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나아가야 할 길
원로 마법사.
만년설의 세니오스.
대역죄인, 카림제바의 처분 과정에서 전사(戰死).
그의 추모는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빌어먹을.”
누군가 그렇게 말하며 이를 갈았다.
마탑의 원로 마법사가 전사했다.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도 부족한 일이었거늘.
고작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그를 애도하는 게 전부였으니까.
마탑의 내부 사정.
그 진상을 알고 있는 건 선임 마법사, 이상의 마법사들뿐이다. 세니오스의 죽음을 아는 것도 그들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죄송합니다. 세니오스 님.”
복잡한 감정이 섞인 애도 속에서.
마르셀로는 얼어붙은 세니오스를 바라봤다.
‘웃고 계시는군요.’
영영 녹지 않는 만년설 속에서.
세니오스는 웃고 있었다.
마치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는 것처럼.
‘하지만 남겨진 이들은 그렇게 웃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마르셀로는 명심하고 있었다.
세니오스가 눈을 감은 건 악마.
그리고 악마 숭배자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러니까 세니오스에 대한 애도가 끝난 순간.
마르셀로는 입을 열었다.
“이로써 마탑은 되돌리기 힘들 정도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세니오스의 사망.
이제 마탑에 남아있는 원로 마법사는 단 한 명뿐이다.
그러나 세니오스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로써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마르셀로의 목소리엔 감정이 실려있었다.
“우리, 마탑의 적이 누구인지를.”
그 감정은 명백한 분노였다.
모순의 굴레를 끊어내고 비로소 움직이고 시작한 마탑.
세니오스의 희생은 그런 마탑에게 행선지를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폭풍전야.
고요하게 흐르는 정적.
선임 마법사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처음으로 진입했던 균열에서 목격하지 않았던가?
쏟아지던 악마들의 모습을.
그로 인해, 악마가 아르카나 대륙도 모자라 이 세계에까지 마수를 뻗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정에 변화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악마라는 목표가 생겼으니.
머뭇거려서는 안 되는데.
‘……나는.’
뱅그릿은 쉽게 세니오스를 바라볼 수 없었다.
쓸데없는 것에 매달리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것도 모자라서 악마 숭배자에게 속아 넘어가기까지.
내가 낌새를 알아차렸더라면…….
속지 않고 마탑에 그 사실을 알렸더라면…….
세니오스 님께서 이렇게 되실 일도…….
뱅그릿은 고개를 숙였다.
한참이나.
머리를 떨구고 있던 뱅그릿을 일깨운 건 고고한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지, 뱅그릿 톰 선임 마법사.”
“……!”
“과한 묵념 또한 격식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호열의 목소리였다.
“……이, 이호열 수석님.”
뱅그릿은 고개를 들어 호열을 바라봤다.
호열에게 집중되는 시선.
호열은 이 자리, 어떤 마법사보다 고된 일을 겪었다.
카림제바를 상대한 것도 모자라서.
군단장으로 불리는 악마들이 모조리 호열과 세니오스가 진입했던 균열에 쏟아졌던 것이다.
게다가 호열은 세니오스의 최후까지 목격했다.
‘누구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크실 거야.’
‘악마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피폐해졌겠지.’
‘나였으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텐데…….’
호열을 걱정하는 것이 당연했건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호열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그저 꼿꼿하게 선 자세로 세니오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애도에는 어긋남이 없었다.
격식과 절차에 따라서.
호열은 동요하지 않고 세니오스에 대한 애도를 끝마쳤다.
지켜보던 이들은 생각했다.
‘감정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으신 거겠지.’
호열은 언제까지나 마탑의 수석이었다.
마탑에 공백이 생긴 지금.
자신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 마르셀로가 슬픔에 빠지지 않고.
곧장 마탑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던 것처럼.
뱅그릿은 그런 호열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이호열 수석께서도 참아내시고 있는데…….’
나 따위가 엄살을 부리다니.
뱅그릿은 서둘러 세니오스 앞으로 나아갔다.
굳게 입을 다물고 절차에 따라 세니오스를 추모했다.
“…….”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거늘.
호열의 등장 이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마탑의 선임 마법사들이었다.
.
.
.
나는 슬퍼할 수 없었다.
세니오스와 알고 지낸 기간이 어쩌고.
친분이 저쩌고.
인간적으로 슬퍼하고 어쩌고저쩌고를 떠나서.
나는 그의 최후를 목격했으니까.
나의 빌어먹을 긍지께서.
조금도 슬퍼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니오스는 결국, 자신의 긍지를 증명하고 전사했으니까.
나는 세니오스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정말 미련 하나 남지 않은 얼굴이었지, 그건. 추악한 모습으로 얼어붙은 카림제바와 비교되는 최후였다.
나는 다시금 세니오스를 바라봤다.
그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 생애 마지막 강의는 더없이 훌륭했네.”
그 후회 없는 표정이 내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야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세니오스, 그 양반이 글러 먹은 마법사라는 걸.
‘그 성격을 고려하면…….’
그는 최후의 순간.
빙결마법으로 카림제바를 이겼다는 것에 가장 기뻐했을 거다, 아마도.
하지만 그에 대한 나의 애도는 더없이 진심이었다.
마음에 없는 행동은 죽어도 할 수 없는.
나 또한 글러 먹은 놈이었으니까.
“감정을 추스르실 시간도 부족하실 텐데, 죄송합니다. 경.”
그런 내게 마르셀로가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렇게 정중하게 사과할 필요 없다니까.
방금 말했잖아?
나는 내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놈이라니까.
그러니까 나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개의치 말게.”
또각─
곧장 걸음을 옮겨서 내가 향하는 곳은 간단했다.
마탑의 로비.
얼핏 인터넷을 확인했는데, 이번 사태에 관한 세간의 관심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거든.
하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하겠지.
다들 그 이름부터 짐작했을 거 아니야?
적정 레벨 900레벨, [깨진 차원의 틈] 균열.
그때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균열이 11개나 생성됐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모든 균열이 클리어된 셈이었으니까.
‘정작 플레이어들은 나서지도 못했는데 말이지.’
플레이어들이 나서지 못한 이유?
간단하다.
내가 마탑 포탈 발현을 멈춰버렸으니까. 어디까지나 이번 [깨진 차원의 틈] 균열은 마탑 내부 사정과 관련되어 생성된 것.
플레이어들이 알아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니까 결국.’
다들 착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겠지.
마탑의 선임 마법사.
아니, 그들로도 모자라서.
원로 마법사까지 균열에 진입했다고는 상상도 못 할 테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이 나를 향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내가 모든 균열을 클리어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과대평가도 이런 과대평가도 없구나, 정말……!
아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그게!
그 짧은 시간에 혼자서 균열을, 그것도 11개나 클리어하는 게 가능하겠어?
내가 진짜 이게 마탑의 내부 사정만 아니었어도……!
그러나 나는 이놈의 긍지를 알고 있었다.
『그랑펠에게 겸손이란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소평가에는 증명을. 과대평가는 기어코 현실로 만들어 내고야 말았으니까.』
그런 나는, 낯빛 하나 안 바꾸고 지껄일 수 있겠지.
그러나 피곤하신 긍지에 따라서.
나는 없는 말을 지어낼 수도 없었으니.
마탑에 모여든 수많은 인파 앞.
쏟아지는 플래시 속에서.
나는 이렇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대답할 수 있는 사항에만 대답하겠다.”
내가 생각해도 더없이 뻔뻔하게.
“불만이 있다면 질문을 삼가도록.”
*
호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속보가 쏟아진다.
──────
[속보] 이호열, “내가 균열에 진입했다.”
[속보] 이호열, “내가 마탑의 포탈을 정지했다.”
[속보] 이호열, “내가 균열을 클리어했다.”
──────
이호열이 인터뷰에 응할 줄이야!
취재진으로서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횡재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 이호열은 평소와 다르다. 어떤 질문에도 대답해 주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에 민감한 질문을 던진 기자도 있었다.
“균열에서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지만.
──────
[속보] 이호열, “균열에서 있던 일? 대답하지 않겠다.”
──────
허나, 기대조차 하지 않아서 그럴까?
호열의 태도가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는 세간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ㅁㅊㅋㅋ 밀당 지리네
-그래도 인터뷰 태도 많이 좋아졌다
-ㄹㅇㅋㅋ 언제는 말도 못 걸게 했는데
-근데 태도가 좋아진 건 기자들 아니냐? 나 저렇게 질서정연한 기자들은 처음 본다 진짜
-하긴ㅋㅋ 이호열 태도는 한결같이 꼿꼿하네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인 만큼.
기자들은 끈질겼다.
그들이 던진 질문 중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도 있었다.
“균열의 공략 난이도는 어떠셨습니까?”
균열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알 수 없다면.
이렇게 둘러서라도 물어보겠다.
그런 의도가 담긴 질문이었다.
──────
[속보] 이호열, “나에겐 어떤 균열이든 똑같다.”
──────
어떤 균열에서도.
또 어떤 악마 앞에서도.
변함이 없는 호열의 태도.
그런 의미의 대답이었거늘.
듣는 이들이 호열의 속사정을 알 순 없는 일이었으니.
-자신감보소ㅋㅋㅋㅋㅋㅋㅋ
-저럴 말할 자격 충분하지 이호열은ㅋㅋㅋ
-이번에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줌 ㄹㅇ
그건 더없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내비칠 뿐이었다.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댓글.
지켜보던 레오니가 작게 말했다.
-근데 그건 안 물어보나???
“……그래서 포탈을 정지한 이유가 뭔데.”
다른 플레이어들은 몰라도.
레오니를 비롯해 이 자리에 모인 남태민, 히사기. 그리고 제시에겐 더없이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래, 댓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호열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줬으니까.
‘……나따윈 도움도 되지 못하는 걸까.’
어째서일까.
제시는 그 질문에 대한 호열의 대답은 듣고 싶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서 진지하게 고민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호열에게 자신의 도움 따윈.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게 아닌가 하고.
‘그렇지 않고서야 포탈을 정지하실 이유는 없으셨겠지.’
말보다는 행동.
마치 자신을 쫓을 필요는 없다는 것처럼 포탈은 가동을 멈췄었으니까. 제시는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호열이 그런 뜻에서 포탈의 가동을 멈춘 것이라면…….
‘망설임 없이 대답하시겠지……?’
자신과 호열 사이엔 선이 그어지는 셈이겠지.
호열에게 도움은커녕 방해가 될 수는 없었으니까.
그건 제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자리에 모인 모두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긴장 속에서 이윽고 질문이 던져졌다.
-“혹시 포탈의 가동을 멈추신 이유가 따로 있으셨던 겁니까?”
그리고 망설임 없는 대답이 이어졌다.
-“대답하지 않겠다.”
“……!!!”
호열이 대답하지 않았기에.
그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체념하고 있던 이들에겐 충분한 대답이었다.
‘일단은 보류라는 말씀이신가.’
‘호열 씨가 지켜보시겠다는 거야.’
‘……나 진짜 금방 따라잡을 거니까.’
아직 선은 그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호열과 같이 나아갈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남태민, 레오니, 히사기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이것 때문에 우리를 뭉쳐놓으신 건가?”
“야씨.”
“아니, 그냥 넘길 말이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과한 해석 아니야?
레오니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왜, 말하지 않았던가?
호열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그러니까 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단거리 텔레포트.
어느새 자리를 떠난 제시가 눌러썼던 고깔모자의 챙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고깔모자. 아니, 스승을 향해 선언했다. 어떤 퀘스트 목표가 됐든 상관없었다.
“저 열심히 할게요!”
호열과 같은 선상에 서기 위해선.
클래스 퀘스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정말, [대마법사]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았으니까.
이 또한 호열 덕분일까?
마탑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 이들.
그리고.
그런 플레이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목요일.
아르카나의 정기 업데이트였다.
.
.
.
『여러분 곁으로 새로운 지역이 찾아옵니다.
신규 지역, ‘여신교단 성지, 뮤온’이 추가됩니다.』…….
*
여신교.
여신교는 아르카나 대륙에 존재하는 종교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였다.
제국에서는 ‘셋이 모이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재미없는 놈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재미없는 놈.
그건 여신교의 신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여신교의 교리는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동시에 셋 중 하나라는.
어마어마한 여신교의 신도 수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했다.
그 여신교의 성지, 뮤온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호열의 활약상이 채 식기도 전이거늘.
연달아 떠오른 업데이트 내역에 커뮤니티는 다시금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여신교단이면 무조건 퀘스트 쏟아진다ㅋㅋㅋㅋㅋ
-옛날부터 종교는 퀘스트 덩어리였거든ㄹㅇㅋㅋ
-그래두 플레이어들은 한시름 놨겠다ㅜㅜ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
아르카나 대륙에서 종교의 역할은 상당했다.
특히나 플레이어는 교단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기본적인 버프를 비롯, 상태이상 치료, 힐러 계열 클래스로의 전직까지.
플레이어들이 기대감에 부푸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뭔가 구색이 맞아가는 거 같지 않아?”
“그치. 마탑에. 유스라 왕국에 프로스트. 뮤온까지.”
“소수 정예지만 뭐, 있을 건 다 있네!”
그래, 이상한 건.
그런 업데이트 내역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사람이리라.
예를 들면.
달칵─
느긋하게 찻잔을 내려놓는 호열처럼.
.
.
.
나는 업데이트 내역을 확인했다.
여신교단의 성지, 뮤온이라…….
10년 하고도 수년의 공백이 있다하더라도 여신교는 모를 순 없지. 여신교는 아르카나가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부터도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종교였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이상한 일이지.
그 대단하신 여신교가 말이야.
‘어째서.’
나는 점멸하는 메시지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퀘스트창을.
[클래스 퀘스트 : 악크샨의 절멸]
악크샨과 악마 사냥꾼의 절멸.
최후의 악마 사냥꾼이여.
성전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라.
─나약해진 육체를 단련하라. (반복)
─성전에 참가한 세력을 파악하라. (진행 중)
●여신교단의 성자와 조우하라. (진행 중)
[악크샨의 절멸]이란 퀘스트에 얽혀있는 걸까?
말했다시피.
나에게는 10년이 훌쩍 넘는 공백이 존재한다.
그래서 성전(聖戰)이 무엇인지도.
그에 얽힌 진실이 무엇인지도.
여신교단이 왜 퀘스트 목표에 떠오른 건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달칵─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절차에 따라서 해결하면 되는 일.”
그래, 클래스 퀘스트가 떠오른 이상.
뭐든 차차 알아나가면 되는 일이니까.
그저 퀘스트 목표가 향하는 곳으로 말이야.
뭐, 그 과정에서 어쩌면.
여신교단을 파헤쳐야 할지도 모르겠지.
‘그거 완전 신성모독이 따로 없겠는데.’
그러나 상관없었다.
나와 그랑펠의 몇 안 되는 공통점 중 하나가 있거든.
“나는 신 따위 믿지 않는다.”
물론, 신은 믿지 않아도 레벨은 또 믿는다.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번엔 분배할 포인트가 좀 많아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