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화.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2)
유스라 왕국, 황금 궁전에 들어선 순간.
“미친놈아.”
레오니가 입을 열었다.
뭐라고?
가슴 속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오소소, 닭살이 돋아 참을 수 없었다.
남태민은 억울했다.
“왜 난리야? 호열 씨가 하셨던 말이랑 똑같은데.”
“미쳤냐. 똑같긴 뭐가 똑같아?!”
“한배를 탄 입장이지만. 망언이군요, 남태민 군.”
“이봐요, 히사기 카즈마 씨. 그쪽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
-“긍지보다 중요한 건 없다. 늦게나마 깨달았으니까요.”
취재진들 앞에서 나랑 크게 다를 것 없는 말을 뱉어냈으면서 시치미를 떼다니.
절레절레, 히사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말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졌을 겁니다.”
“뭐가?”
“굳이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릴 필요까진 없었단 말입니다.”
“엥? 그게 왜? 남자답고 좋잖아.”
“원조는 너처럼 오글거리지 않았어.”
똑같긴 개뿔.
더 이상 말을 섞어봤자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겠지.
좋다, 관두자.
시답잖은 인터뷰, 말싸움보다 중요한 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해당 지역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라. (진행 중)
바로 가치를 증명하는 것.
남태민, 레오니, 히사기.
세 사람은 퀘스트를 목격한 순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를……!’
어째서 호열은 악연 혹은 전혀 관계가 없는 세 길드를 연합하게 한 것인가? 바로 이 퀘스트를 위해서였다고. 당사자인 세 사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상상해 봐. 우리가 예전처럼 활동했다고 쳐보자고.”
일단, 하나는 상상하기도 전에 장담할 수 있었다.
히사기가 먼저 선수를 쳤다.
“적어도 이나즈마와 가온은 서로 견제하느라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뤄낼 수 없었겠죠.”
“맞지, 내가 하고 싶던 말이 그 말인데. 잠깐, 왜 또 이나즈마랑 가온이냐? 순서가 안 맞잖아. 순서가. 랭킹으로, 가나다순으로도 우리가 당연히 앞에 와야…….”
“그렇지 않습니까, 레오니 씨?”
“오키. 지금만 봐도 알겠다.”
과거, 길드 간의 경쟁.
균열을 두고 퍼스트 클리어를 겨루는 건 물론, 균열 내부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지는 건 일상이었다.
서로가 손해라는 걸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물러날 수 없던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다들 알아서 피해 준 덕분이지.”
“저희들과 같은 균열에 진입해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아르카나 대륙 전기 시절 때도 이렇게 사냥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전투에 미친 광전사.
거대 연합 덕분에 직업병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레오니와 버서커 길드를 비롯한 가온과 이나즈마의 길드원들도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경험치를 획득했다.
그 결과가 레벨로 드러나고 있었다.
남태민, 408레벨.
히사기 카즈마, 405레벨.
레오니, 399레벨.
거대 연합의 상승효과만으로 가능한 성장은 아니었다.
그보다 큰 영향을 끼친 게 바로 마왕성 균열 공략.
일명, ‘마왕 압살’ 이후로 악마족 몬스터가 모습을 감추듯 사라진 덕분이었으니까.
“단순하게 계산해도 균열 공략 시간이 배 이상 늘었어.”
악마족 몬스터가 까다로운 이유?
성장형 몬스터니까 레벨이 높은 탓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상태이상. 특히나 누군가가 ‘공포’에 걸리게 된다면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남태민은 열변을 토해냈다.
“우리는 물론이고, 플레이어들 모두 고마워해야 할 필요가 있다니까?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호열 씨가 얼마나 고생을 하셨겠냐고.”
“아니요.”
“아니긴 또 뭐가 아닌데? 너는 어떻게 말꼬리마다……!”
이게 또 발끈하게 하네?
히사기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마왕성 균열 따위야 고생도 되지 않으셨을 겁니다. 호열 씨의 수준에는 말이죠. 아시다시피 고작 10분 남짓한 시간에 마왕성 균열을, 셋이나 클리어하지 않으셨습니까?”
……들어보니까 또 틀린 말은 아니네.
근데, 맞는 말을 해도 꼭 저렇게 재수 없게!
다시 발끈하려던 남태민을 막은 건 레오니였다.
촤락─
아르카나 공식 홈페이지.
플레이어 랭킹란.
랭커들의 레벨을 살펴보던 레오니가 입을 열었다.
“류오쥔춘, 저것도 400레벨 찍었네.”
“군주 클래스로 400레벨? 걔도 독종이다. 독종.”
“그러니까 천하통일이라는 초거대 길드의 수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겠죠.”
다른 플레이어의 레벨을 살피자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두 협력자의 레벨. 레오니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어쭈, 얘네들 좀 봐라?
“근데, 어째 둘 다 레벨 상승이 좀 더뎌진 것 같다?”
“……?”
“아니, 내가 399레벨까지 따라붙을 때까지 뭐 했냐 둘 다? 놀았지? 내가 누누이 말했지. 너희 둘이 말싸움할 시간에 몬스터를 하나라도 더 사냥했으면……. 에휴, 됐다. 말해서 뭐 하냐.”
남태민과 히사기가 억울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저기요, 399레벨 씨. 그쪽이 아직 뭘 몰라서 그러나 본데.”
“400레벨부터는 정말 차원이 달라집니다.”
“뭐래.”
“아니, 진짜 400레벨부터는 요구 경험치량이 말이 안 된다니까? 진짜 며칠을 적정 레벨 몬스터를 때려잡아도 레벨에 변동이 있을까 말까……!”
.
.
.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칭호 : 최후의 모험가, 숭고]
[클래스 : 악마 사냥꾼]
[레벨: 490]
[능력치]
근력 : 72 / 민첩 : 77 / 마력 : 401 / 행운 : 7 / 심미 : 下
[보유 포인트 : 50]
누누이 말하지 않았던가?
빌어먹을 아르카나의 레벨 업 시스템.
100단위부터 레벨 업에 요구되는 경험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 불만이 엄살로 느껴질 정도로.
나는 아르카나 대륙 원정에서 시스템의 한계치, 무려 50레벨이나 상승해서 돌아오고 말았다……!
‘사망 페널티를 받고도 말이지.’
눈을 감는 순간, 떠올랐던 메시지.
[사망하셨습니다.]
[사망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획득한 경험치가 하락합니다.]…….
어마어마한 경험치가 하락하고도 여전히 한계치라니.
성급하게 퀴른베르크 기계탑 적금을 깼으면 괜히 억울할 뻔했잖아.
수치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 그런가.
내가 어떤 짓을 하고 왔는지 실감이 됐다.
그래, 시무아르드가에 똬리를 틀고 있던 마왕을 사냥한 것도 모자라서.
수백만의 악마와 함께 아이언 캐슬 호의 마력 광선포를 맞고 장렬하게 산화.
확실히 시스템조차 착각해서 칭호를 내려줄 정도로 엄청난 행동이었지, 진심.
“숫자 따위로 나를 재단할 수 없다.”
……그래, 이번 입방정만큼은 인정한다.
그랑펠에게 있어서 레벨이나 적의 머릿수 따위가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그러니까 수백만 악마 사이로 몸을 던졌던 거겠지.
진짜 무서울 것 없던 질풍노도의 시기답다.
어쨌거나, 50포인트부터 배분하자.
나는 언제나처럼 마력에 포인트를 몽땅 투자하려다가 멈칫했다.
왜, 사람은 주마등에서 무언가를 깨우친다고 하지 않던가?
덕분에 나도 한 가지를 깨달았거든.
“악마 사냥꾼에겐 악마 사냥꾼만의 사냥법이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악마 사냥꾼의 특징이야 한결같다.
악마를 사냥할 때 빼면 무엇 하나 내세울 강점이 없다는 것.
그건 스탯 포인트 투자 방법만 봐도 알 수 있다. 하나만 파도 아쉬운 스탯을 근력, 민첩, 마력에 나눠서 투자할 수밖에 없던 악마 사냥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사투를 통해서 깨달았다.
그 육성 방식이 오히려 악마를 사냥하는 데엔 도움이 됐노라고.
근력으로는 검을 휘둘렀고, 민첩으로는 석궁을 다뤘으며, 마력으로는 마법을 발현하던 나였으니까.
악마를 사냥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그 모습이야말로 바로 악마 사냥꾼.
자체였다는 것이다.
‘근력과 민첩에도 포인트를 투자할 가치가 있어.’
기대 이상이었던 석궁.
무엇보다 검강(劍罡)이라는 경지에 다다른 이상.
이전과 다르게 근력과 민첩 스탯의 중요도, 가성비가 급상승한 거나 다름없는 거겠지. 클래스 퀘스트 보상만으로도 충당하기엔 아쉽다는 말이었다.
‘검술과 사격. 둘 다 영향을 끼치는 민첩에 조금 더.’
근력에 12포인트.
민첩에 15포인트.
그리고 마력에 20포인트.
나는 포인트 배분을 마쳤다.
이제 50포인트 중 남은 포인트는 3포인트.
정말 피 같은 포인트거늘.
‘……그래.’
나는 두 눈을 딱 감고 행운에 3포인트를 투자했다.
1포인트도 아니고, 왜 3포인트씩이나 투자하느냐고 묻는다면.
그야 한 자릿수보다 두 자릿수가 더 보기 좋으니까.
[행운 : 10]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자.
나는 이 순간만큼은 요행을 바랐으니까.
인벤토리를 열어서 악마의 아이템을 꺼냈다.
구마의식을 통해 정화한 마왕의 전리품.
[만물과 통하는 지도]는 순간이동 효과를 발동한 탓에 평범한 종이 쪼가리가 됐지만, 내겐 아직 마왕의 전리품이 둘이나 남아있었으니까.
‘여유만 있었어도 둘 다 정화하는 건데.’
악마가 몰려올 줄은 알았어도 수백만이나 몰려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덕분에 정화한 마왕의 전리품은 하나였다. 그리고 제물로 선택한 전리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흉측하군.”
눈깔…….
아니, 플라우로스가 드롭했던 [악의로 불타는 눈동자]였다.
눈동자를 먼저 정화한 이유야 간단하다. 서열이 높은 마왕이 드롭한 만큼 더 좋은 아이템일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을 테니까.
물론, 마왕의 전리품 하나만 보고 행운에 포인트를 투자한 건 또 아니다.
‘본의 아니게 까볼 게 많아졌거든.’
정화된 마왕의 전리품을 위해.
칭호, [숭고]의 효과를 위해.
더 나아가서는 [끝나지 않은 성전(聖戰)].
퀘스트가 잘 풀렸으면 하는 마음까지 담아서.
‘부디, 첫 단추라도 잘 끼울 수 있기를.’
구질구질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나는 하나씩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마안(魔眼)의 망원경]
1포인트.
[숭고 : 숭고한 자여, 아르카나 대륙이 그대를 기억하고 있다.]
1포인트.
[속보 : 거대 연합, “긍지를 지키기 위해 참전 결정.”]
1포인트.
과연……!
시스템은, 행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
마탑.
원탁회의가 열리는 크리스탈 홀.
숙련, 견습 마법사들은 입장하며 흠칫 놀라고 말았다.
“……웬일들이시래?”
무슨 특별한 날이라도 되는 걸까?
선임 마법사들께서 먼저 크리스탈 홀에 착석해 계셨다.
단 한 분도 빠짐없이.
그러나 무엇보다 시선을 끈 건 마르셀로 수석 마법사였다.
“마르셀로 수석님, 다행이다.”
“무사히 깨어나셨구나.”
“몸은 완전히 괜찮아지신 걸까?”
웅성웅성─
들려오는 소리.
마르셀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을 쓸 정신이 없었다.
어째서지, 육체에 활력이 넘쳤다.
마르셀로는 주먹을 쥐었다가 펴보았다.
‘……삐걱거리지 않는다?’
움직이기만 해도 신음하던 관절들이 멀쩡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던 심장의 통증도 사라졌다.
마르셀로는 의아한 마음에 벨리에에게 물었었다.
-“벨리에 선임. 제게 뭔가……. 치유 마법을 거신 겁니까?”
치유학파 선임 마법사, 벨리에 유시아.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 만큼.
벨리에의 마법적 재능에 관해선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혹시 치유 마법의 경지에 다다른 것일까?
그녀의 치유 마법 덕분에 육체에 활력이 도는 걸까.
그러나 벨리에는 빙그레 웃고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런 게 가능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니랍니다.”
마티스 선임에게 시선을 돌려봐도 명쾌한 답을 들을 순 없었다.
벨리에가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테니까.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떠오르는 가능성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호열 수석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백만의 악마를 사냥하고 왔다.”
이호열 수석.
혹시, 이 수석께서 아르카나 대륙에서 처치하고 온 수백만 악마 중에 ‘시한부의 저주’와 관련된 녀석이 있던 걸까? 물론, 저주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하진 않았다.
마도 가문, 시무아르드.
조부님도, 아버지도,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시한부의 저주가 아니던가?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설령 정말 시한부의 저주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마르셀로는 실감이 날 수 없었다.
그러나.
꾹─
마르셀로는 주먹을 쥐었다.
그의 눈매가 이전과는 다르게 차갑게 가라앉았다.
‘만약, 저주가 악마와 관련된 거라면.’
나는 더 이상 악마의 앞에서 평정을 유지할 수 없겠지.
‘그런 의미에서 다시금 경이 존경스러워집니다.’
마르셀로가 생각을 끝마친 순간.
호열이 크리스탈 홀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선집중.
순식간에 쏟아지는 관심.
무엇보다 안달이 난 건 선임 마법사들이었다.
‘중천에 뜬 해가 저물기도 전에 마탑으로 복귀했다.’
‘수백만의 악마를 사냥하셨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드디어 그 영웅담을 들을 수 있는 건가? 하씨, 이럴 줄 알았으면 출탑 신청서에 목적을 대륙 원정이라고 써보는 건데……!’
스무 명의 선임 마법사.
각각 품은 생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의심이 아니라 호열의 행보엔 자연스러운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어디 들어보자구요.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햇병아리 마법사들도 호열이 아르카나 대륙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니까. 이 순간, 크리스탈 홀의 모두가 호열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막대한 기대 속에서.
호열은 운을 띄웠다.
“그대들은 알고 있는가?”
“……?!”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시작으로.
.
.
.
말로 백만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도 있거늘.
……그거 아무래도 내 얘기는 아닌 것 같다.
꼿꼿한 자세로 우뚝 서서는.
다짜고짜 질문부터 던지다니.
이딴 질문에 대답이 돌아올 리 만무하다.
흐르는 정적─
싸해진 분위기를 수습하기도 바쁘거늘.
나는 침묵 속에서 한참 뒤에나 입을 열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을.”
뜸이 무색하게도, 뱉어낸 것은 고작 속담.
아르카나인들한테 대한민국의 속담을 들이밀 줄이야.
……나, 어쩌면 꼰대 수준을 넘은 게 아닐까?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뜻은 전달된 모양이었다.
고맙게도 고개를 끄덕이는 몇몇 이들이 보였거든.
호응해 줘서 고맙다, 뱅그릿 톰 선임 마법사.
모든 것엔 주고받음이 있다.
내가 딱히 줄 건 없어도 녹차 흔쾌히 내어주겠다.
다짐하기도 잠깐.
나는 얼른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백문 불여일견(百聞 不如一見).
내가 말로 아무리 아르카나 대륙의 모습을 설명해 봤자 한 번 보는 것이 이해하는 데 빠를 것 같았거든. 그런 내가 꺼내 든 건 마왕의 전리품.
[마안(魔眼)의 망원경]
[등급 : 에픽]
[제한 : 없음]
[효과 : 짧은 시간 동안 마안과의 시야를 공유한다.]
[설명 : 마계의 눈과 시야를 공유하는 눈동자. 그러나 명심하라. 깊게 들여다볼수록 저들 또한 당신의 존재를 알아차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아르카나 밤하늘에 떠올랐던 무수한 마안(魔眼).
무려 그 마안과 시야를 공유할 수 있는 엄청난 효과.
아르카나 대륙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단 뜻이었다.
나는 낚은 월척을 자랑하듯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그대들에게 아르카나 대륙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
.
.
크리스탈 홀.
수석, 선임, 숙련, 견습.
계급을 구분할 것도 없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품은 채 경악하고 있었으니까.
“대체 어떻게……?”
저런 지옥에서 멀쩡히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