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한결같구나
시끄러운 고성이 오간다.
“대체 무엇을 위한 결정이랍니까!”
“다들 목격하시지 않았습니까? 안토니움은 한계에 봉착했었단 말입니다. 함락을 눈앞에 둔 순간에 퇴각이라니요!!”
“셰그윈 경, 결정에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
쏠리는 시선에 셰그윈은 침묵했다.
제후들의 성화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머릿속에서.
은발의 사내, 호열의 잔상이 떠나질 않았으니까.
‘무엇 하나 짐작할 수 없었다.’
시공간의 사교장.
규율 탓에 상대의 외관에서 정보를 유추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호열의 외관은 어땠는가?
무기를 포함해 그럴싸한 장비는커녕.
그 복장조차도 생전 처음 보는 형태였다.
‘가장 높은 가능성은 마법사겠군.’
마력은 곧 마법사의 무기다.
마도구로 마법의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기는 하다만, 그런 마도구는 흔치 않다.
그것조차 마탑에서 독점하다시피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육체는…….’
마법사의 육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단련됐다.
셰그윈, 자신 또한 무인(武人)이기에 알아볼 수 있었다.
드넓은 어깨부터 팔뚝까지.
발달한 근육은 분명 무기를 쥐고 휘둘러 왔다는 흔적이었다.
‘……마검사라면?’
마검사에 놀랄 이유는 없었다.
마검사부터 마창사까지.
예로부터 마법과 무예를 함께 다루는 이들은 존재해 왔었으니까.
셰그윈이 흠칫한 이유는 정도(正道)가 아닌 사도(私道)를 택해 ‘초월자’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하나를 파도 다다를 수 없는 게 경지다.’
보통은 전부를 잡으려다 전부를 놓쳐버린단 말이다.
아르카나 대륙에 널리 이름을 알린 마검사나 마창사가 존재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것은 분명한 사실. 그렇기에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호열과 사교장에서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그쯤에서 생각을 정리하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고 있습니까, 셰그윈 경!”
감히, 누가 누구더러 소리를 지른단 말이냐?
셰그윈은 순간, 살기를 자제하지 못했다.
그러자 즉시, 소란스럽던 자리가 조용해졌다.
“……컥!!”
제후들 중에서도 검이라고는 잡아본 적이 없는 몇몇. 그 탓에 단련되지 못한 육체를 가지고 있던 이들이 거품을 물고 졸도해 버렸다.
남은 이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셰그윈 경. 이게 무, 무슨 짓입니까?”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지만 그게 고작이었다.
셰그윈은 말없이 쾌검, 아틀라스 소드를 만지작거렸다.
웅우웅─
그러자 자리에 울리는 진동.
식은땀을 흘리던 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젠 제대로 된 말조차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억으억.”
이것이 바로 초월자, 자신의 존재감이거늘.
이것이 정상적인 반응이거늘.
이내, 초토화가 된 자리를 보고 셰그윈은 정신을 차렸다.
‘이런…….’
나는 무슨 짓을 한 거지?
“허억허억.”
수많은 제후들 중.
오직 유미르 공작만이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셰그윈이 그에게 말했다.
“유미르, 나를 노여워하지 말게.”
“그게 무슨……?”
“그대들도 훗날 이해하게 될 날이 올 테니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호열의 무력에 대해 설명을 해봤자 이해하지 못하고, 억지를 부릴 게 뻔할 터. 셰그윈은 말을 아꼈다.
모두 기절한 마당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
셰그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안토니움 원정은 없던 일로 하지.”
“……!”
유미르 공작이 눈을 부릅떴다.
셰그윈의 뒤통수에 소리쳤다.
“마스터 셰그윈!”
“?”
“누구 마음대로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인가!”
안토니움 원정을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겠다고?
유미르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셰그윈, 나는 그대의 말만 믿고 영지의 백성조차 외면했네. 대를 위해선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끊임없이 되뇌며 이곳까지 버텨왔다는 말이야!”
“그래서.”
“그래서라니? 내가 묻지 않았는가?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냐고! 많은 것이 필요하지도 않지 않았나? 그대가 나섰다면, 아니 퇴각하지만 않았어도 안토니움은 진작……!”
그대가 나섰다면.
그 말대로 내가 나섰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셰그윈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니, 달라지는 건 없다.
누구보다 셰그윈,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다.
호열과 마주쳤던 그 순간.
-“어째서 그대에게 추악한 악마의 냄새가 나는 것인가?”
두근두근두근.
지금 이 순간, 유미르의 심장처럼.
자신의 심장은 격하게 뛰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검성의 재능을 갖고 태어난 셰그윈으로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 공포였다.
셰그윈의 입꼬리가 비틀어졌다.
“유미르. 부디 닥쳐줬으면 좋겠군.”
“닥치라니, 그런 언동은 삼가……!”
슥─
말이 끝나기도 전에 쾌검이 발도했다.
주륵─
유미르의 목덜미에 실선이 그어졌다.
“으, 으아아아악!!”
유미르가 다급히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아, 아직 살아있다?
목이 베였는데, 어떻게?
휙─
셰그윈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나의 오판을 고려해 상처 하나로 넘어가겠네.”
“……!”
유미르는 그제야 목에 그어진 상처가 얼마나 얕은지 알아차렸다.
기껏해야 쓰라릴 정도.
그렇기에 더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실력을 갖췄으면서 어찌!”
유미르는 울먹거렸다.
그가 피 묻은 양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 입에서 간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스터 셰그윈. 아니, 검성이시여!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저는 이대로 영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대로는 악마에 짓밟힌 백성과 마주할 면목이 없습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애원이었다.
그러나 셰그윈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아니, 그의 얼굴은 더욱더 차갑게 굳어갔다.
“웃기지도 않잖아, 유미르.”
“어찌 그런 말씀을!”
“빌어먹을 가식은 집어치워.”
콱!
“컥.”
셰그윈이 유미르의 머리채를 쥐고 들어 올렸다.
“외면한 시점에서 너는 악마와 다를 것 없다. 알고 있잖아? 그렇게 소중한 너의 백성이 어떻게 죽어나갔는지를.”
“……마스터 셰그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너는 나와 공범이다.”
그랬다.
-“그 젊음과 무엇을 맞바꾼 것인가?”
타인의 목숨을.
백성의 목숨을.
나의 목숨과 맞바꾸었다.
-“검성. 아니, 악마보다 추악한 칼잡이여.”
그 말이 더없이 옳구나.
인간으로 태어나 그런 만행을 저지른 시점에서 나는 악마보다 추악하다 불려도 반박할 수 없겠지.
그러나 착각하지 마라.
셰그윈의 동공이 검게 물들었다.
“위선자 유미르, 너도 나와 다를 것 없다는 말이다.”
퍽!
셰그윈이 유미르를 내동댕이쳤다.
그러고는 고요한 장내를 바라봤다.
소란에 진작 정신을 차렸을 터.
그럼에도 쥐새끼들 마냥 숨죽이고 있는 이들을 향해 선언했다.
“마음이 바뀌었다.”
“……?”
“후환은 남기지 않는 편이 좋겠지.”
“……!!!”
무어라 반응할 새도 없었다.
쾌검이 난무했다.
한 박자 늦게 피 분수가 솟구쳤다.
철컥─
이내, 검을 거둔 셰그윈은 참상을 바라봤다.
자신의 잔혹함에 경악해야만 했거늘.
어째서인가.
조금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
육체에선 활력이 들끓고 있었다.
마치 자리에 가득한 피와 공포가 전설 속의 영약이 된 것처럼.
셰그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역시, 피 냄새가 비리지 않았다.
마치 잘익은 포도주처럼 향긋하게 느껴졌다.
셰그윈이 입을 열었다.
“다시 생각해도 그대의 말이 옳다.”
나는 악마.
그보다 더 추한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후회하지 않겠다.
강해질 수 있다면.
이보다 추한 존재가 되어도 상관없으니까.
나는 틀린 길을 선택한 게 아니다.
그러나 셰그윈의 황홀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환골탈태를 겪고도 나는 공포를 느꼈단 말인가.’
그저 사내와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
정말로 가늠조차 되지 않는 격의 차이다.
빠득, 셰그윈은 이를 악물었다.
“나는 더욱 강해지겠다. 네 녀석을 베기 위해서라도.”
*
으으, 더없이 나약하다.
더없이 하찮다, 호열아.
이래서 셰그윈을 쓰러트릴 수 있겠냐고!!
─나약해진 육체를 단련하라. (반복) ▲
●45KM 달리기 (성공)
●팔굽혀펴기 3,700회 (진행 중)
●턱걸이 2,200회 (성공)
●버피 테스트 1,400회 (성공)
유스라 왕국 집무실.
툭─
나는 번쩍거리는 금철봉에서 내려왔다.
젠장, 팔뚝에 감각이 없다.
허나 엄살을 떨 새도 없이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무래도 미관을 심히 해치는군.”
이내, 『반전 마법』 발현.
철봉이 원래의 금제 장식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유스라 왕국에 흔한 게 금덩이라고 하더라도.
순금으로 만든 철봉에서 턱걸이라니.
‘난 진짜 떨려서 엄두도 못 낸다.’
청렴결백을 떠나서 간이 얼마나 큰 거냐, 그랑펠.
그나마 다행인 건.
[첫 세계수의 축복]이 발동 중이라는 것이었다.
무감각하던 팔뚝이 빠르게 활력을 되찾아 갔다.
“역시나 가뿐하다.”
생명력 재생 효과가 아니었으면 진작 몸살로 앓아누웠을 거면서 큰소리는 잘 치는구나, 그랑펠. 서클의 족쇄를 풀어냈건만, 나의 일과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클래스 퀘스트에 시달리다가.
영약 밭에 물을 줬다가.
유스라 왕국 업무를 살폈다가.
마지막으로 성전 회의에 참석.
‘그냥 수석 업무만 빠진 거지.’
게다가 그랑펠의 긍지가 땡땡이를 용납할 리 있나. 곧 마르셀로에게 떠맡긴 수석의 업무를 되찾으러 마탑에 성실하게 복귀하고 말겠지.
그런 의미에서 남은 며칠이 내겐 더없이 소중했다!
그래서 서둘러 탐험가 연맹장 파비앙에게 편지를 보내 [지옥의 횃불]의 대여를 요청했던 거고, 탐험가 연맹이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여 이렇게 인벤토리에 [지옥의 횃불]을 챙겼단 것이다.
[지옥의 횃불]
[등급 : 유니크]
[제한 : 없음]
[효과 : 지옥의 불의 효과와 동일하다.]
[설명 : 지옥의 불로 타오르는 횃불. 아득히 먼 옛날 낭만을 좇던 탐험가, 로렌츠크가 남겼다는 탐험가 연맹의 보물이다.]
파비앙은 횃불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연맹의 마도구가 총대장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니 기쁘군요.”
그놈의 총대장님 호칭은 진짜…….
하여튼, 기쁘기는 빌리는 내가 더 기쁘고 고맙지.
막말로 [지옥의 횃불]이 없었다고 생각해 보자.
지옥의 문이 닫힌 순간, 악크샨과의 교류는 끊긴 것이나 다름없었겠지. 나는 지옥의 문을 여는 법은커녕 그 위치도 알지 못했으니까.
간신히 획득했던 클래스 고유 스킬.
[악크샨의 유지]가 계륵이 될 뻔했다는 소리다.
나는 횃불의 설명을 읽다가 읊조렸다.
“로렌츠크, 그대의 긍지가 횃불로 이어졌군.”
……그냥 감사하다고 하면 될걸.
왜 결론이 항상 긍지로 귀결되는 거냐, 그랑펠.
어쨌거나 나는 지체하지 않았다.
곧장 인벤토리에서 횃불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입을 [악크샨의 유지]를 발동했다.
“응답하라, 악크샨이여.”
스킬이나 마법을 사용할 때 입으로 지껄일 필요는 없었거늘…….
그냥 선배님들에 향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자.
[악크샨과의 관계도, 영향력이 효과에 적용됩니다.]
[악크샨 악마 사냥꾼이 당신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화르륵!
떠오르는 메시지.
그와 동시에 거세게 일렁이는 지옥의 횃불.
그나저나 과연 악크샨이었다.
‘그때보다 관계도, 영향력은 상승했을 텐데.’
상위 마왕, 가미긴 앞에서는 관계도고 나발이고 우르르─ 나타났던 악마 사냥꾼들이었거늘.
지금은 달랑 한 명이었다.
그래도 한 명이 어디냐?
그 불친절한 성격들을 떠올리면.
이것조차 감사해야 한다.
그나저나…….
신체에 달라붙는 검은 복장.
깊게 눌러쓴 후드.
거기에 전신에 주렁주렁 매달린 무기들까지.
그래, 내가 저 모습에 혹해서 넘어갔었지!
근데, 다 크고 나서 보니까 저것만큼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복장도 없다.
아니, 격식에 죽고 못 사는 내가 할 말은 아닌데. 저건 나와는 다른 의미로 과하잖아?
‘움직이다가 자기 무기에 자기가 찔리겠는데?!’
허나, 그건 언제까지나 나의 속마음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악크샨 선배님의 심기를 거슬러서 좋을 게 없었다.
나는 알아내고, 배워야만 하는 처지였으니까.
그 방대한 그릇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감히 장담할 수 있었다.
아르카나에 수많은 클래스가 있다고 해도 평타로 900레벨 네임드 몬스터를 일격에 처치할 수 있는 클래스? 악마 사냥꾼 말고는 존재하지 않으리라고.
처음엔 마냥 스탯이 높아서 그런 거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게 말이 되냐고.
왜, 지금만 하더라도 체력 단련 클래스 퀘스트의 목표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나의 비루한 스탯까지 고려했을 때는…….
[능력치]
근력 : 112 / 민첩 : 124 / 마력 : 512 / 행운 : 12 / 심미 : 中
지금도 얼마나 벅찬 목표인지 알 수 있다. 900레벨 네임드 몬스터를 평타로 잡으려면 적어도 근력과 민첩이 900 언저리는 되어야 할 테니까.
그걸 훈련량으로 환산하면…….
도저히 소화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니까?
하루가 뭐냐.
일주일 전부를 체력 단련 퀘스트에 투자해도.
목표 하나조차 달성하기 힘들겠지.
그러니까 나는 당사자들에게 물을 생각이었다.
그 스탯의, 거대한 그릇의 비결이 대체 무엇인지를!
“…….”
그런데 어째 시작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슥─
집무실을 둘러보던 악마 사냥꾼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악마 사냥꾼이라서 짐작할 수 있었다.
저 양반, 저거 악마가 없어서 실망한 게 분명했다.
‘진짜 한결같다, 악크샨.’
악마 사냥꾼끼리 과한 친목 금지.
과연, 지옥에 떨어져서도 규율을 지키려는 건가.
“유감스럽게도 이곳에 악마는 없다.”
나의 말에도.
“…….”
대답은커녕 듣는 기색조차 없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서 갑자기 뭐 하는 건데?
다짜고짜 바닥에 엎드려서는.
잠깐, 팔굽혀펴기를 한다고?!
“그런가, 대화는 필요 없다는 말이로군.”
남의 집무실에서 체력 단련이라니.
저런 무례를 납득하지 마라, 그랑펠.
나는 이런 걸 원한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나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후우─”
나는 애써 불러낸 악마 사냥꾼과 함께 체력 단련 퀘스트를 수행하고 말았으니. 육체가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설마, 진짜로, 에이, 정말로?’
그냥 무작정 단련으로 스탯을 키운 게 맞아?!
진짜 뭐, 이딴 클래스가 다 있어!!
억울해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거늘.
그랑펠의 경쟁심에 불이 붙고 말았다.
나는 쉴 새 없이 팔굽혀펴기를 실시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목표는 진작 달성했거늘.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어째서냐고?
선배…….
아니, 선배도 아니다.
저 무례한 악마 사냥꾼이 멈추지 않았으니까.
꾸역꾸역 입을 열어 본다.
“……비로소 무언가를 해내는 것 같군.”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허세 부리지 마라, 그랑펠.
말 그대로 악으로 깡으로 팔을 굽히던 때였다.
순간, 눈앞이 핑그르르─ 돌았다.
그렇게 육체를 혹사하더니.
나, 드디어 기절하는구나.
그래도 기절한 덕분에 쉴 수 있겠구나, 기대했는데.
아니었다.
떠오른 건 메시지였으니까.
[한계를 초월한 단련으로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잠깐……?
찾았다.
악마 사냥꾼, 그 초월적인 스탯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