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37화 (152/489)

◈ 37화. 고대 왕국 유스라

유스라 제도.

아니, 전 세계.

플레이어들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누군가 유스라 제도의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고대 왕국, 유스라 왕국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같은 메시지가 출력되는 것.

즉, 월드급 메시지.

아르카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의 대사건이 벌어졌단 뜻이었다.

“봤지? 보통 업데이트가 아니라고 했잖아 내가!”

“보물섬이 아니라 고대 왕국이었다니…….”

“이러니까 그렇게 떡밥을 던지고 뿌려댔던 거야.”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먼저 출력된 메시지는.

플레이어들에 의해 일반인들에게도 전달됐다.

박휘강, 그를 비롯한 넷튜버 플레이어들이 곧장 속보를 전한 덕분이었다.

“……고대 왕국, 유스라 왕국이 모습을 드러냈대요!”

“미친. 형님들. 이거 콘텐츠각 오지게 섰는데요?!”

“누군가가 누구냐고요? 아니, 저 같은 하꼬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또!!”

마찬가지로 흥분한 시청자들.

-보물섬이 고대 왕국이었던 거임??

-그럼 엄청 부자나라였다는 거네ㄷㄷ

-고대 기름국 뭐 그런 건가?ㅋㅋㅋㅋㅋ

-일단 복구만 되면 지리겠는데???

고대의 왕국이니만큼 그 복구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과거의 영광을 복구한다면 유스라 왕국은 엄청난 가치를 가질 게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게.

“전문가님. 방금 들어온 속보가 사실이라면 이건 최초의 국가 단위의 업데이트가 아닙니까? 사상 최초로 현실에 아르카나의 국가가 소환됐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엄청난 대사건이라고 봐야죠!”

“그 가치를 예상해 볼 수 있을까요?”

“일단, 간단하게 아르카나에서 제국이 수행했던 역할을 한번 살펴본다면. 그냥 어느 정도만 복구가 돼도 유스라 왕국은 최초로서 엄청난 가치를…….”

현실에 소환된 최초의 아르카나 국가.

그것이 바로 유스라 왕국이었으니까.

새로운 국가의 등장.

그것도 고대의 왕국이었다.

아르카나가 게임에 불과하던 과거.

그 시절에도 월드급 이벤트가 분명하거늘.

심지어 현실에, 그것도 최초의 국가 단위 업데이트로 유스라 왕국이 드러난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순간.

뜨거운 감자, 유스라 왕국에 흐르는 긴장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세계 최고의 길드, 샤이닝.

길드 마스터, 록스는 전투 도중 멈춰선 상태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잠깐, 과거를 되짚어보자.

무려 500레벨짜리 스켈레톤.

황금 궁전에 진입하자 녀석들이 무리로 몰려들었다.

제시가 빠진 지금.

샤이닝도 전력이라고 볼 수 없긴 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스켈레톤 군대는 너무 강했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스탯에 비해 패턴이 단순하다.’

높은 레벨.

끈질긴 생명력.

하지만 정작 공격해오는 방식이 단순했다.

무기를 휘두르는 것조차 엉성하게 보일 정도로.

‘충분히 공략할 만하다.’

그게 록스가 물러서지 않은 이유였다.

물론, 시간이야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고생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냥 악마도 아니고 거악.

게다가 보물섬이란 특징을 고려했을 때.

드롭될 전리품의 가치는 상당할 게 당연했으니까.

그런데.

파사삭─

갑작스레 스켈레톤들이 무너져 내렸다.

뼈로 돌아간 것이었다.

그 광경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황금 궁전의 주인, 거악이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샤이닝, 길드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스켈레톤 밭을 뚫고 거악을 쓰러트렸다고?”

“그게 가능해?”

“어떤 자식들이지? 천하통일? 아니, 그 좆밥들이 그럴 리가 없는데……?”

우리가 뭐라고?

천하통일이 들었다면 두 번 억울할 소리였다.

“분명합니다. 또 샤이닝, 그 새끼들이……!”

샤이닝과 천하통일.

그 악연만큼이나.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기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녀석들이 이 스켈레톤 포위망을 뚫어냈다?

아니, 불가능하다.

록스와 류오쥔춘.

두 길드 마스터가 동시에 말했다.

“천하통일이 아니야.”

“샤이닝이 아니다!”

길드원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건 그들만의 의문이 아니었다.

메시지는 모든 플레이어의 눈앞에 떠올랐으니까.

플레이어라면 당연히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메시지 속 ‘누군가’가 누구란 말인가?

*

[히든 퀘스트 : 유스라 왕국]

전설 속 보물섬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왕은 과오를 바로잡고 긍지를 되찾기를 원한다.

─유스라 왕국의 왕에게 왕관을 하사한다. (성공)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유스라 제도의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고대 왕국, 유스라 왕국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히든 퀘스트……!

정말 이런 퀘스트가 실존했다니.

처음에는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검색해 봐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처음 클래스 퀘스트가 떠올랐던 시절의 이야기.

그때 아르카나의 퀘스트란 퀘스트는 전부 찾아봤던 나였다.

정말 온갖 퀘스트가 있었지만, 히든 퀘스트라는 건 듣도 보도 못했었다.

그러나 내게는 눈치가 있었다.

아르카나를 떠난 12년의 세월 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며 눈치라는 걸 키웠단 말이야.

‘……뭔가 심상치 않은데.’

무엇보다 퀘스트의 조건이 걸렸다.

다른 것도 아니고 왕관.

무려 에픽 등급의 아이템을 왕에게 넘기는 것이었다.

‘능력치가 형편없던 게. 다 이유가 있던 거였나?’

기대는 한참 전에 사라졌으니까.

청렴한 그랑펠의 성품을 들먹일 필요도 없었다.

나는 조금의 미련도 없이 사내.

아니, 유스라 왕국의 왕에게 왕관을 씌워준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었다.

그칠 줄 모르고 떠오르는 메시지.

[유스라 왕국과의 관계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유스라 왕국에서 영향력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유스라 왕국에서 ‘권한’ 기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왕국과의 관계도, 영향력, 권한 기능까지?

당연하게도 내겐 낯선 단어들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아르카나가 게임이던 시절도, 뭐 지금도.

특정 국가와 관계되거나 영향력을 끼칠 정도의 위치는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눈치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젠 그 위치라는 게 달라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최대치라는 게 중요하다.’

거기에다가 ‘권한’ 기능 활성화라.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그거 말고도 떠오르는 메시지가 워낙 많아서 말이야.

잠깐만, 뒤로 밀어두자.

일단, 전리품은 떨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인가.’

그냥 재수가 없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빙의한 악마는 아이템을 드롭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겠지.

그래도 아쉬움은 없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몇 줄인지 세는 것보다 상태창을 확인하는 게 빠를 지경.

[이름 :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클래스 : 악마 사냥꾼]

[레벨: 226]

[능력치]

근력 : 27 / 민첩 : 33 / 마력 : 126 / 행운 : 3

[보유 포인트 : 50]

거악, 칠죄종 탐욕을 처치.

덕분에 상승한 레벨이 무려 50레벨이었으니까……!

개인 최고 기록을 넘어서 이게 시스템상 최대치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경험치였다.

하지만 결코 과한 보상은 아니었다.

‘혼자서 650레벨짜리 몬스터를 잡은 셈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만큼 강해진 걸까.

아스큐라 백작을 상대하던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때의 나는 제시 하인네스의 힘을 빌려 녀석을 쓰러트리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물론, 단기간에 많은 일이 있긴 했지.

‘마탑 학회에 참여하고, 마법에 대해 깨닫고…….’

그 마법의 발현력 또한 향상시키기도 했다.

브로치라는 템빨도 빼놓을 수 없었다.

‘라이언 하트 기사단, 가온, 버서커의 협력.’

그것도 모자라서 현재 나는 마력 탈진 상태였다.

구마의식 탓에 반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녀석을 쓰러트리는 데에 아껴둔 마력을 모조리 써버렸다.

그러나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칠죄종 탐욕.’

그것은 악마 사냥꾼의 감각.

나의 성장과 별개로.

거악을 자처하는 녀석에게선.

확실히 미숙한 악마의 기운이 느껴졌다.

‘구마의식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무엇보다 구마의식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

그건 악마 사냥꾼에 대한 지식 또한 없다는 소리였다.

‘거악이면서 천적인 악마 사냥꾼을 몰라본다?’

……글쎄, 지금의 나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악마 사냥꾼에게 사냥당한 악마는 지옥에 처박혀 결코 되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건 거악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문득, 떠오르는 악크샨 악마 사냥꾼의 한마디.

-그것이 악마가 우리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나는 시선을 들어 칠죄종 탐욕의 잔해를 바라봤다.

스스스─

아스큐라 백작이 그랬던 것처럼.

녀석의 흔적에선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때 이쪽으로 걸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하르콘이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는가, 호열 경?”

나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대꾸했다.

“나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네.”

거창하게 말했지만 단지 퀘스트를 수행한 것뿐이다.

그러나 이 속내라는 게 말하지 않으면 오해하기 딱 좋은 것이었으니.

하르콘의 눈가가 이제까진 볼 수 없던 모습으로 글썽이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후회할 수밖에 없군.”

……제발 울지 마라, 하르콘.

울기까지 하면 내 양심의 가책은 더욱 심해지니까.

그런 분위기를 환기한 건 사내였다.

아니, 이젠 유스라 왕국의 왕이라 부르는 게 맞겠지.

“……은인이시여. 이름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내게 물었다.

그래도 왕인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왕이 고개를 조아리는 상황조차.

당연하게 여기는 내가 있었으니.

나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나는 이호열이다.”

.

.

.

최대치의 관계도와 영향력.

나는 그 메시지의 위력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유스라 왕국의 왕, 하쿠나.

오래전 멸망한 고대 왕국의 왕이라고 한들.

그 지위는 결코 무시할 수 없으리라.

무엇보다 건재한 황금 궁전을 봐라.

막말로 이 궁전 하나만 내다 팔아도 서울 빌딩 숲을 모조리 사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호화스러운 모습이다.

그런 황금 궁전의 주인이자 유스라 왕국의 국왕.

하쿠나가 내게 물어왔다.

“은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것도 아주 공손한 태도로.

예절 교육 같은 건 한 적이 없거늘.

모든 건 히든 퀘스트의 보상 때문이겠지.

물론, 나는 뻔뻔하게 대꾸했다.

“유스라 왕국을 재건하는 게 옳겠군. 국가에 필요한 게 무엇인가. 그것은 나보다 하쿠나,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지 않겠는가?”

왕이라고 해도 나의 주군이 아니다.

고개를 조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 나조차도 납득이 되는 그랑펠의 태도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엇보다 놀란 플레이어들의 표정을 봐라.

“……태민이 형. 제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걸까요?”

“언니. 수석 마법사한테 태클 걸었다고 놀랄 게 아니었어. 세상에 왕한테 말을 놔?!”

“와씨. 저거 한결같이 또라이.”

그 마지막 말엔 나도 심히 동감하는바.

이내, 하쿠나가 대답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은인이시여. 그럼에도 긍지를 가지라, 말씀하셨지만……. 저는 우려가 됩니다. 백성을 등 저버린 왕을 누가 믿고 따를 수 있을지…….”

나는 거침없이 말했다.

“믿고 따르는 것은 그대가 하기에 달린 것이다. 유스라의 왕이여. 벌써부터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늘. 그럼에도 그대는 걱정이 되는가?”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그런가.”

참으로 쓸데없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유스라 왕국의 가치.

그건 아르카나의 물정을 잘 모르는 나조차도 어마어마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무엇보다 유스라 왕국은 보물섬이 아니던가?

그 주변에 출현하는 몬스터는 물론, 땅에서 나고 자라는 자원들까지.

비교하자면 유스라 왕국은 떡상할 일만 남은 저평가 주식이나 다름없었다.

막말로 무급으로 부려 먹는다고 해도 하쿠나와 우호적인 관계를 쌓기 위해 줄을 설 플레이어가, 길드 단위로 널렸단 소리였다……!

그러니까.

“그렇다면 나의 ‘권한’으로 제안하겠네.”

지금이 바로 활성화된 ‘권한’ 기능을 활용할 때군.

왜, 모든 것엔 주고받음이 있는 법이니까.

나는 말을 이었다.

“나는 유스라 왕국의 재건에 이바지할 이들로 이 자리에 모인 라이언 하트 기사단, 가온, 그리고 버서커 길드를 추천하는바.”

“……!!!”

“하쿠나 왕이여.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당연하게도 하쿠나가 내 제안을 거절할 일은 없었다.

일동 경악─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생각했다.

적어도 이 유스라 왕국에서는.

그대들이 거절할 권리보다 나의 권한이 우선이다.

꼬우면 나처럼 권한 기능 활성화해 보든가…….

*

거악이 사라진 지금.

천적관계도, 그랑펠과 악마 사이의 서사도 없다.

나는 무리했던 만큼 그 반동을 그대로 느끼고 있단 소리였다.

젠장, 몇 배로 힘들다……!

마력 탈진의 여파로 전신이 후들거린다.

무엇보다 눈꺼풀이 감겨온다.

또각─

그러나 인터뷰 요청 따윈 가볍게 무시할지언정.

이 걸음걸이가 흐트러지는 법은 없었다.

긍지가 이렇게 피곤하다.

나는 포탈로 향했다.

“호열 씨, 정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가온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 마지막까지.

남태민이 이토록 고마워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왕국의 재건을 위해 일한다는 것.

말했다시피 유스라 왕국과의 관계도, 영향력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봐라, 하쿠나. 무급 봉사라고 해도 줄 설 거라고 했지, 내가?

“고맙습니다. 빚은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쭈뼛거리긴 했다만.

레오니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물론, 라이언 하트 기사단의 경우엔 내 독단이었다.

“하르콘 경. 내가 괜한 짓을 한 건가?”

“결코 아니네, 호열 경. 낯선 도시에 머무는 것보다 우리에겐 이곳의 환경이 더욱 익숙하니 말이야. 오히려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네.”

무엇보다 하르콘과 라이언 하트 기사단은 이곳에서 무뎌진 감각을 단련할 수 있다며 좋아했다.

등장하는 몬스터의 레벨을 생각하면 그들에게도 충분한 수련이 되겠지.

‘돌아가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스라 왕국의 가능성.

그중에서 내가 써먹을 수 있는 건…….

고민하던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더 이상 깊은 고민은 무리다.’

눕고 싶다.

심히 칼퇴근이 하고 싶다.

자고 싶단 말이다.

포탈을 통해 마탑에 도착.

나는 연구실에 들른 뒤.

양피지를 통해 감정을 맡긴 뒤 귀가할 생각이었다.

연구를 핑계 삼아 감정 요청을 맡길 아이템은 세 개.

구마의식을 통해 정화된 400레벨 제한 아이템, [흡혈귀 백작의 오브].

에메랄드 호랑이를 처치하고 획득한 [순수한 에메랄드 결정].

마지막으로 [섬의 보물, 비단잉어 비늘 비단]까지.

그러나 나의 칼퇴는 연구실 문 앞에서 멈춰버렸다.

“앗!”

문을 가리고 서 있는 커다란 고깔모자.

또각─

내 발소리를 알아차린 것인가.

고깔모자가 움찔거리기도 잠깐.

모자 아래에서.

느낌표가 떠오른 동공이 반짝였다.

“오셨어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호열 님!”

꾸벅─

정중하게 숙이는 머리.

가지런히 배꼽에 얹은 손.

쓸데없이 예의가 바르다.

“죄송하게도, 마법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이 있어서요!”

……차마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기다린 시간만큼 심사숙고한 질문이라 믿겠다.”

나는 문을 열었다.

“들어가지. 제시 하인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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