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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219화 (219/489)

◈ 219화. 해프닝……?

AAU.

지부장들은 보고서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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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

긴급 업데이트 내역 업로드 이후.

01시 : 14분 : 58초 경과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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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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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이호열.

미합중국 유타주에서 최초 목격.

대기권에 진입한 소행성 집단(미구현 스킬, 메테오 스트라이크로 추정)을 다시금 우주로 되돌려 보냄. 이후, “소박한 소원들이구나.”라는 말을 남기고 포탈을 발현.

이하, 목격자 목격담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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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되감기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

“불꽃놀이를 보는 것 같았다……? 하긴 어린이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메테오 스트라이크라니. 이거 그거잖아요?”

“맞습니다.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 콘셉트 단계에 그쳤던 마법사 계열 클래스의 최종 스킬. 나 원 참, 그 스킬이 실존했다는 것만으로도 경악할 일인데…….”

“한술 더 뜨셔서 되받아치기까지 하시다니.”

“놀라기엔 이르죠. 다음 장으로 넘어가시죠.”

스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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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이스터 섬.

서쪽 해상에서 이상 현상 포착.

탑주가 발현한 마력 구름으로 추정.

이후, 대략 1시간가량 격한 마력 충돌 현상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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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충돌하던 그 시점부터. 아마도 이호열 유스라 총책임자님께서는 탑주와 전투를 벌이고 계셨을 겁니다. 저 안갯속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외부에서 포착된 관측 자료가 있긴 있습니다.”

“주변 바다 일대가 증발했다가 다시금 얼어붙었다……? 잠깐만요. 저렇게 두꺼운 마력 구름을 뚫고, 저런 영향을 끼쳤다고요? 그럼, 저 안쪽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단 거죠?”

“불지옥과 얼음 지옥을 오갔겠죠.”

“허.”

지부장들이 혀를 내두르며 페이지를 넘긴다.

“마력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상황은 종료. 이후는 함께 시청하셨던 인터뷰 그대로입니다. 언제나처럼 이호열 유스라 총책임자님께서 사건의 전말을 밝히셨죠.”

모니터에 떠오른 인터뷰 영상.

-“탑주는 정신을 잃고 깨어난 상태였다.”

“설마, 탑주가 그런 상태였을 줄이야.”

“그보다 구체적인 사정을 밝히시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라면 그냥 넘어갔을 겁니다. 분명 이것도 마탑 내부사정이셨을 텐데…….”

“사건에 관한 책임을 지시겠다는 거겠죠. 수석으로서.”

“원래 우리 같은 사람은 헤아릴 수 없는 법입니다.”

그래, 저 자신감을 어찌 따라갈 수 있겠는가?

화면 속에서.

일말의 흔들림 없이 선언하는 호열의 모습.

-“허나, 이제 우려할 것은 없다.”

“정말, 저렇게 든든한 말이 또 없군요.”

“안심하면 안 됩니다. 도움이 되지 못한 거에 경각심을 가져야지.”

“그런데, 다들 그다음에 하신 말씀 이해하셨나요?”

“다음에 하신 말씀이요?”

“들어보세요.”

-“이로써 수업은 끝난 참이니까.”

난데없이 수업이 끝난 참이라니.

대체 무슨 수업을 말하는 걸까?

호열이 마지막에 남긴 말 한마디.

덕분에 세상의 관심은 다시금 호열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

-뭐긴 뭐임 참교육이겠지ㅋㅋㅋㅋㅋㅋㅋ

-이호열이 탑주를 참교육했다고???

-당연하지 그것밖에 더 있음??

-ㄹㅇ 제대로 밝혀진 건 두 사람 행적밖에 없긴 함

참교육이라니.

아주 그냥 거품기가 따로 없구나, 그랑펠……!

물론, 인정할 건 인정하겠다. 서클을 형성하면서 기이의 위력 또한 급격하게 상승한 나였다. 덕분에 탑주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검성도 모자라서 이젠 탑주까지???

-이게 문무겸비가 아니면 뭐임ㅋㅋㅋㅋㅋ

-이러다가 다음엔 드래곤도 참교육하는 거 아님ㄷㄷ

그냥 담백하게.

사실만 늘어놓아도 과분한 기대가 쏟아졌거늘.

아무리 그래도 이건 거품이 심각하다……!

특히 마지막에 저 댓글.

뭐, 내가 드래곤을 참교육할 거라고?!

‘얼마 전에도 말이야.’

사이렌의 축복으로 천운이 따르던 그날.

나는 [마안의 망원경]으로 살펴본 아르카나 대륙에서 목격했단 말이다. 엘더 드래곤, 유낙서스의 무시무시함을! 드래곤, 그거는 그냥 체급이 다르다니까?

드래곤은 차원을 찢어.

내가 [미완성 쾌검술]을 완성하고, 검술로도 초월자의 경지에 도달한다면 모를까……. 지금 시점에서 드래곤과 치고받고 싸울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것이다.

누구는 이렇게 심각한데.

“세상이 소란스럽군.”

달칵─

찻잔까지 기울여 가면서.

정말 남 이야기하듯 하는구나, 그랑펠.

허나, 그랑펠의 태도는 사실 틀리지 않았다.

세상이 소란스러운 건 나 때문이 아니니까.

순전 탑주, 그쪽 때문이었지.

나는 찻잔을 말끔하게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나만 고생할 생각은 없거든.’

자, 이제 뒤끝을 갚아줄 시간이다.

.

.

.

마탑의 최상층.

“…….”

내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예상할 순 있었다.

나, 지금 엄청나게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그럴 수밖에 없다.

내 시야에 들어온 건 웬 고양이 한 마리였으니까.

샥샥─

혓바닥 내밀고는 앞발 솜뭉치를 열심히도 핥는다.

이제서야 내 차가운 시선을 알아차렸나.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나오는 건 야옹─ 소리가 아닌 사람의 말이다.

“누구 덕분에 육체가 작살이 나서 말이네. 회복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잠깐 형태를 바꾸었지. 온종일 늘어져 있기에 이보다 적합한 형태도 없거든.”

나도, 그랑펠도 답하지 않았다.

전에도 한번 말했던 것 같은데.

내게도, 그랑펠에게도 고양이의 귀여움은 통하지 않는다.

덕분에 내 태도는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탑주, 그대에게 들어야 할 대답이 있다.”

역시나 존댓말은 과감하게 생략.

다행히도 탑주는 시시콜콜하게 따지지 않았다.

하여튼, 누구처럼 꼰대가 아니라서 다행이군.

“대답이라, 마땅히 해드려야겠지. 그런 의미에선 입이 고양이가 되었어도 할 말이 없군. 그대도 짐작했다시피 나의 계획은 보란 듯이 실패해 버렸으니 말일세.”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과연, 마르셀로에게 듣던 그대로네.

언행이 제멋대로다.

물론, 이쪽도 제멋대로인 걸로는 뒤지지 않지만.

“비약적인 간섭 과정이었다.”

이거 봐라.

다짜고짜 잘못된 점부터 지적하는 거.

나는 탑주 상대로 사전 검증이라도 하듯 말을 이었다.

“조금이라도 성공적인 발현에 다다르고 싶었다면 탐색 대상에 보다 폭넓은 이해가 필요했다. 허나 무엇보다 가장 큰 실수는 육체에 남겨진 무의식을 간과한 것일 터.”

탑주의 고양이 귀가 뾰족해졌다.

“……지독하게도 집요하구나. 한때, 잠깐이나마 그대에게 호기심을 가졌던 게 후회될 정도야. 그렇게 나의 치부를 철저히 들춰야만 직성이 풀리는 건가?”

물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말했잖아.

내가 마탑에 괜히 눈물 바람을 몰고 온 게 아니라니까.

“……빌어먹을 잔소리.”

파바박─

탑주가 앞발로 한껏 솟은 귀를 털어내고 나서야 나의 훈수는 끝이 났다. 물론, 독설만 내뱉은 건 아니다. 칭찬할 부분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게 긍지였으니.

“그럼에도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어깨너머로 제대로 배웠거든.

탑주의 육체가 발현했던 초고위 마법들을!

현시점에서 알차게 써먹을 수 있다고 말할 순 없었다.

발현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마력 소모량이 극심하다는 걸.

탑주만 하더라도 반동으로 입에서 피를 뿜어낼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머릿속에 새겨놨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당장이 아니더라도 훗날 사용할 날이 올 터.

장담하건대.

내가 발현할 수 있는 마법 중.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파괴력은 단연코 최강이었다.

‘거기에 기이까지 더한다면?’

그 파괴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탑주의 고양이 꼬리가 살랑거렸다.

“그것 참으로 위로가 되는 칭찬이군, 이호열 수석. 육체에 남겨진 기억을 되돌아보니, 그대에게 유효하게 작용했던 마법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은데. 독설도 모자라서 이제는 당사자를 앞에 두고 조리돌림이라니.”

그러더니 진짜 고양이처럼 몸을 축 늘어트렸다.

“덕분에 피폐해진 의식이 더욱더 메말라 버렸다.”

피폐해진 의식이라.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나는 탑주의 엄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의식의 공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탑주 또한 초월자였으니까.

『의식의 공간』이 무엇을 말하는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시공간의 사교장과 비슷한 의식의 공간이 분명.

고깔모자에도 존재할 테니까.

탑주가 슬며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대가를 치르고 있었지.”

“대가라면.”

“도대체 몇 대를 이어져 내려온 건지, 나조차도 헤아릴 수 없는 대마법사의 규율을 어긴 죗값이겠지. 추악한 계획을 저지하려던 게 죄라면 죄겠군. 그래.”

추악한 계획이라.

마탑 퀘스트에 나와 있는.

대마법사들의 음모를 말하는 건가.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탑주가 눈치껏 말을 이었거든.

“제자에게 텔레파시조차 보낼 수 없는 위기에 처했었지만……. 보다시피 이호열 수석, 그대 덕분에. 이렇게 고양이의 모습으로나마 살아남았을 수 있었군. 정식으로 감사를 표하겠네.”

누가 들으면 내가 고양이 몸에 의식을 되돌려놓은 줄 알겠다.

딴죽을 걸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게 있었다.

그래서 대마법사들의 음모라는 게 정확히 뭔데?

“나의 치부를 비롯해서 생전 처음 보는 마법의 구조까지 파악해 내는 이호열 수석, 그대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추악한 계획은 차마 예상하지 못했을 걸세.”

탑주는 잔뜩 뜸을 들였다.

“부디 놀라지 말게. 대마법사, 그들은…….”

솜방망이를 핥던 혓바닥도 멈추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악마와 목적이 일치하네.”

악마라.

솔직하게.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들은 진정으로 아르카나 대륙의 멸망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오직, 그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서. 대마법사의 지식을 계승하며 새로운 그릇들을 세뇌시켜 왔지.”

대마법사들이 어째서 아르카나 대륙의 멸망을 바랐는가?

이유까지는 알지 못해도 짐작하고 있었거든.

아르카나 대륙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대마법사, 당신들 같은 강자들이 멸망을 바랐으니까.

대륙은 악마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너진 거겠지.

“짐작하고 있었다.”

나의 담담한 대답에 탑주의 털이 곤두섰다.

“……짐작하고 있었다고?”

킁킁─

코를 찡긋거리더니 감탄사를 뱉는다.

“과연, 거짓말을 하는 냄새는 아니군. 이래서야 뜸을 들인 보람이 없구만, 이호열 수석. 은인인 그대에게 하나 정도는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아쉬워라.”

도움을 주고 싶었다면.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탑주가 마탑에 복귀한 이상.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그쪽에게 상당히 많은 일을 떠넘길 생각이었거든.

앞으로 내가 워낙 바쁘게 발버둥쳐야 해서 말이지.

물론, 당장 일을 떠넘기겠다는 건 아니다.

‘요양 중인 사람을 너무 건드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슬슬 돌아갈까.

나는 발길을 돌리려다가 멈칫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한 가지는 더 물어봐야겠군.

나의 반전 마법 덕분에.

탑주의 의식은 고깔모자에서 원래의 육체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제시의 클래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이전에 그 불길한 고깔모자를 계속 쓰고 있어도 되는 건가.

탑주는 느긋하게 하품했다.

“무슨 걱정을 하는가 했더니만.”

그러곤 다시금 자신의 솜방망이를 핥았다.

“참으로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이호열 수석.”

뜻 모를 말을 해왔다.

“그 늙은이들이 내 제자에게 한동안 말을 거는 일 따윈 없을 게 당연하지 않은가?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이호열 수석, 그대의 기척을 느꼈으니까. 대체 어떤 미친 작자가 그대와 마주하고도 흑심을 품을 수 있겠는가?”

……잠깐만, 그 말은.

그거, 대마법사들이 나한테 쫄았다는 소리야?

뭐냐, 이쯤 되니까 슬슬 무서워진다.

나, 설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강해진 건가?

.

.

.

쓸데없이 성실한 게 죄라면 죄다.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나는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 말인즉.

밀린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서 유스라 왕국.

집무실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인물과 조우했다.

아르카나 공식 랭킹 1위.

용기사, 스칼.

집무실에 들어선 그가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나이다, 이호열 경.”

……이봐요, 스칼 씨.

당신은 왜 또 초면부터 말투가 그 모양이야?!

중세시대에서 방금 튀어나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격식을 갖춘 인사는 또 대체 무엇이냔 말이냐. 하여튼, 그랑펠이 여러 사람 망쳐놓는구나.

속으로 탄식을 삼키기도 잠깐.

나는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월드 퀘스트 : 악룡(惡龍) 사냥꾼]

사악한 용의 일족을 사냥한 자여.

산맥의 전설이 그대를 부르고 있다.

─제로 산맥 최정상에 도달하라. (진행 중)

용기사, 스칼이라면.

월드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나였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제로 산맥이 출현하고.

드래곤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금.

스칼과는 퀘스트의 퍼즐 조각을 맞춰볼 필요가 있겠지.

“자리에 앉지.”

내 권유에 스칼은 곧장 자리에 착석했다.

그런데, 어째 아까부터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이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뜻에서 차라도 한잔 나누려고 했는데.

그렇게 급하다면 어쩔 수 없지.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

에노크는 전해왔다.

내게 반드시 전해야 하는 말이 있다면서.

스칼은 어제부터 황금 궁전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고.

‘이게, 참 바람을 맞히려고 그런 건 아닌데.’

그렇지 않아도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는데.

스칼 입장에선 타이밍이 야속하다고 해야겠군.

괜히 내가 미안해져서 평소보다 너그럽게 말했다.

“용건을 말해도 좋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스칼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짐작했던 대로.

역시나, 드래곤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런데.

방금 뭐라고 그랬냐, 스칼?

아르카나 대륙에 누가 돌아왔다고?

위대애애애한 가문?

‘그거 설마.’

에이.

아니.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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