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133화 (65/489)

◈ 133화. 투정 (2)

AAU.

세계 각 지부, 지부장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나둘 화면에 떠오르는 그들의 얼굴.

면면을 살피던 누군가 입을 열었다.

“영국. 그리고 대한민국 지부장님은 아직이십니까?”

질문이 던져짐과 동시에.

팟─

다급하게 떠오르는 박민재의 얼굴.

박민재가 다급히 인사를 건넸다.

“후,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미스터 박은 우리가 이해해 줘야죠.”

“워낙 바쁘시잖아요.”

박민재, 그가 바쁜 이유야 하나뿐.

물으나마 이호열 때문이었다.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분주하게 AAU 대한민국 지부 사옥을 뛰어다니다시피 했으니까.

박민재가 가쁜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아주 그냥 요 며칠 같은 말만 녹음기처럼 내뱉고 살았습니다. 하여튼 한번 물면 놔주지를 않아요, 대한민국 언론들. 히든 클래스의 존재? 우리도 제발 좀 알고 싶다. 이렇게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해봐도……!”

“오우, 지부장님. 얼굴이 너무 가까운데요.”

“그래서 씻지도 못하신 거죠? 몰골이 말이 아니시네요!”

“……네? 아침에 사우나 가서 뽀송뽀송하게 씻고 왔는데요.”

……그게?

다들 목젖까지 그런 말이 차올랐지만.

지금은 잠시 접어둬야만 했다.

“여튼,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흠. 그건 그렇고 영국 쪽이 늦는군요.”

“최근 불참이 잦은데요?”

“……영국 쪽엔 한동안 균열 생성도 뜸하지 않았나요?”

“글쎄요. 별수 없죠. 기다릴 상황도 아니고 시작합시다.”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

AAU의 지부장들이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떠오르는 자료 화면.

“그래서 놈의 정체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텟퍼른 미궁 심층부.

벽면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동공.

말문을 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동공과 크기. 피부 조직의 디테일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드래곤족 몬스터가 확실합니다. 다만,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아르카나 대륙에서 드래곤들은…….”

그건 아르카나의 개발자라면 모를 수 없는 상식.

“오직 [제로 산맥] 근처에서만 머물고 있죠.”

“그 설정이 바뀌었을 확률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그럴 가능성도 높습니다. 현재. 그러니까 악마 등장 이후 아르카나 대륙은 우리가 알던 아르카나 대륙이 아닐 테니까요. 그런데…….”

이어지는 말 또한 상식이었다.

“이건 이야기가 다르죠. 지하 깊숙한 곳에 파묻혀 있는 드래곤이라뇨!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아르카나 월드를 호령해도 모자랄 드래곤들이?”

그러니까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박민재가 입을 열었다.

“용과 비슷한 무언가라면…….”

“네? 비슷한 무언가? 짐작 가시는 게 있습니까?”

“있습니다. 동양에는 말이죠. 알고 계시죠? 오카자키 씨.”

……끄덕.

박민재의 물음에 AAU 도쿄 지부장, 오카자키가 반응했다.

“이무기. 용이 되길 갈망하는 존재.”

“……이무기요?”

“동양의 전설에 따르면 용이 되기 위해서 영겁의 시간을 인내하는 존재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지하에서 발견된 거대한 파충류라면 녀석밖에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박민재가 말을 거들었다.

“다만, 녀석이 아르카나에 존재할까. 고민했을 뿐이죠.”

흐르는 침묵.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면 고려할 가치도 없는 의견이었다. 업데이트는커녕 기획조차 하지 않은 몬스터가 출현하다니.

그러나 아르카나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닌 또 다른 세계였다.

“하긴 거악부터가 우리가 모르는 몬스터. 아니, 존재였죠.”

게다가 이런 상황은 이미 한번 겪어보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박민재, 그리고 오카자키에 쏟아지는 질문들.

“이무기란 녀석 강합니까? 용과 비슷해요?”

심정은 알겠는데 성격 한번들 급하시군.

박민재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확실해진 게 아니니까 딱히 드릴 말씀은 없네요. 만약 이무기라고 해도 놈이 어떻게 표현됐을지도 짐작이 가지 않고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무기든 어쨌든, 용과 비슷한 놈이란 것.

그것만으로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 확실했다.

AAU는 냉철하게 계산을 돌려봤다.

“그럼 쉽게 말해서 열화판 드래곤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이호열을 포함, 현재 텟퍼른 미궁 균열에 진입한 플레이어들이 녀석을 처치할 수 있을까요?”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호열, 그의 활약에 모든 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깨진 차원의 틈]이나 [마왕성] 균열과는 이야기가 달랐다.

당시 호열은 마탑을 비롯해 아르카나에서도 손꼽히는 무력 집단과 공동 작전을 펼쳤었으니까.

그 사실을 다들 알고 있기에.

작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설의 탐험가, 파비앙이라고 해도 결국엔 탐험가니까. 클래스의 한계로 전투에서 큰 도움을 기대하긴 힘들 거고…….”

부정적인 우려가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딸깍─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추가 업데이트 내역 올라왔어요!”

“하여튼, 레이먼! 한 번에 공지하면 어디가 덧나냐?”

“내역 좀 공유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네, 잠시만요!”

딸깍─

이내, 모든 참석자에게 공유된 업데이트 내역.

──────

신규 균열, ‘텟퍼른 미궁’이 추가됩니다.

신규 몬스터가 추가됩니다.

‘텟퍼른 흑의 계약자’ : Lv.450

신규 보스 몬스터가 추가됩니다.

‘깨워선 안 될 존재’…….

──────

깨워선 안 될 존재……!

그 이름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무기, 용이 되기 위해서.

영겁의 세월을 웅크린 채 인내하는 존재라고 했었나?

“아무래도 한일 지부장님들 추측이 맞는 것 같은데요?”

녀석에게 그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도 없을 테니까.

그러나 놀란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녀석, 레벨이……?!”

─────

‘깨워선 안 될 존재’ : Lv.900

─────

900레벨.

현재까지 등장했던 몬스터 중 최고.

마왕, 플라우로스보다도 무려 50레벨이나 높았다.

아르카나의 개발자들.

때문에 고레벨로 갈수록 1레벨의 격차가 더욱더 극심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보스 몬스터에 드래곤족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녀석은 마왕, 플라우로스보다도 강하다.

지부장님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울 때였다.

“……잠시만요. 다들 보고 계세요?”

다시금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보고 있다니, 뭘 말입니까?”

“박휘강. 그러니까 미궁에 진입한 넷튜버 스트리밍이요!”

“스트리밍?”

“링크 공유 좀 해주시겠습니까? 화면 공유면 더 좋고요.”

……무언가 큰일이 벌어졌구나.

긴장 속에서 떠오르는 스트리밍 화면.

떠오르는 텟퍼른 미궁의 풍경.

거기선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잠깐만, 저 검은 형체……? 텟퍼른 흑의 계약자잖아요.”

[텟퍼른 흑의 계약자].

업데이트 내역에 명시되어 있듯.

텟퍼른 미궁 균열에 등장하는 일반 몬스터.

아르카나의 시스템상, 보스 몬스터 ‘깨워선 안 될 존재’에게 종속된 몬스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어째서…….

박민재가 작게 중얼거렸다.

“……어째서 이무기한테 달려들고 있는 거지?”

보스 몬스터의 통제를 벗어난 일반 몬스터라고?

개발자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믿지 못할 상황을 납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경험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이호열이다.’

무슨 술수를 쓴 건지.

그의 클래스 능력 덕분인지.

혹은 퀘스트의 일부인지.

구체적인 정보는 조금도 짐작할 수 없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이호열이란 것을.

“하하…….”

박민재가 헛웃음을 뱉었다.

그 어떤 역경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낸다.

이 정도면 그냥 맹목적으로 믿어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

“괜히 다들 호멘, 호열 님 거리는 게 아니었잖아. 이거?”

*

[텟퍼른 흑의 계약자에 대한 지휘권을 획득하셨습니다.]

[텟퍼른 10,890인의 흑의 계약자]

[현재 상태 : 명령 대기]

낯설지 않은 메시지였다.

내가 그래도 경험이 있거든.

나름 여신교단 성기사들을 이끌어 봤단 말씀이시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공격 명령을 내리고 싶었다.

[깨워선 안 될 존재에게 ‘공포’가 발생합니다.]

녀석에게서 오감을 빼앗은 『흑관』.

거기에 적합한 마력을 더한 덕분에 상태이상 중에서도 최상위 상태이상에 속하는 [공포]가 발생한 상태. 그런 상황에서 들려오는 정보가 있었으니까.

“긴급 업데이트 내역 떴다고요? 네?! 레벨이 구백?!”

뭐, 900레벨?

내가 어째 스케일이 크다 했다……!

징징거리는 수준을 넘어서 진짜 명줄이 위태로운 상황.

특히나 나는 방금까지 입방정을 떨었었으니까.

‘잠투정? 그거 받아주다간 내가 영영 잠들게 생겼잖아.’

그래서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말했다시피 [공포]는 최상위 상태이상.

──────

공포 : 대상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너트린다.

──────

플레이어들이 악마족 몬스터를 두려워한 이유면서, 쥐뿔도 없던 내가 악마 앞에서 꼿꼿할 수 있었던 근거 중 하나일 정도였으니까.

‘공포는 마왕을 절규하게 할 정도의 상태이상.’

공포가 발생한 지금이 녀석을 쓰러트릴 절호의 기회라는 것.

그러나 빌어먹을 긍지 때문에……!

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태연하게도 말했다.

“그대들은 이미 충분한 희생을 치렀거늘.”

흑의 계약자, 텟퍼른의 백성들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과오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인가?”

그랬다.

나는 [텟퍼른 흑의 계약자]들에 대한 지휘권을 얻었으면서도, 단 한 순간도 텟퍼른의 백성들을 통제하지 않았다.

가슴 속 언제 가라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복잡하신 긍지께서 그런 행동을 용납할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그러나 조급할 건 없었다.

“!!!”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공포의 효과.

동요가 그대로 드러나는 거대한 동공.

그보다 비대한 몸집으로 몸부림이라도 치는 것인가.

쿠구구구궁─!

미궁이 전보다 더욱 격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씨, 이럴 때 공격해야 하는 거 아니야?”

“미친놈아. 저기에 어떻게 달려들어!!”

“이건 얼마를 후원하셔도 리액션 못합니다. 진심으로요.”

실로 압도적인 박력.

그 앞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산전수전 다 겪었을 전설의 탐험가, 파비앙.

“후우.”

그조차도 긴장감에 숨을 고르고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과오를 바로 잡고자 하는 이들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스스스─

명령 따윈 하지 않았거늘.

흑의 계약자들이 움찔거리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흑의 계약』때문에 오직 원념만 남아있는 상태.

그 탓에 구체적인 행동은 불가능하다.

“?!”

그저 깨워선 안 될 존재, 놈을 붙들고 늘어질 뿐.

“……아군인 것까진 좋은데.”

“저거 도움이 되긴 하는 거야?”

“포옹이잖아? 저래서 무슨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그 모습이 누군가에겐 우습기도.

무력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내게는 아니었다.

다른 이들은 알 수 없을지라도.

나는 알고 있단 말이다.

저 행동에 담긴 의미를.

스스스─

녀석에게 밀착한 흑의 계약자들이 더욱더 짙은 어둠으로 물들어 간다.

적합한 마력을 방출해 가며 허공으로 사라진다.

사실상, 순수한 적합한 마력의 결정체.

원념만 남은 텟퍼른의 백성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산화하며 녀석에게 피해를 주는 것밖에 없을 테지.

흑마도학적 관점과 더불어.

“그런가. 그대들의 긍지를 내가 알았다.”

나의 전공 분야, 긍지론적 관점까지.

그러니까 나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펄럭─

허공에 나부끼는 백색의 겉날개.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숨 쉬듯 자연스러운 간섭과 발현.

마치 날개에서 깃털이 빠져나오는 것처럼.

겉날개에 저장된 속성 마법들이 하나둘씩 뿜어져 나온다.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저게 뭐야?”

“스, 스킬인가?”

“스킬이라고? 어디서부터가 스킬인 건데. 저 날개부터?”

그러나 그들의 웅성거림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신경 쓸 정신이 없다.

텟퍼른의 백성들이 마지막 긍지를 불사르고 있었다.

타오르는 마지막 불꽃에서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었으니까.

그래, 이것이 내가 가슴 속에 짊어진 무게라는 것이다.

겉날개에서 발현되는 백(百)의 속성 마법.

포문을 연 건 [『절대영도』]였다.

[『기이』], 그것도 세니오스의 경지를 모방해 발현해 낸 기이였으니까.

당연하게도 위력은 내가 발현할 수 있는 마법 중에서도 압도적이다.

물론, 그 마력 소모량은 아직 400레벨대에 불과한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효과 : 착용 시, 사용자가 발현하는 속성 마법을 저장. 저장할 수 있는 마법의 개수는 겉날개의 색에 비례하며 저장된 마법을 발현 시, 마력 소모량이 30퍼센트 감소. - 현재 저장된 속성 마법의 수 : 100개]

겉날개에 저장해 마력 소모량을 줄였다고 하더라도.

[6시간 동안 마력 재생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비약초의 효과를 더한다고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마력 소모량인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내게 마력 탈진은 없었다.

[스킬, ‘천적관계’가 발동됩니다.]

[천적관계]가 발동됐으니까.

굳이 그 이유를 파악하려고 들지 않아도, 고점에 다다른 악마 사냥꾼의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미궁 심층부, 균열에 진입한 플레이어 중 악마가 섞여 있다고 말이야.

‘평상시 같았으면.’

악마라면 두고 볼 수 없는 그랑펠의 성질머리.

깨워선 안 될 존재보다 악마를 먼저 사냥하려고 나섰어도 이상하지 않았겠지.

그러나 말했다시피 텟퍼른의 백성들이 있었다.

“감히 열등한 족속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모든 것은 절차에 따라서.

그 우선순위가 존재하는 법.

악마 사냥은 녀석을 쓰러트린 다음이다.

……어쨌든, 나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천적관계]가 발동된 덕분에 시작부터 [『절대영도』]를 때려 박을 수 있었거든. 그러고도 마력 탈진으로 비틀거리지 않고 저장된 속성 마법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깨워선 안 될 존재에게 ‘동상’이 발생합니다.]

[깨워선 안 될 존재에게 ‘출혈’이 발생합니다.]

[깨워선 안 될 존재에게 ‘마비’가 발생합니다.]…….

900레벨의 보스 몬스터.

그러나 녀석은 정상이 아니다.

온갖 디버프를 달고 있는 덕분에 충분히 해볼 만하다.

아니, 나는 녀석을 쓰러트릴 수밖에 없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텟퍼른 10,890인의 흑의 계약자]

[텟퍼른 9,754인의 흑의 계약자]

[텟퍼른 7,551인의 흑의 계약자]…….

최후까지 자신들을 희생하는 텟퍼른의 백성들.

하이엘과 어둠의 정령.

그리고 파비앙 일행.

“경, 저희도 참전하겠습니다. 참전이라고 해도 전투력은 별 볼 일 없겠지만……. 경께서 만반의 준비를 하라 말씀해 주신 덕분에 챙겨 온 마도구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레이어들까지.

“다들 보고만 있을 겁니까?”

“아까는 호열 님이랑 함께 싸워보고 싶다면서요?”

“씹, 뭐라도 해야지. 계속 보고만 있는 것도 쪽팔린다고!”

깨워선 안 될 존재.

녀석을 향해 무수한 합공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고통에 조금이나마 정신이 든 것인가.

“!!!”

녀석이 더욱더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미궁, 암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녀석의 육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과연, 동공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건가. 날카로운 이빨, 발톱이 연달아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친, 저거 설마 드래곤이야?!”

“생긴 건 영락없이 그쪽인데!”

“조금만 늦었어도 저 발톱에…….”

놀란 플레이어들이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나는 꼿꼿하게 멈춰선 채 물러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녀석을 쓰러트릴 수밖에 없다고.

긍지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너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정순한 지식의 오망성]

[등급 : 에픽]

[제한 : 없음]

[효과 : 착용 시, 아르카나 대륙의 모든 광물과 모든 식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다.]

[설명 : 헤아릴 수 없이 방대한 지식이 담긴 마도구.]

지하(地下).

암벽(巖壁).

광물이 존재하는 이상.

너는 비늘 하나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침구를 차내는 행위는 잠투정으로 간주하지 않겠다.”

“……?”

“격식을 지키거라.”

“……!”

콰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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