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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122화 (54/489)

◈ 122화. 덧씌워져 가는 역사 (2)

마탑.

유일의 사교 공간, 부유 정원.

담소 자리에서 눈치를 살피던 견습 마법사가 운을 떼었다.

“……있잖아. 뭔가 달라지지 않았어?”

질문에 서로 간에 오가는 눈빛들.

곧장 대답이 쏟아졌다.

“으음. 앞머리 잘랐구나! 훨씬 잘 어울린다!”

“뭐래?”

“뭐야, 아닌가? 그럼……. 너 살 빠졌구나! 볼이 홀쭉…….”

“야!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엥, 그것도 아니야? 그럼 뭐가 달라진 거지?”

도리도리.

그런 게 아니라!

견습 마법사가 격하게 고개를 내젓기도 잠깐.

더욱 은밀해진 목소리가 이어졌다.

“분위기 말이야, 분위기. 나 말고 마탑 분위기!”

아, 그거 말하는 거였어?

견습 마법사라고 해도 보고 들을 수가 있었다.

물론, 아직 학파조차 정해지지 않은 햇병아리기에.

견습 마법사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여태까진 뭔가 뒤숭숭했잖아?”

“그치그치. 이쪽 세계에 적응하기 바쁘셔서들.”

“그랬는데. 요새는 뭐랄까. 절차가 생긴 것 같달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마탑의 행동이었다.

아르카나 대륙에서나.

이곳 모험가들의 세계에서나.

마탑은 늘 한결같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마탑은 마탑 외부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마법사들도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야만 한다는 규율.

“뭣보다 출탑이 가능해진 게 말이 안 돼. 상상도 못 했다구!”

그런 줄만 알았고, 앞으로도 그럴 줄 알았는데.

별안간 출탑이 가능해졌단다.

물론,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속닥속닥.

다시금 은밀하게 이어지는 담소.

“왜, 숙련 마법사님 한 분이 출탑에서 돌아오셨었잖아.”

“맞다. 나도 그 소문 들었어!”

“그거 진짜 의외 아니야? 분명 선임 마법사님들도 출탑 신청서를 작성하셨을 텐데. 그런 쟁쟁한 선임들의 신청서를 제치고 먼저 채택이 되셨다는 거잖아.”

마탑엔 엄연히 계급이 존재한다.

그 계급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특히나 견습과 숙련 사이의 격차보다도.

숙련과 선임 사이의 격차가 몇 배는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화제는 자연스럽게도.

“확실히 기준이 남다르시긴 한가 봐. 이호열 수석님은.”

그런 결정을 내린 호열을 향하는 게 당연했다.

당사자로서는 알 턱이 없었지만.

은연중에 기대가 쏟아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혹시 우리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 아니야?”

“기회? 뭔 기회? 너 혹시…….”

“야. 또 개소리하지 마라, 너. 출탑 말하는 거니까.”

“아, 출탑? 하긴 출탑 신청에 제한을 두지 않으셨으니까.”

그래, 그게 딱 병아리의 눈높이였다.

듣고 있노라면.

귀엽다고 생각할 정도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한편, 부유 정원의 또 다른 테이블.

테이블을 주도하는 건 숙련 마법사, 지브릴이었다.

“확실히 저희 학파 분위기만 달라진 게 아니었군요.”

사교 자리에 둘러앉은 건 전부 숙련 마법사들.

대략 스무 명으로 마탑에 존재하는 모든 학파의 숙련 마법사들이 모인 셈. 드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지브릴이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탁!

지브릴이 하찮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 눈매가 호기심으로 빛났다.

“선임들 사이에 저희가 모르는 사건이 있던 게 확실해요!”

각 학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문은 확신이 되었다.

지브릴의 땋은 머리가 들썩거리기도 잠깐.

누군가 말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지브릴 양.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정기 학회 때만 봐도 아시잖아요? 선임들께서 이호열 수석, 이름만 들어도 바득바득 이를 가시던 거.”

정기 학회에 앞서 진행되는 사전 검증.

토파즈 홀에서 불합격을 쏟아내던 호열이 아니던가?

물론, 불합격의 이유가 더없이 타당했다고 한들.

학파에게 정기 학회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호열을 향한 선임들의 뒤끝.

아니, 감정은 쉽게 사그라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야 했는데. 뭐 손바닥 뒤집는 것도 아니시고.”

“저희 학파 가필드 선임께서도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아니, 그런 수준을 넘어서 완전 다른 사람들이 되신 것 같지 않나요?”

“……듣고 보니까. 뭔가 진지해지신 것 같기도 하시고들.”

“비장해지셨다고나 할까요?”

이호열 수석에 대한 감정뿐만 아니었다.

유서 깊게 이어져 오던 학파 간의 신경전조차 사라진 듯한 느낌.

왜, 지금도 보다시피.

저기, 부유 정원 테이블에서 몇몇 선임들이 각자 얼굴을 맞대고 있지 않은가?

그중에서도 유달리 우중충한 테이블을 바라보던 사내가 혀를 내둘렀다.

“근데 저 조합은 낯서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숨 막히네.”

물론, 선임들의 개인사까지 관심을 둘 건 없겠지.

톡톡─

지브릴은 팔짱을 낀 채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분명 뭔가 계기가 있으셨을 텐데…….”

대체 그 계기가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고민해 봐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짐작 가는 건 역시나.

“이번에도 이호열 수석께서 관련되셨겠죠?”

지브릴은 질문을 던지고는 잠자코 있던 클레를 바라봤다.

이 자리에서 호열에 관해서라면 클레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숙련 마법사는 없었으니까. 왜, 클레는 호열과 단둘이 출탑을 나섰던 사이였으니까.

“……그을쎄요? 전 잘 모르겠는걸요.”

“클레, 너 진짜 그렇게 내빼기야?”

“아니, 진짜 모르겠는데 어떻게 하라고!”

클레는 억울했다.

자신도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으니까!

클레는 어제 벨리에 선임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저는 오늘 또 하나를 깨달았답니다. 클레.”

-“깨달으셨다니. 무엇을요, 벨리에님?”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의 뜻을요.”

-“……?”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의아했다.

하지만 벨리에 선임의 눈빛이, 말하는 음성이 심상치 않았다. 깊은 감상에 젖은 듯한 벨리에 선임의 모습은 클레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대체 어떤 일이 있으셨던 걸까?’

물론, 궁금하다고 해서 벨리에에게 캐물을 순 없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클레는 흠칫하고 말았다.

벨리에는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아니, 수석께서는 언제나 한결같으셨겠죠.”

-“……!”

-“제가 뒤늦게야 알아차린 것일 뿐.”

……수석?

마탑에 수석이라면 단 두 분밖에 계시지 않았다.

마르셀로 수석을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지.

벨리에 선임과 마르셀로 수석은 오래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셨으니까.

그렇다면 벨리에 님이 말하고 있는 건…….

호열에 관한 이야기가 확실했다.

그러니까 클레도 나름대로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사교 자리에 불려나온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마음이 뒤숭숭했는데.

“아. 그러고 보니 그랬었죠?”

“……?”

“이호열 수석께서는 모험가들의 세계에서도 귀족, 그것도 굉장히 위대한 가문의 귀족이 확실하다…….”

“지브릴, 그건……!”

클레는 경악했다.

말이라는 게 참 무섭다.

언제 소문이 저렇게 부풀려진 걸까?

저런 소문이 혹시라도 호열의 귀에 들어간다면?

순간, 머릿속에 울리는 호열의 목소리.

-“그대는 그저 격식에 맞게 행동하면 되는 일이다.”

절대 안 된다.

더 이상 가만히 듣고 있을 순 없었다.

클레가 다급히 지브릴의 입을 막았다.

“으읍!”

부유 정원에 일어난 작은 소란.

그러나 역시나 눈높이가 다르기에.

소란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선임 마법사들이었다.

애초에 그들에게 숙련 마법사들의 잡담 같은 게 귀에 들어올 정신은 없었다.

“어떻게 진전은 있으십니까, 뱅그릿 선임?”

“그냥 써보고 있습니다. 그러는 나스로우 선임께서는요?”

“글쎄요.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선의의 경쟁 중이었으니까.

“저희 모두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군요.”

정기 학회도 아니요.

다름아닌 출탑의 기회를 두고서.

물론, 그 경쟁에 끼고 싶어도 낄 수 없는 이가 하나 있었다.

“흡.”

벤쉬는 입을 다물었다.

입방정의 업보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차라리 뭐라고 말씀이라도 좀!’

1분 1초가 너무나도 길다.

오가는 말이 하나도 없는데.

이게 어떻게 면담이란 말인가?

그러나 벤쉬의 속 따윈 알 바 아니라는 듯.

달칵.

마티스는 태연하게 찻잔을 기울였다.

‘이 수석께서는 차와 함께 생각을 곱씹는 것이시겠지.’

허나, 호열의 생각은 마티스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왜, 어제만 하더라도 마티스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지 않았던가?

이 수석께서 자신들보다 먼저 세니오스 님을 찾으셨을 줄이야.

‘나로서는 따라갈 수 없군.’

그러나 한 가지.

이호열 수석께서 티타임을 즐기시는 이유 정도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시간이 비교적 여유롭게 흐르는 것 같군.”

“……네, 네? 어떻게 제 속마음을? 혹시 독심술?!”

“……?”

*

……심히 귀가 간지럽구나.

그러나 격식 없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정도 가려움은 각오했던 바였다.

‘어딜 가도 내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언론은 물론.

플레이어 커뮤니티.

마탑.

심지어는 애증의 존재, 누나들까지.

모든 건 성대하게 마왕을 짓밟아 주신 덕분이겠지.

그러나 말했다시피 각오하고 예상했던 바.

게다가 어느 정도는 노리고 행동했거든.

지금까지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쳐왔다면.

이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으니까.

‘악마의 활동이 잠잠해진 지금이 적기다.’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질 적기.

물론, 방심은 없다.

나는 악마란 족속이 얼마나 비열한지 잘 알고 있으니까.

악마들이 내 눈치를 보는 것도 오래가지 않겠지.

뭐,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악마족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훨씬 편하니까.’

악마 사냥꾼.

속된 말로 나사가 몇 개나 빠진 클래스.

[천적관계]의 발동 여부에 따라 전투력이 몇 배나 차이가 나는 나였으니까. 게다가 [구마의식]을 통해 정화해야 하는 마왕의 전리품도 좀 있고…….

“요행에 의존하는 건 좋지 않다.”

물론, 언제까지나 악마를 만나기만 바랄 순 없는 노릇.

[천적관계]가 꺼진 상태.

그 상태에서의 전투도.

이번 기회를 통해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그러려고 파놓은 우물이 몇 개인데.

한 번씩은 다 써봐야지 않겠어.

스륵─

생각은 거기까지.

나는 곧장 출탑 신청서를 살폈다.

그나저나 뭐가 이리도 많단 말이냐.

투정을 부리고 싶었지만, 이 또한 내가 자초한 일이요.

이제 와서 남에게 떠넘기는 것 또한 그랑펠의 긍지엔 있을 수 없는 일.

꼿꼿하게 세운 허리와 목.

내가 미동도 없이 신청서를 살펴보기도 잠깐.

문득,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페이얀 롯.”

정령학 선임 마법사, 페이얀 롯.

나는 그녀의 출탑 신청서에서 손을 멈췄다.

페이얀에겐 큰 도움을 받았었지.

덕분에 하이엘이 {고유 정령}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마왕성 균열에서도 고생해줬고.’

페이얀에겐 여러모로 사사로운 빚이 있었거늘.

나는 나를, 그랑펠을 잘 알고 있다.

바늘로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절차에 충실하며, 공과 사에 누구보다 엄격하신 분이 바로 우리 그랑펠 님이시란 말이다.

사적인 감정은 존재할 수 없는 게 당연. 나는 지극히 공적인 시선으로 페이얀의 출탑 신청서를 살폈다.

“목적은 합당하군.”

……그런데 일리가 있잖아, 페이얀의 출탑 목적?

무엇보다 끈질기게 ‘친목 도모’를 들먹이는 벤쉬보다야.

이건 훨씬 이성적이고 대의적인 출탑 목적이었다.

──────

계약 정령을 통한 아르카나 대륙의 정보를 수집, 교환.

──────

정령학에 관한 지식은 겉핥기 수준.

그런 나도 알아볼 수 있었던 정령의 가능성이었으니까.

균열에서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페이얀.

그녀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페이얀의 계약 정령은 파이어 드래이크…….’

무려 상위 화염 정령이었다.

상위 정령이니만큼 아르카나 대륙의 상황에 관해서도 보고 들은 정보들이 많지 않으려나. 그 정보들이 내게는 물론, 마탑에도 큰 도움이 될 터.

“합격이다.”

나는 페이얀의 출탑 신청서를 채택했다.

그러고는 곧장.

스스슥!

깃털펜으로 양피지에 글씨를 휘갈겼다.

출탑을 미룰 건 없었다.

때마침 적절한 균열이 생성된 참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랑펠의 사전에 겸사겸사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뭐든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지.’

그런 내가 페이얀에게 남긴 말은 간단했다.

──────

이번 출탑에 인원 제한은 두지 않겠다.

출탑 목적에 부합하는 정령학파의 마법사가 있다면.

계급을 떠나 출탑에 동행해도 좋다.

──────

왜, 정령이든 정보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이른바 다다익선이라는 것이다.

*

[텟퍼른 울타리]

[적정 레벨 : Lv.450]

[붕괴도 : 3.2%]

플레이어 커뮤니티엔 간만에 활기가 돌았다.

-적정 레벨 450?? 악마만 없으면 우리도 할만 하지ㅋㅋㅋ

-ㄹㅇㅋㅋ상태이상만 아니어도 괜차늠

-일단 포션 값이 안나가니까 개꿀이자너

악마족 몬스터가 자취를 감춘 지금.

플레이어들에게 균열은 아르카나가 게임이던 시절의 사냥터나 다름없었다.

별다른 제약 없이 낮부터 밤까지. 온전히 사냥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야, 진짜 많이들 모였네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 생성된 균열 중.

최고의 적정 레벨을 자랑하는 [텟퍼른 울타리]은 플레이어들로 붐빌 수밖에 없었다.

잡히는 앵글마다 들어오는 스타 플레이어들.

그중에선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그림도 있었다.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죠, 형님 누님들?”

뒤바뀐 힘의 질서.

각각 1위에서 2위로.

2위에서 1위로.

길드 순위가 바뀐 샤이닝과 천하통일이었다.

“말이 오가는 건 아닌데……. 딱 보기만 해도 아시잖아요?”

양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건 아니었다.

-샤이닝은 딱히 할 말이 없을 듯??

-그치 제시도 탈퇴한 마당에ㅠㅠ

-록스 눈에 독기 가득한 거 보소

-근데 천하통일이 의외지 않음???

-ㄹㅇ호들갑 떨 줄 알았는데

정점을 빼앗긴 샤이닝은 샤이닝 대로.

정점을 빼앗은 천하통일도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였다는 것처럼 들뜨지 않았던 것. 그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균열에서 마주한 두 길드였다.

“역시 뭔가 터져도 터지지 않겠습니까?”

말 그대로 폭풍전야.

볼거리, 넷튜브각이 넘쳐난다는 소리였다.

넷튜버 플레이어들은 [텟퍼른 울타리] 균열 초입부터 군침을 흘렸다.

그래, 마왕성 균열 때 얼마나 후회했던가?

‘조금만 용감했어도……!’

이호열의 활약상을 단독으로 중계할 수 있었을 텐데.

허나, 누가 알았을까?

호열이 고작 10분 만에 균열을 클리어하고 나올 줄이야.

그 교훈이 있었으니까.

넷튜버 플레이어들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자, 그럼. 오늘은 빠릿빠릿하게 진입해 보겠습니다!”

단, 한 장면.

단, 몇 분이라도 더 많이.

천하통일과 샤이닝의 자극적인 경쟁을 중계하리라.

하지만 그들의 각오는 오래가지 못했다.

“……저, 저게 대체?! 드, 드래곤? 아닌데, 대체 뭘까요?!”

화염으로 이글거리는 거대한 도마뱀.

상위 화염 정령 파이어 드래이크를 필두로.

정령의 군단이 균열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그리고 그 정령 군단의 중심에는.

“잠시만요……? 저거?!”

은발머리, 호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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