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악취가 나는군
[이름 :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칭호 : 최후의 모험가]
[클래스 : 악마 사냥꾼]
[레벨: 377]
[능력치]
근력 : 62 / 민첩 : 66 / 마력 : 287 / 행운 : 6 / 심미 : 下
[보유 포인트 : 44]
카림제바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경험치를 주진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나는 오로지 마왕군을 사냥한 것만으로 무려 44레벨을 올린 것이었다……!
‘……엄청나군.’
레벨이 높아질수록.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아르카나 시스템. 나 또한 그 악랄한 시스템을 [포식자의 늪지대]에서 체감했거늘.
44레벨이나 상승하다니.
그러나 놀람은 없다.
나는 태연하게 읊조렸다.
“지극히 당연한 성과다.”
아무렴요,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래, 내가 사냥한 악마가 많긴 했으니까.
게다가 그 악마들이 어디 보통 악마들이란 말이냐.
마왕군, 그것도 상위 마왕의 부하들이었다.
‘분명 군단장도 섞여 있었지.’
떠올랐던 수많은 메시지를 하나하나 기억하진 못한다.
게다가 그때 나는 세니오스와 카림제바의 전투에 한눈이 팔려있었으니까.
누군가는 흠칫하면서 물을 수도 있겠지.
한눈이 팔린 상태로 그 많은 악마를 쓰러트렸다니.
나한테 그 정도의 여유가 있었냐고.
물론, 여유는 없었고 사정이 있었다.
‘그것도 굉장히 구질구질한 사정이.’
세니오스의 빙결마법.
카림제바의 화염마법.
극상성의 두 마법은 충돌하며 순수한 마력으로 변했었다.
극과 극인 두 속성이기에 가능했던 일.
덕분에 나는 균열 일대에 넘실거리던 순수한 마력을 마음대로 써먹은 것이었다.
‘뱅그릿의 마력에 간섭했던 것처럼 말이지.’
두 원로 마법사, 반신(半神)들의 마력이었으니까.
그 마력량은 나조차도 물 쓰듯 마법을 발현할 수 있게 해줄 정도였다.
물론, 내 마력이 아니라서 경험치에서 손실은 조금 있었지만, 그걸 탓하기엔 양심에 찔린다.
그것도 모자라서.
‘차원이 다른 전투.’
이호열이라면 그냥 넋 놓고 지켜보기도 벅찼을,
두 반신의 전투에서 나는 ‘무언가’를 목격했다.
그랑펠의 재능 덕분에 알아차린 것이다.
말로 표현하자면.
개안(開眼).
마치 감고 있던 눈을 뜬 것 같은 정도의 느낌이랄까.
눈을 뜨고 한 차원 높은 마법의 ‘경지’를 바라본 것 같았다.
『타고난 마법적 재능은 웬만한 마법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 흉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경지를 무의식적으로 흉내 낸 덕분에.
나는 악마 군단장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기이』]로 카림제바까지 처단할 수 있었다.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경지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왜, 나한테는 경험이 있었으니까.
마법에 관해 무지하던 시절에도.
탐색, 간섭, 발현이라는.
마법의 구조를 곧장 파악했던.
그랑펠의 재능 덕을 톡톡하게 본 경험.
경지가 실존한다는 것쯤이야, 알아차릴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아쉽게도 그 경치가 흐릿하군.”
경지는 말 그대로 반신의 경지였다.
그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몰입.
경지를 흉내 낸 것에 불과했다.
쉽게 말하자면 세니오스와 카림제바 덕분에 짧게나마 강제로 눈을 뜨게 된 거지.
‘내가 아무리 날로 먹기 좋아해도…….’
고작 377레벨로 반신의 경지를 넘보는 건 양심에 찔리는 일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보다 양심에 찔리는 생각을 하고 말았으니.
“그러나 기이 또한 그에 뒤지지 않는 경지다.”
그래,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기이』]를 통해 경지에 오른 카림제바를 쓰러트렸으니까. 그 사실을 알기에 목표가 생겼다. 이번에는 그저 경지를 따라 한 것에 불과했지만.
‘자력으로 눈을 뜨고 [『기이』]까지 발현할 수 있다면.’
그때는 정말 나도 구질구질하지 않을 수 있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러나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말이 있다.
스탯 포인트를 배분하는 것도 그 걸음의 일부란 말이다.
‘근력하고 민첩은 클래스 퀘스트 보상으로 충분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나는 포인트를 마력에 올인하려다가 멈칫했다.
‘……왜 하필 44포인트란 말이냐.’
44레벨 상승.
죽을 사(死)가 두 개씩이나.
하지만 내뱉었던 말이 있는 나였다.
무교, 신조차 믿지 않는다고 선언했으면서.
고작 미신 따위에 휘둘리는 건 또 보기가 조금 그렇다.
[마력 : 331]
다짐했던 대로.
나는 마력에 포인트를 전부 투자하고 시선을 옮겼다.
당장의 목표,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성전에 참가한 세력을 파악하라. (진행 중)
●여신교단의 성자와 조우하라. (진행 중)
일단, 여신교단의 성자가 어떤 인물인지부터 파악해야겠군. 당연하게도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뻔뻔하게 말했다.
“이 또한 기이.”
마탑에서 웹서핑하는 걸 거창하게 말하지 마라, 그랑펠.
‘나중엔 아주 새벽 배송도 기이라고 하시겠군.’
나는 여신교단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 나갔다.
‘……뭐?’
그리고 후회했다.
행운에 1포인트라도 투자할 걸 그랬다, 하고.
왜, 악마 사냥꾼의 후각이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성녀(聖女)는 있어도 성자(聖子)는 없어어어?!’
여신교에서 심상치 않은 냄새가 풍기고 있다고!
*
여신교단 성지, 뮤온의 등장.
그 업데이트 내역에 누구보다 기대감에 부푼 건 다름 아닌 보헤미안의 길드 마스터, 가이버였다.
가이버는 지난 균열, [포식자의 늪지대]에서의 굴욕을 떠올렸다.
‘잊고 싶은 치욕이다.’
유럽에 생성됐던 [포식자의 늪지대] 균열.
덕분에 EU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균열에 진입했던 보헤미안이었다.
그러나 균열 공략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가장 큰 활약을 보여주겠다던 목표?
사실상 이호열이 나타난 순간.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거기에 대해선 아쉬울 것도 없어.’
하지만 이호열을 제외하고 따져보더라도 대실패라는 것이었다.
모든 건 자신의 판단 미스 때문이었다.
두 마리의 네임드 몬스터를 동시에 낚아채려던 욕심.
그 실책 때문에 잃어버린 게 너무나도 컸다.
‘모두에게 면목이 없다.’
전투 도중 전사한 길드원들이 발생하기도 했으니까.
그 패턴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핑계를 댈 수도 없었다.
역시나 호열 때문이었다.
호열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행동했으니까.
‘가온, 이나즈마, 버서커가 연합해서 대응하게 만들었다.’
그 판단으로 세계수의 씨앗까지 싹 틔우는 데에 성공했으니까. 호열과 자신 사이엔 열등감을 가지기도 민망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자신에게도 설움을 씻어낼 기회가 찾아왔다.
여신교단 성지, 뮤온의 등장!
가이버의 클래스는 성기사였다.
그것도 클래스 퀘스트를 수행 중인 선택받은 성기사.
여신교단의 성기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교단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 법이다.
‘더군다나 우린 여신교와 우호적인 관계였으니까.’
자신만 하더라도 여신교단 NPC들과 친밀도가 꽤나 높았다.
그 점을 생각한다면…….
가이버는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계산기를 눌러봐도.
‘균열을 공략하는 것보다 이쪽이 남는 장사야.’
퀘스트를 받게 될 확률.
아니, 퀘스트를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뮤온은 혼란스러운 상태가 확실하겠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아르카나 대륙에서 지구로 순간이동 한 셈이었으니까.
‘설명하는 과정에서 친밀도를 올릴 수 있다는 거야.’
내가 괜히 꿈에 부풀었던 게 아니란 말이다.
가이버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뮤온의 좌표가 떠오르자마자 곧장 뮤온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이버, 뭔가 이상한데?”
그 뮤온이 상상하던 것과 달랐다.
프로스트 때처럼 불길이 치솟거나 악마의 손아귀에 빠진 모습은 아니었다.
순백색의 성채.
뮤온은 아르카나가 게임이던 시절 모습과 똑같았으니까.
“가이버, 성벽 위에 저거 성기사들 맞지……?”
그래.
성벽 위에서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오고 있는 성기사들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역시나 현장에 모여든 취재진들.
그들이 가이버의 등장을 알아채고 질문을 던져왔다.
“성기사들이 움직이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
끄덕─
가이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단이 성기사를 움직인다는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플레이어가 가이버였으니까.
‘하지만 저런 규모의 성기사는 나도 처음이다.’
아르카나 대륙 최대의 종교.
여신교의 성지답게.
뮤온은 웬만한 대도시의 버금가는 성채를 가졌다.
그런 뮤온의 성벽 위에는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성기사들이 성벽 위에 빼곡하게 정렬해 있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가이버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 적대적일 이유가 없잖아?’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게 확실했다.
그러나 오해가 아니었다.
뮤온에서 들려오는 기척.
뿌우우우─!
그건 뿔피리였다.
이내, 이목을 집중시키는 웅장한 소리가 멎어 들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여신의 성지, 뮤온에서 심판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은 성녀님의 안배. 우리에게 도움 따윈 필요 없다.”
“그러니 뮤온에 접근하는 자.”
선언이 이어졌다.
“우리가 여신의 이름으로 처단하겠다.”
인류에 대한 명백한 적대 선언.
.
.
.
──────
[속보] 여신교단 성지 뮤온, “대화 원치 않아.”
[속보] EU, “깊은 유감, 오해 풀기 원한다.”
[속보] 성기사 랭킹 1위 가이버, “심각한 상황이 확실하다.”
[속보] AAU, “현재 사태 파악 중…….”
──────
상상과는 전혀 다른 뮤온의 태도.
아르카나가 게임이던 시절.
여신교단의 행보를 떠올리면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라면 이해가 돼요. 업데이트된 NPC들……. 그러니까 현실로 소환된 아르카나인들도 처음엔 저랬잖아요. 뜬금없이 낯선 세상에 떨어진 거니까.”
성현준의 말에 윤수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건 정도가 지나치잖아요? 선배, 위성 사진 확인했어요?”
뮤온, 여신교단이 적대감을 보인 이상.
AAU 또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당연하게도 위성을 가동, 뮤온 내부의 모습을 촬영한 AAU였다.
딸깍─
마우스를 클릭.
성현준의 모니터에 떠오르는 뮤온의 전경.
“일단, 성기사 규모부터 말이 안 되는 수준이잖아요. 못해도 수만 명. 최대 10만 명까지. 기사 하나 육성하는 데 들어가는 골드 아시잖아요, 선배도?”
“알지. 그래도 그건 뭐. 아르카나 대륙 최대의 종교, 여신교단이니까 이해할 수 있다고 넘어가자고. 의아한 건 언제부터냐는 거야.”
“네, 저도 그게 의문이에요.”
“저 정도의 성기사를 육성하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할 텐데……. 대체 언제부터?”
모든 것은 성녀의 안배.
자신들에게 도움 따윈 필요 없다고.
선언했던 것처럼.
뮤온에는 부족한 게 없어 보였다.
의식주, 모든 게 뮤온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냥 하나의 작은 나라야, 저건.”
“안배라는 게 진짠가?”
“마치 이런 날을 대비한 것처럼…….”
후우─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것도 모자라 골치가 아파졌다.
무엇보다 이런 반전은 사양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이호열 덕분에 한시름 놓은 게 겨우 어제인데…….”
긴급 업데이트에 정기 업데이트까지.
아주 그냥 쌍으로 지랄을…….
그러나 뭐라도 해야만 했다.
타다닥─
윤수겸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플레이어 중 몇몇이 움직일 건가 봐.”
“……움직인다는 거면 뮤온에 접근한다는 거예요?”
“응, 여신교단에서 전직한 플레이어들 같아.”
“오, 그건 가능성 좀 있겠는데요?”
“그렇지. 그래도 자기네 편이잖아.”
그러니까 어느 정도 대화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나 큰 기대는 되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그 오해라는 게 굉장히 깊고 오래되어 보였으니까. 성기사들의 날이 선 경고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안배라고 했었지……?’
윤수겸은 말을 곱씹었다.
“분명, ‘심판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겠다.”
당연하게도 심판의 날이 뭔지는 알지 못했다.
뿔피리 선언에서 알 수 있는 건 ‘성녀’가 누구인지 정도밖에 없었으니까.
[성녀, 프레이자].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여신교단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인물.
“어디 찾아볼까.”
심판의 날과 그놈의 안배라는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그녀에 대한 설정을 찾아볼 필요가 있었다.
윤수겸은 AAU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했다.
‘간단하더라도 정보가 남아있을 거야.’
성녀, 프레이자에 관한 정보를 검색했다.
그런데, 검색 결과가 떠오르지 않았다.
윤수겸은 흠칫했다.
“……말이 안 되는데 이거?”
프레이자는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존재하던 NPC였다.
그것도 여신교단의 성녀라는 비중 있는 NPC란 말이다.
그럴 리가 없다.
윤수겸은 사내 메신저에 접속했다.
‘설령 남은 기록이 없다고 해도 기억엔 남아있을 거야.’
왜, 마왕 데카라비아가 그랬던 것처럼.
적어도 프레이자의 설정 담당은 뭐라도 알고 있겠지.
윤수겸과 비슷한 생각을 한 직원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도 이미 프레이자에 대한 정보를 수소문하고 있었다.
타다다닥─
타닥─
탁─
이내, 움직임을 멈추는 윤수겸의 손가락.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없어.”
“네? 뭐가 없어요? 아, 카페인? 제가 한잔 사드려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넋 나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성녀, 프레이자를 기획했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
*
프레이자.
여신교단의 성녀.
아르카나가 게임이던 시절부터 유명한 NPC였다…….
뭐, 예전 같았으면 그냥 아르카나인이구나, 하고 넘어갔을 거다.
퀘스트창에 성녀가 아니라 성자라고 적힌 걸 보고, 오타라도 난 건 아닐까. 오히려 퀘스트를 의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대격변 이후.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는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거늘.
이미 현실에, 사회에 교묘하게 숨어든 악마들의 존재를.
악마들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아르카나 대륙은 말할 것도 없겠지.
무려 10년 하고도 수년 전, 내가 아르카나를 플레이할 때도. 인간에게 빙의한 악마를 사냥하는 퀘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나는 진지하게 의심하고 있었다.
‘성녀, 프레이자는 악마가 아닐까?’
만약에 여기가 아르카나 대륙이고.
내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냈다면.
나는 셋 중 한 사람한테 돌팔매질을 당했겠지.
여신교 입장에선 신성모독도 이런 신성모독이 없을 테니까.
근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미 절반 이상 확신하고 있거든.’
무엇보다 클래스 퀘스트에 명시되어 있었으니까.
성자는 있어도 성녀는 없다고 말이야.
게다가 이 순간.
뮤온의 태도가 나의 의심을 더욱더 깊게 만든다.
“뮤온에서 심판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랬다.
아무리 너그럽게.
퀘스트란 편견을 버리고 봐도.
그랑펠의 긍지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신교.
그렇게나 많은 신도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또 그렇게 대단하신 성기사 님들을 수만 명이나 육성했으면서도. 그들은 어째서 대륙이 악마에게 쑥대밭이 될 때까지.
뮤온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 걸까? 심판의 날이라는 것만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안배랍시고 부추긴 게 바로 성녀, 프레이자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쥬.
그랑펠의 긍지가 그따위 행동을 용납할 수 있을 리가.
나는 무심하게 읊조렸다.
“그 무책임한 행동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어쨌거나 필요한 건 진상을 파악하는 것.
아르카나 대륙에서 여신교의 행적을 추적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플레이어는 몰라도 나한테는 어렵지 않은 일이거든.
성녀의 안배라고 했나?
그래, 나한테도 안배라는 게 있었으니까.
나한테는 아르카나 대륙에 심어둔 정보원이 있다는 것이다.
숲의 정령, 님프 말이야.
님프를 소환하기 위해서라도 균열로 향해야겠군.
그러고 보니까 이번 업데이트로 생성된 균열이 있었지.
나는 업데이트 내역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