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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79화 (11/489)
  • ◈ 79화. 수석의 품격 (3)

    [깨진 차원의 틈].

    그 이름에 맞게 균열의 풍경은 심상치 않았다.

    원래도 기이한 풍경을 자랑하는 균열이긴 하다만.

    여긴 기이한 수준을 넘었잖아.

    ‘대충 그래픽이 깨졌을 때랑 비슷한데.’

    무엇보다 현실과 아르카나.

    두 세계 중 어느 하나의 풍경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억지로 균열을 열어놓은 듯한 광경이랄까…….

    ‘잠깐.’

    그러고 보니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오늘은 목요일이 아니었다.

    신규 업데이트.

    신규 균열이 등장하는 날이 아니란 것이었다.

    그렇다면 [깨진 차원의 틈]은 예정된 균열이 아니란 소리.

    억지로 열어놓은 균열 같다는 내 감상도 헛소리는 아니겠군.

    “모든 균열이 이렇게 생겼습니까?”

    “아니. 기이의 공간은 이토록 형편없지 않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과연, 마르셀로였다.

    균열에 진입한 건 처음일 텐데.

    곧바로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리다니.

    마르셀로가 말을 이었다.

    “말씀대로. 내부 사정이 외부에 알려져서 좋을 건 없겠지요.”

    다른 이도 아니고 무려 마탑의 수뇌부가 연관된 일이었다.

    선임 마법사가 행방불명된 것도 모자라서, 그의 행방불명이 마탑 수뇌부에 연관되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다면? 파급력이 장난이 아니겠지.

    “신속히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마르셀로의 선언.

    다시금 말한다.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진심으로.

    그런 마르셀로의 몸에서 마력이 일렁였다.

    한 차례 지켜봤기에 그 탐색 과정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추적 마법이었다.

    이내, 마르셀로의 퀭한 눈매가 번뜩였다.

    “뱅그릿의 마력을 포착했습니다. 포탈을 열겠습니다.”

    그 즉시 포탈을 발현.

    ……나 같았으면 방금 두 번의 발현으로 마력이 3분의 1은 날아갔을 텐데.

    마르셀로에겐 조금의 마력 소모도 없어 보였다.

    다시금 주제 파악을 하게 된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어도 한참 멀었구나.

    그러나 나의 존재감만큼은.

    남들에 절대 뒤처지지 않았으니.

    또각─

    “……누구냐!”

    모든 건 이놈의 구두 소리 때문이겠지.

    그랑펠의 성격에 인기척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 보폭엔 언제나 힘이 넘치는 법.

    “마, 마르셀로 님? 이호열 공동 연구자까지?”

    덕분에 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뱅그릿과 마주할 수 있었다. 헝클어진 갈색 곱슬머리. 심히 당황한 듯한 그 반응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적대적인 것 같진 않은데.’

    나보다 먼저 입을 연 건 마르셀로였다.

    “뱅그릿. 어떤 사연인지는 짐작하고 있습니다.”

    “……마르셀로 수석. 저, 저는.”

    “우린 당신을 추궁하려고 이곳까지 온 게 아닙니다.”

    “……!”

    뱅그릿이 고개를 떨궜다.

    다시 한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 혼자 이 균열에 들어왔어 봐라.

    ‘아주 그냥 시작부터 독설을 내뱉었겠지.’

    뭐, 뇌물을 주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다느니.

    너 때문에 내가 주관한 학회를 망쳤다느니.

    이것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말로 설득하기는 불가능한 상황 같군.

    뱅그릿의 몸에서 마력이 일렁거렸으니까.

    “……당신이 그럴 분이 아니시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마르셀로 수석. 하지만 죄송합니다. 저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순수마력학.

    비효율적인 탐색 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순수한 마력을 무기로 삼는, 그렇기에 파괴력만큼은 어느 마법에도 뒤처지지 않는 마법. 그런 순수마력학의 정점이라 불리는 뱅그릿 톰.

    고오오오─

    그가 마법을 발현했다.

    “부디 결례를 용서하시길.”

    스오오오오─!

    보자마자 파악할 수 있었다.

    응축된 마력의 광선.

    마법의 구조는 분석할 것도 없이 간단명료.

    탐색 대상은 오직 방대한 마력.

    오로지 파괴력만을 극대화한 간섭.

    그리고 더없이 신속한 발현.

    “!”

    콰콰콰콰쾅─!

    그 파괴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치지지지직─!

    대지가 분쇄되고 대기가 요동쳤다.

    솟아오르는 흙먼지조차 흔적 없이 증발했다.

    ……실화냐.

    더욱 무서운 건 뱅그릿의 마법에 살의가 담겨있지 않았다는 것. 뱅그릿은 단지 우리를 멀리 떨쳐낼 생각이었다. 마법의 빗나간 궤도가 그 증거였다.

    하지만 빗나간 마법의 파괴력으로도.

    이 정도의 위력이라니.

    이게 마탑의 선임 마법사란 말인가?

    괜히 마탑이 아르카나 대륙 최강의 무력 집단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마르셀로는 방어막을 발현, 후폭풍을 상쇄했다.

    정말이지, 마력이 넘쳐나기에 가능한 호신법이군.

    ‘미치도록 부럽다.’

    당연하게도 나는 마력을 최대한 비축해야 하는 처지.

    언제나처럼 구질구질하게.

    있는 것, 없는 것 다 써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 탐색 대상은 이 공간에 넘실거리는 순수한 마력.

    정확히는 뱅그릿의 마력이었다.

    나는 몰아치는 마력의 후폭풍을 탐색.

    간섭하여 마법을 발현했다.

    당연하게도 복잡한 간섭은 불가능하다.

    말했다시피 그 위력이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간섭 과정을 단순화해야 한다.

    물론, 필요하지도 않았다.

    탐색 대상은 그저 순수한 마력.

    나는 이런 순수한 마력에 어떻게 간섭하여 발현해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습득한 참이었으니까.

    두둥실─

    허공에 떠오른 수백 개의 마력 구체.

    그래, 라이트였다.

    순수마력학의 기초 마법 라이트 말이다.

    “……!!”

    순간,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들.

    마르셀로와 뱅그릿은 어째 못 볼 거라도 본 눈치였다.

    온갖 고위 마법이 난무하는 이곳에서.

    이런 하찮은 기초 마법을 볼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하지만 이것이 내 최선이자 내 방식이다.

    296레벨이라는 하찮은 수치로.

    900레벨 균열에서 생존하기 위한 발버둥이란 말이다.

    그런 눈으로 쳐다봐도 어쩔 수 없단 말이다.

    나는 뻔뻔하게 말했다.

    “환영 인사치고는 격하군. 뱅그릿 톰, 선임 마법사.”

    구질구질하게 되받아친 주제에 입만 살아서는.

    뱅그릿이 소리쳤다.

    “젠장, 제발 저를 가만히 놔두십시오!”

    이쯤되면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닥치고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 아닐까.

    스오오오오─!

    뱅그릿이 다시 마법을 난사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러나 이번엔 마르셀로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마찬가지로 신속한 발현.

    콰콰쾅─!

    방대한 마력이 충돌하는 현장.

    그 승자는 명확해 보였다.

    마르셀로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이런 무의미한 짓을 원치 않습니다. 뱅그릿.”

    저것이 바로 마르셀로가 수석의 자리를 차지한 이유.

    그래, 현존하는 마법 대다수를 이론으로 정립하는 데에 성공한 마르셀로였다.

    그 말은 물고 물리는 마법의 상성을 마르셀로보다 잘 알고 있는 마법사도 없다는 소리였다.

    “젠장!”

    결국, 물러난 건 뱅그릿이었다.

    단거리 텔레포트.

    뱅그릿이 다급하게 몸을 피했다.

    ……전장이 균열 속이라는 것에 감사한다.

    현실에서 이 난리를 쳤다고 생각해봐.

    벌써 빌딩이 수십 채는 날아가고, 산이 무너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스케일이었다. 그러나 이 승부의 결말은 뻔해 보였다.

    수석과 선임.

    그 차이는 명백해 보였으니까.

    뱅그릿도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인가.

    섣불리 마법을 발현하지 못했다.

    그런 뱅그릿이 빠득─ 이를 갈고는 말했다.

    “……알고 계십니까?”

    “무엇을 말인가?”

    “이게 바로 이유였습니다. 제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

    뱅그릿이 마르셀로를 노려봤다.

    “제국에서도 명성이 드높은 마도 가문의 핏줄로 태어나, 위대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마르셀로 수석께서는 평생 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실 겁니다.”

    마르셀로, 집안이 굉장히 좋았군.

    그런데 갑자기 나는 왜 쳐다보는 건데.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호열 공동 연구자.”

    나는 괜히 도둑이 제 발이 저려 흠칫했다.

    ……설마 내 흑역사를 알아차린 건가?

    위대한 클라우디 가문의 후계자이자,

    낯뜨거울 정도로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라는 것까지?!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설정은 오직 나만의 비밀.

    “찰나의 시간, 순수마력학으로 제 마법을 되받아칠 정도의 여유라니. 제게도 당신과 같은 재능이 있었다면……! 이곳을 찾아올 이유는 없었을 겁니다.”

    보다시피.

    단순하게 내 재능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억울한 것은 마찬가지다.

    뱅그릿은 수면 아래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내가 얼마나 발버둥 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저런 배부른 소리를 못 하지.

    내 꼰대적인 생각에는 마르셀로도 공감하는 모양이었다.

    “뱅그릿. 당신은 큰 오해를 하고 있군요.”

    “오해……?”

    “당신의 시샘을 살 정도로 제 인생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마르셀로 수석?”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겁니다.”

    단순하게 위로하려는 말이었을까.

    뱅그릿의 귀에 그런 말이 들어올 리 없었다.

    뱅그릿이 다시금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아니, 이해를 바라기 전에 당신이 나를 이해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마르셀로 수석? 내겐 핏줄도, 재능도 없단 말입니다. 수석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 같은 놈 때문에 곤두박질치는 순수마력학의 입지를……!”

    문득, 마르셀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실력에 비해 자존감이 형편없다고 했었나.

    그보다 뱅그릿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도 없겠군.

    마탑의 다른 마법사들이 저 말을 듣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예상이 갔다.

    나야 뱅그릿의 불우한 가정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런 후광 없이도 마탑에 입성했단 거잖아?’

    그것도 모자라 선임 마법사가 됐고.

    결국엔 자기 자랑이란 것이다.

    그러니까 더는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들어봤자 의미가 없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투정은 거기까지다. 뱅그릿 톰.”

    “……투정이라고 하셨습니까?”

    “나는 자네의 핏줄도, 재능도 궁금하지 않다.”

    핏줄과 타고난 재능만으로 누군가를 평가한다?

    그런 행동을 그랑펠의 긍지가 용납할 수 있을 리가.

    물론, 구체적인 사연을 듣는다고 달라질 긍지는 아니었다.

    그래, 이 순간.

    빌어먹을 긍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학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정기 학회의 마지막 발표자.

    뱅그릿 톰을 크리스탈 홀에 세우는 것이었다.

    “내가 자네에게 궁금한 것은 오직 자네의 연구이지.”

    “……!”

    “가문이나 혈통, 재능 따위가 아니다.”

    나의 말에 뱅그릿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 학회!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다니.”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은 반응인데.

    마르셀로가 그제야 한숨을 뱉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의 긍지께서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전에.”

    “?”

    “현 사태에 관한 책임을 따져 묻겠다.”

    그래, 뭐든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야겠지.

    최선을 다해 준비한 학회조차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급하게 균열을 찾아오게 된 이유.

    그런 균열에서 핏줄과 재능의 차이를 운운했던 이유.

    마지막으로 마탑의 수뇌부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까지도.

    긍지께서 합당하다 판단할 정도의 사유를 제출해야 할 거다.

    그래야만 정기 학회에 연구를 발표할 수 있을 테니까.

    뱅그릿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정기 학회 도중 원로 마법사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마르셀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대화를 나누신 겁니까?”

    “이 균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과연.”

    거기까진 예상했던바.

    나는 물었다.

    “이따위 균열이 학회보다 중요하다 여긴 이유가 있겠군.”

    “그, 그건.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뱅그릿은 정말 혼란스러운 눈치였다.

    “원로께서는 분명히 이 균열에 진리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균열 속에 진리가 있다? 원로가 그런 말을 했단 말입니까?”

    “틀림없습니다. 균열 속에 그대가 추구하는 진리가 있을 거라고. 그 진리를 거머쥐면 누구도 자네를 업신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마르셀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뱅그릿. 진리란 그리 쉽게 거머쥘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을요. 쉽게 거머쥘 수 없기에. 진리라고 불리는 것까지 말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혼란스럽습니다. 왜, 그런 말에 판단력이 흐려진 건지…….”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애써 생각해 내려 무리할 필요 없습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돌아가서 나누도록 하죠. 그래도 되겠습니까?”

    양해를 구하는 마르셀로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긍지가 납득한 건 아니었다.

    그저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저런 수상한 대화를 나눴다는 건.’

    원로 마법사에게 뱅그릿을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니까 의문은 더욱 커졌다.

    어째서.

    마탑의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원로 마법사가 선임 마법사인 뱅그릿 톰을 해치려고 했을까?

    그것도 진리를 들먹이며 뱅그릿을 균열로 유인한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복잡하다.

    뭔 놈의 내부 사정이 이리도 복잡하냔 말이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것 같군.

    그러나 얽히고설킨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 쉽게 풀려버렸다.

    콰직─!

    “!!!”

    균열 속에 울리는 굉음.

    마치 깨진 그래픽과도 같은 풍경이 무너져 내린다.

    그 무너진 틈에서 거대한 손아귀가 튀어나왔다.

    콰지직─!

    검고 흉악한 손아귀가 공간을 낚아챘다.

    콰지지지직─!

    공간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저게 대체……?”

    그 광경에 뱅그릿은 물론, 마르셀로조차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알아차렸다.

    뱅그릿이 어째서 그런 뻔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는지.

    어째서 하필이면 이런 균열로 그를 유인했는지.

    또한 저 거대한 손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든 건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덕분이었다.

    [스킬, ‘천적관계’가 발동됩니다.]

    예민해진 악마 사냥꾼의 감각.

    후각도 발달을 한 것인가.

    어째 시작부터 구린내가 난다 싶었다, 내가.

    “어리석게도.”

    나는 인벤토리에서 제물을 꺼내 들었다.

    [불순한 지식의 오망성]

    [등급 : 에픽]

    [제한 : 없음]

    [효과 : 봉인됨]

    [설명 : 악마의 저주가 깃들어 그 효과가 봉인되었다. 제대로 된 효과를 알기 위해선 반드시 정화해야만 한다.]

    “명을 재촉하는구나. 열등한 족속이여.”

    [‘불순한 지식의 오망성’이 제물로 선택되었습니다.]

    [스킬, ‘구마의식’이 발동됩니다.]

    [???를 ‘의식’으로 초대합니다.]

    아직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아서겠지.

    물음표, 악마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악마라고 한들 어쨌단 말이냐.

    그랑펠은 악마를 앞에 두고 망설일 수 없다.

    나, 이호열도 마찬가지다.

    ‘평소라면 모를까.’

    지금 내 양옆엔 마탑의 수석과 선임.

    마르셀로와 뱅그릿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누군지는 몰라도 제대로 걸렸다는 것이다.

    설령, 마왕이 됐든. 거악이 됐든.

    이 순간만큼은 경험치에 불과하단 소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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