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1화 (116/489)

<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 - 베데스 >

◈ 1화.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미친놈처럼 보이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거울에 비친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누구냐. 내 이름이 뭐지?”

그래, 내 이름 이호열.

클 호에 기쁠 열.

딸만 셋.

딸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난 나를 보고 크게 기뻐하신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내 이름.

하지만 머리와는 다르게 입에선 전혀 다른 이름이 튀어나온다.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그것도 어느 나라의 귀족 이름인지도 모를.

괴상망측하게 길기만 한 이름이……!

갑자기 뭐 전생이라도 깨우친 거 아니냐고?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아니, 그런 판타지스러운 전개가 아니란 걸 알고 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묘하게 날카로워진 눈매.

눈에 띄게 다부져진 체격.

마지막으로 눈앞에 떠오른 글자까지.

이건 각성이었다.

내가 플레이어가 됐단 소리였다.

그래,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된 내 모습과 해괴한 이름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10여 년 전…….”

[이름 :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정확하게는 12년 전.

그러니까 15살.

중2병을 앓던 무렵.

내가 키운 캐릭터가 분명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심히 좆된 모양이구나.”

마치 귀족이라도 된 것처럼 고상하게.

***

쪼르륵─

망했다.

그런 감정과 다르게 내 행동엔 여유가 넘쳤다.

찬장에서 쓰지도 않던 찻잔을 꺼냈다.

평상시엔 입에 대지도 않던 녹차를 우려냈다.

그러고는 테이블에 앉아 녹차를 음미했다.

“향이 나쁘지 않구나.”

……무슨 사극 찍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말하고 있지만, 말투 한번 거북하다.

어쨌거나 직감할 수 있었다.

행동도 말투도 각성의 영향으로 달라졌다는 것을 말이다.

플레이어 각성.

나와는 상관이 없는 말인 줄만 알았다.

그야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까.

“……하기야 10여 년 전 일이었으니.”

아르카나 대륙 전기.

13년 전.

출시 이후로 단 한 번도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은 가상현실 게임.

아니, 게임을 넘어 또 하나의 인생이라 불리는 그 게임.

[세계 각지에 미확인 건축물 출현…… 아르카나 서비스 종료와 관련 있나?]

그런 아르카나가 현실이 됐다.

[세계 곳곳에서 괴생물체 출현…… 네티즌 日, “아르카나 몬스터가 확실하다.” 논란 일파만파]

그런 현실에 아르카나의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신인류 출현? 괴생명체 맨손으로 쓰러트려…….]

그런 현실의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아르카나 캐릭터의 능력을 각성한 플레이어들도 등장했다.

그 대격변 이후로도 수년의 시간이 흐른 게 지금이었다.

아르카나 대륙 전기가 현실이 됐다니.

그 소식을 군대에서 처음 접했을 땐 흠칫했다.

-하씨.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접는 건데.

한때 불침번을 서며 그런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왜냐니.

플레이어들은 말 그대로 영웅이었으니까.

[플레이어, ‘금빛섬광’ 네임드 몬스터 ‘장군, 세키르’ 격퇴!]

[균열 클리어 보상금만 대략 50억 원…….]

[밀착 인터뷰 : 대참사를 막은 플레이어, ‘남태민’편]

하지만 그뿐이었다.

-사실 각성한다고 해도 별 볼 일 없겠지만.

나는 아르카나 대륙 전기를 채 1년도 플레이하지 못하고 접었으니까.

거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

접속기 가격만 해도 무려 천만 원.

월 이용료도 수십만 원에 육박했으니까.

“……얘들아, 미안하다.”

“괜찮아요. 아버지. 저희한테 미안하실 필요 없으세요.”

“흑흑. 엄마도 너희를 볼 면목이 없구나.”

“아, 진짜 엄마까지 왜 그래?”

“우리도 호열이도 다 컸어. 뭘 걱정해.”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집에 압류 딱지가 붙었던 날 이후.

나는 아르카나 대륙 전기는 물론, 게임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끄고 살아온 것이다.

그건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마찬가지.

좋으나 싫으나 어쩔 수 없이 공부만 하게 됐고 그 결과가 현재였다.

꽤 괜찮은 직장에 꽤 괜찮은 자취방.

주말마다 본가를 왕래하는 한가로운 일상.

넉넉하진 않아도 큰 욕심은 없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삶.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머리가 지끈거린다.

애써 찻잔을 기울여 본다.

일단, 빌어먹을 사극 말투는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자.

중요한 건 내가 플레이어로 각성했다는 것이다.

10여 년, 정확하게는 12년 전.

아르카나 대륙 전기에서 육성했던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란 캐릭터가 나, 이호열에게 덧씌워졌다는 소리다.

그런 인터뷰를 흔히 봤었다.

-각성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역시 캐릭터와 동화됐다는 느낌이랄까요? 정말, 현실의 저와 게임 속 캐릭터가 하나로 합쳐진 기분이 들어요. 대충 빙의라고 할까?

-뭐, 빙의라고 해도 게임 속 캐릭터를 플레이하던 것도 저였으니까요. 내가 플레이했던 캐릭터가 빙의해 봤자 크게 달라진 건 없겠죠.

-그래도 덕분에 현실의 몬스터를 보고도 겁먹지 않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른 게 있다면 나는 그 플레이 시점이 무려 10여 년 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10여 년 전의 내가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라는 캐릭터에 ‘심하게’ 몰입했었단 것도 다른 점이겠지.

“맛있군.”

입맛까지 바뀔 정도로 말이야.

……진짜 돌아버리겠네.

이것도 아르카나의 캐릭터 정보가 덧씌워진 덕분인가?

잊고 있던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의 설정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중2병에 걸렸던 내가 만든, 방대한 설정이 말이다.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그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다.

위대한 가문의 후계자였으나 악마에게 그 가문이 몰락.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이하 그랑펠은 그 악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마 사냥꾼의 길을 걷게 됐다.

길게 늘어진 은발 머리, 수려한 외모가 특징이며 평상시 언행에는 그 신분의 고귀함이 느껴지는 말투를 사용한다.』

쓸모도 없는 걸 이렇게 구체적으로…….

진짜 미치겠다, 과거의 나란 새끼!

정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설정이었다.

당연하게도 내가 설정을 짰다고 한들, 게임에 반영되는 건 조금도 없다.

설정이라고 해봤자 공책이나 메모장에 끄적거린 게 전부였으니까.

그래서 설정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몰락한 귀족이라고.

가진 게 쥐뿔도 없는 1레벨, 초보자부터 시작하니까.

그냥 그럴싸하게 몰락했단 설정을 붙인 것뿐이었다.

그래, 저 긴 설정에서 진실은 하나밖에 없단 말이다.

악마 사냥꾼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

[이름 :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클래스 : 악마 사냥꾼]

하지만 과거의 나는 설정에 심취해서 아르카나를 플레이했었다.

쉽게 말해 아르카나에서 그랑펠의 삶을 연기했단 소리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친놈이 따로 없지만…….

그때는 중학생, 그것도 2학년이었으니까.

이젠 웃고 넘어갈 추억으로 여길 수 있었단 말이다.

“……추억이라. 그립군.”

그런데 그 잊고 싶은 추억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젠장, 편두통이 심해진다.

누가 내 낯 뜨거운 꼴을 볼까 봐 우려스럽다.

……아니, 잠깐.

나 당장 내일 출근해야 하잖아?!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내가 출근해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을까.

그, 사회생활이라는 게 말이다.

쉽지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개를 숙이고, 자존심을 버려야 하는 일이 속출한다.

그런데 그랑펠의 설정에 영향을 받아서 입맛까지 달라진 내가.

과연 험난한 사회에서 하루라도 버틸 수 있을까?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는 고귀하다. 상대가 누구든 그는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그의 자긍심은 더없이 무거우며 흔들리지 않는다. 설령 그 무게에 가라앉아 익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부장님 면상에 커피라도 안 뿌리면 다행이겠군.

월급보다 합의금이 더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겠어.

고상한 티타임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언제까지 고개를 숙일 수도 없는 노릇이지.”

이번에도 말이 헛나왔는데, 아무튼.

쉽게 말해서 직장을 그만두겠단 소리였다.

앞으로는 플레이어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누가 보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닌가 싶겠지.

하지만 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뿐이다.

생각해 봐.

이런 상태론 어떤 직장을 가도 민폐만 끼칠 게 당연했다.

그러는 동안 통장 잔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겠지.

빌어먹을 귀족 입맛.

즐기지도 않던 티타임 비용까지 지출에 추가될 판이니까.

생활비가 더더욱 절실해진 것이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선 플레이어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물론, 큰 욕심은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주제 파악이란 걸 하게 됐으니까.

그랑펠에 과몰입하던,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중2병 환자는 더 이상 없다.

그저 먹고 살 수 있을 정도.

그럼 플레이어로 활동해도 목숨이 위험한 일은 없지 않을까?

일단, 검색을 해보자.

나는 플레이어의 세계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었다.

딱히 그들을 동경하며 살지 않았으니까.

먹고 살기에 바빠 별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거지.

그래도 돈 많이 버는 거, 그거 하나는 부러웠는데.

“……흐음.”

수십, 수백, 수천억.

말 그대로 억 소리가 끊이질 않는 플레이어들의 기사.

하지만 나는 기사를 읽으면서도 심드렁했다.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에게 재물이란 덧없는 것이었다. 위대한 가문의 후계자로 태어나 풍요로움의 끝을 맛보았던 그가 부귀영화에 집착할 이유는 없었다.』

이것 역시도 저 빌어먹을 설정의 영향이겠지.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탐욕에 눈이 멀어 목숨을 걸 일은 없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나는 나약하군.”

……이래서 몹 한 마리나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파티에 꼽사리라도 낄 수 있으려나, 걱정이 앞섰다.

현실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와 진짜 아슬아슬했네ㅋㅋ

-평균 레벨 200대 파티가 간신히 공략한 거지?

-갈수록 수준 높아지는 거 보소ㄷㄷ

-랭커들은 오히려 좋아할듯? 경험치 많이 주잖아

한 동영상의 댓글이었다.

플레이어 파티의 평균 레벨이 무려 200이란다.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

[클래스 : 악마 사냥꾼]

[레벨 : 55]

고작 55레벨.

내 레벨은 10여 년 전 그대로였다.

당시에는 랭커까진 아니어도 그래도 꽤 높은 축에 속했는데…….

세월이 참 야속하다.

하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있었으니까.

“왜 난 그렇게 헛된 시간을…….”

쓸데없이 무게 잡는 혼잣말을 뱉기도 잠깐.

나는 불현듯 검색창에 ‘악마 사냥꾼’을 검색했다.

“잠깐, 잊고 있었군.”

악마 사냥꾼의 육성법……!

하도 오래전 기억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당시, 악마 사냥꾼은 제한된 방식으로만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었단 사실을.

다른 클래스들이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리던 것과 다르게 악마 사냥꾼은 퀘스트를 통해 레벨을 올려야 했으니까.

《Skill》

천적관계

은 마스터리

사격 마스터리

동시 사격

구마의식

대다수의 퀘스트가 악마를 퇴치하는 것이었다.

거기엔 악마 사냥꾼이란 클래스의 한계가 컸다.

───────

천적관계 : 악마족과 전투 시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

악마를 상대할 때는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지만, 그게 아니면 나사가 빠진 능력치. 그래서 적정 레벨의 사냥터에선 명함도 내밀 수 없는 클래스.

그게 바로 악마 사냥꾼의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악마를 사냥하면 되는 것 아닌가?

누군가 묻는다면.

그 당시 아르카나에는 악마족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답할 수 있었다.

악마 사냥꾼이 악마와 조우할 수 있는 건 오직 퀘스트를 수행할 때뿐이었으니까.

그 탓에 악마 사냥꾼은 당시에도 비인기 직업이었다.

“하지만 그건 과거일 뿐이지.”

그래, 10년 하고도 2년이었다.

새로운 악마 사냥꾼의 육성법이 나오고도 남았을 시간이란 말이다.

아르카나가 현실이 된 지금, 육성법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참고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좋아.

각성 이후 지끈거리던 머릿속이 차차 정리되기 시작한다.

……차를 마셔서 그런가? 아님 말고.

어쨌든, 정보화 시대에 태어난 게 다행이다.

손가락만 움직여도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니.

검색창에 ‘악마 사냥꾼’을 입력.

검색 결과를 둘러보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검색 결과가 떠올랐다.

“악크샨 기지가 궤멸? 전부 사망했다니.”

대체 10년 사이에 아르카나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

.

악크샨 기지.

그곳은 악마 사냥꾼들의 본부였다.

전직 퀘스트를 수행하고, 훈련 퀘스트를 거쳐 악마 사냥꾼 클래스로 거듭나는 곳이 악크샨 기지란 말이다.

그런데 그 악크샨 기지가 모종의 이유로 파괴됐고 NPC마저 전멸했단다.

그로 인해 악마 사냥꾼으로의 전직도 불가능해졌단다.

“그것도 한참 전 일이라고?”

……잠깐, 그럼 나는?

악마 사냥꾼의 새로운 육성법은 어디 간 건데!

온갖 커뮤니티를 뒤지던 나는 깨닫고 말았다.

“설마.”

-옛날이 그립다 그땐 악마 사냥꾼이란 클래스도 있었는데

-ㄹㅇ? 처음 들어봄

-ㅋㅋ그때 악마 사냥꾼이 얼마나 쓰레기 캐릭터였는데

-저도 키웠다가 캐삭하고 다시 키웠음요ㅋㅋ

-간지만 나지 성능이 개구렸음ㅋㅋ

검색을 할수록 그 설마가 확신이 됐다.

아무래도 현재 악마 사냥꾼 클래스인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내가 플레이어로 각성했으니까…….

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이럴 수가.”

과거의 내가, 내 취향이 원망스럽다.

아무리 멋에 죽고 사는 중2병이라도 그렇지.

성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으면 덧이라도 났던 거냐고.

“머리가 아프구나.”

갑자기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 탓이겠지.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생각한 내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려던 때였다.

문득, 게시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근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악마 사냥꾼 계속 키울걸

“?”

어떤 사연이 있길래.

저런 게시글을 올린 걸까.

호기심에 게시글을 눌러봤다.

그리고 흠칫했다.

“새로운 업데이트로 악마족이 정식으로 추가됐고, 그때부터 균열의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악마족만 없었어도 현실의 플레이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뭐, 악마족이 추가?

그 악마들이 현실에서도 활개를 치고 있다고?

‘이거 어쩌면…….’

머릿속에서 가능성이 떠오른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무엇보다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은 플레이어들도 악마족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주제 파악과 다르게.

나는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랑펠 클라우디 아르페우스 로미오의 긍지는 모순적이게도 악마의 앞에서 가장 드높아진다.』

“영광으로 여겨라.”

『그 어떤 악마의 유혹과 기만, 시련도 그랑펠의 고고한 긍지에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너희를 지옥에 처박아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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