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화. 빚은 잊지 않겠다
쉽게 말하자면 간단하다.
“……이제야 단련답군.”
[첫 세계수의 축복] 효과로도 상쇄하지 못하고.
천하의 그랑펠조차 허세를 부리지 못할 정도로 몸을 혹사시키면.
그게 바로 한계를 초월한 단련이라는 것이었다!
나 진짜 여러 의미로 경악스럽다.
한계를 초월한 단련이다, 뭐다 포장을 해도 악마 사냥꾼 강함의 비결은 결국 노가다라는 거잖아? 경악스러울 정도의 한결같음이구나, 진짜.
그랑펠, 너도 마찬가지야.
세계수 버프로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육체를 혹사해 놓고서는.
뭐?
이제야 단련 같아?
그럼 내가 여태까지 해온 거는 대체 뭔데?!
‘서운하다, 너 정말.’
그러나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건 메시지였다.
[한계를 초월한 단련으로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이것과 비슷한 메시지를 본 적이 있긴 했다.
스탯 포인트가 추가로 한두 포인트쯤 상승했었지?
사실 그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추가 보상이었다.
스탯 포인트 하나엔 1레벨의 가치가 있으니까.
그런데.
[능력치, ‘집념’을 습득하셨습니다.]
이번엔 다르다.
무려 스탯이 개방됐으니까.
[심미]가 그랬던 것처럼 습득하는 순간.
시야와 머릿속에 각인되는 ‘집념’의 효과.
[집념 : 정신력을 능력치로 환산한다. 집념이 상승할 때마다 환산되는 능력치가 추가로 상승.]
보자마자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악마 사냥꾼 고유 스탯 수준이잖아?!
어째, 오늘따라 장담을 많이 하는데…….
단언컨대 아르카나에서 악마 사냥꾼보다 정신력이 강한 이들은 없을 거다. 그게 정신력이 약한 사람들은 악크샨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였거든.
‘옛날에도 그랬었지.’
끊임없는 노가다 퀘스트도 모자라서.
RPG보다는 공포 게임에 가까웠던 악마 사냥꾼의 육성법. 수많은 아르카나의 콘텐츠를 놔두고 악마 사냥꾼 클래스를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막말로 나라도 때려치웠을걸?’
아르카나를 강제적으로 접지 않았다면 말이야.
그랬다면 자연스럽게 중2병이 치유되면서 그랑펠과는 이별하고.
새로운 계정을 생성해 육성하지 않았을까?
‘엄밀하게 따지자면…….’
이번에도 중간 과정을 생략해 버린 셈이려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집념]을 습득하기 위해선.
엄청난 훈련이 필요할 것 같았으니까.
지옥에서도 육체를 단련할 정도로 말이지.
하지만 이 뻔뻔함이 어디 가겠는가?
나는 이 순간에도.
팔굽혀펴기를 멈추지 않는 악마 사냥꾼에게 말했다.
“비로소 동등한 조건에 섰군.”
그러고는 다시금 팔굽혀펴기를 실시했다.
과연, 새로운 스탯 [집념]의 효과가 체감됐다.
“나는 아직 가뿐하다.”
악마 사냥꾼, 그 이상의 정신력.
그랑펠의 정신력이 육체를 지탱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라 메시지로 떠올랐으니까.
[집념의 효과로 일시적으로 ‘근력’이 상승합니다.]
근육을 쥐어짜면서 그 수치를 확인해 봤다.
[근력 : 112 → 162]
……아니, 근데 뭔데 이거.
일시적이라고 해도 근력이 50포인트 상승했다고?!
놀라서 근육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의 수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랑펠의 정신력이 평범한 인간 수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집념 : 1]
이제 막 습득한 내 [집념] 포인트는 고작 1이란 말이다.
그 설명에도 나와 있듯.
환산되는 능력치는 [집념] 수치에 영향을 받았으니까.
‘그럼 나중엔 얼마나 상승한다는 건데?’
경악할 수밖에.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효율이지?
[집념]의 효과가 사기적인 건지.
그게 아니면 그랑펠의 정신력이 사기적인 건지.
당장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당분간 레벨 업 포인트는 집념에 올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랑펠의 정신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스탯의 격차는 극복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속살이 비칠 정도로 셔츠를 땀으로 적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좋은 승부였다.”
좋은 승부우우우?
세상에 이것보다 미련한 승부도 없을 거다, 그랑펠.
그쪽도 유일한 후배를 이겨 먹으셔서 좋으시겠수다, 아주.
“…….”
악마 사냥꾼은 그제야 팔굽혀펴기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르륵─
그러자 지옥의 불길이 그의 육체를 휘감기 시작했다.
“…….”
친목 금지.
끝까지 규율 한번 잘 지키시네.
처음과 마찬가지로 인사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똑똑히 목격하고 말았다.
‘?’
후드 아래로 언뜻 보이는 입가.
그 입꼬리가 분명히 위를 향해 있었다.
분명히 웃고 있었다.
‘……저거 지금 비웃은 거지?’
이겼다고 우쭐대는 거 맞지?!
그래, [집념]을 깨닫게 해준 건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팔굽혀펴기를 하지 않나.
마지막에는 비웃음을 남기고 사라지지 않나.
우리 악크샨 선배님들, 캐릭터 한번 대단하시네!
허나, 그랑펠 또한 절대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으니.
“때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는 법이지.”
……아니, 한술을 더 떴으니.
나는 지옥의 불길 속으로 되돌아가는 악마 사냥꾼.
그의 뒤통수를 향해 선언하고야 말았다.
“다음에는 이 빚을 갚아주겠다, 악마 사냥꾼이여.”
……진심으로 나는 너한테 졌다, 그랑펠.
*
눈물의 마왕성.
서열 56위.
마왕, 그레모리는 눈가를 훔쳤다.
아련한 듯한 목소리가 좌중에 깔렸다.
“위아래로 벗들이 없으니, 저는 쓸쓸합니다.”
위, 서열 55위.
아래, 서열 57위의 왕좌.
마왕 쟁탈전으로 그들의 공석이 채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생겨버렸다.
악크샨의 부활.
그리고 상위 마왕, 가미긴의 죽음.
그레모리가 입을 열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네, 넷?”
마왕의 질문을 받은 건 인간이었다.
타락하지도, 악마 숭배자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인간.
단지 과거, 이 작은 성의 주인이었던 자작이었다.
사내는 식은땀을 흘렸다.
‘……대답, 대답을 잘해야 한다.’
다짐하는 와중에 그레모리가 속삭이듯 말했다.
“내 눈을 똑바로 보도록 해요.”
“……!”
사내는 고개를 들어 그레모리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절망했다.
‘어찌 제게 이리 가혹하실 수 있습니까……!’
마치 여신이 내린 시련처럼 느껴졌다.
어찌하여 나의 영지를 박살 내고, 나의 백성을, 신하를, 혈육을 처참하게 살해한 저 악랄한 악마가 더없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인단 말입니까?
사내는 애써 정신을 붙잡고 대답했다.
“……말씀드리기 송구합니다만, 악크샨이 정말 부활한 게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으음, 역시 그렇겠죠.”
그레모리는 뺨을 부풀렸다.
늘어진 살굿빛 머리카락과 화사한 피부.
그리고 생기 넘치는 표정은.
누구도 그녀를 마왕이라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이해가 안 되네요.”
그레모리의 시선이 사내를 향했다.
“알고 있나요? 가미긴 님을 위한 제물은 본의 아니게 평소보다 훨씬 풍족했다는 사실을요. 마왕 쟁탈전에 참가한 악마들이 모조리 죽어서 제물이 된 덕분이었답니다.”
따져보자면 가미긴은 예정된 제물에 더해서.
마왕급 진명의 악마를 열하고 둘을 더 제물로 삼아서 현현했다.
그런 가미긴의 위용은 그레모리도 확인했던 바.
“미련하고, 우둔하신 우리 가미긴 님.”
사내는 귀를 의심했다.
‘……미련하고, 우둔하다?’
마왕 사이에 서열이 존재한다는 건.
최근 그레모리의 말 상대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상위 마왕의 힘은 격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레모리가 슬그머니 한쪽 눈을 떴다.
“분명 불경한 호칭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대는?”
“아, 아닙니다!”
“괜찮아요. 미천한 인간은 이해할 수 없겠죠.”
“……네, 넵.”
서열 10위까지를 상위 마왕으로 분류한다.
마왕들 사이에서도 그들에 대한 취급은 특이했다. 그레모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 대다수의 마왕들은 상위 마왕들을 도구처럼 취급했으니까.
그야 말조차 통하지 않는 이들이 아니던가?
“마지막까지 이용만 당하시다가 결국, 지옥에 처박히고 마시다니……. 저는 그 가여운 최후에 괜히 울적해진 것뿐이니까요.”
“……그러시군요.”
꿀꺽.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악마에게 홀린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저 악마의 모든 게 가식이며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련함을 연기하는 그레모리를 바라보자 정말로 가슴속에 연민이 싹 텄다.
그레모리가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쳐내고는 말했다.
“그러나 마냥 슬픈 일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이렇게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를 위해 움직여 줄 이들이 있으니까요.”
그중 하나가 바로 검성 셰그윈이었다.
그레모리는 얼마 전 마안을 통해 엿봤던 셰그윈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노쇠한 인간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기세는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정말로 고마우면서도 가여운 존재들.”
그럼에도 결국 인간이었다.
자신과 다르게 하루하루 죽어가는 미천한 인간.
그런 의미에서 셰그윈은 영리한 편에 속했다.
나서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타락의 길을 걷다니.
그레모리는 입꼬리를 올렸다.
‘몇몇 마왕들은 아쉬워했겠지.’
노쇠했다고 해도 셰그윈의 육체는 빙의하기엔 최상품이었으니까.
물론, 그레모리는 인간의 육체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꼴깍.
보아라.
원수를 보고 군침을 삼키게 할 정도로.
자신의 육신은 지금 이대로도 완벽했으니까.
“저, 그레모리는 슬프답니다.”
그레모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마안이 뜬 밤하늘.
이내, 그레모리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
그러자 마안의 시야가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속을 알 수 없군요, 셰그윈.’
제국의 수도, 안토니움에서 퇴각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었다.
전쟁에 익숙하지 않은 그레모리, 자신조차 그렇게 생각할 정도인데.
다른 마왕들의 반응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뻔했다.
‘모두가 당신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셰그윈의 행선지는 의외였다.
쓸모없는 귀족들을 죽이고, 악마의 힘을 다루는 데에 깨달음을 얻었을 텐데. 인간들이 득실거리는 제국을 떠나서 산맥으로 향할 줄이야.
그레모리의 입가가 비틀어졌다.
“……설마, 인간 흉내를 내려는 건 아니겠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의미한 짓이겠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타락했다고 하더라도 근본은 하찮은 인간.
“그대는 단지 앞을 밝혀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가미긴의 마안을 통해 목격했던 광경.
-“악크샨이 돌아왔다.”
그때의 소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악크샨의 절멸 이후 잊고 있던 공포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악크샨의 부활.
그 원흉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은발의 악마 사냥꾼.
난데없이 아르카나 대륙에 모습을 드러냈던 사내는 그날, 수백만의 악마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마안을 통해 분명히 확인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부활했다는 거겠지요.’
그 가미긴 님을 지옥에 처박아 넣을 줄이야.
그보다 확실한 부활의 증거도 없겠지.
그레모리가 창가에서 돌아섰다.
“그러니 이리도 가엾게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가미긴이 지옥에 처박힌 직후.
마왕들은 악크샨을 찾아 나섰다.
가미긴과 혈전을 펼친 지금이야말로.
부활한 악크샨을 짓밟을 기회라고 판단했으니까.
그러나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다.
‘그 장소는 대체 어딜까요?’
더없이 이질적인 풍경.
아르카나 대륙 어디를 뒤져도 같은 장소와 악크샨, 은발의 악마 사냥꾼은 발견할 수 없었다.
마안의 시야를 빌렸는데도 말이다.
과연, 악크샨이었다.
“등장만으로도 저를 소름 돋게 만들다뇨?”
그러나 시간은 어차피 자신들의 편이었다.
가미긴이 지옥에 처박혔다고는 해도, 상위 마왕은 아직 아홉이나 남아있었으니까. 뭐, 재수 없기는 해도 거악들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겠지.
그 가운데 셰그윈의 역할은 딱 정찰병 수준이었다.
악크샨 혹은 은발의 악마 사냥꾼.
그들의 존재를 다시금 드러나게 할 미끼라는 것이다.
왜, 악마라면 사리분별을 못 하고 달려드는 악크샨이 아니던가?
대놓고 던진 미끼를 그들이 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선 제로 산맥도 나쁘지 않겠군요, 셰그윈.”
*
목요일.
정기 업데이트.
AAU엔 간만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제발 좀 적당한 걸로 떠라.”
성현준은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우리 총책임자 님, 휴가 좀 제대로 즐기시게!”
“아주 그냥 요샌 나보다 더해?”
“선배도 빨리 기도해요.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
“얼씨구.”
“그저 호멘…….”
딸깍─
윤수겸은 피식 웃고는 새로고침을 연타했다.
그러다가 중얼거리는 성현준에게 말을 건넸다.
“적어도 악마에 관한 업데이트는 아닐 거야.”
“그럴까요?”
“놈들도 악마 쟁탈전으로 큰 피해를 입었을 테니까. 무엇보다 완승이 있으면 완패도 있는 거 아니겠어? 적어도 쟁탈전처럼 대대적으로 설칠 수는 없겠지.”
급이 다른 레벨을 자랑하는 악마족 몬스터만 아니라면, 굳이 호열이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성현준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럼 제발 악마족 몬스터만 아니기를……!”
“근데 누구한테 하는 건데, 그 기도?”
“……하느님, 아니면 부처님이겠죠?”
“그런가? 근데, 따지고 보면 레이먼 션이 기도를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잠깐, 그럼 취소! 제가 미쳤다고 그딴 놈한테 기도를!!”
그러나 기도가 벌써 레이먼 션에게 닿은 걸까?
딸깍─
아르카나 공식 홈페이지가 새로고침된 순간.
정기 업데이트 내역이 떠올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AAU 대한민국 지부.
아니, 모든 지부에서 같은 단어가 튀어나왔다.
“제, 제로 산맥!!”
아르카나 대륙 전기의 상징.
그 제로 산맥이 신규 지역으로 추가된다고?
성현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서, 선배. 이거 잘된 거 아니에요? 제로 산맥이 지역으로 추가되는 거면 플레이어들이 적어도 사냥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광활한 제로 산맥엔 저레벨부터 고레벨.
모든 플레이어를 위한 콘텐츠가 존재했다.
특히나 십만(十萬) 동굴에는 상당한 아이템들이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문제야.”
“네? 뭐가 문제라고요?”
문제라니.
예상치 못한 답에 성현준이 어리둥절해하기도 잠깐.
윤수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커도 너무 커서 문제라고 이건!”
타다닥!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
지부장, 박민재였다.
박민재가 다짜고짜 소리쳤다.
“다들 계산 시작해!”
“계산이라뇨, 갑자기 무슨 말씀을……?”
“뭐야, 성현준이 아직도 상황파악 안 됐어?”
윤수겸이 박민재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현준아, 제로 산맥 크기 기억하니?”
“물론이죠. 꼭대기에 드래곤이 살 정도로 거대……?!”
……잠깐만.
그런 제로 산맥이 현실에 나타난다면.
그 후폭풍 어떻게 되는 거지?
지구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지각 변동일 터.
만약, 특정 국가에 제로 산맥이 솟아난다면.
그 국가는 지도상에서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설령 바다에서 솟아난다고 하더라도…….
윤수겸이 말했다.
“맞아, 차원이 다른 자연재해가 뒤따를 거야.”
“……!!!”
대체 어떻게 대비해야 한단 말인가?
이건 균열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지구 멸망급의 자연재해를 막아내야 한다니.
누군가 중얼거렸다.
“진짜로 마법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
……잠깐, 마법이라고?
그 말에 모두가 떠올리고 말았다.
대재앙의 자연재해를 막아낼 수 있는 존재들을.
.
.
.
“말씀하셨지요. 모든 것엔 주고받음이 있다고.”
마르셀로가 깃털펜을 집어 들었다.
스스슥─
양피지에 정갈하게 적어나갔다.
“그 말씀을 실천하겠습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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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부로 출탑을 전면 허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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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구원에 대한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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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 전원 집결.
──────
이호열 수석 대행, 마르셀로 시무아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