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139화 (71/489)

◈ 139화. 아르카나 (1)

[월드 퀘스트 : 악룡(惡龍) 사냥꾼]

사악한 용의 일족을 사냥한 자여.

산맥의 전설이 그대를 부르고 있다.

─제로 산맥 최정상에 도달하라. (진행 중)

깨워선 안 될 존재.

녀석을 처치하면서 시작된 월드 퀘스트.

그 존재를 아는 건 나밖에 없었다. 처치에 기여한 플레이어들도 퀘스트를 받긴 했다만, 일반 퀘스트에 불과. 한마디로 퀘스트의 ‘급’이 달랐으니까.

그런데 나더러 악룡 사냥꾼이라니!

스칼이 나의 이명을 알게 된 경위?

진심으로 고민해 보고 싶지 않았거늘. 자연스럽게 의식의 흐름이 이어진다. 보자, 아르카나 월드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월드 퀘스트였으니까.

‘메시지겠네.’

왜, [세계수의 씨앗] 퀘스트 땐 모든 플레이어에게 메시지가 떠올랐었다. 히든 클래스, 용기사. 스칼에게만 악룡 사냥꾼과 관련된 메시지가 떠오른 거겠지.

‘불행 중 다행인가.’

그래, 그걸 생각하면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하자. 물론, 스칼이 카메라 앞에서 내 이름을 나불거린 순간부터 의미가 없어지긴 했다만.

‘이건 삼고초려로도 부족하다, 스칼.’

나는 뒤끝을 곱씹으며 걸음을 옮겼다.

포탈로 향했다.

말했다시피 내겐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웅성웅성─

뒤편에서 떠들어 대는 기자들의 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방금 그 말은 스칼의 요청을 거절한 거죠?”

“이거 스칼 자존심 많이 구겨지겠는데?”

“거절을 넘어서 굉장히 화가 난 것 같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스칼과 만나는 걸 시간 낭비처럼……!”

마탑의 로비.

포탈이 존재하는 만큼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

마탑의 공동 수석으로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였다.

격식을 중시하는 만큼 절차 또한 중시하는 내가, 그랑펠이 아니던가? 우리집 안방도 아니고,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뭐라고 할 마음은 없단 말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이야기가 다르다.

심히 거슬린단 말이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인파를 바라봤다.

아직 뭐라고 입을 열지도 않았는데.

“……흡!”

곧장 찾아온 정적─

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을 열었다.

그건 명령이 아닌 엄연한 부탁이었다.

“또한 당분간 마탑 내부에선 정숙해 줬으면 좋겠군.”

환자에게 절대 안정은 필수란 말이다.

.

.

.

마르셀로가 쓰러졌다.

마탑 치유학파 별실.

클레를 포함한 숙련 마법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우리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클레?”

“일단, 진정하자. 다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어.”

시무아르드가의 저주.

쉬쉬한다고 하더라도 발 없는 말은 빠르게 퍼지는 법이다.

게다가 저주의 당사자부터가 그 사실을 숨길 생각이 없었으니까.

침대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마르셀로.

벨리에는 곁에서 마르셀로를 지켜봤다.

눈을 감은 모습은 어린 시절 이후로 처음이었다.

“……똑같네.”

자는 모습도.

미련할 정도로 정직한 성격도 똑같아.

벨리에를 비롯한 선임 마법사들은 마르셀로의 유서를 전달받았다.

내용도 자신처럼 정직했다. 자기 삶에 관한 이야기는 없고, 오로지 마탑만을 생각한 유서였다.

“젠장. 알고는 있었지만. 저주라고 해도 야박하지.”

별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벤쉬의 목소리.

몇몇 선임 마법사들이 마르셀로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만남은 불가능하다.

이내, 벨리에의 시선이 허공을 응시했다.

정확하게는 허공에 떠오른 ‘저주의 문양’을.

마르셀로가 쓰러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저주의 문양은 점차 진해져 가고 있었다.

마치 마르셀로의 생명을 흡수해 가는 것처럼.

똑똑─

노크에 벨리에가 답했다.

“들어오셔도 됩니다. 마티스 선임.”

문이 열리자 틈으로 언뜻 벤쉬의 얼굴이 보였다.

들어가고 싶다는 욕구가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벤쉬의 호들갑은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

“저어엇……!!”

벨리에가 무어라 입을 열 필요는 없었다.

천적 관계.

탁─

곧장 마티스가 단호하게 문을 닫아버렸으니까.

그러고는 허공에 떠오른 저주의 문양을 바라봤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맞아요. 외형도 마법진의 구조가 아니죠.”

“…….”

물끄러미.

마티스는 반지를 바라봤다.

역시나 색은 변하지 않았다.

이질적인 마법, 흑마법.

흑마법진의 구조 또한 이질적이며 제각각이거늘.

저주의 문양은 흑마법조차 아니었다.

혹시나, 만에 하나 싶었건만.

벨리에는 쓰게 웃었다.

“마법도 흑마법도 아니다. 결국, 저희의 예상이 적중했군요.”

“마르셀로 수석의 상태는 어떠십니까?”

“말씀드렸던 대로. 억지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거죠.”

치유 마법을 통해 육체의 기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

마티스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그 정도의 치유 마법을 유지하는 데엔 막대한 마력이 필요할 터.

그러나 벨리에에겐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숙련 마법사들과 교대로 마법을 유지하는 것인가?’

아니, 치유학파 숙련 마법사들조차 이곳의 출입은 자유롭지 않은 듯했다.

마력의 한계가 왔어도 진작 왔어야 할 텐데……. 마티스의 우려스러운 시선이 이내 평상시와 다른 벨리에의 차림으로 향했다.

잠깐, 이제 보니 로브가 아니라 사제의 옷이 아닌가?

시선을 알아차린 벨리에가 소맷자락을 매만졌다.

“이호열 수석께서 도움이 될 거라고 건네주셨습니다.”

“……이 수석께서?”

“문양을 보니 여신교단의 마도구더군요. 아니지, 교단에선 마도구가 아니라 성물(聖物)이라고 칭하겠군요? 명칭이야 어찌 됐든 성물의 효과 덕분입니다.”

이호열 수석이 건넨 성물.

덕분에 마르셀로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다.

마티스가 침음을 삼켰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섬세하셨군.’

여신교단의 성지, 뮤온을 구원했던 호열이었다.

여신교단의 성물을 호열이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겠지. 여신교단, 그들이 긍지를 품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보답했을 테니까.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벨리에가 입을 열었다.

“결국, 기다릴 수밖에 없겠네요. 이호열 수석의 복귀를.”

“…….”

들려오는 건 마르셀로의 숨소리뿐.

우울한 분위기는 좋지 않다.

벨리에가 분위기를 환기하려 입을 열었다.

“참. 마탑, 선임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수석의 공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르고 있을 테니까요. 이 수석께서 아르카나로 향하신 이유를…….”

이호열 수석이 밝힌 건 그저 아르카나 대륙에 진입하겠다는 계획뿐.

목적은 밝히지 않았었다.

마르셀로가 쓰러진 지금, 호열은 아르카나 대륙으로 향했다니.

갑작스레 두 수석의 신변에 위협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자리를 비우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출탑 신청을 비롯한 나와 관련된 요청들은 며칠 동안 자제해 주면 좋겠군. 그대들의 양해를 바란다.”

-“시무아르드 가문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를 신뢰하게.”

벨리에, 마티스.

적어도 두 선임에겐 믿음이 있었다.

그러니까 애써 입을 열 수 있었다.

“며칠쯤이야 가끔씩 마음 졸이는 것도 괜찮겠죠.”

그러나 변화는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일찍 찾아왔다.

“……?”

……저주의 문양이 이전과 다르게 요동치고 있었으니까.

“!”

전까지는 그저 점차 선명해지는 데에 그쳤다면, 지금은 선명해졌다가 어두워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경박한 발광이 마치 공포에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황한 벨리에가 창밖을 바라봤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데?”

이호열 수석.

그가 마탑을 떠난 지는 채 한나절도 되지 않았거늘.

그는 벌써 아르카나 대륙을 밟은 것도 모자라서.

시한부의 저주, 해주의 실마리를 찾아냈단 말인가?

*

[노을이 내리쬐는 갈림길]

[적정 레벨 : Lv.380]

[붕괴 진행도 : 0.6%]

마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생성된 균열에 진입했다.

이유야 간단하다.

자신이 없었거든.

‘……현실로 돌아와서 포탈을 발현할 마력이 남아있을까.’

마탑까지 되돌아갈 자신이.

목적지는 균열이 아닌 아르카나 대륙.

현실로 복귀하는 방법?

나는 하나밖에 알지 못한다.

[최후의 모험가]의 효과를 발동하는 것.

효과를 발동하기 위해서 아르카나 대륙에서 한 번 죽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그랑펠이 얌전히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악마들로 득실대는 아르카나 대륙에서?

장담할 수 있었다.

나는 마력 탈진도 모자라서.

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악마를 사냥하리라고.

‘그러니까 최대한 가까운 균열을 택한 거지.’

여차하면 택시라도 불러서 마탑으로 돌아가야 할 테니까.

쏴아아─

이내, 노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균열의 풍경.

그러나 오늘만큼은 팔자 좋게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곧장 인벤토리를 열었다.

[만물과 통하는 지도]

[등급 : 에픽]

[제한 : 없음]

[효과 : 누군가 몰래 감춰둔, 누군가 잃어버린, 어딘가에 숨겨진 무언가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또한 단 한 번, 무언가의 위치로 순간이동 할 수 있다.

단, 순간이동 효과 발동 시 모든 효과를 그 즉시 상실한다.]

[설명 : 사용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마도구.]

마왕의 전리품.

곧장 효과를 발동시키기 전에 다시금 되새겼다.

잊고 있던 아르카나의 설정을.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 아르카나의 시간 흐름은 현실보다 4배가 빨랐다.

현실에서의 하루가 아르카나에선 나흘이었단 거지. 설정이 대격변 이후에도 유효하다는 건 프로스트를 통해 검증이 됐다.

‘생각하기 나름이겠네.’

덕분에 예상보다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그럼에도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물론, 그건 나의 속마음.

“시간의 흐름조차 내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 이래야 내 주둥이. 내 입방정이지.

망설임은 없었다.

포탈을 발현하듯 나는 머릿속에 좌표를 떠올렸다.

-“시무아르드가. 위치는 제국 수도성 동부. 나니아 호수 인근.”

고오오─

[만물과 통하는 지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왕의 기운은 구마의식을 통해 정화된 상태.

걱정할 것은 오직 아이템의 효과뿐.

쏟아지는 빛 속에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멸망을 향해가는, 아르카나 대륙에 진입하셨습니다.]

.

.

.

각종 광고에서 봤던 아르카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제로 산맥을 또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그 제로 산맥만큼이나 자주 등장했던 게 아르카나의 야경이었다.

밤하늘을 수놓은 수십 개의 별.

현실의 달보다 커다란 별들이 아르카나의 밤하늘엔 가득했으니까. 그래, 아르카나 대륙에서 눈을 뜬 내가. 메시지 다음으로 목격한 건 아르카나의 밤하늘이었다.

끔뻑─

하늘에 박힌 거대한 동공.

아르카나 대륙을 감시하듯 내려다보는 시선.

나는 알아차렸다.

아니, 악마 사냥꾼인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스킬, ‘천적관계’가 발동됩니다.]

그랬다.

별 대신 아르카나의 밤하늘을 수놓은 건 악마의 눈동자.

나는 감상을 뱉어냈다.

“미관을 심히 해치는구나.”

아르카나 대륙에 넘실대는 악의(惡意).

가슴 속 긍지가 언제보다도 격하게 반응했다.

악마와 같은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그랑펠이니까. 정말, 당장에라도 밤하늘의 눈동자를 향해 마법을 난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겠지.

그러나 긍지만큼이나 중요한 절차가 있었다.

아르카나 대륙에 진입한 이유가 있단 말이다.

나는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퀘스트 : 시무아르드 가문의 의뢰]

마도 가문 시무아르드.

그들은 자신들에게 내려진 시한부의 저주.

그 저주의 근원을 파헤치길 원한다.

─시무아르드 저택을 방문하라. (성공)

─시무아르드 백작 부인과 마주하라. (진행 중)

시무아르드가(家)에 얽힌 시한부의 저주를 파헤치기 위해서.

그러니까 나는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과연,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마도 가문.

저택의 크기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

무엇보다도 외관이 멀쩡했다.

‘북부 최대도시, 프로스트조차 함락된 현시점에서.’

날이 갈수록 예리해지고 광범위해져 가는 [천적관계].

악마 사냥꾼의 감각이 느끼고 있었다.

시무아르드의 저택 내부엔 악마가 존재한다고.

정체를 특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퀘스트의 목표에 명시되어 있듯 그 악마는 시무아르드 백작 부인일 확률이 높겠지. 나는 벨리에를 통해 들었던 시무아르드 부인에 관한 정보를 떠올렸다.

-“대모, 율라 시무아르드. 사실상 시무아르드의 가주나 다름없으셨죠.”

단명하는 시무아르드 일가를 대신해 가주 역할을 맡아온 시무아르드 백작 부인. 그녀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던 벨리에는 관자놀이를 짚었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그분에 관해선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이상하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봤던 마르셀로의 모습은 기억 속에 선명한데. 유독 시무아르드 부인의 잔상만 도려낸 것처럼…….”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마탑의 마법사들은 머리가 좋다.

견습 마법사만 하더라도 가문의 자랑이요, 재능의 총체요, 낯뜨거운 소리를 들었던 이들이 대다수였으니까.

벨리에는 그런 견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선임 마법사다. 그녀가 말하는 ‘기억 속에서 선명하다’는 건. 정말, 방금 본 것처럼 선명하다는 뜻이다.

‘확실히 냄새가 났지.’

그래서.

거기서 반쯤 짐작했다.

그거 악마의 상태이상이 아닐까, 하고.

그리고 이 순간, 저택 앞에서 확신이 됐다.

시무아르드가를.

시한부의 저주로 집어삼킨 악마는.

백작 부인의 탈을 쓰고 있다.

새삼 느끼는 건데 말이야.

악마들은 참 겁도 없다니까?

마도 가문을 건드리다니.

하긴 반신(半神), 원로 마법사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던 악마도 있었구나.

새삼스럽게 악마답다는 생각이 든다.

저벅저벅─

문득, 어둠 너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턱시도를 차려입은 사내.

마력 램프를 손에 든 그가 나를 향해 말을 건네왔다.

“손님은 간만이군요. 어떤 용건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끼긱─

문을 개방하고 정중하게 나를 맞이했다.

“저는 시무아르드 가문의 집사장, 세오 하티프입니다. 저희 시무아르드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쉬고 가시겠습니까?”

그래,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을 앞세우는 것도 악마답고 말이야. 그나저나 백작가의 집사답게 흠잡을 수 없이 예의가 바르다. 차마 거절할 수 없으리만큼.

“고맙네.”

나는 집사장, 세오를 따라 시무아르드가에 진입했다.

누군가는 미친 거 아니냐고 묻겠지.

내가 봐도 미친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이 또한 나의 무거운 긍지.

마음 같아서는 악마가 살아 숨 쉬는 저택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싶었거늘. 마르셀로의 본가, 시무아르드 가문이었다. 저주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마르셀로를 향한 배려.

“그대들에겐 죄가 없으니.”

그와 동시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시무아르드가를 섬기는 가신들에 대한 배려도 포함이다.

게다가.

“죄송합니다만, 방금 무어라 말씀하셨습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엔 악마의 눈동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나의 ‘안배’ 또한 아까부터 구름 속에서 대기 중이었거든.

[비행 기계성, 아이언 캐슬 호 : 명령 대기 중]

그러니까.

나는 당당하게 시무아르드 저택.

악마의 아가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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