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투정 (1)
“이, 이게 무슨 일일까요?”
넷튜버의 직업병.
박휘강이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채팅창이 장단을 맞췄다.
-왜 뭔데뭔데???
-휘강아 카메라 좀 앵글 좀 맞춰봐!!!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
-설마 우리 호열 님 뜨셨음?! 그저 호멘
“아니요. 호열 님이 나타나신 게 아니라…….”
터치와 동시에 전환되는 카메라 앵글.
비로소 시청자들의 화면에 떠오른 [텟퍼른 흑의 계약자]들.
-ㅁㅊ 뭐가 저렇게 많냐? ㄷㄷㄷㄷ
-ㄹㅇ 암것도 못하고 개복치사 했겠는디??
-근데 쟤네 어디 가는 거임???
말 그대로 대군.
물량에 놀라기도 잠시, 시청자들도 위화감을 알아차렸다. [텟퍼른 흑의 계약자], 녀석들은 추가 업데이트 내역에도 명시되어 있었던 몬스터가 분명했거늘.
“왜 아까랑 다르게 공격을 안 하는 거야?”
“나한테 물어봐도 내가 알겠냐?”
“형님들. 괜히 아까운 포션까지 마셨습니다. 어떻게 포션값 후원 좀.”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후우─
일단,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박휘강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탐험가의 직감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이건 함정을 건드린 수준이 아니에요.”
쿠구구구궁─!
이 순간에도 미궁은 무너져내릴 것처럼 진동했다. 누군가 작정하고 트롤링을 했다고 쳐도, 미궁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장치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터.
“그 이상의 사건이 벌어진 게 확실한데…….”
평상시라면 생각하느라 골치 꽤나 썩였겠지.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떠오르는 가능성은 단 하나뿐.
[텟퍼른 미궁] 균열엔 호열이 있었으니까.
‘……맞아, 호열 님이 퀘스트를 수행 중이시잖아!’
[텟퍼른 울타리] 균열에서 벌어졌던 사건.
호열과 어둠의 정령과의 대화.
그 장면이 전파를 타는 바람에 둘의 대화를 두고 온갖 분석이 끊이지 않았었다. 한없이 깊은 어둠이 호열의 클래스가 확실하다, 뭐다…….
하지만 확실한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오직 그대만이 이 텟퍼른의 미궁을 풀 수 있다.”
호열이 텟퍼른 미궁과 관련된 퀘스트를 받았다는 것.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리 끝.
박휘강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거 호열 님이 벌이신 일 같아요.”
-뭐? 호열 님이?
-호열 님이 트롤링을 했다는 말이냐?
-신성모독이다!!
“아니요. 이건 트롤링이 아니에요!”
[텟퍼른 흑의 계약자]들의 행동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마치 함정을 건드린 것처럼.
몹들이 깨어나긴 했지만, 공격을 해오진 않았다.
그저 어딘가를 향해.
정확히는 미궁 심층부를 향해 움직이고 있을 뿐.
‘호열 님이 진행 중이신 퀘스트의 일부가 아닐까?’
결론이 나왔지만, 박휘강은 입을 다물었다.
과도한 추측일지도 몰라.
혹시라도 호열 님에게 폐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다른 이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데에.
부연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첫 등장 때부터 같은 대사만 반복하던 [텟퍼른 흑의 계약자].
그들의 대사가 바뀌었으니까.
“……오랜 기다림 끝에 과오를 바로 잡을 기회가 왔도다.”
“!!!”
하나가 아니었다.
모든 흑의 계약자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박휘강을 포함,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플레이어들.
그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열었다.
“이것도 퀘스트의 일부인 거야!”
“뭔 놈의 퀘스트 스케일이……?”
“진짜 누구는 잡퀘 하나 받기도 어려운데!”
대체 어떤 퀘스트를 진행 중이길래.
미궁 전체를 뒤흔들고, 이만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걸까?
부러움을 떠나 같은 플레이어로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타이밍에 누군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저희도 따라가 볼까요?”
[텟퍼른 흑의 계약자]들이 깨어나고 움직이면서 함정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졌다.
정말, 말 그대로 저들의 뒤를 따라간다면…….
“미궁 심층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미궁 심층부.
그곳에서 균열에 진입하며 엇갈렸던 플레이어들과 재회할 수 있을 터.
그중엔 틀림없이 호열이 있겠지. 미궁의 전리품을 떠나서 이 순간만큼은 순수하게 궁금증이 솟구칠 수밖에 없었다.
“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요. 뭘 하고 계신 건지!”
호열의 활약을 지켜보고 싶었다.
박휘강의 파티뿐만 아니었다.
미궁에 진입했던 모든 플레이어.
그들이 떨어졌던 스타팅 지점.
“저것들을 따라가면 미궁 심층부까지 갈 수 있단 거지?”
“거기엔 이호열이 있을 거고.”
“그럼 이호열이 대체 무슨 짓을 벌이는 건지도 확인할 수 있을 거고?”
판단이 서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우르르─!
각 스타팅 지점, 플레이어들이 [텟퍼른 흑의 계약자]들의 행렬에 따라붙었다.
과연, 추측대로.
함정은 더 이상 발동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놈의 미궁, 뭐가 이렇게 깊어?”
“이건 진짜 클리어하라고 떠오른 균열이 아닌데.”
“일반적인 속도였으면 균열이 붕괴할 때까지 클리어는커녕 심층부까지 도달하지도 못했겠는데?”
혀를 내두르면서도 지하로, 더 깊은 지하로.
걸음을 서두른 끝에 플레이어들은 도달했다.
텟퍼른 미궁 심층부에.
그리고 목격했다.
“……저, 저게 뭐야?”
미궁의 암벽.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무언가’를.
“……보석인가? 근데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형님들, 저거 방금 움찔거리지 않았어요?”
“잠깐. 저거 설마, 눈동자인가?”
“야씨. 미친 소리 하지 마. 무슨 눈동자가 저렇게 커?!”
너무나도 커서 단번에 알아보지 못할 정도.
그건 부정하고 싶을 정도의 크기였다.
족히 십 미터는 넘길 것 같은 동공이라니.
누군가 말을 더듬는다.
“……저게 동공이면 본체는 얼마나 크다는 건데?”
바짝─!
깨닫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아났다.
일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아르카나의 보스몹들. 이렇게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몬스터가 있었던가? 기억을 되짚어 봐도 딱히 떠오르는 녀석이 없었다.
시끌시끌─
타 스타팅 지점에서 도착한 플레이어들.
“거봐. 내가 늦었다고 했지.”
“그러네. 다른 쪽 상황도 우리랑 마찬가지였던 건가?”
“와씨. 뭐가 이렇게 많아?”
“……야, 잠깐만.”
그들도 하나둘씩 거대한 동공과 마주했다.
아직 상태이상 메시지가 떠오른 것도 아니었건만.
플레이어라면 곧장 알 수 있었다.
“내가 미궁 초입부터 이상하다 했다!!”
“뭐, 적정 레벨 500? 아주 지랄을!”
“애초에 이호열이 진입했을 때부터 알아봤어. 나는!”
우리들의 수준으로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러니까 시선은 자연스레 호열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의심하는 건 아닌데. 가능할까요?”
이호열.
추정 레벨, 최소 900레벨.
그러나 제아무리 호열이라고 하더라도.
저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까?
마주치자마자 녀석의 크기에 압도된 탓.
플레이어를 포함, 지켜보는 이들은 불안감이 들었다.
“보스몹은 차원이 달라. 레벨에서 우위라고 해도 스탯 자체가 일반 몬스터랑은 차원이 다르니까. 그런데 저게 이호열보다 레벨이 낮으리란 법도 없잖아…….”
게다가 지금 호열의 전력은 백 퍼센트가 아니었다.
호열, 개인의 전력엔 변함이 없겠지만.
호열을 따르는 세력.
마탑.
라이언 하트 기사단.
그림자 용병단.
여신교단 성기사단까지.
이번엔 그 압도적인 세력이 함께하지 않았으니까.
“이호열과 동행한 건 달랑 탐험가 셋.”
물론, 전설의 탐험가 파비앙을 포함해 셋 모두가 평범한 탐험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탐험가는 엄연히 비전투 클래스였다.
전투에 있어선 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단 뜻이다.
두뇌 회전이 빠른 몇몇 플레이어가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가 합류하면 되잖아요? 호열 님한테.”
“그래, 당연히 합류해야지. 어차피 한배를 탄 건데.”
“맞아. 어차피 녀석을 쓰러트려야 하니까. 그런데…….”
……솔직하게 우리가 도움이 될까?
잘은 몰라도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인가?
거대한 동공에 초점은 없었다.
그저 눈을 뜨고 있을 뿐.
그럼에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미궁의 암석 아래로 언뜻 드러난 녀석의 피부 조직.
“내 수준으론 솔직하게 생채기도 못 낼 것 같은데?”
플레이어들은 최악을 상상했다.
만약, 녀석의 동공에 초점이 돌아오고.
그 시선이 자신들을 향한다면…….
“젠장, 벌써부터 쫄리는데. 이거.”
몸과 머리가 따로 논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송골송골─
애써 장비를 다잡은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하나를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이곳.
미궁 심층부를 향해 모여든 [텟퍼른 흑의 계약자]의 존재를.
흑의 계약자, 일렁거리는 검은 형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미궁의 좁은 통로 탓에 숫자를 정확하게 헤아릴 수 없었다.
드넓은 심층부에 들어서자 그들의 숫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니, 정확히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머릿수였다.
“수천, 아니 일만은 될 것 같은데요?!”
이미 몸을 휘감은 불안감 탓일까.
누군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저것들 갑자기 돌변하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다 뒈지는 거지.”
“이제 와서 도망가기도 늦었어. 정신 차려 다들.”
꼴깍─
저절로 넘어가는 마른침.
그러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
각자 다른 갈림길에서 쏟아져 나온 탓에, 혼잡하게 섞여 있던 흑의 계약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와 열을 맞춰 대형을 갖춰갔다.
“……뭐야, 갑자기?”
‘격식’과 ‘절차’에 충실한 듯한 행동.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역시나.
눈치가 빠른, 그러면서도 믿음이 흔들리지 않았던 박휘강이었다.
‘호열 님. 호열 님은 어디 계시지?’
역시, 호열이 흑의 계약자를 움직인 게 분명하다!
박휘강이 심층부를 두리번거렸다.
흑의 계약자와 플레이어로 혼잡한 미궁 심층부.
그 속에서 호열을 찾겠다니.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다름없어야 했건만.
“……찾았다.”
박휘강은 단번에 호열을 찾았다.
믿음의 힘으로?
아니, 그런 게 아니었다.
어두컴컴한 미궁 심층부.
그곳에서 찬란한 후광을 뿜는 형체.
[백색(百色)의 겉날개].
백 가지의 속성 마법이 깃든 겉날개가 펄럭이며 그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빛을 반사하는 은빛의 머리카락까지.
“호열 님!”
호열의 존재감은 절망에 빠진 미궁 속에서도 찬란했으니.
그 모습은 마치 한없이 깊은 어둠.
그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의 빛.
박휘강이 그런 호열의 모습을 자세히 보기 위해 스킬, [탐험가의 시선]을 발동했다가 흠칫했다. 잘못 봤나, 싶어서 눈까지 끔뻑거려 봤거늘.
호열의 손에 들린 저건 아무리 봐도…….
“……찻잔?”
모락모락─
그것도 김이 피어나는 찻잔이었다.
*
달칵─
흔들림 없는 목과 팔의 각도.
절제된 자세로 기울이는 찻잔.
……난데없이 티타임이라니.
남들이 보기엔 어떻게 보일까.
됐다, 이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 생각하면 나만 괴로워지는 거다. 호열아…….
[6시간 동안 마력 재생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이른바 울며 비약초 먹기.
나는 거대한 동공을 바라봤다.
녀석이 바로 ‘깨워선 안 될 존재’였다.
과연, 전설의 탐험가란 명성은 어딜 가지 않는다는 거겠지.
파비앙은 녀석의 동공을 보자마자 정체를 특정했다.
“가죽으로 봐선 뱀 혹은 도마뱀. 그러나 이 정도의 크기라면…….”
꼴깍─
천하의 파비앙이 식은땀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역시, 드래곤과 관련된 녀석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파비앙의 박학다식이 때론 내게 상처가 된다.
……드래곤이라니!
온갖 발버둥을 쳐서 간신히 마왕을 쓰러트렸더니 이젠 용과 마주하게 됐다.
이젠 확신할 수 있다. 이게 다 [행운]에 스탯 포인트를 투자하지 않아서다, 진짜로……!
‘최종 콘텐츠잖아, 드래곤은.’
드래곤.
강함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간단했다.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남긴 용마대전(龍魔大戰)의 교훈은 명확했다. 설령 마탑조차도 불멸의 존재, 드래곤과는 맞설 수 없다는 것…….』
다른 것도 아니고 마탑에서 읽었던 서적에 그렇게 적혀있었으니까.
과장이 아니겠지. 그러니까 파비앙이 식은땀을 흘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경,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이 정도의 규모를 자랑했던 고대 도시, 텟퍼른이 모든 걸 희생하면서까지 녀석을 봉인하려고 했던 이유를 말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드래곤은 악마가 아니다.
[천적관계]가 발동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아니, 발동돼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마탑, 전체가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존재라니까?
당사자였던 마탑이 패배를 교훈으로 삼아서.
책으로 남겼을 정도였단 말이다.
……아무래도 심히 좆된 것 같구나.
과거의 나였다면 그렇게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말이야.
나도 이젠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적응이 좀 됐거든.
눈치가 생겼단 거다.
‘저건 드래곤이 아니야.’
확신할 수 있는 이유?
나는 퀘스트에도 급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10대 불가사의 퀘스트 : 텟퍼른의 미궁]
아르카나 대륙 10대 불가사의, 텟퍼른.
텟퍼른의 미궁을 파훼하고.
텟퍼른의 실체를 세상에 알려라.
현재까지 밝혀낸 불가사의 : 0개 / 10개
─텟퍼른의 미궁을 목격하라. (성공)
─미궁 심층부에 도달하라. (보류)
─심층부에 잠든 ‘깨워선 안 될 존재’를 처치하라. (진행 중)
만약, 정말 드래곤과 관련된 퀘스트였다면.
이건 10대 불가사의 퀘스트로 분류되지 않았겠지.
월드급이 아니라 정말 월드 퀘스트로 떠올랐을 거란 말이다.
[월드 퀘스트 : 세계수의 씨앗]
세계수 퀘스트처럼.
그러니까 나는 내심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잖아?
아이템 장비부터 비약초 도핑까지 말이야.
마음 같아선 파비앙 일행들까진 챙겨주고 싶었는데.
“그대들에게 내어줄 수 있는 차가 없어 아쉽군.”
다행히도 파비앙은 멋쩍게 웃어넘겼다.
“아닙니다. 우려하실 것 없습니다. 사실 권하셔도 무언가를 섭취할 정신이 없어서 말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동감입니다.”
다들 그렇게 말해주니까 덜 미안해지네.
게다가 이곳엔 나와 파비앙 일행만 있는 게 아니었다.
왜, 보이는 것처럼 나와 함께 균열에 진입했던 플레이어들이 있다.
그리고 아르카나 대륙의 평화를 위해. 자신들을 희생했던 긍지 넘치는 텟퍼른의 백성이 있다.
[텟퍼른 10,890인의 흑의 계약자]
[현재 상태 : 명령 대기]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깨워선 안 될 존재.
저게 진짜 드래곤인지 뭔진 알 수 없어도, 어쨌거나 녀석이 멀쩡한 상태가 아니라는 걸 말이야. 그건 텟퍼른 백성들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는 『흑관』 덕분이었다.
‘녀석은 오감을 빼앗긴 상태.’
[실명], [침묵], [마비] 등등…….
온갖 상태이상을 달고 있단 소리였다.
이 순간, 초점 없이 깜빡거리고 있는 동공이 그 증거.
그리고 내게는 『흑관』의 효과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적합한 마력’이 충만하다. 그러니까 나는 언제나처럼 당당하게 입을 열 수 있단 말이다.
“깨어나선 안 될 존재여.”
그와 동시에 끌어올리는 적합한 마력.
청각을 빼앗겨 듣지도 못할 테지만.
나는 말을 이었다.
“잠투정이라면 내가 받아줄 테니. 어디 마음껏 날뛰어 보거라.”
……하여튼, 입방정.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드래곤과 관련된 녀석을 얌전히 날뛰게 둘 순 없다……!
그런 나의 처절한 의지가 메시지로 떠올랐다.
[깨워선 안 될 존재에게 ‘공포’가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