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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151화 (83/489)

◈ 151화. 눈물의 씨앗 (2)

그랑펠의 철면피가 멘탈 관리엔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게 아니었다면 적잖이 놀랐을 것 같았거든.

[던전], 마음의 준비는 했어도 시작부터 지랄 맞구나 하고.

‘과연, 소문대로야.’

함정이란 걸 알아차릴 새도 없었다.

아니, 함정을 건드릴 새도 없었다는 게 맞는 말이려나?

나와 슈레이그를 포함해서 플레이어들이 한 일이라고는 비 안갯속으로 몇 걸음을 내디딘 게 전부였으니까. 그렇다면 생각해 볼 가능성은 한 가지다.

슈레이그가 머리 위의 런던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함정을 돌파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건가.”

뭐, 놀라긴 했어도 어이없어하는 눈치는 아니군.

던전이라면 있을 법도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과연, 경험자답다.

그런 의미에선 다행이었다.

“슈레이그.”

“네, 듣고 있습니다.”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그대가 보기엔 어떠한가?”

나야 뭐, 틀린 그림 찾기를 할 정도로.

런던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으니까.

끄덕─

슈레이그가 곧장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씀드린 것처럼 똑같습니다. 저쪽 런던에 시민들이 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죠. 그리고 알아차리신 것처럼, 함정에 빠졌단 말씀도 맞는 것 같습니다.”

슈레이그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저쪽이든, 이쪽이든. 누군가는 말입니다.”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단계라 생각하는 거겠지.

이내, 슈레이그가 길드원들에게 지시했다.

“탐험가들은 함정 구조 파악을 시작한다!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해 탐험가들을 보호하도록.”

과연, 세계구급의 길드 세컨드 썬이다. 탐험가 연맹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육성해 낸 탐험가 클래스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거겠지.

다만.

“미치겠네. 뭐, 이딴 함정이 다 있냐?”

적정 레벨 최소 600, 최대 900레벨 던전 균열.

‘탐험가들이 부족한 게 아니야.’

탐험가 연맹장, 파비앙이 와도 이런 함정을 단시간 내에 간파하기는 힘들걸.

그러나 말했듯 걱정할 건 없다.

나는 맞은편 런던에서 날갯짓하는 하이엘을 바라봤다.

“맞부딪힐 때가 있다면 유연하게 흘려낼 때도 있는 법.”

쏴아아아─!

어째 내뱉어지는 투가 상당히 거창했지만.

누군가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그저 쏟아지는 비를 식물의 양분으로 쓰겠다는 뜻이었다.

‘제발, 이런 혼잣말은 빗소리에 파묻혔으면 좋겠다…….’

속으로 간절히 빌었거늘.

“……네? 혹시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기어코 슈레이그가 듣고야 말았다.

빌어먹을 격식.

정중한 물음엔 또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켜보게나, 슈레이그. 곧 알게 될 테니까.”

“……?”

나의 시선을 쫓아서 슈레이그의 눈동자가 따라 움직였다.

하이엘의 존재감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

알아차린 슈레이그가 당황해서 더듬거렸다.

“하이엘? 저건 이호열 플레이어 님의 계약 정령 아닙니까? 설마……! 정령 소환을 통해서 함정의 존재를 간파하신 겁니까? 역시, 대단하십……! 잠깐, 저건?”

하늘에 비친 또 하나의 런던.

그런 하늘에서 뻗어져 오는 무언가.

무언가는 ‘뿌리’였다.

그래, 물을 양분으로 삼는 식물의 뿌리.

[정순한 지식의 오망성]이 또 도움이 되는구나.

아이템의 효과 덕분이었거늘.

나는 원래부터 알고 있었단 사람처럼 뻔뻔하게 말했다.

“그대들은 아르카나 대륙의 여름을 기억하고 있는가?”

일동 침묵─

갑자기 웬 추억팔이인가?

어리둥절한 눈치들이시다.

내 장단에 맞춰준 건 역시나 슈레이그뿐이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헤시야스 같은 남부 지역의 여름은 정말 판타지스러웠죠. 한번 비가 내리면, 정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비가 그치지 않았으니까요. 딱 지금처럼.”

나의 입방정에 호응해 줘서 고맙다, 슈레이그.

마음 같아서는 칭찬 스티커 10장이라도 붙여주고 싶다.

왜냐면, 더없이 적절한 대답이었거든.

“정답이다, 슈레이그.”

“네, 정답이라니요?”

“그대들은 헤시야스가 물에 잠긴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아니요. 제 기억 속에서는 없습니다. 다들 어때?”

절레절레─

서로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젓는 플레이어들.

뜬금없이 아르카나 대륙의 여름도 모자라서.

남부 도시, 헤시야스의 이름을 꺼낸 이유가 뭐겠는가?

바로 저 뿌리가 헤시야스에서만 서식하는 식물.

‘아쿠아리우 떡갈나무’.

그 아쿠아리우 떡갈나무의 뿌리였으니까.

슈레이그는 찰나의 순간, 고뇌하고 있었다.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이상하네요. 헤시야스가 고지대도 아니고, 제국 수도성처럼 배수 시스템이 갖춰지지도 않았을 텐데. 어떻게 물에 잠기지 않았던 거지?”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힘이다.”

[정순한 지식의 오망성].

효과를 통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쿠아리우 떡갈나무에 관한 지식. 그랬다. 아쿠아리우 떡갈나무는 한 그루, 한 그루가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양분으로 삼아 자라나는 식물이었으니까.

‘헤시야스에만 서식하는 이유가 있다는 거지.’

그만한 비가 내리는 곳은 제국에서도 헤시야스밖에 없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하이엘은 정말이지, 나의 분신이자 거울…….

아니, 계약 정령다웠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는구나, 하이엘.’

고유 정령으로 격이 상승하면서 {자연} 능력을 각성.

식물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하이엘이었다.

마력만 뒷받침된다면 식물을 자라나게 하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잠깐만, 슈레이그. 저게 뭐지?”

내 말을 곱씹고 있던 슈레이그가 길드원의 부름에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하늘에서 뻗어져 내려오는 아쿠아리우 떡갈나무의 뿌리를.

슈레이그가 설마 하며 나를 바라봤다.

“……설마, 말씀하신 자연의 힘이라는 게?!”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줬다.

또 한 번 써먹는 말, 백문불여일견.

지금은 백 마디 말보다 지켜보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울 거다.

보통 아쿠아리우 떡갈나무가 아니다.

무려 고유 정령.

하이엘의 축복을 받은 아쿠아리우 떡갈나무다.

게다가 양분이 되는 물은 차고도 넘치는 환경.

곧.

슈슈슉─

떡갈나무가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슈, 슈레이그! 나무! 갑자기 하늘에서 뿌리가, 나무가!!”

그나저나, 하이엘.

……누구 닮아서 너도 참 화려한 거 좋아하는구나?

간만에 허가된 {자연} 능력을 아주 마음껏 활용하고 있잖아. 마치 가로수라도 심는 것처럼. 런던 거리 곳곳에 뿌리를 내리는 아쿠아리우 떡갈나무.

‘아무리 [정순한 지식의 오망성] 덕분에 마력 효율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정도가 있지.’

이래서야 내 마력이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됐거늘.

……이상하다?

어째 마력 소모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마력 효율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보다시피 하이엘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마력을 쏟아붓다시피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저 정도면 나보다도 마력통이 큰 거 아닌가?

의문이 커져가던 찰나.

문득, 정령학 선임 페이얀 롯의 말이 떠올랐다.

-“수석님께서야 어련히 알고 계시겠지만, 고유 정령은 일반적인 계약 정령과 달라서요. ‘급’으로 분류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해야 할까요?”

역시, 고유 정령으로 거듭난 덕분인가?

하이엘이 나에게 종속되지 않는 고유의 마력통을 가지게 됐다면 모든 의문이 설명 가능했다. 잘 자라준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알아서 잘 성장해 줘서 고맙다, 하이엘.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린 채.

점차 몸집을 키워가는 아쿠아리우 떡갈나무들.

하나둘 새싹이 피어나기 시작한 순간.

드디어 변화가 찾아왔다.

“……뭐지?”

자욱하던 비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발목까지 차올랐던 빗물도 메말라 갔다.

그리고 아까부터 퍼붓던 빗줄기조차도.

쏴아아아…….

쏴아…….

뚝…….

뚝….

뚝.

“비, 비가 그쳤어요!”

완전히 잦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나와 플레이어들의 시야가 점멸했다.

강렬한 빛이 쏟아지기도 잠깐.

시야에 들어온 건 마찬가지로 런던의 전경.

그러나 확실히 달라진 게 있었다.

“……사, 사람이다! 시민들이야!”

“젠장,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깨워!”

“저기, 괜찮으십니까? 정신 좀 차려보세요!”

아직 의식을 되찾진 못한 것 같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런던 시민들과 조우했다.

나도 하이엘과 조우했다.

하이엘이 내게 고상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르심에 뒤늦게 응답하여 죄송합니다.”

우리 사이에 죄송할 게 뭐가 있니, 하이엘.

오히려 기특해서 칭찬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거늘.

그러나 상황파악은 언제나 중요했다.

나는 우선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구름뿐인가.

더 이상 또 다른 런던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다음에 하이엘에게 물었다.

“하이엘. 내가, 우리가 저들처럼 정신을 잃었던 건가?”

나의 물음에 하이엘이 대답했다.

“호열 님께서는 그저 꼿꼿하게 멈춰서 계셨습니다. 깨어나실 때까지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보내신 텔레파시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그건 환각이었나.

제대로 함정에 걸렸었구나.

이로써 확실해졌다.

[던전]은 정말 지랄 맞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곳이라는 게 말이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단순히 던전을 탓할 수만은 없었다.

‘적정 레벨을 떠나서.’

당장 하이엘이 아니었다면.

나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상태이상에 빠진 채 비에 잠겨 익사해 버렸을 테니까. 그래, 거기에선 던전의 특수성을 넘어서 악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나의 직감을 증명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킬, ‘천적관계’가 발동됩니다.]

악마도 모자라서.

던전까지 생성됐다고 투덜거렸던 나의 행동을 반성한다.

이거, 던전과 악마가 세트였다니.

현실은 내 생각보다 훨씬 시궁창이었군.

그러나 나와 마찬가지로 비 안갯속에 모습을 감춘 악마도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걸. 녀석이 현실에 숨어든 녀석이든, 아르카나 대륙에서 굴러먹던 녀석이든 말이야.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악크샨의 생존자이자 최후의 악마 사냥꾼.

내가 멀쩡히 살아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아쿠아리우 떡갈나무 덕분에 비가 그친 지금.

시야를 가리는 비 안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내게는 훤히 보인단 뜻이었다.

열등한 족속, 네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말이야.

나는 슈레이그에게 물었다.

“슈레이그, 길 안내를 마저 부탁해도 되겠나?”

“아, 넵! 물론입니다.”

“거리의 끝에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건물이 있는가?”

“상징이라면, 아무래도 첼시 브릿지 로드 인근에는…….”

*

모두가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상은 했다.

새롭게 생성되는 균열이 언제까지고 지금까지의 균열과 같으리란 법은 없었으니까. 최악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닥친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

AAU의 아포칼립스 선언도 그런 취지에서 발표된 것이었다.

그러나 런던 사태는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직격탄을 맞은 영국은 그야말로 혼돈에 빠진 상태였다.

기자 회견장.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사내는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우리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총리 관저 다우닝 가 10번지는 물론, 버킹엄 궁전의 왕실.

영국의 지도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들까지.

던전 균열, 비 안갯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당장 군대가 움직여도 모자란 상황이었거늘.

비 안개, 균열에 접근할 수 있는 건 오직 플레이어뿐.

당연하게도 영국의 길드, 세컨드 썬에게 세상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인가? 세컨드 썬의 길드 마스터, 슈레이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슈레이그가 왜 저러는 거죠?”

“설마, 적정 레벨을 보고 쫄았나?”

“아니, 이건 쫄았어도 안 그런 척해야 되는 상황 아니에요?”

“그전에 슈레이그 성격에 저럴 리가 없는데.”

“……잠깐만, 앵글이 좀 이상한데?”

겁을 먹은 게 아니라 상태이상이었다.

균열 인근에 내리는 비가 상태이상을 유발한다.

모두가 진실을 알게 되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야 장우산을 치켜든 사내, 호열이 모습을 드러내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까.

AAU 대한민국 지부.

세 사내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성현준은 호열의 등장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뭔가 감성을 자극하신다니까요? 검은색 장우산이라니!”

“우산이 그냥 우산이지.”

“……그게 뭔 감성인지 난 별로 알고 싶지 않다. 현준아.”

그나저나 윤수겸은 지부장, 박민재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쯤 긴급 소집으로 바쁘셔야 할 때 아니신가?

지부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도 모자랄 사건이었으니까.

박민재가 그 시선을 알아차렸다.

“왜 그렇게 봐?”

“아니, 여기에 계셔도 되는 건가 싶어서요.”

“지들 아쉬울 때만 찾는 것들. 뭐가 예쁘다고 만나주냐?”

이호열은 오늘도 자신을 증명했다.

자신을 둘러싼 정부.

세계의 견제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당당하게.

영웅처럼 영국에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하지만 나, 박민재의 그릇은 그렇게 넓지 않거든.

“괘씸해서라도 안 간다, 내가.”

AAU.

하나의 기관으로 묶여있지만 사실상 지부마다 독립 기관이라 봐도 무방하다. 지부장 회의 몇 번 땡땡이 친다고 큰일 날 일은 없다는 말이다.

왜, 영국 지부장도 벌써 몇십 번씩이나 땡땡이를…….

“……!”

잠깐만.

박민재는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왜 하필 영국이지?

최근 교류가 뜸했던 AAU 런던 지부.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런던에 생성된 [던전] 균열.

이게 정말 순수한 우연일까?

“……젠장.”

박민재, 혼자의 머리로는 추측할 수가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알고 있는 게 있어야 머리라도 굴려보는 거지.

그러나 박민재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급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지부장님?”

물음에도 고개를 젓고는.

손가락으로 드문드문 자판을 두들겼다.

발신인은 이호열……. 이면 얼마나 좋을까.

‘번호를 알아야지. 원.’

그러니까 한 다리를 거쳐 갈 수밖에 없다.

발신인은 남태민으로.

전송된 메시지를 세 줄로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던전 공략 핵심은 던전 심층부 위치를 특정하는 것.

해당 균열, 던전 심층부의 위치는 첼시 브릿지 인근.

AAU 런던 지부일 확률이 매우 높음.]

.

.

.

“……AAU 측에서 뭔가 알아낸 건가?”

곧장 호열에게 메시지를 전달.

부디 도움이 되는 정보였으면 좋겠는데.

위이잉─

엥, 답장인가?

호열 씨가 벌써 메시지를 확인하셨다고?

어떻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는데…….

남태민이 긴장된 눈빛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하하하.”

그러고는 헛웃음을 뱉었다.

호열에게서 돌아온 답장은 이번에도 네 글자였다.

그러나 그 내용이 조금 달랐다.

-알고 있다.

“진짜 한없이 깊으셔서 그런가 예상을 할 수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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