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텟퍼른 미궁 (1)
마르셀로는 크리스탈 홀 중앙에 섰다.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마법사의 시선.
이런 자리가 처음도 아니건만.
어째서일까.
‘감회가 남다르군.’
모험가들의 세계에 떨어지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변화의 계기는 호열이겠지.
마르셀로는 호열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나는 그대의 탐색 과정에 군더더기가 존재한다고 생각되는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르셀로 수석 마법사?”
피식─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작은 웃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첫 등장이 아닐 수 없었다.
그와 함께 수석의 자리를 감당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러나.
‘경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를 마탑으로 이끈 것에 대한 후회는 조금도 없었다.
호열이 아니었다면.
카림제바를 비롯한 악마 숭배자들의 기만을 알아차리지도.
마탑의 원죄도 바로 잡지 못했을 테니까.
물론, 꼭 그런 거창한 사건들이 아니었더라도.
‘제 짐을 나눠 짊어주신 것도 알고 있습니다.’
사전 검증, 정기 학회, 선임들 사이의 관계 개선까지.
덕분에 여러모로 신경 쓸 거리가 줄어들었으니까.
자신에게 휴식 시간이 생긴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왜, 인품은 여유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있지 않았던가?
전보다 성격이 유해졌다.
눈에서 독기가 빠지신 것 같다.
자신을 향한 소문들이 그 증거겠지.
‘경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르셀로는 호열의 생각을 짐작할 수 없었다.
경께서는 어찌.
악크샨의 생존자이면서 마탑을 위해 나설 수 있는 것인가?
마찬가지로 성전(聖戰)의 원수라고 할 수 있는 여신교를 너그럽게 포용할 수 있는 것인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상관없겠지요.’
그러나 의문이 우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르셀로는 목격했었으니까.
세니오스의 죽음을 애도하던 호열의 모습을.
-“세니오스 원로 마법사…….”
자신보다 먼저 세니오스 님을 찾으셨을 줄이야.
불필요한 의문이 사라질 정도의 행동이었다.
그러니까 마르셀로에게 걱정은 없었다.
‘저는 안심할 수 있습니다.’
경이라면 틀림없이 마탑을 다시 세울 수 있으시리란 사실. 더 나아가 자신의 연구 또한 성공적으로 끝마치실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단 한 가지, 미련이 남는다면…….
‘탑주님을 다시 뵐 수 없다는 것엔 조금 미련이 남는군요.’
그러나 마르셀로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을.
그러니까.
‘경께서 나아가실 길을 여는 것.’
많지 않은 시간.
자신의 할 일을 해내야 했다.
마르셀로, 자신이 짊어져야 할 수석의 무게였다.
마르셀로는 호열의 말을 떠올렸다.
-“숨기는 것은 긍지에 어긋나는 일이라 생각하네.”
그래, 경의 말씀대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이내, 마르셀로가 입을 열었다.
“마탑의 대역죄인, 카림제바를 비롯한 3인의 원로 마법사. 그들의 처분 과정에 관한 이야기로 원탁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에 앞서 원로 마법사, 세니오스 님을 위한 묵념으로 개회를 대신하겠습니다.”
.
.
.
치유학 선임 마법사, 벨리에 유시아.
그녀는 마탑을 맴도는 비장감을 알아차렸다.
“……결국, 알게 됐어.”
원탁 회의에서 모든 사실이 밝혀졌다.
모든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벨리에였거늘.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받았던 충격의 여파가 다시 느껴질 정도였다.
“다들.”
그런 의미에서 숙련, 견습 마법사들이 받았을 충격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벨리에는 알고 있었다. 마탑의 마법사, 모두가 보통내기가 아니란 사실을.
견습 마법사.
마탑 내부에서나 햇병아리 취급을 받았지.
그 능력들은 저들이 마탑 입성 전.
숱하게 들었던 평가만 봐도 알 수 있겠지.
마도 가문의 자랑, 대마법사의 환생, 순수한 재능의 원석…….
숙련 마법사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은 당장 아르카나 대륙에서 손꼽히는 마법사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을 갖추고 있다.
그 전공에 따라서는 하나의 도시를 파괴할 수도, 다시 세울 수도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선임 마법사는 인간보다 초인(超人)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겠지.
벨리에, 자신도 자각하고 있었다.
자신을 비롯한 선임들의 마법은 평범한 이들의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라는 것을.
마탑은 그런 곳이었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이들.
혹은 그 잠재력을 개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또는 그 잠재력을 이미 꽃피운 이들이 모인 집단.
“당장이야 혼란스러울지 몰라도…….”
견습, 숙련, 선임까지.
모든 과정을 겪어온 벨리에이기에.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 볼 수 있었다.
결국엔 자신과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되리라는 것을.
그래, 마탑을 기만한 악마.
또한 아르카나 대륙을 쑥대밭으로 만든 그들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이 순간, 마탑에 맴도는 비장감도 바로 그 때문이리라.
그러니 한편으로는 우려될 수밖에 없었다.
집결한 마탑의 힘.
그 강대한 힘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를 테니까.
그런 마탑의 힘이 옳지 않게 쓰였을 때를 생각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져 벨리에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당장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마르셀로, 그리고 이호열 수석.’
현재 마탑엔 두 공동 수석이 존재했으니까.
잘근─
벨리에가 입술을 깨물었다.
“당장은…….”
벨리에는 알고 있었다.
마르셀로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그래서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인물, 호열을.
수석으로 추대했다는 사실도.
‘……그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마르셀로, 우리가 봐온 세월이 몇 년인데.
천하의 마르셀로가 선택한 호열이었다.
처음에는 몰라도 지금 와선 의문 따윈 들지 않았다.
이호열 수석께서 보여주신 능력이야, 말하면 입만 아플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겉과는 다른 내면까지.”
단 한 번도 숙인 적이 없던 뻣뻣한 고개.
그런 고개를 숙인 채.
홀로 세니오스를 애도하던 이호열 수석.
벨리에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마르셀로 수석님. 과연, 수석다우신 안목이네요.”
옳은 판단이겠지.
마르셀로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었을 거야.
그러나 벨리에에게는 아니었다.
“……나도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하는 것뿐.”
그런 벨리에가 이내 웃음을 거뒀다.
깃털펜을 집어 들었다.
사각─
무언가를 정성껏 적어나갔다.
그래도 한 가지는 다행이었다.
“클레, 덕분에 걱정거리 하나는 덜었군요.”
깃털펜을 쥐자 떠오르는 숙련 마법사, 클레의 조언.
-“무엇보다 그 목적! 목적이 중요하신 것 같았어요!”
출탑 신청서.
출탑의 목적을 적어가던 벨리에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호열 수석. 당신께서 어떻게 여기실지는 몰라도. 제게 이보다 중요한 목적은 없습니다.”
──────
수석 마법사, 마르셀로 시무아르드.
시무아르드 마도 가문에 전승되는 시한부의 저주.
그 해주(解呪)에 관한 연구.
──────
*
젠장, 기운이 빠진다.
사실 원탁 회의에서 내가 한 거라고는.
크리스탈 홀에 가만히 앉아있기밖에 더 있었느냐마는.
……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말이지.
나에 대한 뒷담화를 그렇게 적나라하게 들을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단 말인가?
누군가는 묻겠지.
커뮤니티, TV, 심지어는 혈육들과의 단톡방에서도.
한없이 깊은 어둠인가, 뭔가 하는 이야기로 떠들썩한데.
왜 그리 엄살이냐고.
‘그거랑 이거는 엄연히 다르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건 마치 공과 사를 잘 구분하던 직장에 사생활이 뿌려진 듯한 기분.
게다가 그 사생활이 떠올리기도 싫은 끔찍한 흑역사……!
그러나 고통스러워 하는 심정과 다르게 내색은 없었으니.
휘이휘이─
나는 티스푼을 휘저으며 잘도 지껄였다.
“타인의 평가는 중요치 않다.”
한마디면 충분하지, 굳이 말을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가슴 속의 긍지뿐.”
……정말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구나.
과거의 내가 존경스럽다.
진심으로.
그러나 이놈의 평정심 덕분에.
지금의 내가 이렇게 온전히 살아있을 수 있던 거겠지.
봐라, 지금만 하더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뻔뻔하게 서적을 들추고 있지 않은가?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평상시처럼 그럴싸한 소리나 내뱉으면서 말이야.
그래, 심히 부끄럽기는 하다만…….
내가 이랬던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앞으로도 이럴 게 뻔한데.
‘……한없이 깊은 어둠. 익숙해지도록 노력해 보자.’
그래, 신세 한탄을 하기에는.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일만 생각하기에도 급급하다.
나는 찻잔을 기울이며 퀘스트로 시선을 옮겼다.
[10대 불가사의 퀘스트 : 텟퍼른의 미궁]
아르카나 대륙 10대 불가사의, 텟퍼른.
텟퍼른의 미궁을 파훼하고.
텟퍼른의 실체를 세상에 알려라.
현재까지 밝혀낸 불가사의 : 0개 / 10개
─텟퍼른의 미궁을 목격하라. (진행 중)
과거엔 막막했겠지.
정기 업데이트에 [텟퍼른의 미궁] 균열이 떠오를 때까지 태평하게 찻잔이나 기울여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야. 그러나 내게는 경험이 있었다.
[마왕성] 균열.
그 정기 업데이트를 예측했던 경험이 말이야.
덕분에 약간은 확신이 생겼다.
‘정기 업데이트는 랜덤이 아니다.’
규칙성이 존재한다는 뜻.
그랑펠의 언어로 말하자면.
“모든 것엔 절차가 존재하는 법.”
그래, 정기 업데이트에도 나름의 절차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아마도 아르카나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이 정기 업데이트에 떠오를 확률이 높지 않을까?
[마왕성] 균열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미궁이라. 마주할 날이 머지않았군.”
[텟퍼른 미궁].
빠르면 당장 이번 주 정기 업데이트에 떠오르겠군.
추측의 근거는 더없이 충분하다.
마왕 압살.
그 덕분에 아르카나 대륙에서 악마들의 활동은 일시적이나마 잠잠해진 상태였으니까. 대사건이라 부를만한 일이 일어날 확률은 낮겠지.
‘철저한 준비가 필수야.’
[텟퍼른 울타리].
그곳에서 당장의 전력은 점검했다.
450레벨, 텟퍼른 허수아비에 둘러싸여서도 버틸만 했었지.
나사 빠진 클래스.
악마 사냥꾼치고는 나도 나름대로 강해졌구나, 실감이 든다.
‘뭐, 스탯 덕이 절반 이상이겠지만.’
클래스 퀘스트에 귀하시다는 비약초까지.
발버둥 친 것에 비해서 효율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주제 파악을 하자, 호열아. 내 클래스는 언제까지나 악마 사냥꾼이다.
“모든 것엔 장단이 있지.”
남 얘기하듯 하지도 말자.
결국, 내 얼굴에 침 뱉기.
내 이야기였으니까.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악마 사냥꾼.’
언제나 주제 파악을 잊지 않았으니까.
진작부터 살 구멍을, 우물을 파왔단 말씀.
[텟퍼른 미궁].
말했다시피 [천적관계]가 발동될 확률은 낮겠지. 말뿐이 아니라 정말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아이템이 하나가 있지.
[흡혈귀 백작의 오브]
[등급 : 유니크]
[제한 : Lv.400]
[효과 : 공격 시, 높은 확률로 추가 피해 적용.]
[설명 : 흡혈귀의 혈액으로 가득 찬 오브다. 마력과 접촉할 때마다 그 혈액이 터져 나와 대상에게 피해를 준다.]
아스큐라에게서 획득했던 전리품.
무려 400레벨.
그 제한 레벨을 보고 기겁했던 과거가 떠오른다.
이런 걸 써먹을 때까지 살아있을 순 있을까, 생각했는데…….
드디어 그런 날이 왔다.
‘추가 피해량은 크지 않다.’
그러나 모든 것은 활용하기 나름이다.
그 효과가 공격마다 높은 확률로 적용된다면.
단순하게 공격의 횟수를 늘리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적은 피해량도 누적이 되면 말이 달라지니까.’
그런 [스킬]은 흔치 않겠지만.
내게는 『마법』이 있다.
한 마디로 꼼수로 아이템의 성능을 몇 배 이상 끌어낼 자신이 있다는 거지. 사실 마음 같아서는 마왕의 전리품. 에픽 등급의 악마 아이템도 써먹을 수 있다면 든든할 텐데…….
[악에 물든 일각의 지휘봉]
[피로 그려진 망각의 지도]
[악의로 불타는 눈동자]
악마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래도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철저한 이해관계로 엮이게 된 탐험가 연맹이 있었으니까.
[미궁]에 있어서만큼은 그들만 한 전문가가 없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깃털펜을 쥐었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 법이지.”
스스스─
깃털펜을 휘갈기며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그대들 또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게 철저히 준비하도록.”
*
탐험가 연맹장, 파비앙 들롱.
“오오!”
다시금 되돌아온 서신.
확실하게 목적을 밝힌 것도 모자라 욕심을 부리지 않은 덕분일까? 서신에는 텟퍼른 미궁 동반 탐사를 승낙하겠다는 호열의 서명이 담겨 있었다.
그래, 거기까진 좋았다…….
뒷내용을 읽던 파비앙이 중얼거렸다.
“……철저한 준비?”
그냥 준비도 아니고 철저한 준비라니.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순간, 파비앙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
탐험가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자질, 눈치.
파비앙은 눈치껏 그 뜻을 짐작해봤다.
눈을 지그시 감고.
가장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나는 한없이 깊은 어둠이다…….”
엄청난 업적을 세운 모험가다…….
그런 호열의 입장에서 철저한 준비란 대체 무엇일까?
파비앙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셨으니 별수 없군.”
연맹의 보물(寶物)을 꺼낼 수밖에.
연맹 차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수많은 마도구들.
마탑의 수석 마법사인 호열 앞에서 마도구 자랑을 한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꼴밖에 더 되겠느냐마는.
탐험가 연맹의 마도구는 특별했다.
‘탐험에 있어서만큼은 특출난 효과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 능력만큼 귀하신 몸들.
그래서 보물로 보관되어 대대로 내려져 내려오는 마도구들이었거늘. 그럼에도 파비앙은 결단을 내렸다.
호열이 남긴 메시지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
그대들 또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게 철저히 준비하도록.
──────
파비앙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배려 아닌 배려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기회를 주었으니 그에 보답하라는 뜻일 터.
간만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파비앙은 어깨를 으쓱였다.
“실망시키면 안 되니.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려야겠구만.”
그러던 중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추신.
──────
추신. 시간은 오후에 즐기는 차와도 같다.
──────
……뭣?
혹시 수수께끼인가?
파비앙은 가늘게 눈을 뜨고 그 뜻을 헤아려보았다.
“……혹시 시간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는 건가?”
그런 뜻 같았거늘.
파비앙은 반신반의했다.
그야 추신으로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소리였으니까.
“그 텟퍼른 미궁이 언제 나타날 줄 알고……?”
의문이 들었지만 파비앙은 고개를 저었다.
철저한 준비에 의문 따윈 포함되지 않았을 테니까.
이내, 파비앙이 연맹의 보물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흠칫하고 말았다.
“……설마 보물의 존재까지 알고 계셨던 건가?”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보물의 존재는 오직 탐험가 연맹장과 연맹 간부 몇몇만이 알고 있는 극비 정보였으니까. 제아무리 호열이라고 해도, 거기까진 알 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파비앙의 그런 생각은 며칠을 가지 못했다.
목요일.
유스라 왕국.
황금 송아지 주점.
벽면을 장식한 움직이는 그림.
TV를 통해 정기 업데이트 소식이 전해졌으니까.
“파비앙 연맹장님. 텟퍼른 미궁 균열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
호열이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불과 며칠 뒤에 떠오른 텟퍼른 미궁.
설마 그는 이 모든 전개를 예상하고 있던 것인가?
“대체 어떻게?”
한없이 깊어서일까?
정말이지, 그 능력의 한계를 짐작할 수 없었다.
파비앙의 이마에 다시금 식은땀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