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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58화 (173/489)

◈ 58화. 우리의 긍지가 일치하는군 (2)

연속 텔레포트.

커다란 고깔모자가 지붕 위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연속적인 스킬 발동으로 소모되는 마력이 상당했지만, 제시는 개의치 않았다.

-이호열. 그쪽으로 병력을 집중시킨 거야.

지금은 긴급한 상황이니까요.

제시가 지팡이를 다잡았다.

‘아직 제대로 된 질문은 하나도 못 했는걸요!’

『마법』이란 건 정말 존재하는 걸까?

호열 덕분에 의구심을 버린 제시였다.

덕분에 진행이 더디던 클래스 퀘스트에도 진전이 있었다.

그러면서 새롭게 떠오른 궁금증들.

거기에 호열이 잠에 빠진 탓에 묻지 못했던 심사숙고한 질문들까지.

제시의 동공에 느낌표가 떠오른 데엔 전부 이유가 있던 것이다.

고깔모자가 한탄했다.

-이 스승이 위기에 빠져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을……. 불공평하다, 제자야. 내가 그동안 가르친 게 얼만데 서운하구나!

당연하게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고깔모자는 더 이상 떠들지 않았다.

현재 제시는 ‘집착’ 상태였으니까.

새로운 마법을 발견했다거나.

흥미로운 마법 서적을 펼쳤을 때.

누구에게도 방해받기 싫어하고, 또 손에 쥔 것을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그런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그 대상이 단순한 마법이 아닌.

‘호열의 마법’이라는 것뿐.

그게 고깔모자가 탄식을 뱉는 이유였다.

-……나라도 눈을 부릅떠야겠구나.

피도 눈물도 없어 보였건만.

어울리지 않게 낮잠이 들었던 사내.

대마법사의 의식이 깃든 분신, 고깔모자가 아니던가?

살아온 세월만큼 사람 보는 눈.

아니, 마법사 보는 눈 하나만큼은.

자부심이 넘치는 고깔모자였다.

그래서 다시금 호열을 지켜보고자 한 것이었다.

-그 재능은 출중해 보였지만…….

모험가 신분으로 수석 마법사의 공동 연구자가 된 호열.

하지만 그 재능만큼.

하늘을 찌를듯한 자만심이 마음에 걸렸다.

고깔모자는 알고 있었다.

-그건 분명 훗날 독이 될 테지.

호열, 본인에게나.

혹은 자신의 제자에게나.

자신 또한 그 고충을 겪어봤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때였다.

“!”

휘이잉─!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

그 덕분에 걷혀가는 매캐한 연기.

거대한 지옥조(地獄鳥)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깔모자가 제시에게 경고했다.

-제자야. 보통 녀석이 아니구나.

하지만 제시는 이미 스킬을 발동한 상태였다.

지옥조가 노리고 있는 게 다름 아닌 호열이었으니까.

제시의 몸에서 방대한 마력이 일렁였다.

그건 차고도 넘쳐흐를 정도의 마력.

“천벌.”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는 집착.

설령 그게 지옥조가 됐다고 해도 예외는 없다.

그를 증명하듯.

파지지직─!

마력을 응축시킨 뇌전이 지옥조의 머리 위로 꽂혔다.

제시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악마 군단장, 쿠피칸에게 ‘경직’이 발생합니다.]

제시의 방대한 마력을 쏟아부은 전력.

하지만 ‘기절’도 아닌 ‘경직’에 불과했다.

제시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최소 500레벨……!’

현재 자신의 레벨은 401레벨에 불과했으니까.

드륵─

지옥조, 쿠피칸의 동공이 제시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다음 차례는 너다.

마치 경고하는 것처럼.

하지만 한눈을 판 것.

그건 명백한 실수였다.

파바밧─!

아래에서부터 솟구치는 섬광.

그 섬광이 찰나의 순간.

뎅겅─!

악마 군단장, 쿠피칸의 머리를 날려버렸으니까.

“……뭘까요!”

제시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고깔모자는 알아차렸다.

허공에 수놓아진 계단.

섬광은 분명 저 계단을 밟고 하늘로 날아올랐단 사실을.

그리고 그 마법의 발현자 또한 알아차렸다.

-……기우에 불과했구나.

사람은 몰라도 마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그래, 저건 자만심 따위가 아니었다.

자만에 빠진 마법사가 타인을 위해 계단을 놓아줄 수 있을 리가?

마법사란 그런 족속이 아니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깔모자였다.

-그저 자만으로 착각할 정도로 드높은 긍지였구나.

고깔모자는 가지런히 수습된 시체와 호열을 번갈아 보다가 말을 이었다.

-네 마음을 조금은 알겠구나, 제자야.

마법사란 족속은 훤히 꿰뚫고 있다 생각했거늘.

-지켜볼수록 기이한 사내로구나.

미지에 대한 탐구.

잊고 있던 마법사로서의 욕구가 되살아날 만큼 신선했다.

하지만 미지란 것은.

정말 종잡을 수 없었으니.

호열은 제시를 보자마자 냉랭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불합격이다. 제시 하인네스.”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놈의 입방정을 정말 어쩌면 좋을까.

언행에 머뭇거림이라는 게 없다, 정말.

“불필요하게 힘이 들어간 발현. 평소와 다르게 과한 군더더기가 존재했다.”

그래도 가만히 듣고 있자니 납득할 수 있긴 했다.

“또한 주변 환경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발현이었다.”

이곳은 시가지가 아니던가.

자칫 잘못하면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가 스킬의 후폭풍에 휘말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제시는 생존자의 존재를 모르는 눈치였지만.

“그러게요……. 전 역시 부족한 게 많네요!”

그저 이해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유명인.

과연, 제시에 대한 취급은 나와 달랐다.

선택받은 마법사라 불리던 그녀였다.

하르콘이 제시를 알아보곤 반가워했다.

“제시 양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황궁에서 뵙고 처음이네요, 하르콘 기사단장님!”

“……제시? 설마, 그 제시 하인네스?”

소문에 민감한 그림자 용병단.

그들도 제시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래, 아르카나의 강자들도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제시다.

‘그런데 보자마자 뭐? 불합격?!’

그러나 뻔뻔하게도.

내 낯짝에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하기야 이 입방정이 어디 사람을 가려가며 떠들어대던가.

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뻔뻔해져야 한다.’

나쁜 놈보다 무서운 건 미친놈이다.

이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깨달은바.

그래, 피할 수 없다면 말이야.

차라리 미친놈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지금처럼.

누구 하나 의구심조차 품을 생각을 못 하게 말이야.

그건 내가 또 잘할 자신이 있는데.

자괴감을 피하고자 정신 승리를 하던 와중이었다.

“몬스터들이 이쪽으로 몰렸다는 소식을 들어서요!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실까, 생각해서요!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네요!”

동공에 떠오른 느낌표.

제시가 느낌표를 반짝이며 말했다.

‘어째 도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 싶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금 전 떠올랐던 메시지.

[악마 군단장, 쿠피칸에 대한 처치 기여도가 인정됩니다.]

떨어지는 콩고물 하나 놓치지 않겠노라.

나는 신속하게 계단을 발현.

하르콘을 보조해 처치 기여도를 인정받은 참.

그를 통해 레벨도 한 단계 상승했다.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클래스 : 악마 사냥꾼]

[레벨: 250]

[능력치]

근력 : 38 / 민첩 : 42 / 마력 : 186 / 행운 : 5 / 심미 : 下

[보유 포인트 : 12]

드디어 250레벨.

일단, 보유 포인트는 전부 마력에 투자했다.

근력과 민첩은 클래스 퀘스트를 통해 상승시킬 수 있었으니까.

몸이 고생하더라도 귀중한 레벨업 포인트는 마력에 투자하는 게 맞겠지.

‘솔직한 심정으로는 행운에 올인하고 싶다…….’

하지만 행운은 불확실한 스탯이었다.

지금처럼 정말 간절할 때 적선하듯.

한 포인트씩만 투자하는 게 옳겠지.

‘요행을 바라면 벌을 받는 법이다…….’

나는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며 걸음을 옮겼다.

“제시 양의 말에 따르면 굳이 악마 군단장 놈들을 찾아 나설 필요는 없어진 셈이겠군.”

하르콘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전리품을 챙겼다.

나와 제시가 쿠피칸 사냥에 기여했다고 한들.

하르콘의 기여도를 따라잡을 순 없겠지.

전리품의 소유권이 하르콘에게 있는 게 당연했다.

“경. 그리고 제시 양. 미안하네만, 이 전리품은 내가 확보해도 되겠나? 폐하의 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증거로 남겨두고 싶네만.”

하르콘이 커다란 깃털을 내밀었다.

……저거, 못해도 레어 등급은 되겠지?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바로 대꾸한 제시와는 다르게.

아이템 정보라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빌어먹을 청렴결백.

남의 것을 탐내지 못하는 내가 아니던가.

“물론, 그대의 의사를 존중하겠네. 하르콘 경.”

미련은 가지지 말자.

게다가 아쉬워하기엔 아직 이르다.

악마 군단장은 아직 아홉이나 남아있었으니까.

나는 악마 군단장, 쿠피칸의 레벨을 가늠해 봤다.

‘대충 500레벨 정도 되겠지.’

습득한 경험치량.

그리고 하르콘의 일격에 쓰러지던 걸 보면 그쯤 될 것 같았다.

‘500레벨짜리 네임드 몬스터가 아홉이라.’

그러나 걱정은 되지 않았다.

또각─

이 당당한 걸음이 허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한 번에 덤벼들 가능성도 있다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넘치는 자신감.

그 자신감의 근거가 되는 건.

당연하게도 아군들이었다.

게다가 아껴둔 마력까지.

시체를 수습하는 도중에도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 궁금증은 여전히 유효한가?”

마탑에서 있었던 해프닝.

나는 따라서 수습을 거들던 제시에게 물었다.

뱉고 나서도 아뿔싸 싶었다.

같은 말을 해도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 있단 말인가!

“네! 심사숙고할 시간을 주셔서요!”

……이거 돌려서 맥이는 건가, 싶었지만.

반짝이는 동공을 보아하니 그런 악의는 보이지 않았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내가 한 짓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는 법이다.’

뱉은 말도 있었기에.

나는 대인배스럽게 대꾸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시간을 비워둬야겠군.”

“앗! 제가 시간을 맞추는 편이 낫지 않을런지요!”

“그편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지.”

“네! 그게 예의니까요!”

제시의 격식에 무의식적으로 흡족해하기도 잠깐.

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번엔 제대로 차를 대접하지.”

차를 대접하겠다.

그 말이 무엇이겠는가?

마침내, 마탑에 로켓 배송이 된다는 소리였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마탑 앞으로 주문한 물건이 도착한다는 소리였다……!

선임 마법사들을 납득시키고, 정식으로 공동 연구자의 지위를 획득한 뒤.

처음으로 진행한 일이 바로 로켓 배송 신청이었다.

권력이 이렇게나 달콤하다.

‘뭐, 차라고 해도 겨우 녹차지만.’

청렴결백이라 쓰고 궁상이라고 읽는다.

알뜰하게 최저가를 찾아 주문했다는 소리였다.

그런 대화를 나누며 거리를 거니는데 문득, 기척이 느껴졌다.

“?”

골목에서 아는 얼굴들이 나타났다.

하르콘이 먼저 입을 열었다.

“레오니 양? 그대들이 이곳엔 어쩐 일로?”

레오니와 버서커 길드.

그리고 뒤에 저들은…….

가온의 길드원들이었다.

그런데 어째 남태민만 보이지 않았다.

나는 레오니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그 심각한 표정을 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있는 것 같았거늘.

정작 레오니는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ㅊ, 차를 대접? 그, 그것도 제대로?”

그러나 더 이상 이유를 캐물을 순 없었다.

휘이이잉─!

예상했던 대로 악마 군단장, 놈들이 몰려오고 있었으니까.

몰아치는 돌풍.

걷혀가는 연기 속에서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컨셉 하나는 일관적이네, 이번에도 새였다.

다만 그 형태가 달랐다.

악마 군단장, 쿠피칸.

녀석은 커다란 새였다면 저기엔 반인반조(半人半鳥).

조인(鳥人)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녀석들이 섞여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이 아니라 악마와 섞인 모습이었지만.

챙─!

놈들의 등장에 하르콘이 검을 치켜들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악마 군단장이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상관없는 일이겠지. 한 놈도 빠짐없이 모조리 처치하면 되는 일이니까.”

쿠피칸을 일격에 처치하던 하르콘.

그 광경을 지켜봐서일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잖아, 저건.’

정말이지, 간담이 서늘해지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소리였다.

‘……전리품은커녕 경험치나 기여도도 못 챙길 것 같으니까 말이야.’

겸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그랬다.

라이언 하트 기사단.

그림자 용병단.

제시 하인네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합류한 버서커와 가온 길드까지.

그 고래들 사이에.

고작 250레벨에 불과한 내가 있다.

그러나 이 가슴 속 고고한 긍지가 주눅이 들 리가 없었다.

게다가 말했다시피 나는 깨달았기 때문이다.

‘……뻔뻔할 거면 제대로 뻔뻔해야 한다.’

나는 제대로 뻔뻔하게도 입을 열었다.

“내가 그대들의 지휘를 맡지.”

라이언 하트 기사단, 그림자 용병단도 모자라.

이젠 최상위 랭커들까지 지휘하겠다니.

‘황제도 하기 힘든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하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 순간에도 전장에는 경험치와 기여도가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전황을 지켜보며 마법을 발현하기도 잠깐.

나는 중대한 할 일 또한 잊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레오니.”

“……?”

더없이 반가운 합류였다.

사사로운 사기진작 또한 지휘관으로서의 역할이다.

*

투두두두─

상공 위를 비행하던 헬리콥터.

매캐한 연기 때문에 연신 헛기침을 하던 리포터가 소리쳤다.

“켁켁. 뭔가 거대한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순간 휘청거리는 헬리콥터.

조종사가 다급하게 고도를 상승시켰다.

리포터가 다급한 현장감을 전해왔다.

“말씀드리는 순간, 비행형 몬스터가 등장한 것 같습니다!”

높아진 고도 탓.

카메라가 다급하게 줌을 당겼다.

그러자 흠칫할 수밖에 없는 화면이 모니터에 떠올랐다.

스튜디오.

지켜보던 출연진들이 황급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저, 저게 뭔가요?”

“부리에 날개. 새 같은데요? 근데 무슨 새가 저렇게 크죠?!”

“잠시만요,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닙니다!!”

프로스트 상공.

거대한 놈들의 날갯짓 덕분에 연기가 빠른 속도로 걷혀갔다.

그러자 그 형태가 온전히 드러났다.

프로스트의 전황 또한 한눈에 들어왔다.

다급히 전해지는 대본.

대본을 확인한 앵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추가 업데이트 내역에 따르면 아무래도 저 거대한 새들이 악마 군단장인 모양입니다! 무려 500레벨의 네임드 몬스터들입니다……!”

그런데 잠깐.

어째서인가.

그 위험한 놈들이 한 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다급하게 움직이는 앵글.

놈들이 향하는 곳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악마 군단장뿐만 아니었다.

“뭐, 뭐가 저렇게 많은 거죠!”

“마왕군의 행렬이 끊이질 않습니다……?”

“역시나 같은 곳으로 행군하는 것 같은데요?”

지상의 마왕군.

그 대규모 병력도 마찬가지로.

한 곳을 향해 몰려가고 있던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카메라가 호열을 포착한 것은.

설마가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잠시만요. 설마, 이호열 플레이어를 향해 몰려가는 건가요?!”

제아무리 이호열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마치 다른 대형 길드는 안중에도 없다는 모습이었다.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건 오직 이호열과 그 일행뿐이라 말하는 것처럼. 마왕군은 모든 병력을 이호열 측으로 집중시키고 있던 것이었다.

출연진들이 다급하게 말했다.

“이건 이호열 플레이어가 귀중한 시간을 벌고 있는 겁니다!”

“부디, 다른 길드들이 힘을 내줘야 할 텐데요…….”

“이호열이라고 해도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단 말이죠!”

그러나 전황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잠시 잊고 있었다.

“……저, 전문가님? 저희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죠?!”

그 전장엔 지휘관이 존재한단 사실을.

“라이언 하트, 그림자 용병단……. 가온과 버서커. 그리고 제시 하인네스까지……?!”

그것도 어느 누구보다 유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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