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152화 (84/489)

◈ 152화. 눈물의 씨앗 (3)

남태민이 보내온 문자.

[던전 공략 핵심은 던전 심층부 위치를 특정하는 것.

해당 균열, 던전 심층부의 위치는 첼시 브릿지 인근.

AAU 런던 지부일 확률이 매우 높음.]

그런가.

AAU 측에서도 무언가 알아차린 모양이다.

물론, 나도 [천적관계]를 통해 던전 심층부의 위치를 어림짐작한 상태이긴 했지만 말이야.

“……대격변 이후엔 AAU 런던 지부로 첼시 브릿지 로드의 상징이 바뀌었죠.”

낯설다, 런던의 지리.

슈레이그의 가이드가 없었다면 지도 앱을 켜고 길을 찾아 나섰어야 했을지도 모르겠군. 물론, 번거롭다고 포탈을 발현하는 것도 부담된다.

‘해당 좌표에 뭐가 있을 줄 알고.’

되려 포탈이 함정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뜻.

더군다나 이번 던전 균열의 함정은 비와 관련되어 있지 않았던가?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었다.

지금도 충분히 찝찝하단 말이다.

더 이상의 강제 샤워는 사절이다.

“그나저나 보고도 믿기지 않습니다.”

슈레이그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빈말은 아닌 것 같은데.

뭘 보고 저러나 싶어서.

나 또한 슈레이그의 시선을 따라 주위를 살폈다.

비가 그친 런던.

거리에는 아쿠아리우 떡갈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고작해야 십여 분.

거목으로 자라나기엔 턱없이 부족한 찰나의 시간이었건만.

과연, 세계수의 씨앗을 발아시켰던 하이엘의 축복 효과다.

뿌리는 단단하며 줄기는 올곧게 뻗어있다.

그 위로 풍성하게 뻗어난 가지.

가지 끄트머리마다 찬란한 새싹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지나치게 화려하잖아.

[정순한 지식의 오망성].

내 지식 속 아쿠아리우 떡갈나무는 절대 저렇지 않았는데.

그 이유야 짐작할 수 있다.

하이엘의 영향이겠지.

젠장, 입맛이 쓰다.

‘내가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었어.’

[심미] 스탯을 더한 나의 『마법』을 보는 것 같은 이 기분!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던가?

미안하다, 하이엘.

내가 바라보자 하이엘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숭고하심이 제게도 영향을 끼친 모양입니다.”

그래, 다 내 영향이 맞다.

내가 안 좋은 물을 들여서 미안하다, 하이엘.

……그런데, 잠깐만 [숭고]라고?

마냥 흘려들을 수 없는 단어였다.

그야 [숭고]는 내가 아르카나 대륙에서 새롭게 획득한 칭호였으니까.

나는 상태창을 열어 다시금 [숭고]의 효과를 확인했다.

[숭고 : 숭고한 자여, 아르카나 대륙이 그대를 기억하고 있다.]

그랬다.

길고 구체적이었던 [최후의 모험가] 효과와는 정반대.

달랑 한 줄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

한 줄짜리 효과에도 뭔가 굉장히 있어 보였거든.

‘아르카나 대륙이 나를 기억하고 있다잖아.’

청렴결백에 영향을 받은 건지, 뭔지 알 순 없어도.

수백만 악마에게 달려든 나의 사투를, 시스템이 모른 척하지 않았단 뜻이었으니까. 게다가 그 사투를 통해 획득했던 이득들이 몇 개던가?

제일 중요한 마르셀로의 시한부 저주 해주부터.

[마안(魔眼)의 망원경].

사망 페널티를 무시할 정도로 엄청난 경험치까지.

그랬기에 칭호의 애매한 효과 정도야.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었거늘.

기대가 없었기에 당첨의 기쁨이 더욱더 큰 걸까.

‘……아무래도 뭔가 있다, 이거.’

말만 그럴싸한 게 아니라 [숭고]엔 명시되지 않은 추가적인 효과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랑펠의 문무(文武) 재능으로도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그렇군. 고생했구나, 하이엘.”

벅찬 속내와 다르게 담담하게 내뱉는 말.

스륵─

하이엘이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직 턱없이 부족한 제게 과찬이십니다.”

물론, 계속해서 사이좋게 수다를 떨 여유는 없었다.

점차 가까워지는 던전의 심층부, AAU 영국 지부.

문득, 슈레이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적입니다. 숫자는 대략 다섯!”

슈레이그, 402레벨.

지금이야 남태민을 비롯한 다른 최상위 플레이어들과 그 레벨이 엇비슷했다만. 그는 한때 스칼, 록스와 더불어 세 손가락에 꼽히던 플레이어 중 하나.

철컥─

갑작스러운 적의 등장에도 침착한 태도가 그 증거겠지.

슈레이그의 클래스는 나도 익히 알고 있다.

내가 각성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많지 않은 플레이어 중 하나였거든, 슈레이그는. 알고 있던 이유? 간단하다. 그야 굉장히 멋있었으니까.

검사 계열 클래스, 펜서.

과연, 신사의 나라 신사다운 자태.

슈레이그가 무기를 꺼내 들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마치 커다란 바늘 같은 그의 무기는 플뢰레.

찌르기에 특화된 자검(刺劍).

“재커리, 들려? 상황은 어때? 시민들은?”

전투에 집중하면서도 쓰러진 시민들의 안전 또한 잊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그랑펠의 긍지가 흡족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아직 몬스터들이 출현하진 않았다고? 그래, 다행이네. 그럼 지금부터 대열 갖추고 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아무래도 던전 심층부부터 몬스터가 출현하고 있는 것 같거든.”

상황을 파악하고 전달하는 슈레이그.

나는 그의 곁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앞을 바라봤다.

‘정확히 다섯.’

외형은 물을 가득 채운 마네킹이라고 설명하면 되려나.

물 인간 다섯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상황 파악 끝.

통화를 끝낸 슈레이그가 내게 말했다.

“추가 패치 내역에 따르면 녀석들의 이름은 우울한 도시의 망령. 그 레벨은 600에서 650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감입니다만…….”

빠득─

슈레이그가 이를 갈았다.

“망령이라면 놈들에게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이름을 떠나서.

칼로 물 베기라는 옛말이 괜히 있겠는가?

딱 봐도 물리적인 공격은 먹히지 않게 생겼군.

부들부들─

검을 굳게 잡은 슈레이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저건 분노였다.

런던, 자신의 고향을 이 지경으로 만든 녀석들이 눈앞에 나타났거늘.

“빌어먹을.”

자신의 검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데에 화가 나는 거겠지.

그 심정은 백분 이해한다.

그런데 심정을 짐작할 수 있으면서도.

내가 ‘어느 정도’만 공감한다 말한 데엔 이유가 있단 말이다.

나는 입을 열었다.

“장담할 수 있는가?”

“……네?”

“정말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가?”

“그, 그건.”

슈레이그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나 또한 옛날 같았으면 괜한 소리를 했다고.

또 어떤 오글거리는 말을 지껄이려고 이러느냐고.

속으로 신세 한탄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죽었다 살아나면서 깨달은 게 있거든.

‘결국, 플레이어들의 힘이 필요하다.’

아르카나 대륙에서라면 몰라도.

현실의 나는 수백만의 악마를 상대할 수 없었으니까.

결국, 플레이어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것도 긍지는 기본.

뛰어난 실력까지 갖춘 플레이어들의 협조가.

그러니까 똑똑히 봐라, 슈레이그.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전투 자세를 잡았다.

그런 내가 손에 쥔 건 다름 아닌 검은색 장우산.

“……!”

나는 놀란 슈레이그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그대가 할 일은 간단하다. 지켜보는 것.”

그러고는 검기를.

아니, 검강을 장우산에 집중시켰다.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검기를 목격하는 것이다.”

“……거, 검기라뇨?!”

검기(劍氣).

다루기 이전에 목격하는 데만도 높은 자격을 요구하는 경지.

그러나 검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검사의 전투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나는 하르콘과 예시카, 에노크와 같은 검기 사용자들에게서 레벨 이상의 강함을 목격했었으니까.

당연하게도.

그런 검기를 두른 검은.

설령, 검이 아닌 우산에 불과할지라도.

망령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검기라니.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는 위험하십니다. 더군다나 그런 우산으로는……!”

허나, 그 사실을 슈레이그가 알 순 없었으니.

경악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가만히 지켜보라고 했잖아.

‘한 번 보는 게 이해가 빠를 테니까.’

달려드는 다섯의 망령.

나는 놈들을 향해 우산을 겨눴다.

우산을 휘감고 오르는 은빛의 기백.

스아악!

단호한 일격.

그와 동시에 무너지는 망령들.

슈레이그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뭐야, 이게?”

그와 다르게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우산으로 몬스터를 쓰러트렸다고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600레벨짜리 몬스터 다섯 마리를 일격에 처치.

500레벨에 육박한 레벨, 그것도 모자라 발동된 [천적관계] 때문인가.

그게 아니라면 아르카나 대륙, 수백만의 악마들 사이에서 사투를 벌인 경험 때문인가.

녀석들만으론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진짜 많이 컸다, 이호열.’

내가 괜히 던전 균열에 혼자 진입한 게 아니란 말이다.

.

.

.

플레이어, 이호열.

추정 레벨, 최소 900레벨.

그의 강함은 익히 짐작하고 있었다.

슈레이그, 그에겐 아르카나의 상식이 있었으니까.

과거 플레이어 랭킹 3위까지 올라봤다는 건.

현재 다른 랭커들이 느끼고 있는 고충이나 감정들을 슈레이그는 보다 먼저 경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이호열, 저 사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주력 공격 수단은 마법.

허나, 검을 쥐어도 놀라지는 않았으리라.

그가 검을 다루는 모습이야 매스컴을 통해 접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섰다.

우산이라니.

우산으로 600레벨짜리 몬스터를 다섯이나 쓰러트리다니!

슈레이그는 주먹을 쥐었다.

‘……이게 수준의 차이인가.’

격차.

이호열과의 격차만을 느끼는 게 아니었다. 현재 자신이 들먹일 수 있는 건 과거의 영광밖에 없었으니까.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진작 한계에 부딪힌 거겠지.’

정확히는 클래스, 펜서의 한계에 말이야.

현실, 직업에 귀천은 없을지라도.

아르카나의 클래스엔 귀천이 존재한다.

가장 최상위에 위치하는 게 귀하디귀한 히든 클래스.

히든 클래스의 전직자로는 스칼이나 제시 하인네스가 있겠지.

그들의 강함, 잠재력은 말로 설명하면 입만 아플 정도였다.

그 아래로는 바바리안, 힐러 같은 인기 클래스가 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선택하는 만큼 성능 또한 뒷받침되는 클래스들.

만약, 운 좋게 클래스 퀘스트라도 수행하게 된다면.

히든 클래스에 버금가는, 아니 아예 히든 클래스로 전직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저 밑바닥에는 자신과 같은 비인기 클래스가 있다.

슈레이그는 장담할 수 있었다.

펜서는 겉만 그럴싸한 쓰레기 클래스라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이따위 클래스는 선택도 하지 않았겠지.

기본적으로 검을 다루는 검사였으니.

공격력은 [근력] 스탯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거늘. 적의 약점을 노려야 하는 펜서에겐 턱없이 높은 [민첩] 스탯이 요구됐다.

근력과 민첩을 동시에 투자해야 하는 클래스라니.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나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위력이다.’

젠장.

슈레이그는 자신의 플뢰레를 바라봤다.

결국, 걸림돌이 되는 건 공격의 위력이었다.

찌르기에 의존하는 공격 방식엔 취약점이 많았으니까.

‘대체 클래스가 뭐지?’

마탑의 수석.

한없이 깊은 어둠.

악룡 사냥꾼.

호칭으로는 짐작할 수 없었다.

마법.

검술.

……그리고 우산 격투.

지켜보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슈레이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나로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야.’

사실 주제 파악은 유스라 왕국 때부터 끝마쳤다.

그래서 낙심은 없을 줄 알았는데…….

슈레이그는 분했다.

“……결국, 나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건가.”

런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오늘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거닐던 거리가 비 안개 파묻혔다.

런던의 가족들이, 동료가, 시민이 위기에 빠졌거늘.

자신의 손으로는, 능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원망스러웠다.

“무능하잖아.”

슈레이그가 고개를 떨구던 순간이었다.

“집중하고 있나, 슈레이그?”

……호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슈레이그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목소리와 같이 한결같은 자세.

우산을 검처럼 쥔 호열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대는 검기를 목격해야만 하네.”

검기라니.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슈레이그는 스쳐 지나간 호열의 말을 떠올렸다.

-“지금부터 그대가 할 일은 간단하다. 지켜보는 것.”

-“정확히는 검기를 목격하는 것이다.”

과대평가다.

아무래도 나에 대해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슈레이그가 울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검기라니. 알고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다른 검사 클래스 플레이어들과 다릅니다! 더럽게 약하고 한계조차 뚜렷한 빌어먹을 펜서가 제 클래스니까요. 검기라는 걸 알지도 못하지만, 그런 걸 제게 기대하시는 건……!”

“알고 있다.”

“……네?”

무엇을 안다는 거지?

펜서라는 나의 클래스를 안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내 한계를 안다는 것인가.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호열은 말을 이었다.

“그러나 상관없다.”

“……?”

“스스로를 믿어라. 설령, 그럴 용기가 없다면.”

더없이 진지한 음성으로.

“그대를 믿는 나를 믿어라.”

.

.

.

알고 있다니까?

슈레이그, 그쪽은 내가 각성하기 전부터 알았던 몇 안 되는 플레이어였으니까. 게다가 뭐? 펜서가 더럽게 약하고, 한계가 뚜렷하다고?

이거 마음 같아선 악마 사냥꾼 일일체험을 시켜주고 싶은데.

‘지금이야 많이 큰 덕분에 티가 덜 나지만 말이야.’

막 각성했을 무렵엔 내 레벨보다 한참 낮은 놀을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단 말씀이시다.

장담하는데 아무리 펜서가 애매한 클래스라고 하더라도 악마 사냥꾼을 따라올 순 없을걸?

세상에 스탯 포인트를 [근력], [민첩], [마력], [행운]에 동시에 투자하는 클래스가 또 어디에 있겠냐고.

그러니까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대를 믿는 나를 믿어라.”

내가 장담한다.

아르카나에서 랭킹 3위라는 건 재능이 없다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위치라고.

그러니까 고개를 들고 똑똑히 봐라, 슈레이그. 검기를 목격하고, 실체를 깨달아야만 하니까.

“그 손으로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다면.”

앞으로 닥쳐올 악마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내가 그랑펠의 화법으로 뱉어내기 무섭게.

다시금 [우울한 도시의 망령]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그 숫자가 상당히 많은데?

잡았던 폼이 무색할 정도로 많잖아, 저거. 나 혼자였다면 우산을 들고 천천히 상대하겠다만, 기절한 시민들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교육보다는 구조가 우선순위.

내가 마력을 끌어올리려던 순간이었다.

“!”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숭고한 자여. 그대의 숭고함이 작은 변화를 이끌었다.]

……내가 작은 변화를 이끌었다고?

뭔 변화?

그전에 숭고한 자라는 호칭은 좀 과하지 않나?

생각하던 와중.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칠게 떨리는 슈레이그의 목소리가.

“이, 이호열 플레이어님. 그 우산에 일렁거리는 은빛! 그 아지랑이 같은 게 설마 말씀하셨던 검기(劍氣)라는 겁니까? 잠깐만요, 그 전에 혹시 [숭고]가 뭔지 알고 계십니까? 방금 제게 어떤 메시지가……!”

검기를 목격했구나, 슈레이그.

그런데, 덕분에 나 또한 깨달았다.

칭호, [숭고]에 숨겨진 효과가 이런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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