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
큰 키.
앙상한 허우대.
피골이 상접한 얼굴.
그런 마르셀로가 주도하는 심문은 예상과 다르게 박력이 넘쳤다.
떠넘긴 게 조금도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무엇보다 마탑과 관련된 일이라 그런가.
자비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 카림제바의 행방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모른다고 말했잖아? 그 오만한 노친네가 나한테 자기 은신처를 알려줄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거야?”
“그 말이 진심인지 확인하겠습니다.”
“으, 으으으윽!!”
파지지직─!
보는 사람까지 저릿해지는 마법.
마르셀로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장현도.
아니, 악마를 고문했다.
다시금 깨닫는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어떤 면에선 피도 눈물도 없다는 게 이해가 된다.’
물론, 이 심문 과정을.
태연하게 지켜보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나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그랑펠이 악마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뭐, 뭐라고 말 좀……!!”
날 그런 눈으로 바라봐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심문 끝에 얻어낸 정보를 정리해 본다.
‘진명(眞名)의 악마, 아캄파탐.’
그 아캄파탐이 바로 장현도에게 빙의한 악마였다.
진명의 악마라고 하니까 거창해 보이지만, 크게 다를 건 없겠지. 악마 중 네임드 몬스터로 분류되는 이들이 바로 진명의 악마였으니까.
‘같은 레벨 대의 악마보다 강하다.’
네임드 몬스터라.
[포식자의 늪지대] 균열에서 지겹게 구경했었지.
평범한 몬스터도 네임드란 이름이 붙으면 그 패턴이 지랄 맞아지는데.
악마는 그보다 더하면 더한 게 당연하다.
“들어서 아시지 않습니까? 애초에 저는 카림제바, 그 노친네에게 협력할 생각 자체가 없었습니다! 뒤통수 칠 생각은 했었어도. 저도 상위 마왕이 부활하는 건 원치 않는단 말입니다!”
아캄파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 주둥이가 지랄 맞군.’
마탑이 원하는 건 자신 같은 잔챙이가 아니다.
악마 숭배자, 카림제바다.
마르셀로의 질문에서 그 사실을 깨닫고는.
교묘하게 논점을 틀어대고 있었다.
“맹세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건 전부 말했습니다.”
카림제바도 이 화술에 넘어간 거겠지.
그것도 모자라서 뒤통수까지 맞을 뻔했고 말이야.
뭐, 덕분에 카림제바의 계획은 전부 파악하게 됐다.
“동시다발적인 균열 생성이라…….”
그랬다.
카림제바가 준비하는 건 상위 마왕의 소환 의식.
프로스트, 데카라비아가 그랬던 것처럼.
상위 마왕의 부활에도 그 제물이 필요할 테니까.
카림제바를 비롯한 악마 숭배자들은 균열을 열고.
균열을 통해 제물을 충당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뱅그릿 선임이 제물이 될 뻔했단 소리겠군요.”
감히 마탑의 선임 마법사를…….
다시금 살기를 띠는 마르셀로의 눈매.
마르셀로가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했다.
“카림제바를 제외한 두 명의 악마 숭배자가 무간에 갇힌 지금. 그도 계획했던 것처럼 많은 균열을 통제할 수 있는 여력은 없을 겁니다.”
거기에 대해선 나도 동감하는바.
하지만 계획보단 적은 균열이라고 해도.
나는 그 균열들의 적정 레벨을 짐작할 수 있었다.
[깨진 차원의 틈]
[적정 레벨 : Lv.900]
물론, 선임 마법사 뱅그릿을 위한 함정이었으니까.
그 적정 레벨이 유달리 높았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카림제바라는 적정 레벨보다 더 큰 변수가 있었다.
‘막말로 균열에 카림제바가 대기하고 있다고 쳐봐.’
플레이어들이 진입하는 순간?
그냥 곧바로 상위 마왕의 제물행이 되겠지.
문제는 카림제바가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아캄파탐에게 모든 계획을 털어놓은 게 그 증거.
카림제바는 궁지에 몰린 상태였으니까.
“저는 그저 협박에 이기지 못해서……! 당신, 이호열 씨의 정보를 넘겨주겠다고 한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마탑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빌어먹게도. 어째서 서큐버스가……?”
아캄파탐의 말대로.
백이설에게 연락을 받지 못했더라면 꽤 먼 길을 돌아갈 뻔했군. 그러나 그런 백이설을 [구마의식]을 통해 사람으로 만든 것 또한 나였다.
그런 의미에서.
‘잘했다, 이호열.’
과거의 나를 또 한 번 칭찬할 수밖에.
이젠 두꺼워질 대로 두꺼워진 철면피.
이런 건 이제 자화자찬 축에도 낄 수 없는 일이다.
그걸 증명하듯 나는 태연하게 감회에 젖었다.
‘예전 같았으면 끔찍했겠지. 진짜.’
무지막지한 적정 레벨을 자랑하는 균열이 세계 곳곳에 동시에 나타나고, 그런 균열에 카림제바라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 심지어 그런 균열을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상위 마왕이 소환될 수도 있단다.
……와씨. 겁나게 암울하잖아?
그것도 모자라서 내 레벨은 고작 324레벨.
혼자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건지.
엄두도 못 낼 정도의 스케일이란 거겠지.
그러나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래, 적어도 내겐 권한이 있었으니까.
“이 시간부로 선임 마법사들의 균열 접근을 허가하겠네. 마르셀로.”
그래, 마법사들의 출탑에 관한 전권이……!
카림제바는 마탑의 대역죄인.
그 대역죄인을 확보하기 위한 일이니까.
절차는 물론, 긍지에도 어긋나는 출탑 허가가 아니다.
그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당당하게.
마탑의 위세를 부릴 수 있다는 말이다.
‘마탑 퀘스트는 기본.’
카림제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균열 또한 클리어하게 될 터.
‘그를 통해 획득할 경험치, 전리품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겠지.’
물론, 나의 사심이 겉으로 드러나는 법은 없었다.
마르셀로가 대답했다.
“준비를 서두르겠습니다. 곧 카림제바도 알게 될 테니까요.”
흠칫─
나는 움찔거리는 장현도를 바라봤다.
알게 된다고?
무엇을?
전부 사실대로 말했잖아?
장현도. 아니, 아캄파탐은 그렇게 되묻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아캄파탐을 차갑게 바라봤다.
‘입만 잘 털면 뭐 하냐.’
정작 눈치가 없는데.
.
.
.
빠득─
아캄파탐은 고개를 숙인 채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카림제바를 팔아넘긴 덕분에.
자신에 대한 경계심은 줄어든 상황.
아캄파탐은 일단 안심했다.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겠어.’
그런 안도가 들었지만, 치가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친 마탑 마법사 놈들.’
카림제바도 그렇고, 이 뼈다귀 같은 놈도 그렇고.
하나같이 무식하다.
이런 마력을 휘두르면서 감정의 동요조차 없다니.
자신들이 뿜어대는 마력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뭐야?’
이호열.
저 녀석에게선 카림제바나 뼈다귀 같은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캄파탐은 마법사란 족속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마력을 과시했으면 과시했지.
결코 숨기지 않는 게 마법사란 말이다.
그런데…….
마력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만한 마력이 없다는 것인가?
어느 쪽이 됐든, 둘 다 말이 되지 않았다.
‘그야 아까부터 꼬박꼬박.’
이 뼈다귀가 이호열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모자라서 그 태도가 아주 공손하다.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라는 말이었다.
‘됐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더 생각해 봤자 머리만 복잡해졌기에.
아캄파탐은 생각을 접었다.
그 대신 자신 있는 쪽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나저나, 아캄파탐 님을 앞에 두고 못 하는 말이 없군.’
이호열과 뼈다귀, 마르셀로.
둘이 나누는 대화 덕분에 상황은 대충 파악했다.
‘마탑, 무간이라는 공간에 갇힌 거다.’
카림제바.
그가 찾던 동료 악마 숭배자들이 말이야.
그건 아캄파탐으로서도 의외였다.
카림제바의 동료라면 분명.
그에 필적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을 터.
‘그런 괴물들이 제압을 당했단 건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곳이냐, 마탑은.
그런 마탑에 끌려왔다 생각하니.
또다시 소름이 돋았지만…….
어쨌든, 귀중한 정보를 획득했다.
‘이걸로 돌아가도 괜찮다.’
카림제바의 모든 계획을 발설한 마당에.
그와 만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녀석이 아니니까.
카림제바가 찾아왔을 때.
뭐라도 해줄 말이 있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오늘 일은 비밀로 해야겠지만.’
카림제바를 속여넘기는 것?
자신 있었다.
녀석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이미 한 차례 속여넘긴 인간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오히려 더 쉽겠지.
‘그러기 위해선 당장은 닥치고 있어야 한다.’
아캄파탐은 숨을 죽였다.
그래,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던 중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를 서두르겠습니다. 곧 카림제바도 알게 될 테니까요.”
“?”
녀석이 알게 된다고?
뭘 알게 된다는 거지?
나는 이 일에 대해서 닥치고 있을 건데?
“!”
아캄파탐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가 눈을 마주쳤다.
호열과.
그리고 떠올렸다.
그건 흘러 지나가듯 들렸던 음성.
-“나는 사냥감과 말을 섞지 않는다네.”
그랬다.
그건 먹잇감을 바라보는 천적의 시선이었다.
아캄파탐의 동공이 새까맣게 변했다.
“너, 너는?”
덜덜덜─
화룡, 카림제바의 앞에서도 멀쩡했던 혀가 말을 듣지 않았다.
카림제바조차 속여넘겼던 간사한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머리조차 사고하기를 멈췄다.
그래, 이건 저항할 수 없는 떨림.
공포였다.
그런 아캄파탐에게 호열이 말했다.
“내게는 보인다.”
“……?”
“그 어리석은 착각이.”
착각.
무슨 뜻인지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살아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다……?’
그러나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사냥감과 말을 ‘섞지’ 않는다.
방금은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선언이었다는 듯.
호열의 행동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으니까.
아캄파탐은 경악했다.
‘이, 이렇게 끝난다고? 나, 아캄파탐이?’
서걱─
물론, 그 경악조차 내뱉을 수 없었지만.
*
“그가 내부 사정을 알아서 좋을 건 없겠죠.”
마르셀로는 장현도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그 기억을 어디까지 지운 건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만.
되도록 옛날 기억까지 지워버렸으면 좋겠는데.
기왕이면 삐뚤어지기 전까지 말이야.
‘장현도는 다른 의미로 유명하니까.’
마약, 음주운전, 갑질.
아캄파탐에게 빙의당하기 전에도 장현도는 온갖 구설수로 신문에 오르내리던 인물이었다.
그 망나니가 제 버릇 남 못 주고 다시 설치기라도 해봐라.
‘카림제바가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겠냐고.’
아캄파탐의 기억은 지워졌으니까.
서로 말이 통할 리가 없을 터.
장현도가 화풀이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거지.
물론, 그건 장현도가 개과천선을 하느냐.
그의 기억이 어디까지 남아있느냐에 달린 일이다.
‘그나저나.’
[천적관계].
그리고 [구마의식]을 발동하면서 체감하게 됐다.
‘이런 걸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포식자의 늪지대]를 클리어하면서 상당히 성장한 모양이었다.
물론, [포식자의 늪지대]에 악마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간만에 발동된 [천적관계]의 효과가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있겠지만.
그걸 생각해도 이렇게 수월하게 사냥할 수 있을 줄이야.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진명의 악마, 아캄파탐.
녀석을 처치하면서 레벨은 9레벨이 상승했다.
[이름 :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칭호 : 최후의 모험가]
[클래스 : 악마 사냥꾼]
[레벨: 333]
[능력치]
근력 : 60 / 민첩 : 65 / 마력 : 271 / 행운 : 6 / 심미 : 下
[보유 포인트 : 9]
습득한 경험치량으로 추측했을 때.
아캄파탐은 최소 560레벨은 되겠지.
그런 녀석을 처치하는 데엔.
거창한 마법도 필요하지도 않았다.
──────
은 마스터리 (81%)
──────
그냥 스킬 숙련도도 올릴 겸.
대충 형태를 바꾼 은으로 공격한 게 전부였으니까.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치명타가 터졌다.
[진명의 악마 아캄파탐에게 ‘치명타’가 발생합니다.]
그저 운이 좋았나.
아니면 이것도 행운에 포인트를 투자한 덕분인가.
무심하게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천적관계]. 발동 반경만 늘어난 게 아니라는 건가.’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욱더 광활해져 가는 [천적관계]의 발동 반경처럼.
나와 악마의 [천적관계]도 더욱 확고해졌다는 거겠지.
‘악마와의 전투에서 더더욱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건가.’
나는 뻔뻔하게 말했다.
“그러나 만족할 수 없다.”
욕심이 과한 게 아니라 아직 한참 부족하거든.
오래 거슬러 갈 것도 없었다.
[포식자의 늪지대]에서만 하더라도.
나는 얼마나 구질구질한 사투를 벌였던가?
검술도 모자라서 말이야.
부족한 마력 때문에 연잎을 타고 다니질 않나.
순수한 정령한테 계급 사회의 쓴맛을 알려주질 않나…….
‘그러니까 자만할 수 없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그랑펠은 몰라도.
나는 끝까지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주제 파악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스스스─
양피지에 떠오르는 글자.
──────
요청하신 마도구의 마법부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
달칵─
내려놓는 찻잔.
[비약초, ‘별꽃뿌리’의 효과로 지능이 1포인트 상승합니다.]
카림제바를 처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말이야.
그건 마탑의 선임 마법사들 또한 마찬가지겠지.
그러니까 다시 한번 다짐한다.
주제 파악하겠노라.
마탑이란 든든한 지원군을 제대로 활용하겠노라.
내겐 고래 싸움에 휘말려 비명횡사하고 싶은 마음 따윈 없었으니까.
.
.
.
그래, 그렇게 다짐했건만.
이런 과잉 대접을 원한 건 또 아니었는데.
‘……든든함을 넘어서 부담스럽단 말이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내색은 할 수 없다.
나는 마주 앉은 중년 남성을 바라봤다.
그가 인자한 미소를 띠며 내게 말했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군. 내 소개를 하겠네.”
사내치고는 작은 체구.
그러나 그의 몸에서 일렁이는 초월적인 마력이 그가 누구인지를.
다시금 내게 상기시키게 한다.
그러나 굽힘은 없다.
‘빌어먹을 긍지가.’
이래서 회사를 때려치운 건데, 내가!
속에서 메아리치는 원망이 무색하게도.
나는 건방지게도 입을 열었다.
“아니, 소개는 생략하지.”
“오?”
“원로 마법사, 세니오스. 나를 찾아온 용건을 말하게.”
노블레스 오블리쥬.
마탑이 현재 상태에 이르기까지.
그저 방관만 해온 두 명의 원로 마법사를.
그랑펠의 긍지가 곱게 여길 리 없었으니까.
존댓말은 고사하고 고운 말이 나올 수가 없다는 거겠지.
나는 그저 지그시 눈을 감고 싶은 심정이었다.
‘따지자면 상사한테……. 짤려도 할 말이 없다. 정말.’
마탑에도 퇴직금 제도가 있을까.
있다면 뭘 챙겨주려나.
대여한 마도구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나 각오했던 것과 다른 대답이 들려왔다.
“용건이라 간단하지. 허가를 받기 위함이네.”
……잠깐, 허가라니?
원로 마법사 양반이 나한테 받을 허가가 뭐가 있단 말인가.
나는 생각하다가 떠올리고 말았다.
나에게 주어진 출탑의 전권을.
세니오스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원로 마법사, 세니오스가 정식으로 출탑의 허가를 요청하네.”
더없이 진심이라는 듯.
절차에 따라서.
그 목적까지 덧붙였다.
“목적은 마탑의 대역죄인, 카림제바를 내 손으로 처단하기 위함일세.”
……아니, 그쪽은 지원군 지원 자격을 훌쩍 넘기셨는데요?
육성으로 헉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지만.
내색은 할 수 없는 법.
달칵─
나는 태연하게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보다 구체적인 사유가 필요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