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주제를 알아라
히사기의 뱀처럼 날카로운 눈이 동그래졌다.
다른 두 사람은 말할 것도 없겠지.
아뜨뜨─
남태민이 뜨뜻한 녹차에 혼쭐난 입을 두들겼다.
“아르카나 대륙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요? 저희가요?”
[마안(魔眼)의 망원경].
지금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남아있어서 기다려야겠지만, 못 볼 이유는 없었다.
만.통.지처럼 일회용 효과도 아니고 말이야. 무엇보다 여러 관점에서 아르카나 대륙을 바라볼 필요가 있었거든.
‘아르카나인이 아닌 플레이어의 관점으로.’
물론, 나부터가 플레이어긴 하다만.
내겐 10년이 훌쩍 넘는 공백기가 있었으니까.
아무리 현대문물, 인터넷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길 마련.
하지만 남태민을 비롯한 세 사람은 아니었다.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활동해 온 랭커들.
나보다 아르카나 대륙에 관한 지식이 해박한 게 당연하다. 그들의 관점으로 대륙을 본다면,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망원경을 꺼냈다.
쿨타임이라 그나마 눈은 감고 있었건만.
꿈틀대는 핏줄이 훤히 보여 역시 미관상 좋지 않았다.
“아이템이겠죠? 근데, 이런 아이템은 저도 처음 봐요.”
“……죄송합니다. 신경 써주셨는데. 윽.”
“뭔데? 히사기 씨, 당신 눈이 훨씬 무섭게 생겼어요.”
쏘아붙이는 남태민.
히사기가 입을 막았지만 나는 너그럽게 말했다.
“이해하네.”
그래, 이해할 수밖에 없겠지.
그랑펠의 심미적 관점에서도 수차례 불합격 통보를 받았던 망원경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레오니의 비위는 대단했다.
이런 걸 보고도 찻잔을 꽉 쥐고 있는 걸 보면.
‘녹차가 유럽 사람 입맛에도 맞나.’
하긴 그랑펠 입맛에도 맞는데 이상할 것도 없지.
어쨌든, 망원경이 다시 눈을 뜰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니까.
안부도 물을 겸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의 안부를 물어도 되겠는가?”
“아, 물론입니다!”
“저희보다 호열 상은 무탈하게 잘 지내셨습니까?”
“……저기요, 히사기 씨. 대화 중에 갑자기 끼어들지 마시고, 계속 입을 막고 계시는 게 어떨까요? 격식을 갖춰서 정중하게 여쭤봅니다.”
거대 연합이라.
셋 중 누구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참 대단한 결정이었다.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국가관계까지 얽혀있을 텐데.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연합한 세 길드였으니까.
“다들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더군.”
빈말이 아니라 레벨을 보면 알 수 있었다.
400레벨 대에 진입한 남태민과 히사기.
뒤처지던 레오니도 399레벨이었던가.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를 충당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꾸준하게 레벨이 상승한 걸 보면, 정말 쉴 새 없이 균열에서 사냥만 한 모양이었다.
남태민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거 또 호열 씨한테 칭찬을 들으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내 입장에선 칭찬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지.
가뜩이나 든든했던 아군들이 자기들끼리 힘을 합쳐서 더더욱 세력을 키워서 합류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째 말을 잇는 히사기의 뉘앙스가 심상치 않았다…….
“죄송하게도, 처음에는 호열 씨의 결정을 의심했습니다.”
……잠깐만, 결정?
뭔 결정?
내가 뭔가 결정을 내렸나?
당혹스러웠지만, 언제나처럼 내색은 없다.
흑역사에 시달리게 되면서 깨달은 사실 하나.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절반은 간다는 것.
‘……일단, 닥치고 있자.’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까 슬슬 이해가 된다.
……이거, 그러니까 거대 연합을 만든 게 ‘나’라는 거잖아?!
이게 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꿈보다 해몽이라고 해도 이건 정도가 심하잖아, 다들?
내가 그동안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긴 해왔다만.
어디까지나 그건.
‘그냥 입방정을 떨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포식자의 늪지대].
아니, [세계수의 비밀정원]에서부터 해몽은 시작된 모양.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가 원인 제공을 하긴 했군.
달칵─
심란한 마음엔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울이는 찻잔.
이내, 나는 입을 열었다.
“나의 갑작스런 결정에 고생들이 많았군.”
……진짜, 나란 놈!
한두 번도 아니지만, 경악스러울 정도로 뻔뻔하다.
그래, 뭐든 결과가 좋았으니까 다행이다 여기고 넘어가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우쭐대는 어깨 때문에 자괴감이 가시질 않는다.
“에이. 아닙니다, 호열 씨. 고생은요.”
“죄송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큰 뜻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안 싸웠어요. 얘네들만 시도 때도 없이 싸웠지.”
내 모진 말을 알아서 잘 걸러서 들어주다니.
세 사람에겐 더더욱 고마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결정을 더 이상 미룰 순 없겠지.
스르륵─
재사용 대기 시간 끝.
망원경이 다시금 눈을 떴다. 심미적 관점으로는 더욱 형편없어졌지만, 히사기는 입을 막지 않았다.
그도 중요한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거겠지.
“아이템의 이름은 마안의 망원경. 효과는 아르카나 하늘에 떠있는 마안과 시야를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마안을 통해서 아르카나 대륙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단 말이라네.”
“……마안(魔眼)이요?”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백문 불여일견.
나는 곧장 마안의 망원경 효과를 발동했다.
번뜩─
그러자 곧장 아르카나 대륙의 모습이 떠올랐다.
환상처럼 허공에 떠오른 풍경.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탄을 뱉었다.
“……와씨, 무슨 아이템 효과가?”
“과연, 괜히 에픽 등급 아이템이 아니라는 거군요.”
“와, 미친……?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대박.”
때마침 밤인가.
그렇다면 굳이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지.
당연하게도 감탄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아르카나 대륙의 참상을 목격할 수 있었으니까.
“설마, 저 하늘에 뜬 게 전부 마안이라는 건가요?”
“……잠깐, 멀쩡한 곳이 한 곳도 없잖아.”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효과 지속 시간은 단 10분.
10분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스르륵─
망원경의 눈꺼풀이 감기자 찾아온 침묵.
원탁회의 때와 똑같은 반응이다.
마찬가지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테니까.
다른 게 있다면 입장의 차이 정도일까.
‘고향도 뭣도 아니니까.’
플레이어와 아르카나인들의 입장은 달랐다.
아르카나 대륙이 멸망, 그다음이 현실의 차례라고 하더라도. 당장은 위협이 와 닿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그러니까 성전(聖戰) 참전에 부담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고맙지만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야 한다.’
고마운 이들이기에.
더욱 확실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
이내, 침묵 속에서 남태민이 입을 열었다.
그래, 어떤 대답이어도 괜찮다.
이제 와서 발을 뺀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단 말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약간 고독하긴 하겠다만…….’
그러나 들려온 대답은 인사였다.
“호열 씨, 저희에게도 진상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로서는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던 감사 인사.
.
.
.
남태민뿐만 아니었다.
히사기, 레오니, 세 사람에겐 한 차례 경험이 있었다.
이미 목숨을 걸었던 경험이 말이다.
긴급 업데이트.
동시다발적으로 생성됐던 [깨진 차원의 틈] 균열.
그 예상 적정 레벨이 대략 900레벨 근처가 아니었던가? 300레벨 대, 지금보다 능력도 뭣도 없던 시절에도 죽음을 각오했던 과거가 있단 뜻이었다.
물론, 정말 목숨을 걸진 못했었다.
‘누구’ 덕분에 마탑에서 포탈이 감촉같이 사라졌었으니까.
그러나 그날의 경험은 세 사람에게 깨달음을 줬다.
능력이 있어야 도움도 될 수 있다는 것.
능력이 없다면 단순한 민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러니까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호열 씨, 저희에게도 진상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태민은 입꼬리를 올렸다.
비로소 인정을 받은 것 같았으니까.
함께 나아갈 자격을 갖췄다는 인정.
다만, 무엇이든 확실하게 해야 한다.
[퀘스트 : 끝나지 않은 성전(聖戰)]
아르카나 대륙에서 현실로.
악마와의 성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쟁의 끝엔 보상도, 전리품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오직 긍지뿐.
스스로의 긍지를 증명하라.
─해당 지역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라. (진행 중)
퀘스트 목표처럼.
가치를 증명해 내야겠지.
히사기가 비장한 목소리로 운을 떼었다.
“반드시 가치를 증명해 내보겠습니다.”
끄덕끄덕─
레오니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차를 대접받은 순간.
목적은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했지만.
레오니는 알고 있었다.
‘또 혼자 떠맡을 게 뻔하니까. 그때처럼.’
각자의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어떤 시험이 됐든, 가치를 증명하고 말겠다고.
이내, 그런 세 사람에게 호열이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는 없네.”
“……?”
“그대들의 긍지를 내가 충분히 알았으니.”
그와 동시에 세 사람의 퀘스트창이 점멸했다.
─해당 지역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라. (성공)
……성공이라고?
뭘 했다고 성공이라는 거지.
당황한 세 사람에게 호열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나의 ‘권한’으로 증명 과정은 생략하도록 하지.”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기 전에 붙잡아 두자.
거대 연합이라는 전력은 너무나도 소중했으니까.
그런 호열의 속내가 얼굴에 드러날 일은 만무했으니.
“저 진짜 랭커 찍었을 때보다 더 성공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세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원로, 유그위드.
수석, 마르셀로.
그리고 스무 명의 선임 마법사 전원.
마탑의 수뇌부는 크리스탈 홀에서 회동을 가졌다.
원탁회의의 연장선은 아니었다.
숙련, 견습 마법사들에게 숨겨야만 하는 비밀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한 의견 교환의 장에 불과했으니까.
참석에도 의무는 없었거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뇌부 전원이 참석했다는 건.
드센 자존심을 가진 마탑의 고위 마법사들조차 타인의 생각을 듣지 않고는, 마땅한 답을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심정이란 뜻이었다.
“어떻게들 생각하나요?”
먼저 입을 연 건 연장자이자 원로, 유그위드였다.
그녀는 모인 이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럼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한 명이 빠졌을 뿐인데, 조용하군요.”
이호열 수석, 존재감 하나만큼은 역대 마탑의 마법사들 중에서도 최고라 봐도 무방하겠어요? 유그위드는 어깨를 으쓱이곤 마르셀로를 바라봤다.
“이 전쟁에서 승산이 보입니까, 마르셀로 수석?”
마르셀로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희박합니다.”
불리해도 너무나도 불리한 조건이었다.
“적들은 아르카나 대륙도 모자라 이곳, 모험가들의 세계에까지 마수를 뻗쳐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비로소 균열이란 기이의 공간을 탐구하기 시작한 게 고작입니다.”
마르셀로, 본인의 연구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거늘.
그조차도 이호열 수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물이었다.
잠자코 있던 벤쉬가 손을 치켜들었다.
“그치만! 이호열 수석께서는 아르카나 대륙에 다녀오셨지 않았습니까? 물론, 마왕의 전리품 효과 덕분이었다곤 하셨지만……. 그래도 그 마도구를 연구한다면 어떻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마도구에 관한 연구라.
자연스럽게 마법부여학 선임, 키코 아르민에게 시선이 향했다.
키코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호열 수석께서 그에 관한 요청을 하셨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마법부여학의 수준으로는 그 정도의 마도구에서 효과를 추출하는 건 불가능해서…….”
키코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그 효과가 일회성일 줄이야.’
그런 말씀은 하시지 않으셔서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어떻게 살짝 귀띔이라도 해주셨다면.
시간을 조금만 더 주셨다면…….
며칠 밤을 꼬박 새워서라도 방법을 찾아봤을 텐데.
-“황금과도 같은 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하군. 키코 선임.”
이 수석께서는 한마디 말만 남기시고는.
미련 없이 가넷 홀을 빠져나가셨었다.
쩝, 벤쉬가 입맛을 다시자 마르셀로가 말을 이었다.
“불리한 조건을 동등한 조건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탐구가 바로, 저와 이호열 수석의 공동 연구 과제였습니다. 허나, 현시점에선 언제 이론을 확립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긴말을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결국, 우리는 불합리한 전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아르카나 대륙으로 향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설령 전투에서 크게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역습이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마르셀로는 알고 있었다.
아니, 이젠 마탑의 마법사 모두가 알고 있었다.
“허나, 아르카나 대륙엔 아직도 악마와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승전보가 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마탑이 할 일은 간단명료했다.
싱긋─
유그위드가 인자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간단히, 뻗쳐오는 마수를 완벽하게 잘라내면 되겠군요?”
끄덕─
스무 명의 선임 마법사들의 눈에 비장감이 깃들었다.
아르카나 최강의 무력 집단이 단결한 순간.
마르셀로는 잠시 눈을 감았다.
‘……단순히 우연인가?’
이호열 수석, 그가 사냥한 수백만의 악마들 중.
시무아르드가(家) ‘시한부의 저주’와 관련된 악마가 우연찮게 포함됐을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분명 수백만의 악마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셨거늘.
마르셀로는 고개를 저었다.
끊임없이 생각해 봤지만 머리만 지끈거릴 뿐이었다.
다만.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시한부의 저주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더라도 괜찮다.
현재 육신의 상태는 최상.
이호열 수석이 아니었다면.
벌써 숨을 거뒀어야 할 몸이었으니까.
마르셀로는 악마를 향해 읊조렸다.
‘당신들은 분수를 모르고 설쳤습니다.’
마르셀로는 마탑의 설립 목적을 떠올렸다.
진정한 진리 추구.
악마 숭배자, 카림제바.
그가 죽음의 순간까지 진정한 진리를 갈망했던 걸로 봐선, 어쩌면 마탑은 설립 때부터 글러먹은 집단인지도 모르겠지. 그러나 이호열 수석께서는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어긋났다면 바로 잡으면 되는 일이다.”
말씀대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마르셀로가 비로소 눈을 떴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진리’를 바로 세울 때입니다.”
.
.
.
깜짝이야.
별안간, 시야가 번쩍거렸다.
퀘스트창이었다.
별일 없었는데 웬일이래.
……설마, 클래스 퀘스트 훈련량이 늘어난 건 아니겠지?
나는 설마 하며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퀘스트 : 마탑의 재건]
한동안 잊고 있던 마탑 퀘스트.
어째서인가.
그 마지막 퀘스트 목표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진정한 진리를 찾아라. (진행 중)
그런가.
마탑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덕분인가?
잠잠하던 퀘스트에 진전이 생겼다.
마탑의 진정한 진리가 뭔지는 모르겠다만.
나로서는 희소식이지.
‘역시 마탑이다.’
나는 그저 퀘스트 목표만 충족시킬 수 있다면 만족이다.
물론, 내가 또 손가락만 빨고 있겠단 소리는 아니다.
나도 나름대로 현실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생겼거든.
나는 떠오르는 인터넷 기사 헤드라인을 훑었다.
[정부 관계자 曰, “이호열 플레이어의 독단적인 행동에 유감……. 대한민국 정부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힘의 집중? 우려의 목소리 커져…….]
[AAU 관계자, “성전? 정말 진행 중인지 알 방법 없다.”]
그러고는 나답게 감상을 지껄였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 또한 더더욱 짙어지는 법. 그러나 그림자의 자리는 어디까지나 뒤꽁무니. 순서를 지킨다면 간섭할 생각은 없었거늘.”
아니, 경고를 내뱉었다.
“앞서나가는 그림자에겐 자신의 처지를 자각시켜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