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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117화 (49/489)

◈ 117화. 마왕성 (3)

그림자 용병단.

말석, 락키드를 제외한다면.

그들은 다수와의 전투를 즐기지 않는다.

아니, 그런 상황과 마주할 일조차 없다.

하나의 표적을 암살하는 의뢰만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의뢰비를 자랑하는 그림자 용병단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게 다수와의 전투에 능숙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운율의 마왕성]

서열 67위 마왕, 암두시아스.

녀석의 영역, 균열에 진입한 순간.

악마들이 달려들었다.

“말년에 팔자가 사납군. 안 그래요, 영감님?”

2석, 울프 사카린이 알카리에게 말을 건넸다.

철컥─

물론, 악마가 달려드는 와중에 손은 쉬지 않는다.

그는 양손에 각각 석궁을 장비했다.

알카리가 주섬주섬 가방을 뒤졌다.

“뭐, 어쩌겠나. 단장의 뜻이니 어쩔 수 없지.”

“우리 단장께서 대체 뭘 보셨길래. 이렇게 꼼짝도 못 하시는 걸까.”

푸슉─

철커덕─

푸슉─

발사와 장전을 반복하는 석궁.

뻗어 나가는 볼트 하나가 마왕군 열댓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마왕군의 평균 레벨은 무려 500레벨.

그 방어력을 고려한다면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정도의 광경.

그러나 알카리는 눈도 깜짝 않고 대꾸했다.

“그러게. 허구한 날 낮잠만 자고 있으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지 못하는 거 아닌가? 짧게 설명하지. 그 락키드조차 꼬리를 내렸네.”

보자, 이게 적당하겠군.

마찬가지로 달려드는 마왕군.

알카리가 품속에서 꺼낸 포션병을 내던졌다.

쨍그랑!

그 즉시 퍼져 나가는 맹독.

“으아아아악!!”

“사, 살려주십시오. 나의 주인이시여!!”

“너무 아파아아아아!!”

끔찍한 비명이 울리는 것도 잠깐이었다.

마왕군이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녹아내렸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그 위력에 놀랄 법도 하거늘.

서로의 실력이야 익히 알고 있는 그림자 용병단이었다.

그러니까 울프는 다른 곳에서 놀랐다.

흠칫.

“……뭐요? 천하의 락키드가요? 인정했다고요?”

말석, 락키드.

그 위치야 말석이지만, 거기엔 사정이 있었다.

만약 자신들이 모험가들의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아르카나 대륙에 머물러 있었다면.

장담컨대 락키드는 자신보다 상석(上席)의 멱을 따고 그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물론, 그 목이 내 목이 될 수도 있고 말이야.

“와. 그건 조금 충격이면서도 서운한데요? 나도 아직 락키드한테는 인정을 못 받았는데. 어떻게, 우리 자매님은 알고 계셨나?”

6석, 이자벨마를.

“…….”

그녀는 대꾸하지 않았다.

표정에 변화라도 보이면 모를까.

눈을 완전히 덮은 앞머리 탓에 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알카리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에게 대답을 기대한 건가?”

“아뇨. 뭐, 그냥 오랜만에 얼굴을 봐서.”

“정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이 독약부터 한잔하는 게 어떻겠나?”

“아니, 영감님. 무슨 놈의 농담이 그렇게 재미도 없고 섬뜩하기만 하십니까?”

이자벨마를.

그녀는 보는 것처럼 말수가 적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산 자와는 말을 섞지 않았다.

“일어나세요. 새로운 주인을 섬길 시간이랍니다.”

그녀는 네크로멘서였으니까.

삐그덕─!

울프와 알카리가 쓰러트렸던 시체들이 되살아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되살아난 망령들은 흔한 스켈레톤 따위가 아니었다.

본 워리어부터 시작해서.

죽음의 기사, 데스나이트까지.

소환된 데스나이트의 숫자만 하더라도 한 손가락을 넘겼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다그닥!

다그닥!

그 말을 증명하듯 살아난 강령들은 매서운 속도로 악마를 짓밟아 나갔다. 그 세력을 빠른 속도로 불려 가며 마왕군에 빈틈을 만들었다.

거기에 울프와 알카리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으니.

“길이 열렸다! 전군 돌격! 여신이 우리와 함께하신다!”

탈림 에베르.

그가 이끄는 여신교 성기사단에게도 활약할 여지가 생겼다.

탈림은 다시금 감탄을 삼켰다.

‘강하다.’

서로의 구체적인 사정까진 알 수 없었으니까.

탈림은 저들이 그림자 용병단이라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상당한 실력자들이야.’

그러나 그들의 실력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자신과 성기사들은 협력해서 쓰러트리는 게 고작인 마왕군을, 단 셋이서 쓸어버릴 수 있다니.

‘과연, 경의 밑엔 저런 자들이 있는 것인가.’

물론,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었다.

탈림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림자 용병단.

그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감탄 중이었다는 사실을.

“그래도 제가 직접 보진 못했어도 납득은 됩니다. 영감님.”

울프는 세 명의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탑의 선임 마법사들이었다.

“수석이면 저것들보다 강하다는 거잖아요.”

그런 울프의 시선을 느낀 건.

화염마법학 선임, 벤쉬 윌리엄이었다.

벤쉬는 힐끗, 이자벨마를의 활약을 지켜보았다.

“아군에 저 정도의 네크로멘서도 있었군요.”

감상평은 그 정도로 담백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마탑의 선임 마법사들이었으니까.

“뭐, 아직 멀었지만.”

마탑에 강령술학 선임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그 어떤 수준의 강령술이라고 한들.

자신이 추구하는 마법보다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

게다가 눈앞엔 악마가, 그것도 마왕이 있었다.

마탑을 기만하고, 원로 마법사 세니오스의 목숨마저 앗아간 주적이 앞에 있었다.

또한, 이호열 수석에게 ‘마왕 압살(壓殺)’이라는 출탑의 목적까지 들었던 선임 마법사들이었다.

“이 수석께서는 확실한 승리를 원하시고 계시네.”

흑마도학 선임, 마티스는 마왕성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끼기라도 한 것인가.

생김새부터 다른 악마 군단장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마티스가 말을 이었다.

“버러지들을 짓밟게나, 제군들.”

그림자 용병단, 여신교단 성기사들의 활약.

덕분에 마법을 발현하는 데에 방해는 없었다.

그러니 자제는 없다.

전력도 모자라 마도구의 사용까지 허가된 지금.

벤쉬의 손아귀에선 작은 기계구가 떠올랐다.

[소형 마력 태양].

환각마법학 선임, 나스로우도 마도구를 사용했다.

[환상의 황금상].

마티스의 몸에선 이질적인 마력이 솟구쳤다.

겁화가 악마, 악마 군단장, 심지어는 마왕 암두시아스조차 가리지 않고 불태웠다.

끔찍한 환각에 빠진 악마들이 서로의 몸을 찌르고, 난도질했다.

허나, 그들은 그 사실을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티스의 흑마법이 그들의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모든 감각을 앗아갔으니까.

그랬다.

[운율의 마왕성]은 그것으로 무너졌다.

알카리가 헛웃음을 흘렸다.

“클클.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마탑의 마법사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을 초월한 초인들이었다.

울프의 감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석궁을 거둔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마탑이 대륙에서부터 잠잠했던 이유를 알겠네요.”

비유하자면 마탑은 거대한 맹수.

그런 마탑에 비하면 나머지는 일개미, 후하게 쳐줘봤자 병정 개미에 불과했다.

저 맹수들에게 개미가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이 제대로 보이기나 할까? 그전에 개미들의 생김새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긴 할까?

그 격차 때문에 보는 시야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

“이제 보니까 현명한 분들이셨네.”

맹수가 개미들의 다툼을 중재할 수나 있었을까? 괜히 발자국 한번 잘못 떼었다가는, 그 한 걸음에 수백 마리의 개미가 짓밟힐지도 모르는 일이었겠지.

절레절레.

문득, 울프가 내젓던 고개를 멈췄다.

‘그런 마탑을 움직였다는 거잖아. 이호열이란 사내는.’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대체 그 눈으로는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길래.”

마탑을 움직인 것일까?

그러고는 입맛을 다셨다.

“이거 궁금해진 개미는 얌전히 등에 업혀 있어야겠는데?”

이제야 단장, 키치의 판단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무너지는 균열.

쏟아지는 빛.

[깨진 차원의 틈] 균열 때도 경험했던 균열 클리어였으니까.

마티스를 포함한 선임 마법사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눈치를 살피던 벤쉬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다음 균열로 지원을 가는 건가요?”

스스로 생각해도 마왕성을 일찍 짓밟은 것 같았다.

게다가 벤쉬는 약간이지만 고양된 상태였다.

굉장히 오랜만에 자유롭게 마법을 발현한 덕분이겠지.

게다가 손에 들려있는 최상급 마도구의 위력을 조금 더 만끽하고 싶었다.

물론.

“경거망동하지 말게. 벤쉬 윌리엄 선임.”

“아, 넵.”

마티스의 말에 벤쉬는 헉, 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지만.

마티스가 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출탑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네. 절차를 어기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

“무, 물론이죠.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어떻게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벤쉬는 변명하면서도 자신의 운을 원망했다.

선임 마법사가 한두 명도 아니고 스무 명이나 되는데.

왜 자신은 마티스 선임과 붙어있는 일이 이리도 많단 말이냔 말이다.

“저는 단지 걱정돼서.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허나 그 속마음 따윈 알아줄 생각 따위 없다는 듯.

마티스가 벤쉬의 말을 끊었다.

“그런 생각 또한 다른 이들에 대한 모독이네.”

“……말씀이 옳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나 그냥 닥치고 있자.

벤쉬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마티스는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이호열 수석에 대한 의심이 되겠지.’

이번 일을 계획한 것은 이 수석이었으니까.

마티스에겐 신뢰가 있었다.

그러니까 걱정이나 미련 없이 마탑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믿음은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다.

.

.

.

[방종의 마왕성]

[적정 레벨 : Lv.800]

[균열 붕괴도 : 20.1%]

[보스 몬스터 : 마왕, 키마리스]

▶ Lv.820

[네임드 몬스터 : 악마 군단장, 살룻 및 19마리]

▶ Lv.670

[몬스터 : 악마 군단장 휘하 대략 50,000마리]

▶ Lv.530

[진입자 명단]

[마탑 : 치유학 선임, 벨리에 유시아 / 순수마력학 선임, 뱅그릿 톰 / 대지마법학 선임, 마이아 데이안 / 정령학 선임, 페이얀 롯]

[그림자 용병단 : 3석, 핸더슨 / 4석, 핌비 / 5석, 헤르키오라 / 8석, 나디보 / 9석, 드쉐브 / 10석, 락키드]

[라이언 하트 기사단 : 기사단장, 하르콘 휘하 100여 명]

쿠콰콰콰쾅─!!

마왕성에 쏟아지는 무자비한 마법 폭격.

락키드는 혀를 내둘렀다.

콰득!

양손에 쥐고 있던 마왕군의 머리통을 으스러트렸다.

일종의 화풀이였다.

“불공평해. 굉장히 불공평해.”

간만에 쓰는 몸이었다.

전장에서 가장 높은 공적을 세우리라 다짐했거늘.

저런 마법을 쏴대는 것은 반칙이 아닌가?

물론, 락키드는 낙담하지 않았다.

“좋아. 그 잘나신 마력도 언젠간 바닥이 나겠지!”

그와 반대로 내 육체는 지치지 않으니까.

격차를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금 락키드의 눈가에 드리운 광기.

그가 단신으로 마왕성에 돌진했다.

“저 멍청이는 귀찮지도 않나.”

9석, 드쉐브는 무기조차 꺼내 들지 않았다.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어 보였으니까.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상석들의 생각도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파이어 드래이크. 과연, 드래곤에 비견될 만한 위력이네요.”

“이래서야 차원이 다르잖아. 차원이.”

“부러워. 부러워. 부러워.”

“흐흐! 의욕이 꺾이는구만!”

그림자 용병단의 정보 수집원.

드쉐브는 고개를 돌려 전황을 둘러봤다.

‘고작 네 명의 마법사.’

마탑.

그들에 관한 이야기야 워낙 무성했기에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소문, 그 이상이었다.

저들은 세상의 잣대로 가늠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괴물.’

그 마법사 하나하나의 전력이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끄는 건 저 녹색 머리칼의 마법사, 벨리에였다.

‘저 여자의 마법이 다른 마법을 방어하고 있어.’

마왕성에 진입한 락키드와 라이언 하트 기사단.

벨리에의 치유 마법이 그들을 보호했다.

마왕성을 박살 내는 마법에 아군이 휘말리지 않도록.

드쉐브는 설치는 락키드를 아니꼽게 바라봤다.

“저 병신은 자기가 잘나서 그런 줄 알고 있을 텐데…….”

드쉐브의 생각과 달리 락키드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하르콘과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락키드와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전장에 나선 하르콘이었다.

스왁─!

억눌려있던 검기의 발산.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마왕군.

그 위력은 가히 파괴적이었다.

락키드가 입맛을 다시게 할 만큼.

“……재밌는데!”

물론, 하르콘에겐 락키드와의 경쟁 따위는 안중에도 있지 않았다.

하르콘은 이번 전투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르콘은 호열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마왕을 압살한다라…….”

아르카나 대륙에 날뛰는 악마를 처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압살해야만 한다니. 호열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하르콘은 그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경?”

-“필요하기 때문일세.”

-“……필요하다? 무엇이 말인가?”

그것은 악마를 쓰러트리는 데에 급급했던 자신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이유.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 호열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했다.

-“경고이자 선전포고가.”

그랬다.

마왕을 압살하는 것.

그것보다 더한 경고이자 선전포고는 없겠지.

그건 공포의 대상인 악마에게.

되려 공포감을 심어주겠단 소리였다.

‘참으로 호열 경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로군.’

하르콘은 전장을 둘러봤다.

어느새 전투는 끝나있었다.

하르콘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보다시피 경에게는 실현할 수 있는 능력도 충분하지.”

그림자 용병단도 모자라서 마탑까지 움직일 줄이야.

그러나 하르콘은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를.

그건 호열의 존재감이 세상을 넘어서.

악마에게도 드러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경의 존재가 평화,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만약, 호열이 흔들리게 된다면.

호열 덕분에 유지되던 평화도 흔들리게 된다는 뜻이었다.

하르콘은 그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그와 같은 무게를 지고 있던 사람을 곁에서 지켜왔으니까.

‘폐하…….’

바로 제국의 황제였다.

황제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괴로워했었다.

그러니 하르콘은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폐하.”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차마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호열이 그 무게감을 견디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습이 말이다.

그야 하르콘은 여태까지 봐오지 않았던가?

이곳, 모험가들의 세계에서 호열이 받고 있는 취급을.

“경은 이미 충분히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국에서는 황제에 대해 쉽게 떠들어 댈 수 없다.

황제에 대한 반역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험가들의 세계에선 그렇지 않았다.

어딜가도 호열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게 그 증거.

하르콘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경밖에 없겠어.”

그런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이는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하르콘에게 걱정은 없었다.

설령 지금처럼.

호열이 단, 두 사람과 함께.

마왕성 균열에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

.

.

[수렵의 마왕성]

[적정 레벨 : Lv.850]

[균열 붕괴도 : 22.1%]

[보스 몬스터 : 마왕, 플라우로스]

▶ Lv.850

[네임드 몬스터 : 악마 군단장, 에티오]

▶ Lv.800

[몬스터 : 악마 군단장 휘하 대략 10,000마리]

▶ Lv.650

플라우로스.

그 순위 값을 하신다는 건가.

대충 내역만 봐도 셋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마왕이었다.

악마 군단장의 레벨이 무려 800으로 마왕인 암두시아스와 그 레벨이 맞먹었으니까. 마왕군들의 평균 레벨 차이 또한 150레벨에 육박했다.

‘양보단 질이라는 거겠지.’

그렇기에 짐작할 수 있었다.

드워프의 비행정을 가로막은 마왕이 플라우로스라는 걸.

그러니까 녀석이 있는 [수렵의 마왕성] 균열을 찾았다.

물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쪽이 정예로 나선다면 이쪽도 정예로 맞서야겠지.

그런 나의 곁엔 두 사람이 있었다.

“신속하게 끝내는 게 좋겠습니다.”

마탑의 수석, 마르셀로.

“진짜아아. 내 팔자야.”

그림자 용병단 단장, 키치.

한 사람은 나서서, 다른 한 사람은 끌려오다시피 한 거지만…….

어쨌든, 이들의 전력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보다 든든할 수도 없다.

물론, 지켜보고 있는 이들의 심정은 조금 다르겠지.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세 개의 마왕성 균열.

그중 가장 위험한 균열에 고작 셋이서 진입하는 꼴이었으니.

그러나 말하지 않았던가?

목표는 사냥이 아닌 압살이다.

셋이서 이 정도 균열은 해결해야 압살이라고 할 수 있을 터.

그래야 하르콘에게 말했던 것처럼.

악마를 향한 경고이자 선전포고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아르카나 대륙의 악마들에게는 물론.

현실, 인간에게 빙의한 악마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적당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마도구, 아이템도 잔뜩 빌려 왔다고.

[돌개바람의 증표]

[명품-벼락 맞은 나뭇가지 완드]

[명품-백색(百色)의 겉날개]

그런 내게 망설임은 없었다.

“시작하지.”

펄럭─

백 가지 색으로 빛나는 백색의 겉날개.

나는 망토를 흩날리며 균열로 진입했다.

.

.

.

과연, 예상했던바.

하늘을 나는 거대한 기체(機體).

드워프의 비행정이 시야에 들어왔다.

“!”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점멸했다.

퀘스트가 떠올랐다.

정확히는 퀘스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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