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118화 (50/489)

◈ 118화. 마왕성 (4)

[수렵의 마왕성].

균열의 위치가 포착되자 플레이어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선 호열보다 빠르게 균열에 도착한 이들도 있었다.

언제나 한결같이 행동하던 호열이 아니던가?

“장담합니다. 호열 님이라면 백 퍼센트 이 수렵의 마왕성으로 오실 거예요!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고요? 아니, 딱 패치 내역 보면 모르시겠어요?”

플레이어로서 먹어온 짬밥이 있는데.

균열 공략 난이도 파악쯤이야.

패치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우리 호열 님이 뭐, 누구한테 어려운 일을 미루시는 분입니까? 무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남들은 엄두도 못 낼 균열에 진입하시고, 솔선수범하시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여주셨잖아요?”

과연, 그 예상은 적중했다.

속속들이 도착하는 다른 균열에 관한 소식.

[운율의 마왕성]에도.

[방종의 마왕성]에도.

호열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속보였다.

[수렵의 마왕성],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벌써부터 군침을 삼켰다.

‘이거 월척이다.’

머릿속에 펼쳐지는 대박각.

이 순간, 움직인 거대 세력만 하더라도 몇이던가?

잠잠하던 라이언 하트 기사단에 그림자 용병단.

여신교단의 성기사들은 물론.

사실상 처음으로 외부 활동에 돌입한 마탑까지!

‘사실 그 활약만 찍어도 대박이지.’

그래, 하다못해 그들의 활약상만 앵글에 담을 수 있어도 엄청난 관심을 끌 수 있을 터.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호열이 남아있었다.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호열 님이 그 세력을 이끄는 모습!”

그건 관심이고.

조회수고.

넷튜브각을 떠나서.

아르카나의 플레이어였다면 가슴이 설레는 상상인 게 당연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플레이어 하나가 이 정도의 세력을 이끌고 균열을 정복하러 나설 날이 올 줄이라고는.

그리고 그 막대한 기대 속에서.

호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작 두 명의 아군과 함께.

“……어라?”

기대가 의문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지켜보던 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실화냐? 겨우 3명??? ㄹㅇ루??

-아니 이건 [깨진 차원의 틈] 때랑은 이야기가 다르자너ㄷㄷ

-그니까 그건 버그 같은 거였고 이건 정기 업뎃인데…….

[운율의 마왕성]에 집결한 병력은 수만.

[방종의 마왕성]에 집결한 병력은 일백.

그 규모를 알고 있었으니까.

“……뭔가 상상과는 조금 다른데요?”

세 개의 마왕성 균열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수렵의 마왕성].

더 많은 전력이 투입되리라, 예상하는 것이 당연했건만.

또각─

균열에 접근하는 건 진짜 호열과 두 그림자뿐이었다.

허나, 가까워질수록 의문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잠시만요, 여러분. 저거 혹시……?!”

강렬한 인상을 자랑하는 마탑의 수석, 마르셀로.

명성 혹은 악명으로 자자한 그림자 용병단의 단장, 키치.

이내, 그림자들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으니까.

-가슴이 웅장해지는 조합이다 진짜ㄷㄷㄷ

-ㅁㅊㅋㅋ 3명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인가??

-사실상 올스타 아니냐?

두 사람의 레벨이나 실력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거늘.

그들은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명성이 자자하던 최강자들이었다.

그런데.

-근데 잠깐만 저거 뭐임??

그런 이들에게서 시선을 앗아갈 정도.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호열이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플레이어들이 넋이 나간 목소리로 말했다.

“……와, 장난 아닌데요.”

“대충 봐도 이전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열 님, 장비의 수준이 어마어마해지신 것 같습니다!”

유니크 아이템을 셋이나 추가로 장비한 호열이었으니까.

확실히 전보다 장비의 수준이 상승하기는 했다.

하지만 감탄을 자아낼 정도의 상승은 아니었거늘.

시선을 집중시키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게 만든 것.

[심미 : 中]

모든 건 상승한 심미 스탯 덕분이었다.

그러나 마탑조차 알지 못하던 [심미] 스탯의 효과였다.

전 세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지켜보는 눈들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그 진상을 알 순 없으니 그저 감탄하는 것이 고작.

그 가운데서 호열이 입을 열었다.

“시작하지.”

펄럭─

그와 동시에 나부끼는 호열의 망토.

그건 펄럭거리는 날개와도 같았다.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심판자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

또각─

두려움? 망설임? 우려?

무엇하나 느껴지지 않는 당당한 보폭.

호열과 마르셀로, 그리고 키치까지 균열에 진입한 순간.

그 자태에 넋이 나갔던 플레이어들도 정신을 차렸다.

“그, 그럼 저도 빨리!”

저 정도면 그냥 찍기만 하더라도 명장면이었다.

그 생각에 균열에 진입하려던 플레이어들을 멈춰 세운 건.

“……!”

다름아닌 메시지.

현실을 자각하게 하는 균열의 정보였다.

[수렵의 마왕성]

[적정 레벨 : Lv.850]

[균열 붕괴도 : 23.0%]

“…….”

무려 850 적정 레벨의 균열.

이럴 때 떠오르는 말.

스치면 사망.

혹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는 속담.

‘아무리 그래도 조회수랑 목숨을 바꾸는 건 좀…….’

플레이어들이 망설이는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갔다.

호열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압살.

고민할 시간조차 많지 않다는 걸.

“잠시만요……. 그래! 버프도 좀 걸고, 심호흡도 좀 하고요!”

그들이 알 순 없었다.

*

“불쌍한 내 인생…….”

키치는 중얼거리면서 눈치를 살폈다.

어쩔 수 없이 끌려나서긴 했지만, 이런 일은 질색이었다.

무엇보다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어. 이건 정당방위야.’

이호열,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그래, 상황을 봐서…….

‘튀는 것까지 생각해 두자.’

그러나 키치의 불순한 생각은 그저 생각에 불과했으니.

그건 곁에 있는 두 사내 때문이었다.

젠장 할 마탑의 공동 수석들 말이다.

마르셀로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키치는 경악했다.

‘……저게 진짜 마왕성을 바라보며 할 말이 맞아?’

뭐, 말 뿐이라면야.

못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왜, 자신만 하더라도 유스라 왕국에 붙어있기 위해서.

마음 속에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뱉어내지 않았던가? 하지만 거짓말에 능숙한 키치이기에 알 수 있었다.

마르셀로의 말은 더없이 진심이라는 것을.

“차가 식기 전쯤 끝나겠군.”

……물론, 호열 쪽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한술 더 떴다.

차가 식기 전에 끝내겠다니.

마왕성을 무슨 모래성만도 못하게 여기는 발언이잖아?

키치가 조용히 한숨을 뱉었다.

“후우─”

유스라 왕국에 빌붙기 위해 있지도 않은 말을 지어냈건만…….

거짓말을 간파한 것도 모자라서, 오히려 이용하고 있는 호열이었다.

그 사내가 자신의 곁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지금.

“기대할 걸 기대해야지. 내 팔자에.”

키치는 꿍꿍이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다른 쪽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래서 저 조무래기들이 내 몫은 아닐 테고.’

마왕이나 간부의 목만 따면 다 끝나는 거겠지?

표적을 떠올리는 순간.

돌변하는 키치의 눈빛.

그 기척의 변화는 마르셀로도 알아차릴 정도였다.

‘뛰어난 암살자로군.’

저 정도의 실력을 갖췄으니, 경께서 대동하신 거겠지.

마르셀로의 키치에 대한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

가까워지는 마왕성.

그와 동시에 굉음이 고막을 강타했으니까.

쿠구구궁─!

그건 상공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이내, 먹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비행정이었다.

마르셀로는 놀라지 않았다.

호열에게 사정을 들어서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키치는 아니었다.

“뭐, 뭘까요? 저게……?”

그림자 용병단의 단장.

키치는 아르카나 대륙에 떠도는 소문과 전설, 그리고 정보에 능통한 게 당연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기계에 대해선 들어보지 못했다.

“저, 저렇게 큰 게 어떻게 하늘을?”

균열 밖, 모험가들의 세계에서야.

비행기라고 부르는 엇비슷한 걸 본 적이 있지만.

저건 아르카나 대륙에서 떠오른 물체였다.

그런 키치에게 태연한 음성이 들려왔다.

“비행정.”

“……비행정?”

“과연, 드워프 기술력의 집약체답군.”

“……!”

드워프라니!

비행정이 뭔지는 몰라도 드워프가 어떤 종족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림자 용병단에게 들어오는 의뢰 중. 간혹가다 드워프가 제작한 장비를 수소문하는 의뢰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근데, 어떻게 놀라는 기색이 조금도 없어? 둘 다?’

아니, 두 사내 중에서도 특히 이호열.

그의 반응은 마치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사람 같았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키치는 자중했다.

약점을 잡히는 바람에.

내가 그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거라고.

‘뭐,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고서야.’

아르카나 대륙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쪽 세계에서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어지는 호열의 말에 키치는 경악하고 말았다.

“듣던 대로 그대들은 과거의 맹약을 잊지 않았군.”

……듣던 대로?

뭐야, 정말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거야?

그나저나 과거의 맹약은 또 뭔데.

뭐야, 무서워.

키치는 다시금 슬금슬금 호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뭐가 뭔지는 알 수 없어도.

‘허튼 생각 같은 거 일찌감치 접길 잘했다…….’

.

.

.

드워프 기술력의 집약체.

비행정을 목격함과 동시에.

퀘스트창이 점멸했다.

두 개씩이나.

[클래스 퀘스트 : 악크샨의 절멸]

악크샨과 악마 사냥꾼의 절멸.

최후의 악마 사냥꾼이여.

성전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라.

─나약해진 육체를 단련하라. (반복)

─성전에 참가한 세력을 파악하라. (진행 중)

●여신교단의 성자와 조우하라. (성공)

●여신교단 성녀의 실체를 파악하라. (성공)

●여신교단 성녀로 위장한 악마를 사냥하라. (성공)

●마탑의 원죄를 파악하라. (성공)

●드워프들과의 맹약을 확인하라. (진행 중)

성전(聖戰).

드워프들 역시 악크샨을 멸망으로 이끌고 간 그 사건에 엮여있는 모양이었다.

하이엘을 통해 알게 된 아르카나 대륙의 소식이 있었으니까.

‘짐작하고 있었어.’

대륙에서 자취를 감췄던 드워프.

그들이 결전병기, 퀴른베르크 기계탑 가동 이후 모습을 드러냈단다.

비행정을 이끌고 아르카나 대륙의 악마를 사냥하기 시작했단다.

그 소식을 통해서 추측할 수 있었던 거지.

‘마탑과 마찬가지로 드워프들도 악크샨에 빚을 졌다고.’

나는 퀘스트 목표를 바라봤다.

‘그냥 약속도 아니고 ‘맹약’이라…….’

아무래도 드워프들은 성전에서 어겼던 맹약을.

이제 와서라도 지키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군.

설령 그 앞을 가로막는 게 마왕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 증거가 다음 퀘스트창에 나타나 있었다.

[마왕, 플라우로스 vs 드워프]

마왕과 드워프.

승리하는 것은 누구인가?

마왕성과 비행정.

남겨지는 상징은 무엇인가?

모든 것은 그대의 판단에 달렸다.

공적에 따라 승리의 보상을 쟁취하리라.

─세력에 참가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라. (진행 중)

●마왕, 플라우로스 측에 참가한다. (선택)

●드워프 측에 참가한다. (선택)

─현재 공적 : 0p

드워프들에게 있어서 비행정은 마탑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 비행정을 걸고, 마왕과 전투에 임했다는 것.

이보다 확실한 증거도 없겠지.

“듣던 대로 그대들은 과거의 맹약을 잊지 않았군.”

10년 하고도 수년의 공백.

악크샨의 악마 사냥꾼들은 몰라도.

나는 당한 게 없었으니까.

의심은커녕 앙금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건만.

나는 뻔뻔하게도 지껄였다.

“나는 더 이상 그대들의 긍지를 의심하지 않겠다.”

물론, 선택도 끝냈고 말이야.

[진영 선택 완료.]

[드워프 측에 참가하셨습니다.]

[마왕, 플로우로스가 당신의 세력을 적대합니다.]

마왕성에서 느껴지는 기척.

과연, 데카라비아 때와는 기세부터가 다르신데? 어중간한 정신력이라면 곧장 상태이상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위압감이다, 이건.

그러나 이곳에 어중간한 이는 없다.

마르셀로와 키치는 물론이거니와.

내가, 천하의 그랑펠 님께서 악마에게 위압감을 느낀다?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의 긍지는 모순적이게도 악마의 앞에서 가장 드높아진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마르셀로와 키치.

그리고 나는 곧장 전투에 임했다.

강조했다시피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런 내게 공방을 주고받을 생각 따윈 없었다.

그렇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았던가?

나는 현재 적용 중인 버프의 효과들을 상기시켰다.

[1시간 동안 모든 마법의 위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3시간 동안 마력 재생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30분 동안 마력 재생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약빨.

좋다는 비약초란 비약초는 물배가 찰 정도로 섭취하고 왔단 말이다.

거기에다가 고르고 고른 마탑의 마도구, 장비의 효과까지.

[돌개바람의 증표]

[등급 : 유니크]

[제한 : Lv.350]

[효과 : 착용 시, 1분간 발현하는 모든 마법의 파괴력이 100퍼센트 상승. - 재사용 대기시간 : 24시간]

[명품-벼락 맞은 나뭇가지 완드]

[등급 : 유니크]

[제한 : Lv.380]

[효과 : 속성 마법 발현 시, 마력 소모량이 30퍼센트 증가하는 대신 그 파괴력이 30퍼센트 상승.]

[명품-백색(百色)의 겉날개]

[등급 : 유니크]

[제한 : Lv.350]

[효과 : 착용 시, 사용자가 발현하는 속성 마법을 저장. 저장할 수 있는 마법의 개수는 겉날개의 색에 비례하며 저장된 마법을 발현 시, 마력 소모량이 30퍼센트 감소. - 현재 저장된 속성 마법의 수 : 100개]

아이템의 효과에서 알아차릴 수 있듯.

나는 일백(一百)의 속성 마법을 때려 박을 생각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실로 무식하기 그지없는 방법이군.

‘겉날개의 효과로 탐색은 생략한다고 해도…….’

간섭에서 발현까지의 과정을 생략할 순 없으니까.

웬만한 마법사는 시도조차 못 할 활용이란 것이다.

그랑펠의 재능 덕분에 써먹을 수 있는 꼼수란 거지.

그러나 이것이 나의 전력이자 최선이다.

펄럭─

마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날개처럼 펄럭이는 백색의 겉날개.

나는 겉날개의 저장된 마법들을 떠올렸다.

저장된 마법을 불러오는 것이기에.

탐색 과정은 생략.

허나 간섭 과정에서 [심미] 스탯의 활용은 잊지 않는다.

……실화란 말이냐.

무시무시한 속도로 마력이 빠져나간다.

그러나 동요하지 않는다.

약빨, 템빨, 설령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해도.

[스킬, ‘천적관계’가 발동됩니다.]

악마 앞에서는 휘청거리는 모습조차 내비칠 수 없다.

그것이 나란, 그랑펠이란 인간이란 말이다.

나의 처절한 발현을 알아차린 마르셀로가 외쳤다.

“길을 열겠습니다.”

나의 꼼수 따위완 비교할 수 없는 신속한 발현.

증발하듯 삭제된 일만(一萬)의 마왕군.

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마왕 군단장, 에티오였다.

“!!!”

그러나 녀석은 곧바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진짜아 내 팔자야!”

스와아아악─

키치의 비수가 녀석의 다리를 난도질한 탓이었다.

쓰러진 에티오 너머로.

비로소 마왕, 플라우로스가 보였다.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악에 물든 의식용 로브’가 제물로 선택되었습니다.]

[스킬, ‘구마의식’이 발동됩니다.]

[마왕, 플라우로스를 ‘의식’으로 초대합니다.]

.

.

.

덜커덕─!

요동치는 비행정, 아이언 캐슬.

“빌어먹을. 하필이면 천둥 번개라니.”

아이언 캐슬의 유일한 약점, 악천후.

위대한 기술력의 집약체라도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순 없는 탓이었다.

마왕을 앞에 둔 지금, 이럴 새는 없었거늘. 그래도 쉴 새 없이 조타를 돌린 덕분일까.

“됐다. 빠져나왔어!”

아이언 캐슬은 뇌우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 드워프들의 시야에 마왕성의 전경이 보였다.

“……자, 잠깐.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정확히는 무너지고 있는 마왕성이.

그 광경은 그야말로 처참.

악마도 아니고 마왕을 몰아붙일 수 있는 존재라니.

“설마……?”

적어도 과거, 맹약을 맺었던 드워프들은 알고 있었다.

“악마 사냥꾼! 악크샨의 생존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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