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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59화 (174/489)

◈ 59화. 잡종

무려 다섯.

악마 군단장들이 호열 일행을 포위했다.

지켜보는 이들은 가슴을 졸이는 게 당연했다.

-ㅁㅊ 실화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하지!!

-다른 길드들은 뭐함? 어그로 하나 못 끄네 ㄹㅇ

마왕군의 움직임?

적어도 플레이어들에겐 익숙한 패턴이었다.

가장 위협이 되는 적부터 처치하려는 몬스터의 습성.

아르카나에도 어그로 시스템은 존재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잠깐만요. 뭔가 익숙한 얼굴들이 보입니다?”

절망적인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확대되는 앵글.

그 안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제 눈이 틀린 게 아니라면 제시 하인네스 같습니다앗?!”

제시,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그런 반응이 터져 나오는 게 당연했다.

제시는 언제까지나 샤이닝 길드 소속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유스라 왕국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제시였으니까.

-머임 설마 그 찌라시가 진짜였나?

-뭔 찌라시? 또 지들만 아는 얘기하네

-아니ㅋㅋ 제시가 샤이닝 탈퇴할 수도 있다는 거ㅋㅋ

-ㄹㅇ 개소리네 그건

-애초에 길드에 큰 미련 없다는 썰은 계속 돌았지ㅇㅇ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마냥 헛소리로 치부할 수 없었다.

중계 화면 속 제시의 얼굴.

특히나 그 동공이 평소와는 확연히 다르게.

초롱초롱─

반짝거리고 있었으니까.

-아니 뭔가 되게 의욕 있어 보이지 않음??

-이게 내가 알던 제시 하인네스가 맞냐???

-ㄹㅇㅋㅋ 공식 석상에선 말 한마디 제대로 안하는데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출연진 중 하나가 자극적인 화두를 던졌다.

“……그러고 보니까 이호열 플레이어와 제시 하인네스는 첫 만남이 아니죠? 왜, 아스큐라 백작 레이드 때도 말입니다. 둘이서 합을…….”

하지만 그건 건드려선 안 될 화제였다.

이호열과 제시 하인네스가 누구인가?

대중적인 인기라면 플레이어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스타 플레이어.

자극적인 소재라면 환장을 하는 매스컴조차.

그 역풍을 생각하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게 그들이란 말이다.

-비켜라.

-인내심의 한계다.

-격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군.

특히나 이호열은 더욱더!

시청자들이 게시판을 폭격하기도 전에.

진행자가 다급하게 변론을 시작했다.

“이건 황교준 전문가님의 아주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저를 포함한 VBC는 황 전문가님 의견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예? 아니, 잠깐만요. 제가 말실수를!”

게다가.

그 추측을 떠나서라도 명확한 이유가 있어 보였으니까.

이내, 허공에 발현되는 호열의 마법.

심미 스탯의 영향으로.

찬란할 정도의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속성 마법이 찬란하게 느껴질 줄이야……!”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네요.”

“생성된 조각상이 악마 군단장의 다리를 붙잡았습니다앗?!”

화면으로 지켜봐도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런 걸 눈앞에서 지켜본다면?

-……제시 저 마법 덕후가 눈돌아갈만 하네.

-ㄹㅇ 제시 눈이 괜히 반짝거린 게 아닌 거임ㅋㅋㅋㅋ

-설마 새로운 스킬인가? 그새 또 성장했다고?!!

-그냥 숨겨두고 있던 건지도 모르는 거 아님?ㅋㅋㅋㅋ

-숨기기는 걍 그동안 쓸 필요도 없던 거지

그 외관부터 범상치 않았거늘.

위력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호열은 마법으로 전장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건 마치 사냥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풍경.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

다섯 군단장의 날개가 꺾이는 데에 걸린 시간은.

고작 십여 분에 불과했다.

“……끝났습니다. 여러분.”

출연진들이 어안이 벙벙한 만큼.

시청자들도 할 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저 호멘

이로써 호열 측이 처치한 악마 군단장은 총 여섯.

추가 업데이트 내역에 따르면…….

남은 건 넷에 불과했다.

-암만 그래도 넷 정도는 잡아주겠지ㅋㅋㅋㅋㅋ

-일단 샤이닝이랑 천하통일이 하나씩 컽 하겠고

-나머지가 각자 연합해서 사냥한다고 치면 될 듯??

그래서 다른 길드 쪽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궁금한 마음에 채널을 돌린 시청자들.

그들 중 몇몇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쪽에서도.

전혀 상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악마 군단장과 홀로 맞서고 있는 한 명의 플레이어.

그 정체에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야, 저거 남태민이잖아?!”

*

남태민은 흠칫했었다.

‘클래스 퀘스트……? 갑자기?’

바바리안 클래스 랭킹 1위.

그간 클래스 퀘스트를 위해 온갖 소문, 퀘스트를 뒤졌던 남태민이었다.

정작 찾을 땐 단서 하나조차 찾을 수 없었거늘.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클래스가 퀘스트가 떠오르다니.

남태민은 조금 기뻤다.

‘……뭔가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위기에 빠진 프로스트.

클래스 퀘스트의 보상이라면 성장은 보장된 셈이었다.

프로스트 탈환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남태민은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클래스 퀘스트 : 야성의 증명]

우두머리가 숨을 거뒀다.

젊고 새로운 우두머리여.

진정한 야성을 증명하라.

“……!”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에게 클래스 퀘스트가 떠오른 이유를.

우두머리.

그건 최강의 야만전사를 말하는 것이었다.

“……케른.”

아르카나가 게임이던 시절.

케른은 프로스트 인근 숲에 머물며 플레이어들의 바바리안 전직을 돕는 NPC였다.

하지만 남태민은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아르카나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케른은 NPC가 아닌 자신과 같은 인간, 아르카나인.

‘케른이 악마들에게 당한 거야.’

문득, 케른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바바리안의 비기? 너, 그런 걸 원하는 거냐?

클래스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수소문하던 시절.

케른에게도 그 정보를 물었던 남태민이었다.

그때 케른은 호탕하게 웃으며 대꾸했었다.

-비기 따위에 솔깃해하다니. 나약하구나, 아우여!

……그땐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 말의 뜻을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때가 되면 다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형제여.

그랬다.

바바리안의 비기는 오직 ‘우두머리’에게만 주어지는 것.

우두머리, 케른이 숨을 거두자.

남태민에게 클래스 퀘스트가 떠오른 것이었다.

그러니까 클래스 퀘스트가 떠올랐단 소리는…….

“……케른이 방금까지 살아있었단 거야.”

씹어먹을, 악마 새끼들!

빠득─

남태민의 근육에 핏줄이 돋아났다.

남태민은 진심으로 분노가 치솟았다.

친형, 남철민부터 의형제나 다름없는 케른까지.

악마 새끼들에겐 당하기만 해왔다.

우지끈─

남태민의 악력에 두꺼운 대검 손잡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남태민의 눈앞에 [악마 군단장, 호리칸]이 모습을 드러낸 건.

창으로 무장한 반인반조.

호리칸은 남태민을 보고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러더니 창끝에 묻은 피를 보다가 부리를 열었다.

“이상하구나. 분명히 이 창으로 옆구리를 찔러서 죽였는데.”

“……?”

“어째서 여기 똑같은 냄새를 풍기는 짐승 놈이 있는 거지?”

“!!!”

짐승 놈.

야만전사, 바바리안을 속되게 일컫는 별명.

남태민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녀석이다.

케른을 죽인 게 바로 이 새대가리였다.

그를 증명하듯 귓가에 형, 남철민의 목소리가 울렸다.

-야, 남태민!! 정신 차려!! 그 새끼 최소 500레벨이야!!

500레벨.

자신의 레벨은 고작 374레벨.

당연하게도 이길 수 없겠지.

형의 말대로 도망치는 게 맞았다.

그러나 심장이 뛰고 있었다.

쿵쿵─

여태껏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거칠게.

도망쳐. 이길 수 없어. 레벨 격차가 너무 심해.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 이성이 점차 흐려졌다.

전신의 근육이 더욱 격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육체의 고동만으로도 체력이 소모되는 게 느껴졌다.

“허억허억.”

남태민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였다.

피시식─

남태민의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클래스 고유 스킬, ‘야성의 부름’을 습득하셨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클래스 고유 스킬, ‘야성의 부름’이 발동됩니다.]

우지끈─!

──────

야성의 부름 : 진정한 야성을 일깨워 야성이 대폭 상승한다.

──────

[야성].

바바리안의 클래스 고유 스탯.

바바리안이 폭발적인 괴력을 낼 수 있게 하는 게 바로 야성 스탯 덕분이었다.

그런 야성 스탯이 상승.

그것도 대폭 상승한다는 것.

그 육체 능력의 향상은 말할 수 없을 정도.

콰지지직─!

남태민이 쥐고 있던 대검 손잡이가 완전히 박살 났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쌔애애애액─!

남태민은 그대로 대검을 호리칸에게 내던졌으니까.

그 근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속도는 상상 그 이상.

날개 달린 호리칸도 완전히 회피할 수 없을 정도였다.

쿠콰콰쾅─!

다급히 창을 치켜들어 대검을 막아냈지만.

그 충격에 호리칸이 수십 미터나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날갯짓으로 위력을 상쇄하지 않았더라면.

무너진 건물 더미에 처박혔으리라.

부르르, 호리칸이 빠른 속도로 대가리를 털었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짐승 놈답구나. 그 힘 하나는 대단해. 하지만 짐승은 짐승에 불과하다. 천천히 사냥해 주마.”

펄럭─!

호리칸이 날개를 펼치고 비상했다.

‘굳이 땅에서 싸워줄 필요는 없지.’

그건 또 다른 짐승 놈을 상대하며 깨달은 교훈.

케른을 다 죽어가는 놈이라 생각해 날개를 접었다가 말 그대로 큰일이 날 뻔했던 호리칸이었다.

하지만 호리칸의 눈에 남태민과 케른은 다르게 보였다.

‘비슷하지만 풍기는 냄새가 다르다.’

맹수와 맹수 새끼의 차이랄까?

맹수 새끼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

호리칸이 자만하던 때였다.

우지끈─!

“!”

발목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남태민이 호리칸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린 탓이었다.

[악마 군단장, 호리칸에게 ‘골절’이 발생합니다.]

“감히……!!”

호리칸이 재빠르게 창을 휘둘렀다.

팔뚝을 찔려 허공에서 그대로 추락하는 남태민.

하지만 그로 인한 충격은 없었다.

네발로 사뿐하게 착지.

대폭 상승한 야성이 남태민을 정말 짐승처럼 움직이게 하였으니까.

파박─!

남태민이 다시금 건물을 타고 뛰어올랐다.

“짐승 새끼가!”

호리칸이 다급하게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탁─

오히려 날갯죽지를 붙잡힌 호리칸.

남태민의 팔뚝이 움찔거리더니.

쫘아아아악─!

그대로 호리칸의 날개를 찢어버렸다.

[악마 군단장, 호리칸에게 ‘출혈’이 발생합니다.]

호리칸이 균형을 잃고 그대로 추락했다.

남태민은 그런 호리칸을 놓치지 않았다.

콰득─!

호리칸의 기다란 목을 붙잡고 비틀기 시작했다.

“……꾸웩!”

호리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놈도 그렇고, 이놈도 그렇고.

짐승 놈들은 평범한 인간과 달랐다.

그러나 자신 또한 평범한 새가 아니다.

‘나는 새대가리, 쿠피칸과는 다르다……!’

날개를 잃어도 팔과 다리가 있단 말이다.

호리칸은 떨어지는 와중에 창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붙잡은 남태민을 향해 창을 겨눴다.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떨쳐내기 위해서였다.

‘피하려면 손을 뗄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러나.

푹─

남태민은 여전히 호리칸의 목을 붙잡고 있었다.

분명 찌르는 느낌이 들었거늘……?

호리칸은 순간, 케른을 떠올렸다.

수십 일간 쉴 새 없이 싸우느라.

피투성이가 되고 전신의 뼈가 박살이 났음에도.

최후의 최후까지 굴복하지 않았던 짐승 놈.

‘빌어먹을……!’

호리칸은 깨달았다.

‘이 짐승 놈도 똑같은 거야!’

그래, 짐승 놈들에겐 이성이랄 게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데 협박이 통할 리가.

호리칸은 하나뿐인 날개로 몸을 비틀었다.

효과가 있던 것일까.

“!”

목을 쥔 손아귀가 점차 느슨해지고 있었다.

“허억허억…….”

극심한 체력 소모를 대가로 하는 [야성의 부름].

체력이 방전된 탓에 [야성의 부름]이 해제되고.

남태민의 이성도 돌아온 탓이었다.

물론, 호리칸에게 이유 따윈 중요치 않았다.

쿠당탕─!

굉음과 함께 바닥에 추락한 남태민.

호리칸이 그런 남태민에게 다가왔다.

“무식한 짐승 놈. 그 비참한 최후까지 똑같구나.”

비참한 최후?

지랄은.

비웃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체력조차 없었기에.

남태민은 속으로 웃었다.

‘……이제야 좀 알 것 같은데.’

왜, 호열 씨가 말했던 가슴 속 긍지가 무엇인지 말이야.

그래, 남태민을 움직였던 건 긍지였다.

지키고자 했던 케른의 긍지.

그리고 그 긍지를 외면할 수 없었던 자신의 긍지.

그렇기에 후회는 없었다.

“짐승 놈들은 어떻게 된 게 짐승보다 어리석구나. 짐승조차 천적을 만나면 꼬리를 말고 줄행랑을 치는데 말이야. 나, 호리칸 님이 고작 네까짓 놈에게 쓰러질 것 같았느냐? 착각도 정도껏 해라. 버러지 같은 인간.”

짐승 놈이라.

그래, 대검까지 내던지고 네발로 뛰어다니고…….

다른 사람이 보면 분명 그렇게 보였겠지.

남태민은 할 수만 있다면 묻고 싶었다.

‘형도 내가 짐승처럼 보였어?’

라며 장난스럽게.

왜, 유언이 진지하면 말이야.

남겨진 사람만 슬퍼지는 법이니까.

물론, 추락하는 순간.

이어폰이 박살이 난 마당에 형의 목소리를 들을 순 없었다.

그러나.

또각─

그에 대한 대답은 확실하게 돌아왔다.

“짐승 놈이라니, 주제를 모르고 떠드는군.”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나 이해한다, 하찮은 악마여.”

호열에게서.

“!”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호열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길드원들이 보였다.

남태민은 직감할 수 있었다.

‘……형?’

남철민, 그가 길드원들에게 상황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남태민은 순간 흠칫했다.

‘……그럼 혹시 네발로 뛰어다닌 것도 보셨나?’

누구보다 격식을 중요시하는 호열이 아니던가.

그것보다 격식이 떨어지는 모습도 없을 텐데.

그야 자신이 생각해도 짐승 놈이 따로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긍지를 알지 못하기에. 긍지를 관철하기 위해 싸우는 인간을.”

“……!”

“너희 악마라는 열등한 족속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제나처럼 담담하게 내뱉는 호열.

남태민은 감격에 호리칸은 당황에 빠졌다.

‘어째서?’

은발 머리의 사내에게서 위험한 냄새가 풍겨왔다.

……쿠피칸을 비롯한 여섯 악마 군단장의 피가 뒤섞인 냄새!

호리칸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저 사내가 바로 자신의 천적이라는 것을……!

‘도, 도망쳐야 한다.’

온전한 상태라면 몰라도 날개가 뜯긴 상황이었다.

호리칸이 부리를 움찔거렸다.

‘그래, 말로 녀석을 현혹하고 틈을 타서…….’

“ㄲ, 꾸웨에엑!”

그러나 호리칸은 부리조차 벌릴 수 없었다.

화르륵─!

즉각적인 탐색, 간섭, 발현.

그 부리에서부터 불길이 치솟아 올랐으니까.

고통에 몸을 비틀기도 잠깐.

“나는 사냥감과 대화하지 않는다.”

호리칸의 귓가에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물어라. 잡종.”

*

AAU 한국 지부.

“……믿기지 않아요.”

넋이 나간 듯 모니터 속 호열을 바라보는 이들.

그 가운데서.

타다다닥─!

키보드를 두들기던 윤수겸이 입을 열었다.

“……알 것 같다, 현준아. 마왕이 어떤 녀석인지!”

“지, 진짜예요? 선배?!”

“그래. 99.9퍼센트 확실해.”

드디어 밥값을 할 때가 왔다.

게다가 이건 누구보다 호열에게 도움이 될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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