑펠도 고양이와 다르게 개는 또 좋아하거든.
“네 감정을 내가 안다.”
봐라.
“그동안 한없이 고독했겠구나.”
탑주한테 가차 없이 지껄이던 것과 정반대의 너그러움을.
하지만 단순하게 반가워서 건넨 인사는 아니었다.
그래, 악크샨이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녀석이었으니까.
그러니 이건 인사보다는 위로에 가까웠다.
저벅─
내 음성에서 알아차린 것일까.
녀석이 내게 다가와서는 머리를 들이민다.
나는 녀석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스윽─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있으니 이젠 슬퍼할 것 없다.”
……나, 이렇게 따뜻한 말을 건넨 적이 있었나?
스스로 되돌아보게 될 정도군.
뭣보다 탑주가 이 광경을 지켜봤다면 기겁을 하지 않았을까?
자기가 개보다 못한 게 뭐냐면서.
하지만 떠올려보면 의아한 일도 아니다.
이젠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첫 번째 균열 진입 당시.
-“아무래도 훈육이 덜 된 모양이구나.”
나는 개를 닮은 놀한테도 꽤나 친절했거든.
‘친히 체벌해 줄 정도로.’
유독 강아지들한테 자비로웠지.
‘따지자면 개가 아니라 늑대이긴 하지만.’
그런 나의 애견심을.
악크샨 늑대도 알아차린 것인가.
녀석의 꼬리가 이내,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젠트레스를 비롯한 엘프들 또한.
한시름을 놓은 눈치였다.
그나저나…….
지나치게 한결같다, 악크샨.
‘숨돌리는 꼴을 못 봤다, 내가.’
나름대로 감동적이라 할 수 있는 첫 만남도 잠깐.
악크샨 늑대가 코를 킁킁거렸다.
악마의 냄새를 쫓아서.
세계수가 자라났던 자리를 향해 움직였다.
아젠트레스가 물어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도 되겠나?”
제대로 마음을 고쳐먹었구나, 아젠트레스?
나름 공손한 말투에서부터 격식이 느껴지는군.
그렇다면 친히 답해줘야겠지.
“쓰러진 세계수로부터 도망친 태초의 악.”
“……!”
“이 시간부로 나는 그 죄인을 추적할 것이다.”
새로운 클래스 퀘스트 목표.
─태초의 악을 추적하라. (진행 중)
이런 타이밍에 괜히 [악크샨의 수호령]을 보상으로 준 게 아닐 터.
과연, 예상대로였다.
악크샨 늑대가 곧 고개를 하늘로 치켜든 채 울부짖었으니까.
아우우우우─!
냄새를 맡았단 것이다.
태초의 악이라.
거창한 이름을 가진 상대이니만큼 쉽게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겠다. 그 이름만 봐서는 최종 보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잖아, 저건.
그럼에도 상관없다.
아르카나 대륙이다.
[최후의 모험가] 효과가 존재하는 이상.
나는 죽어 죽어 일백 번 죽어도.
아르카나 시간으로 나흘 뒤에.
현실 시간으로는 24시간 뒤에.
질리지도 않고.
네 앞에 다시 나타날 거니까.
“날마다 떠오르는 여명이 어둠을 물러가게 하는 것처럼.”
……표현 한번 참 시적이구나, 그랑펠.
‘……어쨌든!’
이놈의 긍지가 너를 지옥에 처박아 넣을 때까지 따라다닐 거란 의미다. 긍지가 얼마나 집요한지는 누구보다도, 긍지에 시달리고 있는 내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그렇다면 나도 함께하겠다.”
진심이냐, 아젠트레스?
‘뭐, 나름대로 든든하긴 하겠네.’
그 성질머리만 떼놓고 보면 엘프는 드래곤 다음가는 강함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엘시도어가 락키드를 어떤 꼴로 만들었는지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문제는 극도로 더러운 성격인데…….
[숭고]의 효과 덕분인가.
확실히 아젠트레스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속으로 잔머리를 굴리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굴린다고 하더라도 [축복의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이상.
‘별문제는 없겠다만.’
우리 그랑펠 님의 드높으신 긍지께서.
타인을 억지로 위험에 끌어들이는 것을 용납하실 리 없을 테니까.
그러나 아젠트레스는 자신의 의지로 요청해 온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대의 긍지를 무시할 수 없겠지.”
“……긍지?”
“동행을 허락하겠다.”
“고맙다.”
……그보다.
긍지를 깊게 곱씹지 마라, 아젠트레스.
긍지라는 게 말이다.
깊게 생각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하지만 아젠트레스는 기어코 물어왔다.
“긍지가 무엇인지 물어도 되겠는가?”
긍지를 말로 표현해달라니, 이보다 난감할 때가 없구나.
그와 동시에 나도 궁금해졌다.
과연, 그랑펠이라면 긍지를 어떻게 정의하려나 말이지.
그 기대 속에서 나의 입이 열렸다.
“그대가 보고 느낀 그것.”
“내가 보고 느낀 것……?”
“그것이 바로 긍지다.”
아니, 도를 넘어서는 뻔뻔함이잖아!
이런 걸로 까칠한 아젠트레스가 납득을 하겠냐, 싶었거늘.
뭐냐, 그 예상치 못한 반응은 또……?
이런 대답을 듣고 웃음이 나온다고?
“그런가. 그 ‘무언가’가 바로 긍지였군.”
……무언가는 또 뭔데?
역시, 깊게 생각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 같다.
이러다가 나까지 긍지에 스며들게 생겼다……!
그러니 더는 지체하지 않겠다.
“냄새가 흩어지기 전에 출발하지.”
아젠트레스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시슬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라.”
엘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떤 정보가 새어나갔을지 모르니까.’
이제부터라도 시슬리는 경계를 조금 더 철저히 할 필요가 있겠지.
엘프들이 아젠트레스에게 고개를 숙이기도 잠깐.
그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다만……. 드래곤은 예외다.”
도마뱀이 아니라 드래곤이라니.
언급하는 순간, 미간이 찡그려졌다만.
호칭이 바뀐 것만으로도 크나큰 발전이다.
‘아직도 웬수라 부르는 나보다 낫네.’
아무튼.
슬슬 출발해 볼까?
내가 걸음을 떼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아우우─!
악크샨 늑대가 몸을 숙인다.
악마 사냥꾼의 과대광고를 이렇게 실현하게 될 줄이야.
나름대로 감회가 새롭구나.
나는 악크샨 늑대에 손을 뻗었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면, 올라탈 수도 없었을 거다.
왜, 거친 풍압을 일으키면서 나타난 악크샨 늑대가 아니던가.
그 속도는 엘프의 시선에서도 빠르다고 느껴지는 눈치였으니까.
‘아마도 만렙에 가까워야 하지 않을까.’
웬만한 승마 스킬 숙련도가 아니고서야 악크샨 늑대 위에선 균형을 잡기도 힘들 터. 하지만 내가 누구냐? 중간 단계를 건너뛰어도 한참을 건너뛴 꼼수의 선두주자.
[업적 : 만물의 왕, 드래곤에 올라타다]
[효과 : 모든 탈것에 관한 숙련도가 최대치로 상승]
[지속시간 : 영구지속]
그러니 머뭇거림은 없었다.
마치 하나의 동작처럼.
나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유려하게 늑대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아젠트레스를 바라봤다.
뭐하냐, 아젠트레스.
뱉은 말은 지켜야 하지 않겠어.
물론.
그랑펠이 누군가를 뒷자리에 태울 위인은 아니었으니.
그 이유야 간단하다.
애써 정리한 옷매무새가, 재킷이 구겨질지도 모르니까.
‘……이유 한번 나답다.’
어쨌든 저기 사슴에라도 올라타 따라오도록 해라, 아젠트레스……!
*
그림자 용병단 단장.
키치가 코를 막고 있던 손을 뻗어 바위 위에 올렸다.
손바닥부터 손금 하나하나까지.
느껴지는 저릿한 감각.
곧.
덜컹!
바위가 움직이더니.
끄르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지트 입구를 드러냈다.
키치의 동공이 빠르게 암흑을 훑었다.
일단, 침입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슥─
키치는 그제야 코를 막은 손을 떼었다.
“하긴 누가 이런 곳까지 샅샅이 뒤지겠어.”
이름 없는 시체.
혹은 이름이 알려져서는 안 되는 시체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버려지는 『잊혀진 자들의 협곡』.
그림자 용병단의 아지트는 협곡 밑바닥에 숨겨져 있었으니. 햇빛은 물론이요, 시체를 파먹는 독수리도, 심지어는 쥐새끼조차 찾지 않는 곳이 바로 협곡의 밑바닥이었다.
“진동하는 썩은 내도 여전하고.”
키치는 코를 킁킁거리곤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어둠에 익숙한 시야를 떠나서도.
제집과도 같은 아지트였다.
눈을 감고도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키치는 아지트의 구조를 훤히 꿰뚫고 있다.
‘이런 건 기본 소양이지.’
단장이라는 위치는 그래야만 하는 위치였으니까.
겉으로는 허술에 보일지언정.
실상은 절대 그럴 수 없는 위치.
그렇기에 더없이 많은 것을 짊어져야만 하는 자리.
슥─
벽면에 걸린 장막을 들추자 바위가 나타났다.
키치는 다시금 손을 뻗었다.
그러자 저릿함과 동시에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그림자 용병단이 축적해온 재산이 은닉된 장소.
단원들은 물론, 부단장인 울프조차.
이 공간의 존재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장부를 들춰본 적도 없겠지.
“으으, 먼지 쌓인 거 봐.”
키치는 후우─ 바람을 불어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장부를 펼치기 무섭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의뢰 목록들이 보인다.
간만에 봐도 정말 살벌한 의뢰들이었다.
“거칠게도 살아오셨네, 다들.”
키치가 쓰게 웃으며 장부를 읽어나가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굳었다.
입술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착각이 아니었구나.”
키치는 적혀진 의뢰 목록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가며 다시 읽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봐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 의뢰는.
붉은 잉크로.
확실하게.
──────
클라우디 암살 √
──────
성공(√)이라 표시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