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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71화 (3/489)
  • ◈ 71화. 두고 볼 수 없군 (2)

    이건 양피지로 주고받을 이야기가 아니었다.

    달칵─

    “이 향이 그리웠습니다.”

    그렇다고 마주 앉아 찻잔을 주고받을 정도로 태평한 이야기도 아니거늘. 격식과 예절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마르셀로가 차를 음미하고는 말을 이었다.

    “짐작하고 계셨겠지만, 퀴른베르크 기계탑은 드워프들의 건축물이 맞습니다.”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당연하다는 듯 해버리다니!

    그랬다, 퀴른베르크 기계탑에 녹아든 찬란한 기술력.

    그건 바로 드워프들의 손길이었던 것이었다.

    ‘……실화냐.’

    드워프.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전설 속의 존재나 다름없었단 말이다.

    하다 못해 엘프는 목격담이라도 있었지.

    드워프에 관한 정보는 정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냥 밸런스 때문에 나중에 등장하는 거 아님??

    -ㄹㅇ 드워프 무기 같은 게 벌써부터 쏟아지면ㅋㅋ

    -전설 생각해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닐듯???

    그래, 전해지는 거라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설 정도.

    드워프들의 장비는 억만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렵다든가.

    드워프들의 찬란한 기술력은 마법과 비견될 정도라든가.

    그래서 밸런스 패치의 희생양이 됐다든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 없었잖아?

    ‘기계탑의 기술력은 마탑과 비교될 정도였어.’

    거기에다가 마르셀로가 시답지 않은 말을 할 리가.

    아무래도 퀴른베르크 기계탑은 드워프의 건축물이 맞는 모양이었다.

    “과연, 그만한 기술력은 흔치 않은 법이지.”

    짐작은커녕.

    갑자기 튀어나온 드워프란 종족에 놀랐던 나였지만.

    당연하게도 내색은 하지 않았다.

    마르셀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말을 거들었다.

    “드워프들의 극한에 다다른 기술력은 마법과 비교될 정도지요. 마탑과는 그 방향성이 다를 뿐이니. 기술을 갈구하고 갈고 닦는 그들의 심정 또한 이해가 됩니다.”

    진리를 위해 마법을 탐구하는 자신들이 있다면.

    기술을 추구하는 드워프도 있다는 건가.

    무언가 통하는 게 있다는 듯한 마르셀로의 말도 잠깐.

    “그래서 퀴른베르크 기계탑에서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격식을 갖춘 정중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 흡족한 태도에 나는 대꾸했다.

    그 시작은 균열에 관한 이야기.

    그러니까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부터였다.

    “기이의 공간, 균열에서 아르카나 대륙을 목격했네.”

    “……!”

    “그대 또한 짐작했던바, 악마들이 활개를 치고 있더군.”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

    마르셀로가 탄식을 뱉었다.

    그러더니 힘들게 말을 이었다.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마탑, 그 이면의 가려진 사연.

    정확한 사정이야 아직도 알지 못했지만.

    지금의 반응으로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개입하고 싶어도 개입할 수 없는 게 확실해.’

    그 사정은 확실히 심각한 거겠지.

    마탑의 실세.

    수석 마법사, 마르셀로조차 발이 묶여있는 셈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다시금 의욕이 생긴다.

    퀘스트를 통해서든, 뭐든.

    마탑의 사연을 해결하기만 한다면……!

    ‘마탑이란 엄청난 아군이 생기는 거야.’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장으로선 해결할 수 없겠지.

    말하지 않았던가?

    그건 마르셀로조차 해결은커녕.

    입밖으로 내지도 못하는 사정이었으니까.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저 너그럽게 때를 기다릴 뿐.

    달칵─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가능성 또한 목격했네.”

    자책하는 마르셀로.

    그에게 확실한 위로가 될 만한 일도 있었으니까.

    마르셀로의 메마른 얼굴에 기대감이 내비쳤다.

    “……가능성이라면?”

    “균열을 통해 아르카나 대륙에 간섭했다는 소리일세.”

    “……!!”

    물론, 다음 균열에서도 아르카나 대륙을 목격하고.

    간섭할 수 있으리란 법은 없겠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퀴른베르크 기계탑은 악크샨의 결전병기로서 그 긍지가 다할 때까지 악마를 사냥하겠지. 드워프들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만큼. 마르셀로, 그대도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게 좋겠군.”

    악크샨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굳이 숨길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숨기고 싶다고 한들, 숨길 수 있을까.

    그랑펠의 사전에 떳떳지 못한 짓은 존재하지 않는 법.

    마르셀로에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하긴 쏟아낸 이야기가 워낙 많았어야지.

    이제 보니 차를 준비한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안 그랬으면 말하느라 목이 탔겠는데.

    “이런.”

    달칵─

    같은 심정이라는 듯.

    마르셀로가 빈 찻잔을 들다가 아차 하며 내려놓았다.

    나는 너그럽게 말했다.

    “한 잔 더 들겠는가?”

    “아니, 더는 폐를 끼칠 순…….”

    “녹차부터 둥굴레 차까지. 어떠한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정리된 티백 컬렉션.

    다르게 말하자면 청렴결백한 취향이 듬뿍 담긴 세일 품목.

    마르셀로가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보리차로.”

    “탁월한 선택이군.”

    “감사합니다.”

    “이 차 또한 챙겨 가게. 향이 나쁘지 않았네.”

    “이런, 염치가 없습니다. 분명, 지난번에 로켓 배송이란 존재를 일러주셨는데. 정작 저는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라.

    기껏해야 스마트폰 사용법.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법 정도가 필요하려나.

    “그런가. 관한 의문이 있다면 언제든지 묻게나.”

    그런데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것처럼.

    얼마든지 물어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가면 갈수록 뻔뻔함이 도를 지나친다, 정말…….

    .

    .

    .

    집무실.

    마르셀로는 한참이나 집무실을 서성거렸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쉽게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다.

    마르셀로는 고개를 떨궜다.

    “탑주님, 제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대답이 돌아오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머리가 복잡해 혼잣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아르카나 대륙의 상황?

    짐작하던 바이기에.

    충격은 크지 않았다.

    나설 수 없다는 무력감?

    그 또한 하루 이틀이 아니기에.

    감당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아르카나 대륙을 구원할 가능성을.

    호열이 목격하지 않았던가?

    그래,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

    “……악크샨이라니.”

    그래.

    호열의 입에서 튀어나왔던 그 이름, 악크샨.

    복잡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퀴른베르크 기계탑은 악크샨의 결전병기였다. 악마 사냥꾼들의 무기였단 말이다. 그 결전병기를, 아르카나를 구원하기 위해 호열 경께서 가동하셨다…….’

    간신히 정리된 생각.

    그 말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호열이 악마 사냥꾼이라는 것.

    마르셀로가 쓰게 웃었다.

    “……어찌하여 또다시 빚을 지게 만드시는 겁니까?”

    악크샨.

    그리고 악마 사냥꾼.

    그들에게 마탑은 갚을 수 없는 빚이 있었거늘.

    마르셀로가 신음을 뱉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그 빚의 존재를 까맣게 모른 채.

    호열에게 또 한 번 신세를 지고 말았다.

    마치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무력감과는 확실하게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죄책감이었다.

    빠득─

    마르셀로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 내겐 안타까워할 자격조차 없다…….”

    악크샨.

    악마 사냥꾼.

    그리고 성전(聖戰).

    과거의 역사에서 호열이 겪었을 시련을 생각한다면 감히……. 그런 의미에서 마르셀로는 또 한 번 감탄하고 말았다.

    “어찌 그렇게 담담하실 수 있는 겁니까?”

    호열은 어떻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아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르셀로는 손에 쥔 티백을 바라봤다.

    -이 차 또한 챙겨 가게. 향이 나쁘지 않았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만약 경이었다면.’

    나는 이런 자비를 베풀 수 있었을까.

    마르셀로는 자신이 없었다.

    호열의 그릇을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저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습니다, 탑주님.”

    더는 호열에게 빚을 질 순 없다는 것.

    탑주의 대답을 들을 순 없었지만, 마르셀로는 확신했다.

    “경의 출신을 알게 된 지금. 탑주님도 저와 같은 결정을 내리셨겠지요.”

    그러니까 망설일 생각은 없었다.

    재개가 예정된 원탁 회의.

    마르셀로는 그 회의에서 폭탄을 터트릴 생각이었다.

    명분이야 충분하다.

    왜, 호열 덕분에 균열의 가능성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드륵─

    마르셀로는 서랍을 열었다.

    “지금 제겐 자비를 받아들일 자격조차 없습니다.”

    물건은커녕 먼지 하나 없는 서랍 속에 티백을 놓았다.

    이 서랍을 다시 열어볼 때가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마탑엔 이제까지와는 다른 흐름이 펼쳐지리란 것.

    마르셀로가 낮게 읊조렸다.

    “원로들께서도 대비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

    퀴른베르크 기계탑 균열!

    그 시작부터 클리어까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어느 누구라는 건 AAU도 포함이라는 소리였다.

    “선배, 저 그냥 사표 쓸까 봐요.”

    “사표? 갑자기 웬 사표?”

    “진짜 시달리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죠!”

    성현준은 억울했다.

    AAU라고 해서 뭐, 대단한 게 없단 말이다.

    그건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자신이 아르카나의 개발진이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상식적으로 우리가 많은 걸 알 수 있겠냐고요!”

    아르카나는 게임에 불과하던 때부터 돈이 됐다.

    아르카나에 관한 정보가 돈이 되는 건 당연한 이야기.

    그러니까 콘텐츠에 대한 보안은 철저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진이라고 해서 모든 정보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행방불명된 CEO 레이먼 션이라면 또 모를까…….

    아무튼, 다들 뻔히 알고 있으면서들 말이야.

    “왜, 자꾸 물어보는 거냐고요! 애꿎은 나한테!!”

    벅벅─

    성현준이 머리를 긁었다.

    자신 또한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기에.

    윤수겸은 무심하게 대꾸했다.

    “다들 답답해서 그러겠지. 얼마나 궁금하겠어?”

    “나도 모른다고! 나도 답답해서 죽겠다고! 몇 번을 말해도 새벽부터 전화를 걸지 않나…….”

    “그럼 때려치우든가. 그래도 자유는 없겠지만.”

    “너무 냉정해요, 선배. 서럽다. 서러워.”

    “신세 한탄할 시간 있으면 이것 좀 봐봐.”

    “뭔데요, 또.”

    “뭐긴, 이호열이지.”

    “아, 진짜! 선배까지 이러기?”

    이호열.

    자기 이름 석 자보다 더 많이 듣는 것 같은 이름이었다.

    드르륵─

    성현준은 툴툴대면서 의자를 끌었다.

    그러자 모니터에 떠오른 호열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선배도 박휘강 구독하셨네요?”

    “이호열 팬 무비는 기가 막히게 만들더라고. 아무튼.”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바로 배경이 되는 퀴른베르크 기계탑.

    마우스 커서가 휘적거리며 배경을 가리켰다.

    “딱 보면 알지?”

    “알죠. 퀴른베르크 기계탑. 뭔진 몰라도.”

    “정확한 표현이네. 그거.”

    성현준의 말대로였다.

    알긴 알지만,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

    그게 AAU의 정보력의 한계였으니까.

    무능력해 보여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거 한참 뒤에나 써먹을 거였잖아요. 원래는.”

    “그치. 어떻게 써먹을지는 우리도 몰랐지만.”

    “레이먼, 그 빌어먹을 자식은 알고 있었겠죠? 그 나쁜……!”

    “어쨌든, 그에 관한 플레이어들의 증언이 있어.”

    플레이어들의 증언.

    그건 바로 균열이 클리어되는 순간.

    떠올랐던 메시지였다.

    [누군가 퀴른베르크 기계탑의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결전병기 퀴른베르크 기계탑이 반격을 시작합니다.]

    성현준이 순간 발끈했다.

    “그래요! 제가 저것 때문에도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당연히 이호열이겠지. 물어봐서 친절히 대답해 줬더니만. 그런 건 자기도 알고 있대. 아니, 그럼 왜 전화한 거야? 대체?!”

    왜 전화하긴.

    윤수겸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마우스 커서가 두 번째 줄을 가리켰다.

    성현준이 또 다시 열변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저도 궁금하다니까요? 퀴른베르크 기계탑이 뭔지도 모르는데. 뭘 위한 결전병기인지 어떻게 아느냐고요. 선배는 제 심정 아시잖아요? 그쵸?”

    “아니, 거기 말고.”

    “예? 결전병기 쪽 말고요?”

    다시 보니 커서가 가리킨 건 뒤쪽이었다.

    “……반격을 시작합니다?”

    윤수겸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시스템 메시지는 거짓말하지 않아. 그건 하나의 약속이지.”

    “그건 그렇죠?”

    “그러니까 저 메시지도 틀림없이 사실일 거야.”

    반격을 시작합니다.

    성현준은 그 메시지를 몇 번이고 읽다가 흠칫했다.

    “……잠깐만요, 선배. 반격이 시작된다는 거면?”

    “맞아. 우리가 있는 현실이 아닌, 퀴른베르크 기계탑이 존재하는 아르카나 대륙에서 반격이 시작됐다는 말이야. 현준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지?”

    “다, 당연하죠!!”

    아르카나 대륙의 상황?

    목격할 순 없어도 예상할 수 있었다.

    현실보다 시간의 흐름이 4배나 빠르다는 것.

    그건 악마족 몬스터의 성장 속도도, 세력도 시간의 흐름 이상으로 빠르단 소리였으니까.

    함락된 프로스트만 봐도 그 가설이 틀리지 않았단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성현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틀리지 않았다면…….”

    “생지옥에 가까울 아르카나 대륙에서. 시스템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유의미한 반격이 시작됐다는 거야. 메시지 속 누군가. 그래, 이호열이 퀴른베르크 기계탑의 비밀을 밝혀낸 덕분에.”

    “……선배. 이거 보통 일이 아니지 않아요?!”

    “그래, 보통 일이 아니지.”

    어쩌면 지금 호열이 해낸 일이 바로.

    “이 엿 같은 상황에 대한 인류 최초의 반격일 테니까.”

    그것도 현실과 아르카나 대륙.

    두 세계를 통틀어서 첫 번째 반격이겠지.

    그 사실을 세상은 아직 모를지라도.

    당사자인 호열은 분명 알고 있을 터.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나 같으면 동네방네…….”

    도리도리.

    “아니, 동네방네가 뭐야. 세계에다가 떠벌렸을 텐데! 진짜 이호열 캐릭터 하나 독보적이지 않아요? 어쩔 땐 관종 같다가 또 어쩔 땐…….”

    “현준아. 인터넷에서 그런 거 보고 신성모독이라고 하더라.”

    “……예? 신성모독까지요?!”

    “그래, 괜히 호멘이라는 말이 나왔겠니?”

    “이거, 이호열 씨한테는 농담도 제대로 못 하겠네. 진짜.”

    성현준이 탄식하다가 윤수겸을 흘겨봤다.

    “……설마, 선배도 뭐 그런 거 아니죠?”

    윤수겸이 장난스럽게 말꼬리를 올렸다.

    “호멘?”

    “아, 선배애애!!”

    *

    ……귀가 심히 간지럽다.

    마음 같아선 귀를 후비고 싶었건만.

    그럴 수 없었다.

    또각─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격식.

    나는 지금 프로스트 본성에 발을 들인 참이었으니까.

    그래, 프로스트에서도 최대치에 이른 관계도와 영향력.

    그 덕분에 활성화된 [권한]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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